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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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작가님이 써왔던 작품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으며, 거기에서 파생된 어떤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작품이 나오는데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 투입되며, 그 퀄리티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한 작가님의 숨겨진 노력이 어떠했는지도 짐작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읽었던 작가님의 작품들에 대해 좀 더 심도있는 이해를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책의 중후반부 이후에는 작가님이 조그마한 정원을 가꾸며 썼던 일기를 만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작가님의 진솔함과 소박함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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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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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처럼 ‘흰‘ 것과 관련된 다양한 키워드들을 소제목으로 하여 이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나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저자의 실제 가족사史와 관련된 얘기들이 실려있기에 본문에 나온 내용들이 좀 더 진솔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뒷부분에 수록된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한강 작가님이 그동안 써왔던 여러 작품들을 보다 더 심도있게 바라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맨 뒤에 수록된 작가의 말을 통해 《흰》이 나오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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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평론가가 ‘시간‘의 진정한 의미와 그 본질에 대해 잠시 언급했었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이어진다. 책에는 직접적으로 나와있진 않지만 본문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시간의 불가역성‘ 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뒤로 돌아갈 수 없는 어떤 것이 시간이 가진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평론가는 이러한 ‘시간의 불가역성‘으로 한정지어 생각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시공을 초월하여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의 시간에 대해서도 추가로 언급한다. 이는 다소 철학적인 개념이라 이해하는 것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지만 본문을 따라 쭉 읽어나가다보면 평론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부분은 철학자 하이데거의《시간개념》 이라는 책을 참고하여 평론가가 평론한 것인데, 한강 작가의 작품을 한층 더 심도있게 바라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확실히 평론가가 바라보는 관점이 나같은 일반인들과는 그 깊이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현재가 과거를 돕고 산 자가 죽은 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돕는다. - P165

현재의 살아남은 자가 회복되는 것은 과거의 죽어가고 있던 자와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말하자면, 현재의 살아남은 자들을 위해 소년이 오는 것이다. 소년의 도움으로 인간은 본래적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시간으로서의 자신의 본질을 전개시키는 것이다. - P166

우리는 시계가 째깍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의 바깥에서 과거와 만날 수 있으며 이 만남을 통해서만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 P166

"우리가 시간 밖에 있으니까요." - P166

죽은 자의 도움으로 우리가 타인의 죽음을 끌어안으며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울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궁극의 가능성으로 되돌아가는 것, 본래적 시간으로 뛰어드는 것, 시계의 시간을 벗어나는 것, 일상인의 용어로 말하자면 시간의 바깥에 있는 것이니까. 시간의 바깥에서 시계는 멈추고 눈 한 송이는 전혀 녹지 않는다. - P167

달콤한 것을 먹여 사랑스럽게 보살펴도 우리 육신은 반드시 무너지고, 비단으로 감싸 곱게 보호해도 목숨에는 끝이 있네. _원효 스님의《발심수행장》 - P173

와지엔키 공원의 숲길을 목적 없이 걸었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부터 쓰고 싶었던《흰》이란 책에 대해, 그렇게 걸으며 생각했다. - P174

모국어에서 흰색을 말할 때, ‘하얀‘과 ‘흰‘이라는 두 형용사가 있다.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흰‘ 책이었다. - P174

1944년 구월 시민 봉기 이후 히틀러가 본보기로 절멸을 지시했던 도시, 폭격으로 95퍼센트 이상의 건물들이 파괴된 도시, 부서진 흰 석조건물들의 잿빛 잔해만이 끝간 데 없이 펼쳐져 있던 칠십 년 전의 그 도시 - P175

고독과 고요, 그리고 용기. 이 책이 나에게 숨처럼 불어넣어준 것 - P176

우리 안의 깨어지지 않고 더럽혀지지 않는, 어떻게 훼손되지 않는 부분을 믿어야 했다ㅡ믿고자 할 수밖에 없었다ㅡ.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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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화자의 가족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본문에서 화자의 어머니는 첫 딸아이를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낸 이듬해에 두번째로 사내 아기를 조산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달수를 못 채우고 나온 아이는 얼마 뒤 죽었다고 한다. 화자는 이 얘기를 하면서 어머니가 자신을 낳기 전에 낳았던 딸과 아들이 만약 죽지 않고 다 살아남았다면 자신과 자신의 남동생이 태어나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말을 덧붙인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러한 가족사를 배경으로 하여 나온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안타깝기도 하고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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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다 끝나고 난 뒤에는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이《흰》뿐만 아니라 한강 작가가 그동안 출간했던 다른 작품들까지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서 작가님의 작품들이 시사하는 것들을 보다 심도있게 논한다. 개인적으로는 요근래에 거의 다 읽어봤던 작품들이라 해당 작품들을 읽었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서 그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하는 어떤 메시지나 질문들에 대해 잠시나마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추가로 독자인 내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책들에 나온 심도있는 생각들을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통해 그것의 일부라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나의 지경을 넓혀주었다. 설령 내가 아무리 고민하더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생각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정말 유익했다.

만일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 나는 이 삶을 살고 있지 않아야 한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면 당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 P109

어둠과 빛 사이에서만, 그 파르스름한 틈에서만 우리는 가까스로 얼굴을 마주본다. - P109

당신의 눈으로 바라볼 때 나는 다르게 보았다. 당신의 몸으로 걸을 때 나는 다르게 걸었다. - P110

나는 당신에게 깨끗한 걸 보여주고 싶었다. 잔혹함, 슬픔, 절망, 더러움, 고통보다 먼저, 당신에게만은 깨끗한 것을 먼저. 그러나 뜻대로 잘되지 않았다. - P110

그렇게 당신이 숨을 멈추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결국 태어나지 않게 된 나 대신 지금까지 끝끝내 살아주었다면. 당신의 눈과 당신의 몸으로, 어두운 거울을 등지고 힘껏 나아가주었다면. - P111

삽시간에 저고리를 태운 불이 치마로 타들어가는 것을 나는 봤다. 무명 치마의 마지막 밑단이 불꽃 속으로 빨려들어갈 때 당신을 생각했다. 당신, 올 수 있다면 지금 오기를. 연기로 지은 저 옷을 날개옷처럼 걸쳐주기를. 말 대신 우리 침묵이 저 연기 속으로 스미고 있으니, 쓴 약처럼, 쓴 차처럼 그걸 마셔주기를. - P121

길었던 하루가 끝나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다. 난롯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듯, 침묵의 미미한 온기를 향해 굳은 손을 뻗어 펼칠 시간이. - P122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 - P125

그 흰, 모든 흰 것들 속에서 당신이 마지막으로 내쉰 숨을 들이마실 것이다. - P127

"물음들은 대답에 이르는 길들이다. 대답이 언젠가 주어지게 될 경우, 그 대답은 사태실상에 대한 진술 속에 존립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어떤 변화 속에 존립할 것이다." - P132

질문은 어떤 대답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대답은 무엇인가를 해명하며 질문을 해소하는 진술 속에 있지 않다. 질문이 충분히 개진되었을 때, 그 질문을 숙고하고 있는 사유 그 자체가 변화하는데, 바로 그 ‘변화‘ 안에 답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질문은 질문 그 자체로, 보다 정확히는 스스로를 밀고 나아가다가 다른 질문이 되고마는 일련의 이행 자체로 작동해야만 한다. - P132

해결책으로서의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답을 찾아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오히려 어서 빨리 끝을 보고 싶은 초조함 때문에 질문을 숙고하던 사유가 끝낼 수 없는 사유의 운동으로부터 물러서서 자신의 운동을 중단한 순간이 될 수 있다. - P133

인간적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결국 저마다의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폭력으로 얼룩진 어떤 끔찍한 얼굴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스스로가 더이상 인간이 아니기를 바랄 때에만, 인간적 상황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몸짓을 진지하게 수행할 때에만, 간신히 인간적인 무엇인가를 보존할 수 있다. - P133

"되기(=생성)는 결코 관계 상호 간의 대응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사성도, 모방도, 더욱이 동일화도 아니다. (......)이 되기는 자기 자신(생성 그 자체ㅡ인용자) 외에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ㅡ자본주의와 분열증 2』 - P134

"말과 침묵, 어둠과 빛, 꿈과 생시, 죽음과 삶, 기억과 현실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은 사이에만 있을뿐 아니라, 그것들을 안팎으로 둘러싸며 가득차 있다. 내 말들이 그 공간을 진실하게 통과해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 P134

두 요소들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에 대한 탐구가, 거기에서부터만 물어질 수 있는 어떤 질문들이, - P134

왜 죽으면 안 되는 걸까? 왜 살아남아야만 하는 것일까? 인간으로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다른 존재자들을 그리고 다른 인간들을 착취하고 파괴하며 상처주는 것을 동반하거나 최소한 그런 사태 전반을 외면하는 것인데도. - P135

『채식주의자』 안에서도 이미 질문은 변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인간적 상황이 인간 이외의 것들을, 심지어 다른 인간들을 파괴하면서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인간적 상황으로부터 빠져나오지 않는 것이 윤리적으로 가능한가?‘ , 그리고 나중에는 ‘그러나 인간적 상황에서 빠져나오려는 윤리적 몸짓은 다만 죽음으로 귀결되는가? 그 결론을 우리는 수용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면, 왜 죽으면 안 되는 것인가? 왜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가? 윤리적 몸짓 안에서 우리가 인간적 삶을 껴안는 것이 도대체 가능한 일인가?‘. - P136

‘살아 있으라! 너의 삶을 거둬가고 대신에 평화로운 휴식인 죽음을 선물할 나무는 세상에 없다. 너의 자살을 거부한다. 살아 있으라!‘ - P138

우주의 모든 물질은 본래 하나였으며 동일한 중성자가 양자와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다른 물질이 되었던 것뿐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주를 이해하기로 하자면, 우리 모든 존재자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아무리 볼품없어 보이는 것일지라도 이미 0이었고 무한이었다. - P140

이동주의 먹그림, 그리고 그것을 재현하려고 했던 서인주의 작업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어둠 속에 불고 있는 보이지 않는 바람, 그 바람의 결마다 맺혀 있는 에너지의 실핏줄을 재현하며 무한의 춤을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P141

무한의 춤에 연결되어 있음을 재확인하며 그 춤을 이어서 추기 위해서, 비가시적인 그 바람을 향해, 그 바람에 관통당하며 나아가라는 명령이 그들의 작품에서 울려나오며 이 소설의 제목(바람이 분다, 가라)에 이르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어떻게 이동주와 서인주의 먹그림에서 생명의 불꽃을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불꽃에 힘입어 우리 안의 불꽃을 타오르게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P141

삶은, 세계는, "캄캄한 암흑 속에서 수많은 변수들이 만나 우연히 허락된 가능성, 아슬아슬하게 잠시 부풀어오른 얇은 거품"일 뿐이어서, "하마터면 넌 못 태어날 뻔했지". - P143

우연히 허락된 아슬아슬한 삶의 가능성은 언제고 허물어질 듯 위태롭고, 그 위태로움은 무엇으로도 해결 불가능하고, - P143

『희랍어 시간』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이해 속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삶을 수락하고 선택하더라도 ‘그것‘(삶의 척력? 죽음의 인력?) 앞에서 인간은 다시 침묵과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는 것이다. - P144

이 사람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닌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떠맡고자 했다. 군인들의 총에 맞은 사람들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듯 그 죽음에 온 힘으로 마음쓰면서, 어찌해볼 수 없는 일에 자신의 삶을 걸었거나 삶의 경로를 이탈시켰다. - P150

그들이 한 일은 그들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움으로써 인간적인 어떤 것을 보존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움으로써만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람들이다. 권력이 ‘인간이란 죄책감 없는 폭력 그 자체이거나 폭력 앞에 굴복하는 냄새나는 몸뚱이일 뿐‘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강요할 때, 그것이 인간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 사람들이다. - P150

인간이 그런 식으로 훼손될 수는 없다, 인간의 죽음이 그런 식으로 훼손될 수는 없다고 항의하고 있는 한에서, 동호가 자기 책임이 아닌 정대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는 한에서, 은숙과 선주가 자기 책임이 아닌 동호 혹은 모든 사람들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는 한에서, 그들은 그들이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며 인간적인 무엇인가를 보존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결코 희생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우리는 인간적 삶을 힘겹게 그러나 기꺼이 껴안을 수 있는 것이다. - P151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 P151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리스 블랑쇼는 조르주 바타유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썼다. "모든 인간 존재의 근본에 어떤 결핍의 원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타자를 필요로 한다. 타자를 필요로 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 P152

모든 인간 존재의 근본에는 어떤 결핍의 원리가 있기 때문에, 바로 그 결핍으로 인해서 타자의 이의 제기와 부인에 노출되고, 절대적 내재성 (혹은 자율성)에 대한 환상을 포기할 수 있다. 바로 그 노출과 포기 속에서, 타자에 의해 나의 실존이 근본적으로 부단히 의문에 부쳐지고 있다는 바로 그 점에서 나는 나 스스로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결핍은 충만함의 반대가 아니라 오히려 초과로 이어진다. 이 초과를 위해 인간은 타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 P152

타자와의 만남이 없을 때, 인간은 자기 자신 안에 갇히게 되며 무감각해질 뿐이다. 타자와의 만남이 없을 때, 절대적 내재성에 대한 환상 속에서 "스스로 자기 고유의 자기 동일성과 자기 결정력을 갖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인간은 순수한 개체적 실재로 스스로를 정립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거기에 겉으로 보아 온전할 뿐 가장 병적인 전체주의의 기원이 있다." - P153

어떤 타자가 가장 강력하게 나에게 이의 제기하고 나의 자리를 부인해서 내가 스스로를 초과할 가능성을 이끌어내게끔 하는가? 죽어가는 타인이. - P153

죽어가는 타인 앞에서, 혼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자기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음을 충실히 이행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 P153

죽어가는 타인과의 마주침, 나의 실존에 대한 이의 제기에의 노출, 인간의 결핍은 개인적 결단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결단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 원리로 놓여 있다고 - P154

"영원히 회복되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마지막 기도는 죽은 언니와 함께하고자 하는, 자신의 과오와 고통과 슬픔에서 영원히 등을 돌리지 않고자 하는 기도이기도 해요. 그런데 그 기도가 역설적으로 회복을 향하는 기도가 돼요. 자신을 허물고 자신 밖으로 간절하게 빠져나가고자 하는 자의 기도라는 점에서요." - P155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차원이 있겠는가? 언제나 이미 도래하는 소년과도 같은? 그것을 전제한 뒤에야 비로소 인간적 삶을 껴안을 수 있는? 그렇다면 그 근본적인 차원은 어떤 것인가? - P155

노랑부터 파랑까지의 색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런 색들이 칠해질 수 있는, 아직 칠해지지 않은, 어떤 텅 비어 있음이 먼저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새하얀 캔버스와도 같은. 캔버스의 ‘흰‘은 그러므로 노랑, 검정, 빨강, 파랑과 같은 여타의 색깔과 대등한 색이 아니다. 그것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색이고 다른 모든 색들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색이다. 그것은 다른 모든 소리들을 가능케 하는 소리의 잠재태인 침묵과도 같은 것이다. - P157

"흰색은 죽은 것이 아닌, 가능성으로 차 있는 침묵인 것이다. (......) 그것은 젊음을 가진 무(無)이며, 더 정확히 말하면 시작하기 전의 무요, 태어나기의 무인 것이다." - P158

모든 ‘존재자‘들이 있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개방하는 ‘존재‘의 차원이 앞서야만 한다고 할 때, 바로 그 ‘존재‘가 이를테면 ‘흰‘빛이다. 그러므로 ‘흰‘은 단순한 하얀색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색들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며, 그것의 밑바닥 어디에선가 잠재태의 색채들이 현실화의 표면을 향해 우글거리며 올라오는 중이다. - P158

희고 자욱한 안개 속에서는 얼룩덜룩한 유령들이 결코 드러나지 않을 눈빛을 한 채 산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흰‘은 하얗지 않고 순수하지 않고 잡(雜)하다. - P158

다른 얼룩들 틈에서라면 잘 보이지 않았을 작고 희미한 얼룩도 그 얼룩 본연의 색을 충만하게 드러내는, 너무 쉽게 얼룩지는 배경색이 ‘흰‘이다. 그러나 무슨 색으로 얼룩지게 하든 ‘흰‘은 계속해서 다른 색들을 칠할 수 있게 하는 궁극의 가능성의 심층이며, 모든 소리들을 가능하게 하는 침묵이자, 무엇인가를 태어나게 하는 무. 소진시킬수 없는 여백이다. 그것은 너무 쉽게 훼손되고 마는 것이지만 결코 완전히 훼손시킬 수는 없는 근본적인 차원이며, 그것이 있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 P159

물론 인간은 끝없이 훼손되고 끝없이 더럽혀질 수 있지만 언제나 끝없이 그 위에 다른 윤곽선을 그리고 다른 색을 칠해볼 수 있는 ‘흰‘의 차원이 있다고. 그 ‘흰‘의 차원에서 살아남기를 선택한 자들이 삶으로부터 내팽개쳐질 수 있는 만큼 그와 반대로 죽어가는 타인에게 온 힘으로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고. - P162

‘흰‘은 언제나 흘러넘치는 과잉으로,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적대적으로 차갑게 인간의 현존의 문장들을 여백 속에 빠뜨리고 지우고 다시 쓰게 만들 수 있다. 그것으로부터 모든 현존이 다시 비롯된다. 그것이 ‘궁극의 가능성‘이다. - P163

인간은, 일상성 속에 매몰되어 있지만 않다면, 그의 현존을 가지고 이 궁극적 가능성과 충돌한다. 무규정적이라기보다 초규정적으로 충만한 궁극적 가능성은 그가 결코 도달할 수 없지만 언제나 그곳을 향해 가는 그의 본래적 미래, ‘앞선 거기‘(Vorbei)다. - P163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시간은 그저 중립적으로, 기계적으로, 시계가 째깍거리며 흘러가듯, 미래로부터 흘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자신의 궁극의 가능성인 ‘앞선 거기‘를 향해 달려나가려 할때, 그 ‘앞선 거기‘가 그의 일상과 부딪히고 그로 하여금 그의 일상을 다르게 보게 하며 그것에 이의 제기하게 하며 그로부터 스스로를 이탈하게 하는 한에서만 시간은 흐른다. - P164

인간의 본질이 그 자신의 궁극의 가능성을 향해 앞서 달려나가는 데 있다면, 인간이 곧 시간이다. - P164

"앞서 달려감에서 현존재(인간ㅡ인용자)는 그의 장래로 존재하며 나아가 현존재는 이 장래적 존재에서 그의 과거와 현재로 되돌아간다. 그의 궁극적 존재 가능성에서 파악된 현존재는 시간 그 자체이다. 현존재는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현존재이다." - P164

(하지만 일상에 매몰된 인간들은 그 자신이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중략)... 그들이 알고 있는 ‘시계의 시간‘은 전혀 시간이 아닌데도, 오직 그것만이 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일상인들의 어법을 차용하자면 시간이 아닌 시계의 시간을 ‘시간‘으로 부르는 대신 본래적인 시간은 ‘시간의 바깥‘으로 바꿔 불러야 할 것이다.) - P164

‘존재‘의 차원, 즉 ‘흰‘을 사유하는 것은 ‘시간‘을 사유하는 것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흰‘의 공간에서,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것(타인과의 만남 속에서 우리 자신의 현존을 잃고 우리 자신을 초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그런데 그것이 궁극의 가능성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일과 관련되는 것이라면, 거기에 대번에 시간의 문제가 개입한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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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를 보니 이 책은 거의 보름만에 다시 읽는다. 한동안 다른 책들에 정신이 팔려서 이 책은 잠시 손을 놓고 있었는데, 몇 날 몇 일을 돌고돌아 드디어 오늘 다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블로그를 활용한 마케팅을 할 때 검색엔진에 상위노출이 되기 위해서는 키워드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었더라도 검색엔진에 노출이 안되면 잠재고객들이 해당 서비스 제공자가 존재하는지조차도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검색엔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게 키워드가 잘 노출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좀 더 중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저자는 법률 분야 전문직들의 마케팅을 도왔던 이력이 있는 분이기에 본문에는 주로 이와 관련된 예시들이 나오긴 하지만, 어떤 분야든 간에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이라면 자신의 비즈니스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본문에 나온 키워드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들을 자신의 업종에 맞게 잘 응용하여 활용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수익을 올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그 마케팅을 잘하는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요?" 하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필자는 단연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목적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키워드를 얼마나 발굴해서 가지고 있는가? 이것으로 평가할수 있습니다." - P96

세무 분야를 예시로 들면, 세무 키워드를 많이 알고 있을수록 세무 마케팅 이해도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키워드에 따라 고객의 문의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 P96

간혹 콘텐츠와 글쓰기 실력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사항이지만, 콘텐츠보다 키워드가 더 우선입니다. 블로그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키워드를 먼저 발굴하고, 그에 따른 콘텐츠를 만드는 순서로 진행해야 합니다. - P96

사람들은 네이버를 활용할 때, 키워드를 중심으로 검색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블로그로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전문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키워드‘라는 개념을 자세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블로그 지수가 무엇이며, 이 지수에서는 어디까지 키워드를 활용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블로그 마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97

전문자격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며, 어떤 고객을 상대하느냐에 따라 키워드의 발굴 방식이 달라집니다. 타깃 고객에 따라 다른 블로그에서는 활용하지 않는 키워드들을 발굴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를 상위노출하여 고객의 문의 및 수임을 유도해낼 수 있습니다. - P97

고객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검색 여정이 존재하고, 고객마다 검색 여정이 각각 다릅니다. 블로그 마케팅을 한다면, 이런 고객의 검색 여정을 파악하고 각 단계에 맞춰 키워드를 상위노출시킬 줄 아는 노련함이 필요합니다. - P97

고객의 검색 여정은 어떻게 나눌 수 있고 그 검색 여정에서는 어떤 키워드를 활용해야 할까요? 더 나아가서 그런 키워드를 어떻게 발굴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블로그를 운영해야 합니다. - P97

하나의 포스팅에 하나의 키워드만 쓰는 것이 거의 정석 - P98

저품질 블로그란 어떤 글을 작성해도 그 글이 네이버에 노출되지 않는 블로그를 뜻합니다. - P98

콘텐츠를 평가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좀 더 깊은 수준의 키워드를 입력하여 검색합니다. 얕은 수준의 키워드, 깊은 수준의 키워드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이런 감각을 익히는 것 또한 블로그 마케팅의 실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 P99

여러 각도로 검색하면서 맥락을 파악하고,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최적의 법률 키워드는 조회수가 높지 않습니다. 정확히 이런 지점에서 블로그 지수가 낮은 블로그에 기회가 생깁니다. 전문자격사로서의 브랜딩과 마케팅 효과도 높일 수 있습니다. 조회 수가 높은 법률 키워드라는 이유로 무작정 콘텐츠를 작성해서는 안 됩니다. - P99

검색엔진이 오랜 시간 쌓은 온라인 콘텐츠 생태계는 아직 우리에게 너무 유용한 도구입니다. 그리고 검색엔진은 아직 세무를 포함한 법률분야에서 매우 효율이 높은 브랜딩 · 마케팅 창구입니다. 이 생태계가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틀이 명확해지면, 네이버 블로그 마케팅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시작은 키워드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 P99

홈페이지형 블로그는 개인 블로그를 좀 더 신뢰감 있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디자인 업체들이 만들어낸 서비스입니다. - P100

차별화되지 않은, 디자인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홈페이지형 블로그는 돈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으로 고객이 의뢰하게끔 만들기 위해서는 홈페이지형 블로그가 아니라, 다른 준비가 필요합니다. 바로 자신의 글이 어떤 형식으로 보일 것인가 고려하는 것입니다. - P101

인과관계를 설정하여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수단이 글쓰기입니다. 그러므로 뛰어난 변호사와 변리사는 글 잘 쓰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달변의 능력보다 사람을 설득하는 문장의 가치를 더 귀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 P101

온라인으로 고객을 만나고자 하는 전문자격사에게는 글쓰기 역량이야말로 가장 먼저 갖춰야 하는 능력입니다. 브랜딩과 업무 능력을 보여주고, 고객을 설득하는 모든 문제를 글쓰기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101

자기 능력을 서비스로 판매하는 전문자격사는 두 가지 책무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자신의 신뢰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이 안심합니다. 자신의 법률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신뢰성을 계속 구축해 놓아야 일을 맡길 수 있습니다. 특히 계속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고객이라면 신뢰성은 더욱 중요한 문제입니다. - P102

두 번째로 다른 곳과의 차별성을 부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이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이를 무시하면 더 싼 가격으로 더 빨리 처리하겠다는 저렴함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품질의 서비스는 고객이 속속들이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로 자신의 서비스를 홍보할 때, 신뢰성과 차별성을 글로 잘 어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지식을 머리로는 알아도 정작 블로그 글을 쓸 때 바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글쓰기 능력이야말로 진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 P102

글의 가치는 때로는 사용한 단어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쓰였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마케팅 글쓰기는 문법과 가독성이 글의 내용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 P102

글로 먹고사는 변호사와 변리사의 경우, 문서의 신뢰도를 높이기위한 기술을 강조합니다. 서체와 줄 간격, 밑줄 사용, 심지어 하드 스페이스(줄 바꿈 없는 공백)까지 깐깐하게 따지고 듭니다. 하드 스페이스를 활용할 줄 모르면 절대 좋은 계약서를 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변호사도 있을 정도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깐깐하게 이 기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걸까요? 문서의 형식이 신뢰성과 전문성을 나타내는 창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P102

대리인은 의뢰인을 대신해서 말하고 문서로 사람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래서 믿음을 주고 신빙성을 부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런 디테일까지 신경 쓰기 때문에, 전문자격사가 작성하는 문서의 가치가 높은 것이 아닐까요? - P103

블로그 글 또한 전문가의 서비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블로그 글에 신뢰도와 가치를 높이려면 어떤 테크닉이 필요한지 익혀야 합니다. - P103

블로그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곧 글의 상품화를 의미합니다. 내 생각, 내 주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가치를 만들어내기에 사람들은 누군가의 글을 보고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합니다. - P103

가치를 만들어내는 글은 내용만 좋아서는 안 됩니다. 한눈에 보기 편해야 합니다. PC에서든, 모바일에서든 한눈에 글을 읽기 쉽게 디자인되어야 내용도 눈에 들어옵니다. 블로그를 세팅하고 마케팅을 진행할때 반드시 이런 사항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P103

개인 사무소를 개업하고 운영하다 보면, 전문적인 지식만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가 옵니다. 그래서 전문가와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해낼 수 있도록 성장하기 마련입니다. 전문직의 자존심과 콧대를 다 내려놓고 내가 더 잘 살아가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 P104

고객의 마음은 참 모순적입니다. 마케팅인 것을 알면서도 진실된 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조회 수, 좋아요 같은 데이터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 P105

법률 서비스는 현재 우리의 상황, 혹은 앞으로의 삶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문제들을 다릅니다. 그렇다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당연히 글에 전문적인 지식과 디테일을 녹이는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그런데 정작 법률 마케터들이 쓴 글을 보고 연락하는 경우가 더 많고 수임도 더 많이 됩니다. - P105

과연 고객이 전문 지식과 디테일을 보고 연락할까요? 고객이 법률 서비스를 알아볼 때 제일 꺼리는 글은 어려운 전문 지식으로 가득 찬 글입니다. 애초에 고객이 주도적으로 판레, 케이스들을 모두 검토하고 자신의 상황을 정리해서 문의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직접적으로 고객의 법률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전문 지식이 아니라면, 그런 글을 보고 연락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 P105

애초에 고객이 원하는 글은 전문자격사가 잘 썼다고 생각한 글과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법률 마케터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 걸까요? 이들의 가정은 애초에 다릅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은 사실 전문적인 지식과 디테일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관점 전환은 오히려 전문적인 지식과 디테일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얽매는 관념이 없어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 P105

전문자격사가 블로그 마케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케팅 글쓰기의 포맷을 아는 것입니다. 전문 지식과 디테일을 녹여내는 것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마케팅 글쓰기 포맷을 익힌 다음, 전문 지식과 디테일을 넣으면 법률 마케터들보다 훨씬 많은 문의와 수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전문자격사에게 있는 전문 지식과 법률적 디테일은 절대 마케팅 대행사가 따라올 수 없는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이것을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만 고민하면 될 뿐입니다. - P106

전문직의 업무 글쓰기와 마케팅 글쓰기는 활용하는 언어부터 설득 대상까지 모두 다릅니다. 법률적인 글은 근거와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반면, 마케팅 글쓰기는 사람의 욕망, 허영심 등의 비논리를 다릅니다. - P106

변호사의 글은 독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상대편 검사일 수도, 의뢰인일 수도 있지만, 진정한 독자는 판사입니다. 판사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사건과 관련 있는 법률 요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글쓰기를 해야합니다. 이때 주장의 맥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법률 지식을 함축한 법률 용어를 사용합니다. - P106

판사와 글로 의사소통하여 판결을 쉽게 내려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설득하는 것이 변호사가 작성하는 글의 목적입니다. - P106

판사에게는 주장의 맥을 짚어주는 탁월한 법률 용어가 고객에게는 무슨 말인지조차 해석 불가능한 외계어 ...(중략)...
그래서 경력 있는 전문자격사가 고객과 소통할 때는 쉬운 용어로 설명하라고 조언하는 것입니다. 법률 용어를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주는 것이 좋은 글이고 서비스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P107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 용어를 해석해주고 쉽게 읽히도록 배려하는 것은 마케팅 글쓰기의 과정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P107

고객은 법률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작성했다고 연락하지 않습니다. 고객에게는 쉽게 써놓은 글조차 어렵게 다가옵니다. 정말 고객에게 필요한 글은 법률 용어를 쉽게 읽히도록 해석해 놓은 글이라기보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신뢰가 생기고 끝까지 일을 맡길 만한 업무 가치관이 묻어 있는 글입니다. - P107

전문 지식을 잘 드러내기만 하면 고객을 잘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입니다. 고객은 대부분 전문가의 전문성을 파악할 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임무는 간단합니다. 고객이 전문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글에 여러 장치를 넣는 것입니다. - P107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마케팅 글쓰기를 할 때는 다음 세 가지 장치를 고민해야 합니다.
첫째, 해당 글을 보는 고객의 법률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고객이 부딪히는 문제들을 짚어주기만 해도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대응 방안을 제시할 때도 고객이 더 집중해서 글을 보게 될 것입니다. - P107

둘째, 자신을 드러내는 데 망설이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을 자랑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고객은 내가 부끄러워 겸손하게 이야기한 것인지, 정말 전문성이 없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고객을 망설이게 하지 말고 의식적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문장을 써보세요. - P108

셋째, 상담을 유도합니다. 상담으로 유도하지 못하는 글은 자원봉사밖에 되지 않습니다. 법률문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상담으로 유도해보세요. - P108

전문직이 생각하는 전문성과 고객이 느끼는 전문성은 다릅니다. 고객이 느끼는 전문성이 어떤 것인지 잘 알수록 마케팅 글쓰기를 잘할 수 있습니다. - P108

전문성을 드러낼 때 자주 빠지는 함정 ...(중략)... 가장 대표적인 실수는 법 조항이나 판례를 그대로 적는 것입니다. - P108

법 조항은 전문자격사가 해석해서 실무에 적용해야 할 사항이지, 블로그에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은 지적인 게으름을 의심받기 좋습니다. 법 조항을 잘 찾는 것은 고객이 원하는 전문성이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 P109

네이버는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콘텐츠를 검색 노출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블로그 운영에도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 부분을 유의해서 글을 작성해야 합니다. - P109

편하게 과정을 뛰어넘고, 쉽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때로는 그사람에게 깊은 상처와 뜻깊은 교훈을 줍니다. 그럼에도 사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쉽게‘라는 달콤함이 주는 위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문직 마케팅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마케팅 대행사는 절대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습니다. - P110

마케팅 대행사는 전문자격사의 약한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만듭니다. 머릿속이 화끈거리고, 가슴은 두근거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누가 해결책을 제대로 알려줬으면 하는 갈증. 그 갈증은 바닷물과 같습니다. 마셔도 절대 채워지지 않는 갈증입니다. - P111

마케팅 대행사에 의존하지 말라는 말은 분명 맞는 말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마케팅 대행사에 일을 맡기는 이유는 ‘내가 굳이 어려운 일을 해야 할까?‘ 하는 의구심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 P111

사람마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지점이 존재합니다. 전문자격사에게 전문직 마케팅이 굳이 알아야 하는가 의구심이 들고 개의치 않는 지식에 해당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심리를 마케팅 대행사가 파고들어 자신들의 활용 가치를 어필하는 것입니다. 다만 마케팅 대행사를 활용했을 때의 부작용은 숨긴 채로 말입니다. - P111

필자는 마케팅 대행사에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한계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문직 마케팅 대행사들은 전문직 마케팅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기 힘듭니다. - P112

전문직 마케팅 대행사라면, 전문직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마케팅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력을 여럿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즉 전문가의 신뢰도를 보여줄 실력 있는 콘텐츠 마케터를 대행사에서 꼭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전문직 마케팅 대행사 중에서 실력 있는 콘텐츠 마케터를 데리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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