시나몬 스틱
고은주 지음 / 문이당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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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 연애의 해피엔딩은 결혼에 골인하는 것이라고 생각 했다.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결혼식은 언제나 낭만적이고 멋진 미래를 꿈꾸는 것으로 끝나곤 했으니 그런 착각이 들만도 하다. 때문에 결혼은 현실이라느니, 신혼 생활이 결혼 생활에 가장 좋은 시기라니, 그런건 그저 시시한 농담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계절을 딱 열번쯤 함께 보내고 돌아보니 이런건 내가 생각했던 해피엔딩이 아니였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나의 결혼을 후회하는것은 절대 아니다. (웃음)

책에서는 일곱개의 가정 속에 남녀가 등장한다.

<시나몬 스틱>에서는 단순히 인테리어 효과를 위해 유리병에 담아둔 시나몬 스틱은 관리를 못한 탓에 계피향이 모두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려고 해도 지독한 코감기 이후 후각이 무뎌져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 내연녀의 친구가 찾아와 커피를 대접 받고는 식었던 카푸치노에서 계피향이 났노라고 말해준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불륜을 보고도 남편을 버리지 못하는건 향이 달아나버렸다고 바로 시나몬 스틱을 버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걸까?

비겁하다는 청년의 말에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일들이 한두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그러니까 어리다고.

맞는 말 같다. 결혼을 해피엔딩으로 간단히 정의해버리는 건 뭘 모를때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면 세상에는 절대 이해 할 수 없는 일 따윈 없으며, 절대적인 정답이라는 것도 없다는걸 알게된다.

<이식>에서는 간 이식 수술을 한 남편때문에 생계를 위해 병원에 난자를 파는 여자는 몸도 마음도 힘든데 반항심이 충만해진 아이 때문에 더 힘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고 아직은 우리 가족이 건강하다고.

<불현듯이>는 어느날 아파트에서 생긴 어떤 사건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여자가 등장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꽁꽁 숨겨놓은 그녀에게 이제 터널에서 나와도 된다며 이끌어주는 이웃집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과거를 묻어놓고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가는건 연극에 불과하단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은 불현듯이 우리를 찾아오니까.

결혼이란 대체 무엇인건지 설명해달라는 청년의 질문의 답은 나도 아직 모르겠다. 배우자란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존재이면서 가장 알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니 결혼이 애초에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말 자체가 모순인지도 모르다. 처음 손을 잡을때의 떨림과 가슴 두근거림으로 몇 십년을 살 수는 없겠지만, 서로를 알아주고 존중하는 마음없이는 이미 부부의 관계는 <표류하는 섬>편 처럼 배우자의 죽음도 단.순.한.변.화.라고 취급해 버릴수도 있는지도.

생각해보면 딱 이사람이기 때문에 부부의 연을 맺은건 아니다. <카메라 루시다>편 처럼 그 시기 그 상황에서 마주 한 상대가 그 사람이기 때문에 엮인 연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부부란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정확하게 답 할 수 있는건 함께하는 배우자가 행복하지 않으면 나 역시 행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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