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100자평] 드립백 콜롬비아 엑셀소 디카페인 #4

1년 전엔 이 포장 디자인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얼마전 알라딘 커피가 리뉴얼 하면서 기존에 있던 드립백 포장 디자인도 전체적으로 바뀐듯 하다.

뭐 껍데기보다는 안에 있는 내용물이 더 중요한 법이니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예전 디자인에 익숙해져있어서 그런지 아직은 생소하다는 느낌이 좀 더 강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또 적응 되고 뭐 그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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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 속 배경이나 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인상적이었고, 밑줄 친 문장 중에서는 뭔가 와닿는 문장들도 있어서 좋았다. 이와 더불어 내 감성도 한 층 더 깊어진 느낌을 받았다.

그는 이미 너무 초췌하고 앙상해져 엄지와 중지를 구부려 팔꿈치를 잡을수 있을 정도였다. 군복은 마치 옷걸이에 걸어둔 것처럼 그의 말라빠진 몸에 겨우 걸쳐진 채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굶주림은 여전히 그를 지배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한때 자신이 짐승들을 향해 달리고, 쫓고, 또 죽일 만큼 강한 힘을 가졌었다는 게 지금은 아예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 그는 이 세상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버림받은 채,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야마다는 이러한 아이러니에 대해 곰곰이 성찰했다. 아무도 그의 부재를 진심으로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미네코는 물론이고 어쩌면 이토 아쓰오조차도.

야마다에게는 그의 삶이 최소한의 중요성과 의미를 갖고 마무리된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힘이 빠져 더는 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야마다는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일단 그런 자세를 취한 이상 아예 누워버리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칠수가 없었다. 그래서 야마다는 숲속 바닥이 그의 침대이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 그의 담요인 양 몸을 쭉 펴고 누웠다. 이렇게 있다 보니 오히려 마음이 놓이고 마침내 따뜻하고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게 신기했다.

바로 그 순간 야마다는 자신이 어디서 이 모습을 보았는지 생각해 냈다. 아주 오래전, 여기서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어느 산 속에서 바로 이렇게 눈 위에 누워 있는 남자를 발견하지 않았던가. 시체나 다름없이 보이던 그 남자.

당시의 야마다는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이 바뀌리라는 걸 짐작조차 못했지만, 그 이후 일어났던 모든 일을 조화롭게 맞물리게 하는 어떤 절대적인 필연성이 수정처럼 또렷한 의식의 물결 속에서 그를 압도했다.

논리적으로든 비논리적으로든 발생했던 불가역적인 사건들, 그 모든 일이 그를 정확한 최종 목적지인 이곳에 안착시켜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왜‘라는 물음조차, 이제 새하얀 저 하늘에서 깨끗하게 녹아 사라지는 듯했다.

"이제 알겠군." 그는 중얼거렸다. 아니, 어쩌면 속으로 생각하기만 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의 언어가 목구멍을 떠나 음성이 되었는지, 혹은 그의 머릿속을 떠다니는 의식의 단편으로만 남았는지도 더는 분명하지 않았다. 그가 실제로 소리를 냈다 한들, 그걸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야마다는 마침내 평온을 찾았다.

한 청년이 정호의 오른편 골목에서 부리나케 달려가는가 싶더니,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러 거리의 무거운 정적을 깨뜨렸다.
"일본이 항복했다!" 그의 목소리가 쨍하게 울렸다. "한국은 독립국이다!"

마지막 빗방울 하나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댐처럼, 사람들이 숨 막히는 속도로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정호는 곧 수백 명, 그리고 수천 명 이어 수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서로 얼싸안고, 노래하고, 울고,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들도 더는 낯선 이가 아니었다.

이 열정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혹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가장 위대한 사랑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이 감정을 억누를 수없어서 정호는 크게 울부짖었다.

황홀함의 절정에 빠져 목을 놓아 흐느끼는 순간, 비로소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울컥한 짠맛에 목구멍이 콱콱 막혀 오고 그렁그렁한 눈물로 눈시울이 흐려져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지금, 정호는 극도의 환희, 자유라는 이 감각에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겼다.

하지만 정호의 냉담한 침묵 앞에서 옥희는 그들이 다시는 예전 같은 친구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널 연화한테 데려다 주려고 왔을 뿐이야." 마침내 정호가 입을 열었다.

어쩌면 사람은, 그가 살아있다고 생각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에야 비로소 죽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쟁의 여파 중 유일하게 좋은 점이라고 할 만했던 건 시장에서 아편을 하나도 구할 수 없게 되어 강제로 마약을 끊고 중독에서 벗어나게 된 일이었다고 연화는 말했다. 그 과정을 겪느라 거의 죽을 뻔했지만 이제 더는 아편을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인생이란 게 얼마나 웃기니. 이모가 조금만 더 오래 사셨다면 미국에서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옥희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제 그에게는 이 월향의 편지가, 자신의 비참한 몰락을 가져온 이 나라를 탈출해 세계를 반 바퀴돌아야 닿는 먼 곳에서 삶을 다시 시작해 볼 기회인 셈이었다.

옥희는 앞으로 그 어떤 새로움에도 손을 뻗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이미 충분히 아픔을 겪었으므로.

옥희는 이제부터는 좋은 일들만 그의 앞길에 있으리라 믿었다. 오직 크나큰 평화만이 깃들기를. 이제 그가 막 건너가게 될 바다의 이름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작별을 고한다 해도 떠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가끔 화를 내거나 슬퍼하기도 하지? 사랑 때문에 기쁨도, 즐거움도 느끼고?"

인생은 곧 바퀴였다. 영민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그 바퀴를 잘 굴려 어디로든 갈수 있었다. 반면 어리석거나 운이 나쁜 사람은 그 바퀴에 깔려 무참히 짓밟힐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직 그 바퀴를 앞쪽으로 굴러가게 하는 일에온 힘을 쏟았다. 먹고 자고정사를 나누고 아이를 갖는 것처럼 흔히 인생의 휴식 혹은 쾌락이라 여겨지는 일조차도, 실은 무의식중에 그저 그 바퀴를 앞으로 굴리는 일에 불과했다. 그들이 진정으로 멈추는 순간은 오직 죽음을 맞이할 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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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초반에 일본군 장교가 산에서 길을 잃고 혹독한 추위에 떨며 죽을 뻔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산의 지리를 잘 아는 조선인 길잡이가 그 일행에 있었다. 그 때 이 길잡이 덕분에 이 일본군 장교는 무사히 하산하여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된다. 그 때의 인연으로 그 일본군 장교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그 조선인 길잡이에게 자신(일본군 장교)의 이름이 새겨진 은제 담뱃갑을 주면서 혹시라도 목숨을 위협 받을 때 누구에게라도 이 담뱃갑을 보여주면서 얘기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소설 속 시대 배경으로 그게 1910년대 였고, 오늘 읽은 부분은 어느덧 30여년이 지난 1944년이었다. 그 사이에 당시 조선인 길잡이였던 남경수는 운명을 달리했고, 그의 아들인 남정호는 아버지의 유품인 그 은제 담뱃갑을 물려받게 되는데, 정호가 아버지의 유품이기에 자신의 몸뚱아리처럼 지켜왔던 이 은제 담뱃갑이 오늘 읽은 부분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운명의 장난처럼 30년 전 정호의 아버지에게 은제 담뱃갑을 줬던 일본군 장교와 포로로 잡혀서 먼 이국 땅에서 총알받이로 전쟁터로 끌려갈 예정이었던 정호가 만나게 된다.

소설 초반부에 잠깐 나왔다가 한 400페이지 넘게 나오지 않던 인연의 끈이, 오늘 읽은 부분에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작지만 강력한 전율이 느껴졌다. 일제시대의 그 냉혹한 현실 속에서 조금이나마 온기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정호는 이보다 더 오랫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눕지도 못한 채 버텨냈던 과거의 순간들을 되새겨 보려 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엔 자신이 앞으로 더 오래살아서 뭔가 끝까지 해봐야 된다는 확신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었든, 지금 그는 인생에서 볼 일은 이미 다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쯤에서 고통을 끝내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았다.

정호의 손이 담뱃갑을 쥐는 순간, 장교의 군홧발이 그의 손목을 밟아 땅속으로 파고들 정도로 거칠게 짓이겼다.

이마를 쓸어 땀을 닦은 뒤 장교는 마치 동물들이 다 잡은 먹잇감을 데리고 장난을 치듯 여유롭게 정호의 배를 한 번 세게 걷어찼다. 일격을 맞은 정호는 몸을 낮게 웅크린채 허리춤 안에 들어 있는 칼을 남몰래 더듬어 잡았다.

"이걸 어디서 구했나?" 장군이 정호의 얼굴 앞에 담뱃갑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정호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그를 죽일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아버지께서 물려주셨다."

장군은 손가락 두 개가 없는 손으로 담뱃갑을 요리조리 신기한 듯 돌려보았다. 잠시 그 물건에 완전히 매료되어 경계를풀고 무방비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정호가 엄지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칼자루를 더듬은 순간,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정호를 깊이 응시했다.

"네 아버지에게 이걸 준 사람이 바로 나다…………. 우리는 거의 30년 전 평안도 산속에서 우연히 만났고, 네 아버지 남경수가 내 목숨을 구했다. 그때 난 그에게 보답하고자 나중에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린다면 아무에게든 이걸 보여주고 목숨을 건지라고 했지. 그게 바로 내가 될 줄은 전혀 몰랐군." 장군이 말했다. "이걸 내 눈으로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정호는 그 장군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이 남자가 생전의 아버지를 알았고, 심지어 아버지에게 어떤 믿음의 징표까지 보답으로 남긴 적이 있다는 것만 겨우 깨달을 뿐이었다. 자신이 평생 소중하게 간직해 온 아버지의 유품이 바로 그것이었다. 어느새 이 남자를 죽이겠다는 생각은 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처음엔 네가 어디선가 이 물건을 훔쳤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듣자 하니 네 말은 전부 진실인 것 같군."

"왜 내 말을 그렇게 쉽게 믿는 거지?" 정호가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네 생김새가 네 아버지와 똑 닮았으니까." 장군이 담뱃갑의 각인을 손가락으로 쓸며 말했다. "봐, 여기. 내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야마다 겐조."

"이제부터 내 말 잘들어. 지금 나는 편지 한 통을 썼다. 이 편지를 소지한 사람은 제5군단 사령관인 야마다 겐조 장군이 파견한 특수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쓰여 있어. 이걸 가지고 어딘가 안전한 곳으로 가. 군대에 속한 누군가가 널 심문하거나 강제로 연행하려 할 때 이 편지를 보여주면 풀려날 수 있을 거야. 어쨌든 이런 식으로 잡히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 알겠나? 한 번 보내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넌 당장 떠나야 해. 행운을 빈다."

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어딘지도 모르지만, 오직 신선한 공기의 자취를 따라 자유로 향하는 길을 필사적으로 추적해 나가는 짐승처럼 잔뜩 웅크린 몸으로 그는 달렸다.

나는 살고 싶어.

그저 그는 언젠가 정호가 했던 말을 떠올릴 뿐이었다.
삶을 단단히 붙잡거나 미련 없이 놓아주거나, 그 둘 중 하나를 고를 명확한 선택의 순간이 온다고. 자신은 매번 죽음을 거부하는 쪽을 택해 왔다고 정호는 말했었다.

"난 한때 사랑했거나 아꼈던 모든 사람을 잃었어."
옥희의 목이 메었다. "이제 내겐 싸워서 지킬 것도 없어."
"아, 그런 건 상관없어. 죽을 때까지 싸워야지. 그게 바로 관건이란 말이야."

"무섭냐고? 아니. 뭣 때문에? 사람은 모두 언젠가 죽기 마련이야. 내 손으로 죽인 사람들도 많고. 이러다 언젠가는 내 차례도 오겠구나 싶을 만큼 많았지. 하지만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일찍 죽는 것은 소인배들에게나 있는 일이지. 그리고 내겐 계획이 있거든." 이토는 옥희 쪽으로 바짝 몸을 숙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고 나면 조선은 독립을 얻게 될 거야. 여기 반도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겐 끔찍한 선고란 말이야.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나는 본토로 돌아간다."
남자는 빈 잔에 사케를 한차례 더 따라 마셨다.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그게 널 위한 내 조언이야."

그들은 잠시 말이 없었다. 서로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기에 아무런 설득도, 아니 설득의 가망성조차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수들은 결코 옥희를 두렵게한 적이 없었다. 정말로 야만적이고 짐승 같은 행동으로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건 언제나 인간들이었다.

다른 이들의 염려 혹은 의심 섞인 눈초리에 그는 이내 탁자 위에 있는 자그마한 검은 점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그것은 평생 서둘러 먹이를 구하고 어딘가에 쟁여두어야 한다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사명에 투신하고 있는 개미 한 마리였다. 야마다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계속 그 개미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가 한 말의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종말이 임박한 전투의 목전에서 최고 사령관이 병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이었고, 병사들 역시 그의 의도를 알고 이를 받아들였다.

이제 그는 혼자였다.

이처럼 극명한 패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대일본제국군 장성에게 선택지는 명예롭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뿐이었다. 누구라도 야마다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신조차 놀랍게도, 야마다는 곧장 몸을 돌리고는 숲이 무성한 산등성이를 향해 온 힘을 다해 힘껏 내달리기 시작했다.

야마다는 숲에 닿기 직전에 그 세 발 중 최소한 한 방이 자신에게 명중했음을 확신했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죽는다는게 바로 이런 느낌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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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옥희와 한철, 정호 간의 삼각관계를 잠시 논했었는데, 그 때는 옥희가 정호를 밀어내는 장면이었고, 오늘은 한철이 옥희를 밀어내는 장면이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밀어냈을 때, 거절당했음을 자각했을 때 느껴지는 마음의 고통은 정호나 옥희나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물리적인 힘을 사용한 정호와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던 옥희의 반응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면에 입은 마음의 상처 혹은 일종의 배신감 같은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굉장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듯 하다.

또한 옥희가 정호를 밀어내고 난 뒤 한철에게 거의 비슷하게 거절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보면 사람이라는게 자기가 한 행동을 거의 그대로 돌려받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남의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은 꼭 자신이 상처를 줬던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곳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경우들이 생기는 것 같다. 극 중의 옥희도 그러했고, 잘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게 현실이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남을 헐뜯고 비방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또 다른 사람들로 부터 동일하게 그러한 부정적인 것들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직접적인 복수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관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어딘가에서 자신이 뿌렸던 악한 행동들을 뿌린대로 거둘 것이라는 것을 오늘 읽은 부분에서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갑자기 좀 생뚱맞은 얘기일수도 있는데, 세상이 아무리 나쁘고 더럽고 치사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괜시리 와닿는다. 그게 복이 되고 덕이 되어 다른 어디에선가 내게로 돌아올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런 큰 그림을 가지고 사는게 복받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사실 그가 쓰는 단편이나 장편소설마다 단이가 남긴 흔적 몇 가지는 성수의 원고지를 떠나는 법이 없었다.
단이는 그에게 있어 영감의 잉크라 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모든 면에서 특별한 사람이었다.

"각 부품을 상세히 연구하다 보면 자동차도 그렇게 이해하기 어렵진 않아. 사실 나는 그래서 자동차가 좋아. 뜯어보면 단순하거든. 계산, 회계, 이런 것도 전부 단순한 일들이고.
정말 복잡한 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지." 한철은 지친 얼굴로 웃어 보였다.

"난 자기를 행복하게 하고 자기는 날 행복하게 하잖아. 인생은 짧은데 왜 우린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걸까?"

"끝이라고? 끝이라!" 옥희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한철이 그 단어를 그토록 쉽게 발음한다는 사실이 그의 내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나는 당신을 만난 이후 지금까지 그 오랜 세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만을 사랑해 왔어. 내 모든 것이 아플 만큼. 당신도 이 말이 진실이라는 걸 알 거야.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당신 마음속에는 계속 따스한 온기와 밝은 한 줄기가 머물고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이제 난 당신을 향한 그 사랑을 멈추려고 최선을 다할 거야. 언젠가 당신 안의 태양이 더는 빛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날, 당신도 내가 더 이상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

"한철 씨는 내게 줬던 사랑만큼, 꼭 그만큼의 고통도 나에게 안겨줬어."

그러나 단 한 개도 온전히 떨어지지 않은 채, 그 모든 씨앗은 하늘과 땅 사이의 하염없는 공간을 계속 둥실둥실 떠다닐 뿐이었다. 자신의 말이 바로 그 흰 씨앗들처럼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하고 방 안의 허공을 맴돌기만 한다는 걸 느꼈을 때, 옥희는 이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다음이 없다는 걸 알면서 듣는 "다음에 또봐요"라는 그 말이 얼마나 더 애틋한가? 종말에 가까워질수록 얼마나 더 자비와 용서의 마음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는가?

만주국은 표면상 중국의 마지막 황제를 통치자로 내세웠으나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괴뢰 국가였다. 하지만 그처럼 넓은 영토의 대국을 한꺼번에 삼키려다 보면
목에 커다란 가시가 걸리기 마련이다.

중국에 온 뒤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기에 정호에겐 지나간 일들과 자신의 감정을 곰곰이 돌이켜 볼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했고, 그 덕에 그는 가슴 찢어지는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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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 파우치 엘살바도르 SHG EP - 40ml*5ea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9월
평점 :
품절


알라딘 콜드브루 신제품 나올 때마다 거의 다 주문해서 잘 마시고 있는데 이번엔 또 어떤 맛으로 우리들의 입맛을 즐겁게 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알라딘 커피는 언제나 믿고 마실 수 있는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어서 이번 제품도 믿고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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