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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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랫만에 만나는 이외수 선생님의 글.

여전하신 그 목소리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암으로 인해 수술하시고, 회복중이시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탓에 막연하게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글 곳곳에 최근 상황들을 적어주셔서

선생님의 근황을 알 수 있었다.

제목이 참 맘에 든 책이다.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글 안에서 찾아보자면,

'시간의 옆구리, 작은 골방 하나를 나는 알고 있다.

가끔 나는 그 골방으로 들어가

명상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때는 시간도 공간도 정지한다. 그리고 모든 현실은 사라져 버린다.'

240페이지 남짓한 공간에, 글과 그림이 가득하다.

물론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려서 보는 내내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다.

멍때리면서 읽을 수도, 딴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도 있는 책.

이 책은 크게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구성의 순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간의 흐름도, 공간의 나눔도 아닌

작가의 자연스러운 맘으로 구분된 듯 싶다.

그러하기에 손 가까운 곳에 두고 나눠 읽기 좋은 책이 되었다.

정태련 화가의 정성이 깃든 그림들이 책의 여백을 채워주고 있다.

두뇌가 좌뇌우뇌가 있다고 한다면, 이외수 선생님의 글은 좌뇌를,

정태련 화가의 그림은 우뇌를 담당하고 있는 듯 싶다.

책을 다 읽은 다음에 처음부터 쭈욱 그림만 다시 보았다.

좋다. 괜찮다. 흡사 전시회 그림을 다시 복기하는 느낌이다.

곳곳에 드러나는 저자 특유의 유머도 좋다.

'그런데 내 칠십 평생의 경험에 의하면,

반드시 정의가 승리한다-는 개뿔이고

반칙을 일삼는 놈이

이기는 경우가 많더라. 써글!'처럼

있어보이는 글을, 무난하게 쓰기보다는

솔직하고 재기발랄하게 써내려간 글이 보기 좋다.

이 가을에 어울리는 책.

이외수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손에 들고, 가을 바람을 느껴보시길...


초강력긍정주의자


자기가 좋아하는 꽃이 영원토록 색깔도 변하지 않고

시들어 떨어지지도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바람이 꽃에게도 좋은 바람일까.

꽃은 시들어 떨어져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열매를 맺어야 꽃의 사명을 다할 수 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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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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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가슴 두근거리는 첫사랑에 대한 느낌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바로 '플립'이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여러가지 느낌으로 가슴에 남아있던 영화.

특별하고, 특이한 괴짜소녀와 순수하고,착한 소년의 이야기.

어찌보면 한없이 잔잔한 스토리인데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을까?

생각해보면 가장 큰 동인이 바로 관점(시각)일 것이다.

큰 이야기의 줄거리는 한 방향을 향해 흘러가는데,

나중에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에서 돌아보면 두 갈래 길이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여자 아이의 시각과 남자 아이의 시각.

처음에 이 플롯을 접했을때의 신선함과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애틋한 마음은

꽤 오래도록 영화에 대한 생각을 내 가슴 속에 잡아두었다.

그랬던 영화, 그렇게 오랫동안 울림을 주었던 영화,

시간이 한참 흘러 딸이 중학생이 되어 나와 함께 보았던 영화.

올 여름에 재개봉한다고 해서 다시 보러갈뻔 했던 영화.

그 영화의 원작을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영화는 영상으로 보는 만큼 감독의 의도가 꽤 많이 담겨있다.

(영화가 감독놀음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책은 오롯 저자와 독자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저자의 설명에, 독자의 상상력을 극대화 하는 작업이라 할까?

여튼 영화와는 또다른, 아니 완전 다른 감동을 받았다.

남자의 첫사랑은 죽기전까지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남자아이인 브라이스가 나인것처럼

혼자 몰입하면서 읽게 되었다.

두 주인공이 일기를 쓰듯, 서로 일기를 교환하여 읽는 듯

교차해가면서 사건과 상황을 묘사하고 해석해 가는데

읽는 재미가 솔솔했다.

두 주인공의 7살부터 13살까지 성장기는 내 자신의 성장기일테고,

모든 독자들의 어린 시절이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말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우리는 잊고 지내는 것 같다.

내가 본 것이 꼭 진실이 아닐수도 있다는 전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왜냐면 이미 나는 내 위치에서 그 상황을 바라본 것이기때문에.

그 자체에 내가 살아오고,경험하고,판단하는 가치관이 반영되었기때문에.

먹먹한 통증보다는 조금 낮은 묵직함으로 다가온 첫사랑 이야기.

이 가을, 많은 이들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길 희망해 본다.


초강력긍정주의자.


“풀밭은 그냥 풀과 꽃일 뿐이고 나무 사이로 엿보는 햇살은 그냥 빛줄기일 뿐이지만
그 모두를 합치면 마법이 일어난다.”
-"플립",웬들린 밴 드라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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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포인트 리부트 - 스킬보다 기본
노기태 지음 / 예문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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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책이다.

기존 파워포인트 책과는 결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읽는동안 무릎을 쳤던 부분이 여러 곳 있다.

파워포인트를 락그룹으로 비유하여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서체에 대한 소개 부분에서는

내가 활자,서체,폰트에 대해 아무 생각없이 섞어서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컬러에 대해서도 참 깊이 있는 작가의 시각이 느껴졌다.

20년 넘게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면서도

명도,채도,색의 3원색,색의 3속성조차 이해햐지 못하고

내 자신의 타고난 색감만을 탓했었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크게 컬러,폰트,텍스트,숫자,이미지. 그리고 기타누락자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파워포인트책이 아니라 그냥 교양서로 읽어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파워포인트사용자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

그대의 파워포인트를 리부트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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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못생긴 사람이 싫다 - 여자 40에 부딪히고 깨져야 할 것들
한재원 지음 / 밥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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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도발적이었던 책.

지인 추천으로 손에 잡았는데,

이틀만에 휙~ 읽은 것 같다.

메인 카피처럼 40대 여성들이라면

정말 많이 공감하며 읽을 것 같다.

물론 남자들의 경우에는 다른 입장에서,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시각들을 경험할 수 있다.

솔직한 저자의 생각이 담긴 책.

여름 기울어가는 시기에 만난 신선한 책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만나고 싶다면,

손에 들고 읽어보라. ^^/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근사한  일도 그 안에 뛰어들면
그다지 근사하지만은 않고,
그것을 근사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마트계산원은 근사하지 않고,
변호사는 근사하다고 느끼지 말라는 것이다.
그 둘을 가르는 것은 수입의 차이일 뿐이고,
그 둘 중 누가 더 멋지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가?
-'나는 못생긴 사람이 싫다',한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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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공, 뉴욕을 엿보다
조엘 코스트먼 지음, 김미란 옮김 / 테오리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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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코스트먼.

이 책을 쓴 저자이자, 뉴욕에서 열쇠공으로 일하고 있는 전문가이다.

디트로이트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 뉴욕에 온 한 남자.

그는 결국 현실에 발목을 잡히고, 꿈을 접게 된다.

그리고 열쇠공이 되었다.

출간되지 않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저자 소개가 특이하다.

열쇠공이라는 직업.

우리나라에도 존재하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에게 낯선 직업.

고객이 전문가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할 때 그들은 나타난다.

문밖에 갇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

문 안에 갇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들,

안과 밖에서 서로의 의지와 상반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들.

그들은 그 순간에 조엘을 찾게 되어 있다.

단순하게 문을 따고, 안과 밖으로 통하기를 원하는 이들이지만

실은 그들의 마음 속에는 이미 이웃이 없다.

바로 옆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조차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

그만큼 분주하고, 복잡하고, 여유없이 살아가는 뉴요커들.

그들에게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만들어 주는 저자의 일상생활이

오롯 이 책에 담겼다.

총 14꼭지의 이야기들이 묶여 책으로 나왔다.

참 다양한 등장인물과 그들과의 사이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들이

자잘한 읽는 재미를 준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고객들의 직업과 현재 상황은

제 3자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고 있다.

#소년,그리고 야구카드

많은 이들이 공감할수밖에 없는 이야기.

특히나 어린 시절 나만의 컬렉션을 갖고 있는 어른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결국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리처드 닉슨 동네의 사기단

이 책에서 가장 황당하면서도, 독자의 입장에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다.

등장인물, 특히 저자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잠정 결론 내린 여인(여자주인공인가?)은

뉴욕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도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가냘픈 몸매의 이국적인 미녀였다.

그녀의 웃음과 상냥한 말투, 글에서도 전달되어오는 매력.

곤란한 상황에 처한 그녀를 도와준 주인공이 현금이 없어서

피치못하게 그녀의 집까지 가게 된다.(물론 진짜 집인지 모르지만)

하지만 그 곳에서, 그 낯선 곳에서 사기에 가까운 일을 겪게 되는데

그 과정이 눈에 그려지듯, 흡사 단편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 한 복판에서는 매일매일 이와같은 일들이 다반사일듯 싶다.

#다섯 명의 벌거벗은 노인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다양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저자지만

어느 날 전라의 노인을 만나게 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잠시뿐. 벌거벗은 노인이 한 명이 아니라 다섯 명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왜 대낮에 팔십대 노인들은 벌거벗은 모습으로 함께 모여있는가?

황당한 상황과 벗어난 감동적인 이야기가 반전이다.

혹시라도 스포가 될까봐 내용을 오픈하지는 않지만

이런 궁금증과 반전들이 책 곳곳에 숨어있다.


올 여름. 가볍지만 독특한 글을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초강력긍정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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