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
후카마치 아키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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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딸이 사라졌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되었다.

모든 것은 딸의 방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시작된다.

 

후지시마 아키히로. 그는 과거 경찰이며 형사였지만, 아내의 불륜현장에서 내연남을 폭행한 혐의로 지금은 경비회사에 몸을 담근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순찰하던 편의점에서 세 명이나 살해당한 강도 사건이 일어나고 경보기가 몇 분만 빨리 울렸더라면 네 번째 희생자는 아마도 자신이였을거라는 두려움이 일던 그때 이혼한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가나코 일이야"

아내는 갑자기 사라진 딸 후지시마 가나코를 찾고 있었다. 딸의 방에서 각성제 결정체를 발견하고 단순 가출이 아님을, 그래서 아내가 미워하는 자신에게 굳이 연락한 이유를 알게된다. 각성제의 양이 소녀가 갖고 있기에는 꽤 상당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딸이 우연히 나쁜 무리들과 어울리다가 심상치 않은 일에 휘말려 납치를 당했거나 도망을 치는 중이라 생각했다. 만약 조직폭력배들과 연결되어있어도 전직 형사였기에 가나코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나코가 다녔던 학원 친구들과 병원 등을 조사하면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딸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는걸 알게된다. 편의점 사건 역시 우연이 아니였다.

 

이제야 모든 것을 새로이 시작하려하는데. 아버지답게 살아가리라 맹세했는데.

 

그런데 딸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부정을 응원하며 책을 읽기엔 후지시마 아키히로 이 남자의 정신상태가 굉장히 무섭고 위태로워보인다.

 

가나코를 찾고싶다. 그래서 아내 기리코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과는 반대로 아내에게 각성제를 밀어 넣으며 강제로 자신의 곁에 있기를 강요한다. 그리고 딸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넘쳐 오히려 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놈들을 죽일듯이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4년전 여름 그가 딸에게 한 끔찍한 일을 밝혀졌을땐 경악을 금치 못헀다.

그래서일까. 그는 딸이 남긴 각성제로 버티고 또 버틴다.

 

소설은 독특하게 실종된 가나코의 아버지 후지시마 아키히로와 세오카 나오토라는 소년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흘러간다. 후지시마 아키히로는 가나코가 실종된 현재를, 세오카 나오토는 야구부에서 탈퇴하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받고 있던 중 가나코의 도움을 받았던 3년전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재에서는 가나코는 실종상태지만 3년전 이야기속에서 그녀는 예쁜 모습 그대로 등장한다.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 도대체 뭘까. 그리고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딸은 용서해 줄까. 핏발을 세우고 찾으러 다닌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할까. 기리코와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아버지라는 존재에 경의를 표해 줄까.

 

목이 타들어가는 '갈증'이라는 제목처럼 소설은 잔인하고 비참하고 우울하고 끔찍하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할 말이 잃게한다. 마치 내가 어디까지 참을수 있는지 실험하는듯 읽는 이로 하여금 굉장히 괴롭게 만든다. 하지만 결코 눈을 돌릴수가 없다. 우리는 그녀를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걸까. 아...결국 또 어른들이구나. 참 슬프다.

상상 할 수 없는 이 이야기가 결코 소설 속 허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안다는게 더 무서웠다.  

마지막.. 멍한 시선으로 누워있던 소녀의 책표지가 자꾸 떠오르는 마음이 많이 쓰라린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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