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다보면 배경이 독일이다보니 아무래도 독일어가 들어간 고유한 용어나 지명 같은 것들이 종종 등장한다. 독일어를 잘 모르는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비교적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들이라 쭉쭉 읽어나가는데 간혹 걸림돌이 될 때도 있지만, 감사하게도 번역자 분께서 친절하게 괄호 안에 해당 용어의 뜻을 한국어로 풀어 설명해주셔서 본문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읽어나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여기 나오는 모든 독일어 용어가 무조건 뒤에 다 나온다고는 장담하긴 힘들지만, 개인적으로 쭉 읽다보니 앞에 나왔던 독일어 용어들이 뒷부분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경우들을 심심치 않게 봐왔기에, 설명이 나올 때마다 해당 용어들을 곧장 숙지해두는 것이 작품 감상을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듯하다.

아우슬렌더베르데(외국인관리관청) - P395

우체국장은 나야, 당신이 아니라, 우체국은 카바레도 아니고 보드빌 극장도 아니다, 사람들은 오락거리 찾아서 재미를 보려고 오지 않고 우리는 연예인도 아니야, - P396

우리가 대체 어느 지경까지 왔는가?! - P401

팔린카Pálinka.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전통 과일주로, 알코올 도수 50~70도의 브랜디. - P403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것이 호프 부인의 모토였다, - P405

낭비하는 일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 P405

나는 항상 새로운 물건을 사서 그런 뒤 버리라고 우리에게 강요하는 삶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그런 종류의 행동이 다 있나? 대체 무슨 생각들인지?! - P405

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어도 있던 자리에 머무르고 기도하고 희망하는 것 말고 달리 할 일이 뭐가 있나, 사람은 원래 다 그렇잖아요, - P407

사람들이 살아 있는 한, 희망을 가진다, 참말 지당한 말이다, - P407

이제 와서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그렇게 생겨먹은 것을, - P413

비어주페Biersuppe. 맥주에 허브, 밀가루와 버터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수프, 아침 식사용으로 빵과 함께 먹으며, 맥주 애호가 바흐가 좋아한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 P419

링어는 안타깝게도 이런 행로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악을 악으로 갚을 순 없다는 것을 알았다, - P421

다른 해결책은 꽃을 사러 쇼핑센터에 갔을 때 잉태되었다, - P423

펠트만 부인의 친근하게 미소 짓는 얼굴을 바라보다 보니, 자신이 속마음을 이미 다 쏟아냈다는 걸 갑자기 깨달았다, - P424

여기, 다른 곳들과 똑같이, 이곳 사람들도 헛소문에 두려워하고 뜬소문에 쉽게 영향을 받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을 예단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일로 괜히 골머리 앓지 마세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 P425

그것은 모두 선하신 주님의 손에 달린 일이야, - P429

아무도 우리가 실제로 직면하고 있는 대상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이 너무 강해서 진실은 이 두려움에 혼란만 가중할 뿐이기 때문에, 진실을 포기하기는 쉽지만 두려움을 포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수용 가능한 견해를 지녔던 최초의 박식한 지성인들의 말들은 사막에서 외치는 소리처럼 공허했습니다, - P431

이미 알아낸 것들이 지루해지기 시작했을 때에야 미지의 영역으로 모험 삼아 뻗어가기 시작했다, - P438

호프만은 입을 꾹 다물고 맥주를 홀짝거리거나 농담이 나오면 웃고, 심각한 얘기가 나오면 우울한 얼굴로 동의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이곳은 그가 비집고 들어가 앉을 자리를 찾은 유일한 사회, 공동체였기 때문이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오직 하나, 그들이 어느 날 그에게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그를 쫓아버리고 다시는 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플로리안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한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 P441

더 강력하게 행동에 나서야 할 때였다, - P443

첫번째 시도 이후 모든 사람들이 보스를 다른 시각으로 보도록 납득시키겠다는 시도를 포기해야 했다, 자신도 보스를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P449

<바스 빌스트 두 디히 베트뤼벤(너는 무엇으로 슬퍼하느냐)> - P450

관심 갖고 몰두하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 P465

베시(서독인) - P470

비올레타 Violetta. 아르헨티나 텔레노벨라. - P473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지, - P473

도이처 룸 페르슈니트 Deutscher Rum Verschnitt. 럼과 다른 술을 섞은 혼합주. - P473

<볼템페리어테스 클라비어> 1집 - P475

이미 <볼템페리어테스 클라비어>는 E장조 푸가까지 왔고, 플로리안은 즉시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 P476

그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시작되자마자 잠이 들었다. - P477

브라운하우스Braun Haus. 뮌헨에 있던 과거 나치 본부를 일컫던 말. 예나-로베다 주재 네오나치 NPD가 2000년대 초 과거 레스토랑을 변경해 사용하기 시작한 건물의 별칭이기도 하다. - P479

하우스미슝(자체 블렌드) - P484

리카 타라주는 코스타리카 타라주에서 생산되는 부드러운 커피, 산토스는 브라질산 고급 커피 대명사로, 상파울루 산토스항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 P484

정말 향이, 눈을 감고 탄성을 질렀다, 코끝에 닿자마자 천국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 P484

내 무력함을 깨닫고 의지할 데라고는 인내밖에 없다, 깨닫는 일이 얼마나 끔찍이도 버거웠는지, - P485

되너(케밥) - P491

체코NSJ(국민통일당) - P497

레지오 훈가리아Legio Hungaria. 체코 NSJ 극우 소수 정당, 레기오 훈가리아는 시위 및 기물파손 등 배후로 암약하며, 청소년 중심으로 운동 및 군국주의, 백인우월주의 인종주의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최근 편성된 헝가리 극우파 조직 중 하나다. - P497

라이히스크리크스플라게(제국 전쟁 깃발) - P501

카를 리프크네히트 Karl Friedrich Liebknecht (1971~1919). 독일 정치가이자 공산주의자, 변호사, 독일 사민당 창단 멤버인 빌헬름 리프크네히트의 아들, 국가의회 내 혁명적 좌익세력을 대표한 인물. 바이마르공화국에 반대해 스파르타쿠스 봉기를 주도하다 민병대에 잡혀, 로자 룩셈부르크와 더불어 총살당했다. - P509

이전에도 살아가면서 이유와 상황과 사정과 견해와 참작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 P510

프란츠-레만 Franz Lehman(1899~1945). 반파시스트 레지스탕스 및 노동운동 하던 노동자로, 나치 정권하에 감금되었다가 풀려났고, 에른스트 텔만의 연락책을 맡다가 발각되어 아내 힐데와 함께 수감됐다. 1945년 3월 드레스덴 대공습으로 감옥에서 숨졌다. 여기서는 동명이인, 19세기 말 칼라Kahla 도자기 공장 창업자의 후손이자, 공동 소유주 이름일 가능성이 크다. - P513

크라우트누델른(양배추 국수) - P520

그로코GROKO 혹은 Große Koalition. 대연합 혹은 대연정, 메르켈이 수상 시절 CDU/CSU와 사회민주당이 함께 연정을 이뤄 만든 내각의 별칭이다. - P521

우리 모두 위로 시간이 흐르고 문득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겠지 : 여기서 kopogtat, (누군가의 문을) 두드린다는 말은 잉그리트 아줌머니가 마을을 돌며 들여보내달라고 청했듯이, 호의나 개입을 요청한다는 뜻, 그리고 이어질 일을 계고한다는 뜻으로 두드려 알린다, 또는 영령의 방문을 알린다는 뜻과 지금처럼 임종을 맞는다는 비유로도 쓰인다. - P523

사토리(득도, 깨달음) - P526

그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비틀즈의)<블랙버드>를 연주했고, - P527

오메가Omega, 1960년대에 결성된 헝가리의 유명 록밴드로 70년대 당시 동서독일 및 유럽에서 이름을 날렸다. - P529

<벤티 프뤼 추어 아르바이트 게흐트(엄마가 일찍 일을 나가면)> - P532

Wenn Mutti früh zur Arbeit geht (엄마가 일찍 일을 나가면)

Dann bleibe ich zu Haus (그러면 나는 집에 머무르며)

Ich binde eine Schürze um (앞치마를 두르고)

Und feg die Stube aus (거실을 쓸어요) - P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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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사자의 올바른 기독교 정치관 - 혼돈의 시대, 하나님의 옳은편에서 주 예수를 따르라
책읽는사자 지음 / 사자그라운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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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 정도에 따라서 읽는 사람마다 바라보는 시각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릴 듯하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 믿고 그 권위를 절대적으로 인정하고 신봉하는 분들에게는 수긍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겠지만, 성경은 그저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여러 영역에 있어서 부딪치는 부분들이 많을 듯하다. 가타부타 논란이 많겠지만, 결국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성경적 가치관에 근거해서 이 사회와 정치를 바라봐야 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동의와 행동여부는 오로지 독자들의 신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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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몇 달 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서왕모의 강림》이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그 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 일본 교토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 적잖이 있었다. 그당시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지명이나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보니 자연스레 교토라는 지역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았고, 그 호기심으로 교토에 관한 책들을 검색하다가 오늘 읽기 시작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전반적으로 간단히 살펴보니 여행책의 특성에 걸맞게 지역이나 건물의 사진과 그에 따른 설명이 쭉 이어지는 듯하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교토와 좀 더 친숙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교토에 흐르는 다양한 감성을 느끼려면 절대 서두르지 말 것, 천천히 걸으며 음미할 것, 욕심을 내려놓고 교토의 시간을 따라갈 것, 교토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 P5

느릿느릿 걷고, 맛보고, 느끼는 여행이야말로 이 도시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 P5

무로마치 시대는 세상에 대한 일체의 집착을 버리는 선 문화가 크게 번성하던 시대였다. 그래서 이때 창건된 대부분의 사찰에는 바위와 자갈을 사용하는 추상적인 고산수 정원枯山水庭園(석정)이 만들어졌고, 료안지도 그중 하나다. - P12

정원을 만든 의도에 선종 사찰의 와비사비(간소함을 바탕으로 인생무상을 아름답게 느끼는 미의식이자 깨달음) 정신이 바탕이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 P12

고산수 정원은 보통 돌을 섬으로 보고 흰 자갈밭에 선을 그려 물의 흐름을 표현한다. - P14

료안지의 석정은 가로 30미터, 세로 10여 미터의 직사각형의 흰 자갈밭 위에 크기가 각기 다른 15개의 바위를 배치한 75평 남짓의 정원. 바위가 5개, 2개, 3개, 2개, 3개씩 각각 나뉘어 배치되어 있다. 이 배치는 황금비율이라 불린다. - P14

분명 15개의 돌이 배치되어 있지만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반드시 14개밖에 보이지 않는 신기한 구조다. 동양에서 완벽을 의미하는 15라는 숫자에서 하나를 뺌으로써 불완전한 정원을 표현하고 있다. - P14

석정의 두 면을 둘러싼 높이 1.8미터의 토담은 유채기름을 섞어 반죽한 흙으로 만들어져 ‘유토담‘이라고 불린다. 이 토담은 흰 모래사장에 빛이 반사되는 것을 막고 눈, 비, 바람으로부터 정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치 그림의 액자처럼 석정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 P15

‘유오지족唯吾知足‘ ...(중략)... ‘오직 나만의 족함을 알 뿐이다‘라는 뜻으로, 풀어 해석하면 ‘불완전한 것에 불만을 갖지 말고 지금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 P19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발견을 즐길 수 있다. - P19

정갈한 분위기와 절제미가 돋보이는 사찰이나 신사의 정원과 달리 무린안은 원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개인 주택의 정원답게 집주인의 취향을 오롯이 담아낸 개성 있는 공간이다. - P20

무린안은 1894년부터 3년에 걸쳐 조성된, 정치인 야마가타 아리토모의 별장. 교토 최고의 선종 사찰인 난젠지 주변에는 별장들이 많고 별장에 딸린 정원도 많아 ‘난젠지 일대 별장 정원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다. 모두 사유지여서 비공개이지만, 유일하게 이곳은 야마가타 가문이 교토시에 별장을 기증하여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 P20

히가시야마를 풍경에 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건물을 부지 서쪽에 세우고, 그 정면에 정원을 조성했다. 교토의 옛 정원들이 감상하기 위한 정원이었다면, 근대 정원인 무린안은 산촌의 풍경을 재현해 오솔길을 산책하며 즐기는 체험하는 정원으로 변화했다. 이는 ‘나‘라는 개인의 경험과 감각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의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 P22

이전까지는 연못을 바다로, 바위를 섬으로 보는 상징주의적 정원이 교토 정원의 대세였다면, 무린안 정원은 멀리 히가시야마를 배경으로 하여 밝고 개방적인 잔디밭과 경쾌한 물줄기를 가진 자연주의적인 정원이다. - P23

교토 정원의 정수는 이끼의 아름다움 - P23

시게모리 미레이는 1930년대 꽃꽂이, 다도 등 일본의 전통 예술을 배우고 일본 전국의 옛 정원을 조사하며 독학으로 연구하다 고산수 정원 양식에 매료되어 스스로 정원을 설계하게 된다. 그는 전통기법을 중시하면서도 기존의 고정된 가치관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심미안으로 일본 정원에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온 인물이다. 그가 창작의 모토로 삼은 ‘영원한 모던‘이란 옛것에 시대를 초월한 새로움이 존재한다는 믿음이었다. - P27

교토의 5대 선종사찰 중 하나로 1236년 세워진 도후쿠지. 이곳에 가면 웅장한 가람의 규모에 놀라게 되는데, 이는 당시 교토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람을 목표로 건설했기 때문이다. 사찰의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정원의 총 규모만도 1,000평에 이른다. - P28

도후쿠지 최고의 볼거리인 본방 정원은 정원 건축가 시게모리 미레이가 설계해 1939년 완성되었다. 이곳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의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그가 43살에 처음 설계해 완성한 본방정원은 가마쿠라 시대의 정원 양식을 기본으로 현대 예술의 추상적 개념을 도입한 근대 선종 정원의 백미로 손꼽힌다. - P28

일체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선종의 가르침 - P28

본방 정원은 주지 스님의 거처인 본방을 빙 둘러싸고 있는데, 동서남북에 4개의 정원으로 이뤄져 있다. - P31

갈석(사찰 가장자리에 쓰이던 길죽한 돌) - P31

본방에 남아있는 갈석을 정원에 재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심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체크무늬였던 것. 이런 바둑판 무늬는 일본의 전통 문양으로 마루나 맹장지 등 건축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이를 정원에 도입한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에 가깝다. - P31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선종의 가르침에 따르는 것이고 그 상태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 P32

도후쿠지에는 다리가 3개 있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바로 통천교通天橋. 가장 전망이 아름답고 가장 포토제닉해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찬다. 통천교에 올라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면 경내가 온통 불타는 것처럼 붉게 물든 잊지 못할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 P35

도후쿠지 주변에는 탑두 사원(주지를 지낸 고승이 생활하던 암자)이 25곳이나 있다. 그중에서도 고묘인은 특히 건축과 정원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규모가 아담하면서도 볼거리가 많고, 사람이 붐비는 곳도 아니어서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며 천천히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즐겁다. - P36

고묘인은 1391년 세워졌으니 600년 넘은 오래된 곳이다. 건물 안쪽에 자리한 파심정波心庭은 시게모리 미레이가 설계한 정원으로, 도후쿠지 본방정원과 함께 1939년에 만들어졌다. 돌과 이끼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파심정은 흰 자갈밭 위에 세 개의 바위(삼존석三尊石)를 기준으로 여러 바위들이 사선으로 늘어서있다. - P36

파심정은 번뇌를 물리치면 달(불심)이 파도에 비친다는 콘셉트가 정원 설계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 P36

차를 마시는 정자, 나월암蘿月庵 - P39

나월암은 1957년 시게모리 미레이가 달을 모티프로 직접 설계한 건물. 창문과 벽, 장지문에 그려진 큰 원은 달을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 P39

장벽화란 일본 건축에서 내부 공간을 구분하는 벽이나 칸막이, 장지문 등에 그린 그림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일본의 성이나 사찰, 귀족의 저택에서 볼 수 있는데, 주로 종이에 그린 후에 붙이는 방식이다. 단순히 장식용이라기보다는 공간의 의미와 부합하는 주제의 그림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왔고 일본 건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 P45

교토의 중심지인 기온 한복판에 자리한 사찰 겐닌지. 1202년에 세워져 82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선종사찰로, 예술 작품으로 유명하다. - P46

예부터 용은 물의 신으로 불법의 가르침의 비(법우)를 내리게 한다는 비유가 있어 선종 법당에 그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 P46

물방울은 개개인의 마음을 뜻하는 것이다. - P49

땅(□)과 물(○), 불(△) - P49

쇼렌인 : 교토에 있는 5개의 문적 사원(왕족이나 관련된 인물이 출가해 주지를 맡는 사찰) 중 하나. 회유식 정원과 맹장지의 모던 아트를 볼 수 있어 최근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곳이다. - P50

일본에서도 특히 미술대학이 많은 교토 - P54

오토리이(대문) - P56

훈습관 : 300년 역사의 전통 향초 전문점 쇼에이도가 운영하는 색다른 콘셉트의 전시관이다. 오직 코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향에 대한 개념을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시각과 촉각, 후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향 박물관인 셈이다. - P60

‘향기 산책‘을 콘셉트로 하는 상설 전시실 코라보 Koh-labo 는 다양한 향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공간이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신기한 흰색 기둥 5대. 깔때기 같은 구멍에 코를 대고 펌프를 누르면 향초의 원료 본연의 향을 맡을 수 있다. 5대에 모두 다른 원료가 들어있으니 하나씩 체험하며 비교해볼 수 있다. - P60

고급 향료의 재료가 되는 백단나무 - P63

백단나무의 속살은 강한 향기를 내기 때문에 원줄기를 베어 속살을 말려 향료의 재료로 사용해왔다. 이것이 바로 백단향이다. 예부터 진정 효과와 정신집중, 각성작용, 우울증과 불면증 치료에도 사용된 귀한 재료다. - P63

코라보 중앙에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흰색의 향기 박스 3대가 있는데, 이 상자 안에 들어가면 벽면 가득 열대우림의 이미지가 펼쳐지고 각기 다른 향을 체험할 수 있다. 과감하게 머리부터 쏘옥 들어가보자. - P63

노무라 미술관 : 노무라 증권, 옛 야마토 은행 등의 창업자인 노무라 도쿠시치의 소장품을 포함하여 미술 작품 1,9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사립 미술관이다. 기와를 얹은 전통적인 외관의 미술관으로 들어가면 내부는 매우 모던한 분위기의 전시실을 만나게 된다. 특히 다도와 노가쿠(일본 전통 가면 악극) 관련 공예품들을 많이 전시하고 있다. - P66

젠비 카기젠 아트 뮤지엄ZENBI KAGIZEN ART MUSEUM : 300년 역사의 전통과자점인 카기젠 요시후사가 설립한 미술관. 중요무형문화재인 교토 출신의 목공 칠예가 구로다 다쓰아키(1904~1982)의 작품을 중심으로 공예 미술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 P67

교토 하면 사찰이나 신사 같은 전통 건축물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막상 교토의 거리를 걷다 보면 역사가 느껴지는 모던한 건축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P71

교토는 2차 세계대전 때에도 폭격을 피해갔고 지진 같은 자연재해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며 건설된 근대 건축물들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다. 교토는 천년 고도의 자부심을 가지는 동시에 문화, 예술, 교육 등에서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인 도시여서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건축물들의 보존과 리노베이션에 있어서도 무척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 P71

신푸칸新風館은 1920년대 세워진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호텔과 숍, 레스토랑, 영화관이 들어선 복합 시설로 2020년 오픈했다. - P72

역사적 건축물에 예술과 자연이 융합된 시설은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이 된다. - P72

신푸칸의 전신인 교토중앙전화국은 교토가 고도에서 근대도시로 넘어가던 시기인 1926년 세워진 근대식 건물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교토시 등록문화재 1호로 지정되었다. 설계를 한 요시다 테츠로는 일본 근대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불리는 건축가다. 그리고 2001년 나중에 재개발할 것을 전제로, 전화국의 외관은 그대로 살리고 영국의 유명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증축 건물의 설계를 맡아 상업 시설로 개업하게 된다. 교토에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하자는 의미로 ‘신풍관新風館‘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 P72

건축가 구마 겐고는 교토가 수도로서 발전하며 다양한 정원을 가진 유서 깊은 땅이므로 신푸칸에도 과거와 현대를 잇는 농밀한 정원을 만들고 구 교토중앙전화국 건물의 벽돌이 안뜰과 어우러져 교토의 거리와 조화를 이루게 했다고 말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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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맥락과는 별개로,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 중에서 ‘연결이 있는 곳에는 설명도 있으니까‘라는 말이 왠지모르게 가슴에 와닿았다.

이와 유사한 혹은 본질적으로 비슷한 것으로 ‘이유없는 행동이란 없다‘는 말도 해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어떤 행동에 대한 이유가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단지 행위자만이 알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유의 경중輕重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유의 형태나 무게가 어떻든 관계없이 모든 행동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라는 게 오늘의 결론이다.

앞으로 더 나가야 한다, 연결이 있는 곳에는 설명도 있으니까, 다만 그것을 찾을 수 없을 뿐, - P275

레벤스라움(생활권) - P278

해답의 실마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제 이해하는데, 그가 모르는 유일한 점은 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 P279

저자들은 버섯처럼 다시 자라. 그런 점은 보면 버섯이란, 참 정말 놀랍기는 하지, 항상 다시 자라, - P281

왜 이 나치가 다시 되돌아오는 일에 다들 그렇게 놀라워하나 몰라, 역사는 반복된다고, 마르크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마르크스의 말에 주의해서 잘 들었어야 했는데, - P282

마르크스를 내다 버릴 수 있다 쳐, 그가 말한 몇 가지는 그래서는 안 되지, - P282

우리가 호된 대가를 치를 테니까, 마르크스를 다 내다 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괴로워하며 후회할 거야, 두고 보라고, - P282

자신이 사는 집 안에 잡다한 장식품들은 필요 없었고 질서가 있어야 한다, 딱 그렇다, 자신의 아파트에 그거면 족하다, 커튼 없이, 쿠션 없이, 카펫이니 없이, - P284

우리는 무리라고 하지 않고 ‘루델‘이라고 한다, - P286

앞일은 모르는 법이라, - P288

켐니츠 재판: 2018년 작센 주 소도시 켐니츠 시 축제에서 시비 끝에 독일인이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 청년들에게 살해되고 부상을 입자, 네오나치 주축으로 시위를 벌이고 난동을 부렸다. 점점 세를 더해가며 1만 명 넘게 모든 정파의 극우 세력이 운집하여 시위 및 파괴 행위를 이어갔다. 반나치 시위 역시 대규모로 열려 서로 대치,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켐니츠는 난민 반대를 외치는 극우파의 세력이 커서 관련 사건과 시위가 빈번한 편이다. - P300

할레에서 벌어진 아수라장: 2019년, 극우파 반유대주의자가 할레 유대교회당을 공격하려다 사제폭탄에도 문이 터지지 않자, 지나가던 행인과 근처 케밥 가게에 난사하여 사상자를 냈다. - P300

서서히 귀가 트이는 게 아녜요, 번개처럼 번쩍하고, 마치 무언가 귀를 틀어막고 있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다가 갑자기 막고 있던 귀가 뻥 열려 모든 게 들리는 것과 같아요, 그런 일이 제게 일어났어요, 그때부터 연주가 되지 않는데도 항상 바흐 음악이 들려요, 그러니까 기억을 통해서요, - P305

서로 큰 오해가 있었다, 서로 말을 하지 않은 탓에 그런 일이 생긴다, - P306

작은 부대 역량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P311

<보 졸 이히 플리헨 힌(어디로 내가 달아나리오)> - P317

<블레이브 베이 운스, 덴 에스 빌 아벤트 베르덴(우리와 함께 하소서, 곧 저녁이 다가오는 까닭이라)> - P317

<덴 두 비어스트 마인이네 젤레 니히트 인 데어 휠레 라센 (당신은 나를 지옥에 내버려두지 않으시기에)> - P317

바흐 이전에는 귀머거리였고, 바흐 이후에는 다른 모든 것에 귀머거리가 되었기 때문에 바흐가 작곡하지 않은 어떤 다른 종류의 음악은 아쉽지 않다고 자인해야 하리라, - P320

그에게 바흐는 음악이 아니라 천국 그 자체였다, - P320

이 시점부터 의심의 여지 없이, 다가오는 재앙을 처리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은 안전보장이사회가 바흐를 듣는 것이요,
총리님도 바흐를 듣는 일이요, 안보리만 바흐를 들을 일이 아니라, 바흐는 보편적 효력으로 법제화하여 도입되어야 한다, 모든 텔레비전 방송국, 모든 라디오 방송, 모든 학교, 모든 백화점과 스포츠 경기장, 모든 공장, 모든 기차와 비행기와 버스와 보트, 모든 휴대전화와 모든 컴퓨터의 시작 화면에서 바흐의 음악이 나와야 한다,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든지 간에 항상 바흐의 음악을 들어야 하며, 바흐가 공기처럼 되도록 하면, 우리가 공기가 질리지 않듯이, 사람들은 바흐는 질리지 않을 것이다, 바흐가 보이지 않게, 여기 지구상의 우리 삶의 끊임없는 부분이 되도록 해주십시오, - P323

사람들은 두려워해야 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 P324

데모크라티이라덴(민주주의 상점) - P326

마흘차이트(좋은 점심) - P327

계단이 미끄러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일종의 내후성 니스를 발랐다, - P334

BKA(분데스크리미날암트/연방범죄수사청) - P337

네가 말한 것처럼 그는 누가 봐도 범죄자인데, 동시에, 이 범죄자를 잡겠다고 난리야, 즉 자기 자신을, - P338

그는 오직 무질서만, 파란만, 혼돈만을 원해, 혼돈이 딱 그가 필요로 하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야, 혼돈은 그들에게 천연의 매체이고, 그들은 그 안에서 물속의 물고기처럼 움직여 다녀, 왜냐면 실제로 그들은 다른 것 없이 이 혼돈만 원하기 때문이다, - P338

이런 부도덕한 놈이 이런 운도 없이 불쌍한 오케스트라를 구축하고 그 뒤에 숨어 있어, 놈들은 숨어야 하니까, 거듭 반복하는 말이지만, 야생동물처럼 그뒤에 숨어 있어, 나는 보스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그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 속은 어디에도 못지않은 낫치이지만, 행진하지 않고 깃발을 흔들지 않으며 낫치식 도발로 주의를 끌지도 않아, 아니, 정말이지, 그들은 수년 동안 아무 주의도 끌지 않았어, 바로 그런 이유로 내가 이 그룹을 의심하고 여전히 의심이 든다는 거야, 특히나 고향 마을에서, - P339

농담처럼 말했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 P341

폴리차이(경찰) - P346

그 로자리오는 장난이 아니라고, 이 남미 사람들은 네놈 무덤에 오줌 갈겨야 겨우 멈춘다고, - P349

푀르트너(문지기라는 뜻) - P350

저는 행복합니다, 당신 앞에 떡하고 버티고 선 사람은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여기 일자리를 얻은 이후로 마침내 원하던 잠을 다 잘 수 있으니까요, - P351

Letészem a lantot, (nyugodjék)(나는 수금을 내려놓고, (쉬도록 두리라)). 1850년에 발표된 헝가리 시인 어러니 야노시Arany Janos의 시 제목이자 첫 행이다. 원래 어러니야노시 시인이 ‘앞으로 시를 안 쓰겠다‘는 의미로 사용했지만, 현재 ‘일을 안 하겠다‘, ‘일을 그만두겠다‘는 일반적인 표현으로 사용된다. - P351

불평한들 무슨 소용이랴? - P351

오시(동독인) - P352

악투엘(시보) - P353

뭐라도 할 만한 활동을 찾아보라고, - P359

국화는 가을에 피는 마지막 꽃이야, - P360

국화는 다년생 식물이고 봄에 아주 싸게 구할 수 있어, - P360

항상 국화를 "죽음의 꽃"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속을 드러낼수가 없었다, - P361

뭐든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 P363

좋아하는 것을 최상으로 먹고 마시는 일이 그들에게 중요했기 때문에, - P364

꿀이 더 이상 팔리지 않아서 기분이 너무 꿀꿀하다, - P375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도대체 알 수가 없다, - P377

‘분데스레푸블리크 도이칠란트(독일 연방)‘ - P383

기필코 하겠다고 물고 늘어지며 고집했다 : #원문에는 ‘개를 말뚝에 묶다köri az ebet a karóhoz"라는 관용구를 쓰고 있는데, 흔히 고집스럽게 끝까지 고수한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못 미덥지만 큰소리로 장담한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표현이다. 후자의 뜻은 앞서 보스 집 마당에서 플로리안을 놀릴 때의 상황과 연결된다. - P390

<팔셰 벨트, 디어 트라우 이히 니히트! (기만적인 세상이여, 그대를 믿지 못하는도다!)> - P392

어디에도 가고 싶지않았다, 목이 마르지도, 배고프지도 않았다,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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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수학자 금종해 님과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었다. 금종해 님은 AI시대에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고력思考力이라고 말한다.

중고등학교 교육은 문해력이든 수학적 사고력이든 그때 배운 지식을 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고하는 과정, 문장을 이해하고 쓰는 사고력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P87

사고력을 기른 다음에 AI의 도움을 받는 쪽으로 가야지 AI에 의존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위험합니다. - P87

지난 수천 년 동안 수학을 발전시켜 온 동력 중 하나는 자연과학, 공학 등 인접 분야와의 교류를 통한 자극, 다른 하나는 수학적 완결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발전한 수학이 AI의 기초가 되었고, 따라서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시대입니다. 수학과 AI는 이제 한 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AI는 마술이 아니라 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 P88

아무도 답을 모르고 문제 자체가 맞는 문제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인간의 창의성이 핵심입니다. - P89

소재와 설정에 대한 기존의 탐구와 이해를 파헤쳐서 통념과다른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 P94

언어모델 AI의 재미있는 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그럴싸한‘ 답변을 어떻게든 쥐어짜내서 내놓아 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진짜 현실에서 정말 존재하는 것을 리서치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환각으로서 단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사람은 독자를 속일 수 있는 그럴싸한 거짓말을 쥐어짜내는 게 목표이니,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언어모델 AI가 내놓는 ‘억지 리서치‘가 소설의 개연성을 보강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 P95

뭘 물어야 하는지 잘 모르고 막연할 때 질문을 좁히는 용도로 유용한 듯해요. 집필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는 느낌이에요. 충분한 리서치를 거쳐 구상한 다음, 초고에서는 세부사항을 생략해 가면서 이야기를 쭉 쓰고, 수정고에서 세부사항을 채워 넣는데요, 이 수정고를 쓸 때 집중도가 높아지더라고요. - P97

저는 문학적인 글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는 통념을 깨거나,
흔한 것을 낯설게 인지하게 만들거나,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는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세계를 보는 방식을 흔들어놓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P101

현재의 언어모델이라는 건 확률적으로 최적화된 개연성이 높은 답변을 출력하는 것이고 그렇게 유도된 메커니즘, 그리고 그렇게 의도된 훈련 데이터를 가지고 만들어지죠.
즉 어느 정도는 통념에 종속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걸 국소적으로는 깰 수 있죠. 예를 들면 엄청나게 독특한 인풋을 넣으면 답변이 독특하게 나와요. - P101

리서치할 때 ‘아직 현실에는 없지만 가능성을 밀어붙이면 그럴싸하게 답변할 수 있을 정도의‘ 질문을 던지면,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아도 있을 법한 내용을 지어내는 그런 수준은 가능해요. 그런데 문학은 문장이나 문단 단위로 하는 것이 아니죠. 결국 긴 분량에서, 전체를 한 번에 보면서, 통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메타적으로 인지하면서 국소적으로는 그 통념을 깨는 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단 현존 언어모델은 기억 가능한 메모리의 양, 한번에 출력 가능한 분량, 출력 메커니즘 전부가 이걸 달성하기에 부족한 것 같아요. - P101

제가 알기로 언어모델의 출력은 메이저 모델에서는 항상 순차적이에요. 인간은 초안을 쓰고 고치고, 또 문장을 쓰는 도중에 앞으로 돌아가서 수정하고, 이 과정을 문단, 장, 단행본 전체 범위에서 할 수 있는데 언어모델은 한 번의 출력 범위안에서도 그게 안 된다는 거죠. - P102

문학을 통해서 무언가를 낯설게 만들거나, 통념을 깨거나,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작업은 ‘특별한 문장+특별한 문장+특별한 문장‘으로 수행되는 게 아니라 평이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수많은 문장의 조합을 통해서, 그 전체 효과를 계속해서 인지한 상태에서 전체의 조율과 삭제, 생략과 더하기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언어모델의 순차적인 생성, 그리고 전체에 대한 인지 (앞으로 쓰려고 하는 내용을 미리 인지한 상태에서 지금의 문장을 조율하고 선택하는 능력) 부족이 문학적인 글쓰기의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 P102

AI가 쓴 글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것은 AI가 저자로서 감수하는 위험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뭔가를 주장하거나, 내세우거나, 표현하는 건 항상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 P103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아,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어, 누군가 이런 주장을 한다면 사람들의 흥미를 못끄는데요. AI는 이것도 저것도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뭐든 주장해 줄수 있죠. "AI가 쓴 글은 다 쓰레기야!" 이렇게 강력하게 주장하면, 주장한 사람은 굉장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고 (쓰레기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동시에 이 글과 그 저자는 관심을 받게 되겠지요. - P103

AI를 도구로 활용하려면 최소한 자기 영역에서는 AI와 동등한 역량이 있거나 AI의 답변을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 P105

"초고 3천 자를 쓰는 동안은 AI를 쓰지 않고 스스로 쓴다" - P105

사실 단편 하나를 쓰려면 3천 자를 일곱 번 써야 하거든요. - P105

‘AI를 문학 글쓰기에 활용하면 안 된다‘는 윤리나 도덕보다는 ‘그렇게 하면 글이 재미가 없고, 난 작가가 될 수 없다‘, 이런 생각이 더 현실적일 것 같습니다. - P105

‘글‘이라는 게 수많은 매체 중에 가장 머리를 써서 공들여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P106

AI에 대한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AI를 무작정 기피하거나 비관하기보다 더 잘 이해하고 그 한계와 가능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 P108

VST(Virtual Studio Technology) - P116

스포티파이는 미래형 컬렉션인 것 같아요. AI가 추천한 미래형 아카이브라는 게 너무 애들한테 중요한 일상이 됐어요. 학생들 보면 플레이리스트가 자기 자신이에요. 그래서 플레이리스트가 최신 트렌드인 줄 알았는데 바뀐 거예요. 이제는 존재하지도 않는 음악을 맞춤형으로 생성하는 시기가 된 거죠. 그 바뀌는 주기가 3개월 정도? 6개월이면 옛날인 셈이에요. - P120

AI로 인해 바뀌는 사회에 맞추어 또 다른 인간의 시야가 생길 것 - P121

변화될 사회를 예측해 보고 내가 어떤 선택이나 행동을 할 수 있는지를 더 보고 싶은 것 같아요. - P121

사람은 악기를 연주하는 과정을 종합하면 음악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AI는 악기들이 아니라 그냥 사운드로 재현하는 거예요. 그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것 같아요. 악기의 총합이 음악이기도 하지만 어떤 주파수들의 합성도 음악으로 나타나는 거죠. - P122

고통이라는 게 자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비상 상태의 신호잖아요. - P125

너무 인간 위주로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자 - P128

‘갓‘은 변해가는 것들의 첫 순간에 붙이는 말입니다. 이 순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품고 있어서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 P130

미래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인간과 기계[사물]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보완적으로 존재하면서 세계를 구성해 나갈 것 - P133

"나의 경험을 진실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를발명해 내야만 한다." - P139

"교육받은 자아, 사회화된 자아 안에 잠들어있는 더 진실된 자아가 가리키는 방향을 찾아가는 일이다." - P139

지금껏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적 글쓰기, 차곡차곡 개념을 정리해서 건축물처럼 쌓아올린 글쓰기, 핵심문장을 밑줄 치게 만드는 글쓰기를 머리-글이라고 한다면 물 흐르는 듯이 내 진실된 감각을 믿고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진 글을 몸-글이라고 했다. - P139

우리는 세상을 다시 써야 한다. 내밀한 나의 이야기를 당당히 써야 한다. - P141

군집은 웹 공간을 허위 정보로 가득 채워 LLM의 학습 데이터를 오염시키는 전략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래의 인공지능과 시민 모두가 의존하게 될 인식 기반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 - P149

빙하는 지구의 역사를 담고 있는 타임캡슐로 불린다. 눈이내려 쌓일 때의 공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공기 속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의 농도를 분석하면 과거 지구가 따뜻했는지, 혹독하게 추웠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 P167

인류는 빙하에 남아 있는 기록을 더듬어 80만 년 전 기후까지 복원해 내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라 기온 그래프가 움직이며 빙하기와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급격한 기후 변화의 책임이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도. - P167

오래된 빙하를 손실없이 온전하게 시추했다는 얘기는 가혹한 추위를 암시한다. - P167

남극 조약은 남극에서 군사 행동이나 영유권 주장을 금지하고 평화적이고 과학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한 국제협약이다. - P168

아이스 메모리 프로젝트는 빠르게 녹고 있는 전 세계 빙하를 시추해 안전한 곳에 보존하자는 국제 공동 사업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주도로 유럽의 스위스와 독일, 노르웨이, 스페인, 그리고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인도 등이 참여하고 있다. - P168

빙하를 보존하는이유는 빙하가 단순한 얼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빙하는 지구에 존재하는 담수의 3분의 2를 저장하고 있는 수자원이기도 하지만, 과거와 미래의 기후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 P168

매년 평균 580억 톤의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의 해수면 상승에 5% 정도 기여하고 있다. - P168

빙하가 모조리 사라지거나 훼손되기 전에 온전한 빙하라도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전해주자는 것이 바로 아이스 메모리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과거의 소중한 유물을 박물관에 보관하는 것처럼 말이다. 미래 세대에게 과거의 기록이 담겨 있는 빙하를 전해줌으로써 기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다가올 기후를 연구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 P169

유네스코가 빙하 보존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빙하가 과거의 기록을 담고 있는 인류 공동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빙하 자체를 유산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빙하가 포함된 세계자연유산은 50여 곳에 이른다. 스위스 알프스의 융프라우-알레치, 미국 알래스카 랭겔-세인트 엘리아스 국립공원, 뉴질랜드 통가리로 국립공원 등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대표적인 빙하지대다. - P170

아이스 메모리 재단은 2016년 프랑스 알프스를 시작으로 남미 볼리비아와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파미르 고원, 북극 스발바르 제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에 이르는 전 세계 곳곳에서 산악빙하를 채집해 왔다. - P170

빙하를 보관하는 장소로 남극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남극 돔 C 주변은 평균 기온이 영하 50℃에 머물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전기 공급 없이도 빙하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천연 냉동고라고 할 수 있다. - P171

남극에 빙하 보존소가 있다면 북극 스발바르 제도에는 국제 종자 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가 있다. 전쟁이나 재난으로 식량작물의 종자가 사라질 경우에 대비한 금고 같은 곳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온 씨앗이 보관되어 있다. 북극 영구동토의 차가운 암반 아래 지은 지하 동굴은 항상 영하 18℃를 유지해 종자를 최상의 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시설이다 보니 ‘노아의 방주‘로 불리기도 한다. - P171

스발바르 종자 저장고가 ‘생명‘의 백업이라면 아이스 메모리 보존소는 ‘증거‘의 백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 변화가 자연에 남긴 과학적 증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 P172

‘터‘는 사건의 조건이고 바탕입니다. 과학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물리적 조건이라는 ‘터‘ 위에서 일어납니다. - P174

세계 최대 전기전자공학자 단체인 IEEE는 AI(인공지능)라는 단어가 줄 수 있는 불필요한 의인화 등을 우려하여 AI라는 용어보다는 A/IS(Autonomous Intelligent System), 즉 ‘자율지능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 P177

우리는 미래를 생각할 때 종종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아직 오지않은 시간을 상상하면서도, 현재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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