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을 읽으면서 성공이라는 게 나 자신의 노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거기에 더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도 결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의 저자가 속한 축구라는 분야 뿐만 아니라 어떤 다른 분야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리하자면 성공이란 내부 요인(나 자신)과 외부 요인(주변 환경)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쓰고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 같기도 한데, 얘기는 당연할지 몰라도 실제 삶을 얘기처럼 당연하게 사는 건 또다른 문제다.
.
.
.
쭉 읽다가 독자인 나의 눈길을 끄는 한 문장을 봤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행복하게 즐기는 삶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p.123)

사람마다 삶의 우선순위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자가 말한 위의 문장같은 고백이 우리 각자가 속한 삶의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나와야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최고의 무대에서 행복하게 즐기는 삶.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삶이다.
.
.
.
이어읽다가 사이클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여기서의 사이클은 무슨 자전거 사이클 이런게 아니라, 일종의 행동 루틴 같은 것이다. 저자가 팀을 이적하면서 출전하는 경기 수가 많아지자 체력 관리에 실패하면서 시즌 막판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러한 실패(?)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몸을 관리하는 노하우의 필요성을 체감한다.

위와 같은 이야기를 우리 개개인의 삶에 적용해보자면 각자 속한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떤 노하우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저자의 경우처럼 체력을 요하는 일이라면 체력 관리 노하우, 어떤 지식을 요하는 일이라면 학습을 위한 노하우 등 분야별로 소위 말하는 요령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너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어. 자신감 있게 열심히 해봐" - P72

"괜찮아. 우리는 널 기다릴 거야" - P73

"호황이면 좋고 불황이면 더 좋다."
나를 둘러싼 상황이 어두워질 때마다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다. 글로벌 기업 도요타 자동차의 조 후지오 회장의 어록이다. 원래 뜻은 조금 달라도 나는 이 말을 곤경에 굴복하지 말고 더욱 노력하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 P74

유럽 축구선수들은 다친 후에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I will be back stronger)‘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 P74

마인 에르스테스 토어(Mein erstes tor, 나의 첫 골) - P78

실력만 있으면 인정받는다는 유럽축구의 진리를 다시 한번 절감했다. - P78

아버지는 내가 쓰던 노트북을 집어 들고는 "오늘 이건 내가 가져가마"라고 조용히 말했다. - P79

아버지는 "흥민아, 축구선수한테 제일 무서운 게 교만이야. 한 골 넣었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아, 지금 네가 할 일은 다음 경기 준비야, 내일 보자"라면서 방을 나가셨다. - P79

축구선수는 직업 특성상 겉으로 화려해 보인다.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반대로 선수를 혼란에 빠트리기 쉬운 요소라고 생각한다. 자칫 현실을 망각하거나 쉽게 외적 화려함에 빠질 수 있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가 소리소문 없이 잊히는 선수가 정말 많다. 급증한 세상의 관심이 혼란을 일으켜 현실 감각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 P82

내가 골을 넣을수록 아버지는 더 노심초사했다. 들뜨지 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이카로스가 너무 높이 날지 말라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당부를 망각한 채 하늘 높이 떠올랐다가 태양의 열기에 날개를 붙였던 밀랍이 녹아 바다로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다. - P86

"네가 한국 축구의 미래다" - P87

"조금 좋다고 꼴값 떨고 교만해지고 나대면 안 된다. 반대로 조금 상황이 힘들다고 소심하게 있을 것도 아니다. 항상 자기 선을 지켜야 한다" - P93

밸런스가 무너진 몸 상태로는 아무리 노력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 P94

"나는 자존심 상해서 못 돌아간다" - P95

내가 슛 능력을 타고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나의 슈팅은 2011년 여름 지옥훈련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 P96

성미 급한 초여름 햇살이 내 정수리를 열정적으로 찔러 댔다. 죽을 것 같았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어지러웠다. 눈앞이 흐려졌다. 슈퍼마켓에서 사온 초콜릿과 바나나를 입안에 욱여넣어 떨어진 당을 채웠다. 서 있기만해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 P96

매일 아버지의 성에 찰 때까지 슛 훈련은 계속되었다. 입에서 신맛이 났다. - P96

훈련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을 먹자마자 쓰러져 자기 바빴다. 스마트폰을 들어 올릴 힘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SNS는 끊긴지 오래였다. 대표팀 형들의 각종 경조사도 모두 건너 뛰었다. 혹시나 사람들이 내가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누워서 그런 걱정을 하다가 이내 잠에 곯아떨어졌다. 다음 날 일어나면 지옥훈련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렇게 5주를 보냈다. 하루도쉬지 않았다. 단 하루도. - P98

5주 훈련은 지옥 같았지만 그 과정을 버틴 몸은 천국의 날개 달린 천사처럼 가벼웠다. 살면서 이런 컨디션은 처음이었다. - P98

프리시즌 첫날, 긴 여름 휴가에서 돌아온 동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했다. 나 혼자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훈련을 마쳤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훈련 강도에 비하면 함부르크의 프리시즌 첫 훈련은 내게 몸을 푸는 조깅 수준이었다. 자기 관리에 실패했던 애송이는 그렇게 프로축구선수로서 한 단계 올라설 준비를 마쳤다. - P98

롤러코스터에는 변치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올라가면 금방 떨어진다. 반대로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늘로 솟구치고, 우리 인생도 롤러코스터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일만 있는 삶은 없다. 그 대신에 무슨 일이든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 P104

나는 ‘반짝 유망주‘로 끝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끝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P105

지난 시즌과 차이가 하나 있었다. 부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었다. 전 시즌의 부상 경험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조언대로 좌절에 발목 잡혀 허우적거리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치료와 재활에 100%를 쏟아부었다.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가고 싶다는 일념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나는 2주 만에 훈련에 복귀할 수있었다. 다들 놀랐다. - P106

사람은 원래 자기 일은 버텨도 가족 일은 하염없이 걱정한다. - P109

"대들보가 휘면 기둥이 휜다" - P109

새 감독은 주변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본능적으로 전임자와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 P109

"좌절하지 말고 24시간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프로의 자세" - P110

회비가 무질서하게 교차되었던 2011-12시즌의 마지막에 나는 옷었다. 물론 우리 가족도. - P112

세상 어디에나 편견이 있다. 유럽에 온 한국인 선수는 ‘축구 못하는 동네에서 온 녀석‘이라는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 유럽 기준으로 동양 선수들은 의사 표현이 소극적인 편이어서 만만하게 보기도 한다. 인종 차별과는 약간 다르다. - P113

마음의 담을 무너트리려면 경기장 안에서는 실력을 입증해야 하고, 밖에서는 ‘내가 너희 문화를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P114

경쟁해야 할 훈련에서는 절대 지지않았다. 1군에서 통하는 언어는 오직 실력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필요할 때는 나도 강하게, 세게 나갔다. 유럽축구에선 그게 당연하다. 훈련 중에 그렇게 거칠게 경쟁해도 일단 끝나고 나면 다들 일상으로 돌아갔다. - P114

가끔 더 세게 나가야 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소위 ‘썩은 사과‘와 맞닥뜨릴 때다. 한국이든 독일이든 ‘썩은 사과‘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강하게 나가야 한다. 내가 행동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 - P114

반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오히려 기회라고. - P115

언제 어디서든 나의 최우선 기준은 출전 여부다. 축구선수는 뛸 때가 제일 행복하다. 아무리 빅클럽이라고 해도 벤치에만 앉아있으면 의미가 없다. - P118

첫째, 뛸 수 있는 팀이어야 한다. 둘째, UEFA 챔피언스리그처럼 큰 대회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연봉은 상관없었다. 돈은 항상 나의 목표가 아니라 내가 잘해서 따라오는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 P118

금액의 크기가 선수의 실력과 정비례하진 않지만 그만큼 나를 원한다는 마음이 크다는 뜻이었다. - P120

"겸손해야 한다" - P122

성공 안에서 길을 잃지 말아야 한다 - P122

항상 상대방을 높이고 자신을 낮춰야 한다는 말씀도 나는 지금까지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 P123

레버쿠젠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아니라 나의 축구였다. 간단한 결론이다. 무거워진 통장은 그냥 겉모습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행복하게 즐기는 삶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 P123

골이란 지독하게 들어가지 않다가도 한 번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주 쉽게 들어가곤 한다. - P126

유럽 대회에 출전하는 팀의 선수라면 출전, 회복, 휴식으로 구성되는 나만의 시즌 사이클을 갖고 있어야 한다. - P128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야말로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성취라고 생각한다. - P133

"이렇게 팬들이 좋아해 주는 것도 현역으로 뛸 때 잠깐이다. 은퇴하면 아무도 너를 찾지 않을 거다. 관심 가져 줄 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인이든 기념 촬영이든 최대한 열심히 해드려야 한다" - P134

기본 문법부터 시작한 독일어는 이제 공식 기자회견에 나설 정도로 익숙해졌다. 이번 변화는 운이 좋아서 얻어걸린 게 아니다. 모두 피와 땀과 노력과 맞바꾼 결과물이었다. - P138

나는 항상 자신감에 차 있었다. 월드컵은 분명히 대단한 무대였지만 지금껏 내가 해왔던 대로 강하게 부딪치면 된다고 믿었다. - P138

평소 내 입에서 나오는 ‘국가대표의 책임감‘이라는 말은 순도 100% 진심이다. 나는 태극마크가 자랑스럽고 조국을 대표해서 뛰는 일을 인생 최고의 영광이라고 굳게 믿는다. 나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 태극마크를 반납할 생각이 없다. 국가대표는 내가 먼저 고사할 수 있는 팀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143

자신감과 패기만 있으면 월드컵에서 누구와 붙어도 다 해치울 수 있을 줄 알았다. 순진한 착각이었다. 월드컵 무대에서 한국은 영락없는 약체였다. 같은 조에 속한 상대들이 꼽는 ‘승점 3점 제물‘이다. 우리 실력 이상을 발휘해야만 겨우 체면치레라도 할 수 있는 대회다. - P144

러시아와 알제리, 벨기에의 선수들을 차례로 상대하면서 내가 목격했던 그들의 눈빛을 절대 잊을 수가 없다. 나도 나름대로 각오를 다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라운드 위에서 만난 상대 선수들의 눈빛은 그야말로 활활 불타고 있었다.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눈빛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그라운드에서 그렇게 투지에 불타는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 P144

싸움, 불화, 의견 충돌 등은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딱 좋은 ‘꺼리‘다. 작은 일이라고 해도 기사량이 많아지면 자연히 큰일처럼 부푼다. - P1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밑줄 친 첫 문장을 보며 독자인 나는 살짝 의아했다. 왜냐하면 내가 지난 여름 읽었던 유시민 작가의《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에서 봤던 내용과는 상반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에는 생존 기계는 그저 생존만을 생각할 뿐 그다지 특별한 목적이 없다는 식으로 인지되어 있었는데 오늘 본문은 그와 반대되는 듯한 얘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읽어봐야 겠다.

생존 기계의 행동에서 가장 뚜렷한 특성의 하나는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 P125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생존 기계의 행동이 목적의식 있는 인간의 행동과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 동물이 먹이나 배우자, 또는 잃어버린 새끼를 ‘찾는‘ 것을 보면, 인간이 무언가를 찾을 때 경험하는 모종의 주관적 감정을 그 동물 역시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감정에는 어떤 물체에 대한 ‘욕망‘, 즉 바라는 물체를 ‘마음속에 그린 그림‘ 또는 ‘목적‘이 내포되어 있다. - P125

현대의 생존 기계 중 적어도 하나(사람)에서는 이 목적성이 ‘의식‘이라고 불리는 특성을 진화시켰다. - P125

이들 기계는 기본적으로 극히 단순하며, 의식이 없으면서도 목적의식이 있는 듯 행동한다. 이러한 원리는 공학분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그와 같은 고전적인 예로는 와트증기 기관의 조속기調速機가 있다. - P125

‘목적기계‘, 즉 의식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기계 내지 물건은 사물의 현재 상태와 자신이 ‘바라는‘ 상태의 차이를 측정하는 일종의 장치를 가지고 있다. 이 차이가 클수록 기계는 더 열심히 돌아가도록 만들어진다. 이렇게 해서 기계는 자동적으로 그 둘의 차이를 좁혀 가며 (이 때문에 ‘음의 피드백negative feedback‘ 이라고 불린다), 자신이 ‘바라는‘ 상태에 도달하면 작동을 멈춘다. - P126

피드포워드feed-forward (실행 전에 결함을 예측하고 실시하는 제어) - P127

유도 미사일과 같은 기계가 의식을 가진 인간의 손으로 설계되고 만들어진 것이므로 의식을 가진 인간에 의해 직접 조종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은 잘못된 생각이다. - P127

‘컴퓨터는 조작하는 사람이 명령한 것밖에 못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체스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왜 잘못된 것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유전자가 행동을 ‘조종‘한다고 말할 때 그 조종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 P127

중요한 것은, 컴퓨터가 실제로 경기를 할 때 컴퓨터는 이미 독립되어 있고 프로그래머의 훈수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가 할 수 있는 것이란 미리 많은 양의 지식과 전략 및 기술에 대한 힌트를 적절히 섞어 입력하여 최선의 상태로 컴퓨터를 설정해 놓는 것 뿐이다. - P129

유전자 역시 인형을 직접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머처럼 간접적으로 자기 생존 기계의 행동을 제어한다. 유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생존 기계의 체제를 만드는 것뿐이다. 그 후 생존 기계는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가 되며 유전자는 그저 수동적인 상태로 그 안에 들어앉게 된다. 유전자는 왜 그렇게 수동적이 되었을까? 왜 고삐를 잡고 일일이 명령을 내리지 않을까? 그 이유는 시간적 차이 때문이다. - P129

프레드 호일Fred Hoyle과 존 엘리엇John Elliot의 소설 「안드로메다의 A A for Andromeda」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며, 좋은 공상과학 소설이 대부분 그러하듯 흥미로운 과학적인 논제들을 그 배경에 깔고 있다. 묘하게도 이 책은 이러한 논제들 중 가장 중요한 논점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 P129

《안드로메다의 A》와 그 속편 《안드로메다 돌파 작전Andromeda Breakthrough》은 내용이 서로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데, 외계 문명이 터무니없이 먼 거리에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말했듯이 안드로메다 성좌의 별에서 생겨난 것인지 일치하지 않는다. 전편에서는 그 행성이 우리 은하에 속하는 범위인 2백 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러나 그 속편에서는 동일한 외계인이 2백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 - P514

이 두 소설(《안드로메다의 A》와 그 속편 《안드로메다 돌파 작전Andromeda Breakthrough》)의 작가인 프레드 호일 Fred Hoyle은 저명한 천문학자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상 과학 소설《검은 구름 The Black Cloud》 의 저자이기도 하다. - P514

한 분야에서 뛰어난 학자가 다른 분야에서도 뛰어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고쳐야 한다. - P515

광속은 우주 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속도의 이론적 상한선이다. 거기에다 기계공학적 문제를 생각하면 사실상의 한계는 광속보다 훨씬 더 낮다. - P130

무선 전파는 우주의 다른 장소와 교신하는 보다 좋은 수단이다. 한 방향으로만이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 신호를 발송할 수 있을 만큼 힘이 있으면 아주 많은 세계 (그 수는 신호가 가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에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P130

2백 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안드로메다 성좌에 어떤 문명이 있다. 그들은 자기들의 문화를 먼 외계에까지 전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직접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P129

무선은 광속으로 전파되므로 그 신호가 안드로메다에서 지구까지 오는 데 2백 년이 걸린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듯 거리 때문에 그들은 우리와 대화를 할 수 없다. 지구에서 연이어 송출된 메시지들이 각각 12세대만큼의 간격을 두고 전달된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거리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분명히 헛된 일일 것이다. - P130

무선 전파가 지구와 화성 사이를 오가는 데 약 4분 걸린다. 이제 우주 비행사는 짧은 문장으로 말을 교환하는 습관을 버리고 대화보다는 편지 같은 장문의 혼잣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분명하다. - P130

로저 페인 Roger Payne이 지적한 대로 바다는 독특한 음향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 즉 일정한 깊이에서 헤엄치는 어떤 고래들의 엄청나게 큰 ‘노래‘는 이론적으로 세계 모든 곳에서 들을 수 있다. - P130

고래들이 실제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와 교신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화성에 있는 우주 비행사와 같은 처지일 것이다. 수중의 음속으로 계산하면 그 노래가 대서양을 횡단하여 회담이 오기까지 약 2시간이 걸린다. 일부 고래들이 반복 없이 8분간이나 계속 독백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8분간의 독백이 끝나면 고래들은 노래를 처음부터 계속 여러 번 반복하는데, 그 반복 주기는 8분 정도다. - P131

유전자는 단백질 합성을 제어하는 일을 통해서 작용한다. 이것은 세상을 조종하는 강력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리다. 배胚를 만들려면 인내를 갖고 몇 개월 동안 단백질 (합성)의 끈을 잡고 있어야 한다. 반면에 행동의 특징은 빠르다는 것이다. 행동은 수개월이라는 시간 단위가 아닌 몇 초, 또는 몇 분의 1초라는 시간 단위로 작용한다. - P132

유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안드로메다 외계인처럼, 자기들을 대신해서 신속히 작동할 컴퓨터를 조립하고, ‘예상‘할 수 있는 많은 우발적 사건들에 대처하기 위한 규칙과 ‘충고‘를 사전에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 두는 것뿐이다. - P133

그러나 체스 게임이 그렇듯이 생명체가 맞닥뜨릴 수 있는 우발적 사건이란 수없이 많기 때문에 도저히 그 모든 것을 예상할 수는 없다. 체스 프로그래머와 마찬가지로, 유전자는 생존 기계에게 생존 기술의 각론이 아니라 일반 전략이나 비결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 - P133

북극곰의 유전자는 곧 태어날 자신들의 생존 기계가 미래에 추위를 느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유전자가 그것을 하나의 예언으로서 생각해 내는 것은 아니다. 그 유전자는 생각이라는 것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두꺼운 모피를 만들 뿐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 유전자가 과거의 몸속에서 항상 해 왔던 일이고, 또 그 유전자가 아직도 유전자 풀 속에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P133

복잡한 세상에서 예측이란 불확실하게 마련이다. 생존 기계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 도박이다. 따라서 유전자가 할 일은 뇌가 평균적으로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뇌에 미리 프로그램을 짜놓는 것이다. - P134

진화라는 카지노에서 쓰이는 판돈은 생존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유전자의 생존인데, 여러 가지 면에서 개체의 생존을 유전자 생존의 근사치로 보아도 좋다. - P134

장기적 안목에서 당신의 유전자가 살아남는 기회를 최대화하도록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 P134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올바른 도박을 하도록 뇌를 만들어준 유전자의 개체가 당연히 더 잘 살아남고, 따라서 같은 유전자를 퍼뜨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 P134

‘고도의 문학적, 학문적 취미를 가졌으나 자신의 분석적 사고로 이해할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교육을 받아 온 많은 사람들‘이 ‘허황된 철학 이야기‘에 매력을 갖는다는 메더워의 말 - P515

예측 불허인 환경에서 예측을 하기 위해 유전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학습 능력을 만드는 것이다. - P135

우리에게 지도는 세계의 일부를 2차원으로 압축한 축소 모형이다. 컴퓨터 지도에는 아마도 마을을 비롯한 여러 지점이 각각 위도와 경도라는 두 가지 수치로 표시한 도표로 나타날 것이다. - P137

미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생존 기계는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학습할 수 있는 생존 기계보다 한 단계 앞서 있는 것이다. 시행착오중 ‘시행‘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며, ‘착오‘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보다 안전하면서 보다 신속하다. - P139

사회적 동물은 다른 개체들, 즉 잠재적인 교미 상대, 경쟁자, 협력자, 적이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이러한 세계에서 살아남아 번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른 개체들이 다음에 무엇을 하려는지 잘 예측해야만 한다. - P519

시뮬레이션 그 자체도 시뮬레이션의 대상인 세상의 일부로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자기 인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의식의 진화가 충분히 설명되는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무한 회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형의 모형이 있다면 모형의 모형의 모형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P140

의식에 대해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가 무엇이든, 현재 우리의 목적에서 의식이란, 실행의 결정권을 갖는 생존 기계가 그들의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되는 진화의 정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P140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동물의 행동은 유전자의 제어하에 있으며, 그 제어가 간접적이기는 하나 그와 동시에 매우 강력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 P140

생존 기계와 신경계를 조립하는 방법을 지시함으로써 유전자는 생존 기계의 행동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나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순간순간 결정하는 것은 신경계다. 유전자는 일차적 정책 수립자이며 뇌는 집행자다. 그러나 뇌가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정책 결정권을 갖게 되었으며, 결정권 행사에서 학습이나 시뮬레이션과 같은 책략을 쓰게 되었다. - P140

진화는 실제로 유전자 풀 내 유전자들의 차등적 생존을 통해 단계적으로 일어난다 - P140

따라서 어떤 행동 패턴 - 이타적인 것이든 이기적인 것이든-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다른 행동을 ‘담당하는‘ 경쟁적 유전자, 즉 대립 유전자보다 유전자 풀 속에서 더 잘 생존해야 한다. - P141

이타적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란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신경계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말한다. - P141

무언가에 ‘대한‘, 무언가를 ‘담당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은 그 유전자가 변할 때 무언가도 변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유전적 차이 하나는 세포 내 분자들의 세세한 양상을 바꿔서 복잡한 배 발생 과정에 차이가 생기게 하고, 이것이 이를테면 행동의 차이로 이어지게 된다. - P520

진화의 근본적인 점진성, 즉 적응적인 진화는 기존의 구조 혹은 행동에 작은 변화가 생겨 진행된다 - P521

꿀벌은 부저병 foul brood이라는 세균성 전염병에 걸린다. 이것은 꿀벌의 애벌레나 번데기가 벌집 속에서 세균에 감염되어 썩는 병이다. - P141

위생적인 종류는 병에 걸린 애벌레를 발견하고 봉방에서 끄집어내 버림으로써 병을 빨리 근절할 수 있다. 한편 감염되기 쉬운 종류는 이 ‘위생을 위한 영아 살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병에 걸리기 쉽다. - P141

유전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생존 기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 서로 ‘협력‘한다 - P143

유전자는 우두머리 프로그래머이며 자기의 생명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든다. 유전자는 자기의 생존 기계가 생애 중에 부딪치는 모든 위험을 그 프로그램이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로 심판받는다. 그것은 생존 법정에서 내려지는 냉혹한 심판이다. - P144

생존 기계와, 생존 기계를 대신해 결정을 내리는 뇌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개체의 생존과 번식이다. 이 ‘군체‘ 내의 모든 유전자는 이에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먹이를 찾고, 잡아먹히지 않으려 하고, 병이나 사고를 피하려 하며, 나쁜 기후 조건에서 몸을 지키려 하고, 이성을 찾아 교미를 시도하며, 자기들이 누리는 것들을 자손들에게 물려주려 한다.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다. 원한다면 주위의 야생 동물을 잘 관찰해 보라. - P144

신호란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의 근육의 힘을 이용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 P521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정보가 아니며 다른 동물을 속이는  정보는 더욱더 아니다. 그것은 설득력 있고, 최면을 거는 것이며, 주문을 거는 웅변이다. - P5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서 데모크리토스, 아낙사고라스, 피타고라스에 관한 얘기들이 이어진다.
.
.
.
뒤에 나오는 부분 중에 ‘피타고라스의 다면체‘ 라고 해서 정다면체의 종류가 다섯 가지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이 본문 뒷면의 부록 2 부분에 나온다. 그런데, 독자로서 한 가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게 p.691에 나오는 ‘정n면체가 갖는 면들의 총수는 n X F이다‘ 라는 문장이었다. 독자인 내가 이해를 잘 못한 것일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 문장에 기반하여 이후에 나오는 식과 논리들이 전개되기에 중요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 인용한 문장에 사례를 하나 들어서 생각해보겠다. 예를 들어 정육면체가 갖는 면들의 총수를 위에 인용한 문장에 따라 정리하면 6 X F인데 본문에서 F는 정다면체의 면 수를 지칭하는 약어다. 그렇다면 정육면체의 경우 면이 6개 이기에 6 X 6 이 되기에 결과적으로 정육면체가 갖는 면들의 총수는 36개가 되어야 한다. 이건 뭔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해를 잘못한 건지 문장이 뭔가 잘못쓰여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독자로서 의아함이 드는 부분이라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그나마 이 문장 뒤에 전개되는 논리는 이해가 되었고 동의도 되었는데,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문장이 오류같다는 느낌을 받아서인지 뭔가 전체적으로 어그러지는 느낌이다.

그(데모크리토스)는 물체는 복잡하게 얽힌 원자의 집합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우리 자신도 그렇다는 것이다. - P357

데모크리토스는 "원자와 빈 공간void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다."라고까지 주장했다. - P357

그(데모크리토스)의 논지에 따르면 칼로 사과를 자를 때 칼날은 원자들 사이의 빈공간을 통과한다. 사과에 칼날이 통과할 빈 공간이 없다면 칼은 더 쪼개질 수 없는 원자를 만나게 되므로 결국 사과는 잘라질 수 없게 될 것이다. - P357

미세한 규모의 울퉁불퉁함을 데모크리토스는 원자의 세계로 인정했다. - P358

데모크리토스는 원뿔 또는 피라미드의 부피를 계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는 점점 넓이가 좁아지는 지극히 얇은 판들을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쌓아올리면 원뿔이나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다고 여기고 얇은 판들의 부피를 더하면 피라미드나 원뿔의 부피를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 수학에서 극한의 원리라고 불리는 문제를 데모크리토스는 이런 식으로 기술했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해서 미적분의 문턱에까지 간 셈이었다. - P358

데모크리토스는 그 안에 있는 별을 하나하나 분간해 볼 수는 없지만 은하수가 수많은 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별들의 집단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 P359

이 사실을 1750년에 와서야 비로소 알게 된 토머스 라이트 Thomas Wright는 데모크리토스의 혜안에 경탄을 금치 못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천문학이 광학 기술 발전의 덕을 보기 훨씬 전부터 데모크리토스는 흔히들 말하는 이성의 눈만 가지고도 무한의 심연을 충분히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후대에 더 유리한 조건에서 능력 있는 천문학자들이 이룩한 수준에 이미 오래전에 도달했던 셈이었다." 데모크리토스의 사고력이야말로 헤라의 젖을 극복하고 밤하늘의 등뼈를 뛰어넘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던 것이다. - P359

후에 에우독소스와 아르키메데스가 미적분법을 약간 진전시키기는 했다. - P359

아낙사고라스 Anaxagoras는 기원전 450년경 아테네에서 활약했던 이오니아 출신의 실험가였다. 그는 부자였지만 재화에 관심이 없었다. 그의 삶은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태양, 달, 하늘에 관한 탐구"라고 답했다. 그것은 정말 천문학자들에게 어울리는 대답이었다. - P360

아낙사고라스는 데모크리토스만큼 과격하지는 않았지만 철저한 물질주의자라는 점에서 그와 궤를 같이 했다. 소유물을 중히 여긴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물질이 세계를 지탱하는 근본이라는 뜻에서 그들은 물질주의자(유물론자) 였다. 아낙사고라스는 모종의 정신적 요소는 믿었지만 원자의 존재는 믿지 않았다. - P360

그(아낙사고라스)는 달이 밝게 보이는 것이 반사된 빛 때문이라고 확실하게 이야기한 최초의 인물로서 달이 차고 기우는 위상 변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 P361

지구, 달 그리고 스스로 빛을 내는 태양, 이 셋이 이루는 상대 배치에 따라서 달의 위상이 변하고 월식현상이 일어난다는 설명은 당시의 상식과는 전혀 부합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 P361

당시 사람들은 태양과 달이 신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아낙사고라스는 태양과 별이 불타는 돌이라고 생각했다. 별이 우리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열기를 느끼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 P361

"그 열광적인 우상 숭배자들은 자신들이 신으로 모시는 태양이 돌이라는 주장에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정작 우상인 돌을 신으로 모시는 자신들의 어리석음은 깨닫지 못했다." - P362

피타고라스는 지구가 공과 같이 둥글다고 추론한 역사상 첫 번째 인물이었다. 달이나 태양의 유사성에서 주목했거나, 아니면 월식이 일어날 때 달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가 원형이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지구가 둥글다는 추론을 했을 것이다. 또는 사모스 섬을 떠나는 배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 시야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부분이 돛대라는 점도 지구가 구형이라는 추론의 근거가 됐을 것이다. - P364

기원전 6세기는 놀랍게도 지구 전체가 지적, 정신적으로 요동하던 시기였다. 이오니아에서는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피타고라스와 그 밖의 철학자들이 활약하던 시대였고, 이집트에서는 당시의 파라오인 네코의 명에 따라 아프리카 대륙을 활주하는 항해가 있었다. 종교적으로도 특별한 시기였다.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 중국의 공자와 노자, 이스라엘, 이집트, 바빌로니아의 유대인 예언자들 그리고 인도의 석가모니가 활약하던 종교의 황금기였다. 이러한 활약상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류 역사의 수수께끼이다. - P363

피타고라스는 이 법칙(피타고라스 법칙)이 성립하는 직각삼각형들의 사례를 단순히 열거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일반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수학적 추론의 방식을 개발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모든 과학 연구에서 필수적인 수학적 논증의 전통은 피타고라스에서 시작된 것이다. - P364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이도 바로 피타고라스였다. 그는 우주를 "아름다운 조화가 있는 전체", 즉 코스모스로 봄으로써 우주를 인간의 이해 범주 안으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 P364

이오니아 사람들 대부분은 우주의 조화에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은 관측과 실험이라고 믿었다. 현대 과학에서도 관측과 실험이 연구활동을 주도한다. 하지만 피타고라스의 접근 방식은 매우 달랐다. 그는 순수한 사고를 통해서 자연의 법칙을 추론해 낼 수 있다고 가르쳤다. 근본적으로 피타고라스학파는 실험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수학자였으며 철두철미한 신비주의자였다. - P364

하지만 다행히도 몇 가지 예외가 있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음악적 화성의 정수비에 매료돼 있었다. 그들의 연구는 줄을 튕기는 소리 실험에 기반을 두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실험을 중시하던 엠페도클레스의 사상도 일부는 피타고라스학파와 관련이 있다. - P364

피타고라스의 학생인 알크마이온Alcmaeon은 인체를 해부한 최초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동맥과 정맥을 구별했으며 시신경과 유스타키오관을 발견한 첫 인물이며, 뇌가 지력知力의 장소라고 확실히 알고 있었다. (지력의 장소에 관한 그의 생각은 후에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부정된다. 하지만, 칼케돈의 헤로필로스Herophilos에 의해 재확인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력이 심장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그는 또한 발생학의 창시자이기도 했다. 애석하게도 알크마이온이 품었던 소위 ‘때묻은 생각‘에 대한 열의는 그 후에 피타고라스학파 안에서 공유되지 않았다. - P364

약간은 지나친 혹평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은 피타고라스학파에 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피타고라스는 새 종교를 창시했는데, 그것은 영혼의 이주성移住性, transmigration과 콩 섭취의 죄악성에 그 핵심 교의를 둔 일종의 밀의 종교密儀宗敎 였다. 그의 종교는 교단敎團의 형태로 구체화되었다. 그 교인들이 여기저기 국가의 권력층에 끼어들었고, 드디어 성인聖人들이 지배하는 정치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회개하지 않은 죄인은 콩 맛을 잊지 못하고 안달하다가 결국에는 교의에 등을 돌리고 말았다." - P365

피타고라스학파는 수학적 논증의 객관성 및 확실성에 매료돼 있었으며, 수학적 논증이야말로 인간 지성이 도달할 수 있는 순수하고 더러움이 없는 최상의 인지 세계라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러한 논증체계야말로 코스모스였다. 그 안에서는 직각삼각형의 변조차도 단순한 수학적 관계에 순종해야 했다. 이것은 번잡한 일상생활과 크게 대비되는 생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수학을 통해서 완벽한 현실, 즉 신의 영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겼고,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은 완벽한 세계의 단지 불완전한 투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 P365

플라톤의 유명한 동굴의 우화를 보면, 죄수들은 지나가는 이의 그림자만 볼 수 있도록 동굴 안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 그림자를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고개만 돌리면 바로 옆에 있는 복잡한 현실계를 알아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림자를 자신이 속한 세계의 전부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현실의 복잡한 실상을 그들은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피타고라스학파는 플라톤에게, 그리고 나중에는 기독교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 P365

그들(피타고라스학파)은 상충하는 관점들의 자유로운 대결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점은 모든 정통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와 같은 경직성 때문에 피타고라스학파는 자신들의 오류를 고쳐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 P366

토론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논지의 완벽함이지 그 논지가 지니는 권위의 무게가 아니다. - P366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들의 권위가 배우고 싶어 하는 자들에게 장애의 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국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판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권위의 무게가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주어진 문제의 답을 스승이 내린 판단에서만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 P366

나(키케로)는 피타고라스학파에서 통용됐던 이와 같은 관행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들은 논쟁에서 "우리의 스승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는 식으로 대답하는 습관이 있었다. 여기서 스승은 물론 피타고라스를 가리킨다. 이미 정해진 견해들이 아주 강해서 타당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채 권위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식이었다. - P366

피타고라스학파는 모든 면이 동일한 정다각형으로 만들어진 삼차원적 구조물, 즉 정다면체에 특별히 매료돼 있었다. 여섯 개의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정육면체가 정다면체의 가장 간단한 예이다. 정다각형의 종류는 무한하지만, 정다면체는 오로지 다섯 가지만 가능하다. - P366

다각형을 일컫는 그리스어 폴리곤 polygon은 ‘여러 개의 각‘을 뜻한다. 각 변의 길이가 같은 평면 도형이 정다각형이다. 길이가 같은 변 세 개로 만들어진 평면 도형이 정삼각형이고 변이 넷이면 정사각형, 다섯 개면 정오각형이다. - P690

다면체란 각각의 면이 다각형으로 이루어진 삼차원적 입체 구조를 지칭한다. 다면체를 일컫는 그리스어 폴리헤드론 polyhedron은 여기서 ‘여러 개의 면‘을 뜻한다. 예를 들어 정육면체는 여섯 개의 정사각형 면으로 이루어진 다면체이다. 바른다면체 또는 정다면체는 흠이 없는 다면체를 뜻한다. - P690

피타고라스학파와 요하네스 케플러의 연구에서는 정다면체가 다섯 가지밖에 없다는 사실이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 이보다 후대에 와서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와 르네 데카르트가 발견한, 정다면체의 면 수 F, 모서리의 수 E, 꼭짓점의 수 V 사이에 성립하는 (V-E+F=2, 식(2) 라 지칭함)의 관계를 이용하면 정다면체의 종류가 다섯 가지뿐이라는 사실을 아주 쉽게 증명할 수 있다. - P690

우선 정육면체를 예로 들어 이 식(V-E+F=2)의 성립 여부를 조사해 보자. 정육면체의 경우 이름 그대로 F=6이며, 꼭짓점의 수가 여덟 개이니 V=8이다. 그러므로 (6+8)-2=12 에서 모서리의 개수가 E=12개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정육면체에는 모서리가 열 두 개 있다. - P691

다면체에서 인접한 면 두 개는 모서리를 하나 공유한다. 정육면체를 다시 생각해 보자. 모서리 하나가 인접한 두 평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음이 확실하다. - P691

정n면체가 갖는 면들의 총수는 n X F이다. 그런데 면 두 개마다 모서리가 하나씩이니까,

n X F = 2 X E (식(3)이라 지칭)

의 관계가 성립한다. - P691

꼭짓점 하나에서 만나는 모서리의 수를 r라고 하자. 예를 들어 정육면체의 경우 모서리가 세 개 만나서 꼭짓점이 하나생기니까 r = 3이란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r X V = 2 X E (식(4)라고 지칭)의 관계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 P691

식 (3)에서 얻은 F = 2 E/과 식 (4)의 V = 2 E/r의 결과를 식 (2)에 대입하면, 2 E / r - E + 2 E / n= 2 의 관계를 얻을 수 있다. 이 식의 양변을 2 X E로 나누면,

1/n + 1/ r = 1/2+1/E (식(5)라 지칭)의 관계가 성립한다. - P692

가장 간단한 다각형이 삼각형이므로, n은 적어도 3이거나 3보다 커야 한다. 꼭짓점을 하나 만드는 데 최소한 세 개의 면이 교차해야 하니까, r역시 적어도 3이거나 3보다 커야 한다. n과r가 ‘동시에‘ 3보다 크다면 식 (5)의 좌변은 3분의 2보다 작아야 한다. 그렇다면 E로 그 어떤 양의 정수를 택해도 이 식을 만족시킬 수 없다. n과r가 동시에 3보다 크다면 명백한 모순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또다시 귀류법의 성공 현장에 서게 된 셈이다. - P692

즉 n = 3이면서 r가 3보다 크든가, 아니면 r = 3이면서 n이 3보다 커야 한다는 결론이다. - P692

먼저 n = 3인 경우를 보자. 그러면 식 (5)는

1/3 + 1/ r = 1/2 + 1/E

로 되고, 여기서 우리는

1 / r = 1/E + 1/6 (식(6)이라 지칭)

의 관계를 얻는다.

즉 r는 3이나 4나 5가 될 수 있다. 만약 E가 6이거나 그 이상이면 이 식은 충족될 수 없다. - P692

 n=3이고 r=3이라면 꼭짓점마다 세 개의 삼각형이 만난다. 식 (6)으로부터 모서리가 여섯 개, 식 (3)에서 면이 네 개, 그리고 식 (4)에서 꼭짓점이 네 개인 다면체이다. 다시 말해서 n=3의 경우가 피라미드 모양의 정사면체라는 결론이 나온다. - P693

n=3이고 r=4의 경우, 꼭짓점마다 네 개의 삼각형이 만나서 만드는 팔면체가 얻어진다. n=3에 r=5이면, 꼭짓점 하나에 삼각형이 다섯개씩 만나서 이루는 이십면체가 만들어진다. - P693

만약 r = 3인 경우 식 (5)에서부터

1/n = 1/E+1/6

의 관계를 얻게 되고, 그렇다면 n은 3, 4, 5 중에서 그 어떤 값을 가져도 좋다. n=3이면 다시 정삼각형 네 개로 이루어진 정사면체, n=4이면 정사각형 여섯 개로 만들어지는 정육면체, n=5이면 정오각형 열두개로 만들어지는 정십이면체가 된다. - P693

n과r가 이 이외의 정숫값을 가질 수 없다. 즉 정다면체에는 다섯가지밖에 없다. 수학적 사고의 추상성과 아름다움에서 유래한 이 결론이 인간의 실제적 삶에 미친 영향은 참으로 지대하다. - P693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피타고라스학파)은 면이 정오각형으로 구성된 정십이면체에 관한 지식을 위험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들은 정십이면체를 코스모스의 신비와 연관시켰던 것이다. 나머지 네 종류의 정다면체들을 당시 사람들이 세상을 구성하는 ‘4대 원소‘로 여겼던 흙, 불,
공기, 물과 연관시켰으므로 정십이면체와 연관시킬 수 있는 대상이란 결국 하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생긴 다섯 번째의 원소라는 개념이 바로 ‘제5원소 quintessenes‘ 라는 단어의 기원이다.) 그리고 정십이면체에 관한 것은 일반인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로 간주했다. - P367

피타고라스학파는 정수整數를 특별히 좋아했다. 그들은 다른 수들은 물론이고, 만물의 근원도 모두 정수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과 관련해 아주 곤란한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정사각형의 한 변에 대한 대각선의 길이의 비를 나타내는 2의 제곱근이 무리수로 판명됐던 것이다. 아무리 큰 정수를 쓰더라도 √2는 두 정수의 비로는 정확하게 표시할 수 없는 숫자다. 이것도 운명의 장난인지, √2가 무리수라는 사실은 다름 아닌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통해서 밝혀졌다. - P367

원래 ‘무리수無理數 irrational number‘ 는 두 정수의 비 ratio로 표현될 수 없는 숫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피타고라스학파는 무리수를 모종의 위협적인 요소로 받아들였는데, 이것은 무리수의 존재가 그들 세계관의 불합리성과 오류를 암시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오늘날 ‘irrational‘이라는 단어가 ‘불합리‘라는 두 번째 뜻을 갖게 된 연유이다. - P367

피타고라스 학파는 이렇게 중요한 수학적 발견들을 외부와 공유하지 않았고, 그의 제곱근과 정십이면체에 관한 사실의 공표를 거부했다. 그들의 관점에서 이러한 발견은 외부 세계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 P367

피타고라스학파의 히파소스 Hippasos라는 학자는 정십이면체의 비밀을《열두 개의 정오각형을 갖는 구》라는 이름의 책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그 후에 그는 바다에서 난파를 당해 죽게 됐는데, 이것을 두고 그의 동료들은 비밀 누설에 합당한 벌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그의 책은 전해오지 않는다. - P367

오늘날에도 과학 대중화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들은 과학의 신성한 지식은 소수 집단의 전유물이며, 대중이 함부로 손대어 훼손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 P3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말들이 많이 나온다. 나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점검해보면서 개선해야 할 점들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은 결국 관계와 관계의 결합입니다. 잘 산다는 것은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고, 잘 살지 못한다는 것은 이옷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어려울 게 없습니다. - P132

좋은 관계, 나쁜 관계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요?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오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곧 내가 그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P132

이웃을 기쁘게하면 내 자신도 기쁩니다. 이웃을 슬프게 하면 내 자신도 고통스러워집니다. 마음은 메아리이기 때문입니다. 이웃에 따뜻한 마음을 기울이면, 그 이웃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내 자신의 내적인 평안도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관념적인 종교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본성에 관한 것입니다. - P132

어떤 사람이 좀 얄밉다, 밉상이다, 그런 마음이 들면 오히려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를 하세요. 그 사람은 내 마음을,
내 한 생각을 돌이키게 하는 선지식이니까요. - P133

선지식이라고 하면 무슨 머리로 쌓는 지식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던데, 여기서 말하는 선지식은 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즉 스승입니다. - P133

선지식이라는 존재가 무슨 야단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깨우침을 주면 그가 바로 선지식입니다.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내 자식이 나에게 선지식이 될 수 있습니다. - P134

내 마음이 상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마음을 써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마음을 써야 할 일은 내가 만난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입니다. 친절은 인간의 아주 고귀한 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P134

세계화라는 것은 세계 여러 나라의 입장과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세계화를 하고 세계 시민이 되는 것도 좋지요. 그런데 이보다는 인간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계 시민의 대열에 당당하게 서려면 사람의 도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할 수 있는 도리로 친절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P135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다 큰 친절을 베푼다면 우주가 그만큼 선한 기운으로 확장됩니다. 좋은 기운으로 충만하게됩니다. 우주라고 해서 관념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로켓을 타야만 갈 수 있는 저기 먼 세계가 아닙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환경이 바로 우주입니다. 바깥에서 찾지 마십시오. 진리는 바로 내 안에, 내 곁에 있습니다. - P135

이 세상에는 불행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물질적인 가난 때문이라든가, 신체적인 장애 때문이 아닙니다. 마음에 따뜻한 사랑이 없기 때문에 불행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음에 따뜻한 사랑이 있으면 어떤 역경 속에도 결코 불행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산다 하더라도 마음에 따뜻한 사랑이 없으면 불행해집니다. - P135

이웃을 따뜻하게 대하는 그런 사랑 없이는 그 어떤 위대한일도 이 지구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간답게 살다가 간사람들, 현재 또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 마음에는 다그런 따뜻한 사랑이 있습니다. 또 따뜻한 친절이 있습니다. - P136

마음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본래부터 우리는 다 갖추고 있습니다. 단지 그 마음이 열려 있지 않을 뿐이에요. 그 마음이 겹겹으로 닫혀 있을 뿐입니다. 그 마음에는 본래부터 따뜻한 사랑이 가득 고여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한 생각 뒤틀려서 엉뚱한 데 정신을 파느라, 딴 데 신경을 쓰느라 자기 마음을 그렇게 열지 못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 마음을 활짝 열기만 하면 됩니다. - P136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이웃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열 수 있습니다. 내 가족을, 내 이웃을 선지식으로 대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저절로 열립니다. 내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간절해지는 존재가 됩니다. - P136

언짢은 사이란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나를 겸허하게 합니다. 생각을 돌이키게 합니다. 그러면 편해지고, 본래의 내가 될 수 있습니다. - P137

사랑과 친절이 우리 마음속에서 싹트는 순간 우리는 다시 태어납니다. 이것이 진정한 탄생이고 부활입니다. - P137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늘 변하고 있습니다. 계절이 변하고, 우리의 마음이 변하고, 세월이 변하고, 권력이 변하고, 경제 구조가 변하고, 공기의 상태가 변합니다. 모든 것은 변화 속에 있습니다. 이게 우주의 실상이고 원리입니다. - P140

변한다는 것은 가능성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 P140

자기 존재에 대한 자각이 선행되지 않고는 본질적으로 변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자기 존재를 자각하려면 고독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각 개인의 특성과 개성을 발휘하는 데에는 고독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 P141

진정한 고독은 영혼 가운데 있는 심연深淵 같은 것입니다.
고독을 체험하려면, 즉 자기 존재에 대한 의미를 캐내려면범속한 일상에 저항해야 합니다. 또 범속에 저항할 수 있으려면 생명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생명은 바르지 않은 것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생명을 느끼기 위해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침묵의 바다에 들어가 봐야 자기 생명의 무게, 자기 생명의 빛깔을 알 수 있습니다. - P141

여러분들이 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묵상을 하고 피정에 참여하는 것도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나는이것을 고독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마주하는외로움을 통해 사람답게 변할 수 있습니다. 홀로 있는 시간은 자기 정화의 시간, 자기 응시의 시간입니다. - P142

사람의 기본을 이루는 구조는 세상에 있습니다. 세상에 있다는 것은 함께 있다는 뜻입니다.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같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홀로 있는 시간과같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 배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으로서는 혼자만의 시간으로 성찰을 해야 하고, 집단 속의 일원으로서는 공동체의 발전에 협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 P142

산에서 사는 저 같은 중과 도시에서 사는 여러분 사이에는아무 연결점이 없는 것 같지만, 같은 시대의 공기를 마시면서 같은 문제를 두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절대 무연無緣한 관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존재와 존재로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 P142

나뭇가지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뻗어 있지만 뿌리는 하나입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맺어져 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운명을 받은 겁니다. 가지들이 뿌리를 공유하여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듯 우리는 같은 나무에서 뻗은 가지들입니다.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살아가지 않을 수없는 그런 존재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기쁨과 슬픔을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웃이 됩니다. - P143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돌 하나하나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하나의 자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여 이 중앙성당과 같은 건물을 짓는다면 어떨까요? 그때의 돌 하나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작은 돌 하나만 빠져도 건물은 온전해지지 않습니다. - P143

노력과 물자가 저마다 각기 있을 때는 그저 하나의 소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소재가 인간적인 표정을 갖추고 통일된 원리 안에서 건축에 참여하면 새로운 존재로서 거듭나게 됩니다. - P143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은 대단한 존재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동체를 이룰 때 한 개인의 존재는 승화되어 무한하게 확산됩니다. 특히 어려운 일을 함께 나눌 때 진정한 동료가 됩니다. 쉽고 간단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죠. 그래서 감당하기 힘든 일을 함께했을 때 진정한 동료의식이 싹틉니다. - P143

집단을 하나로 모으는 사회인지, 아니면 흐트러뜨리는 사회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함께 힘을 모으고 헤쳐 나가야 하는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 P144

좋은 일은 사람을 한데 모으고, 좋지 않은 일은 산산이 흐트러뜨립니다. - P144

나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거예요. - P144

카뮈의《전락》이라는 소설 - P145

우리는 인간성을 상실하고 괴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이웃을 보살피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 P145

말은 쉽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위해서 태종대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용기, 용두산 전망대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용기를 갖추기란 어렵습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바로 그런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 P146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P146

대한민국은 대형 버스입니다. 이 버스는 생명의 속성인 자유와 평화를 싣고 가고 있습니다. 이 버스를 지금 누가 운전하고 있습니까? 소수 지배 계층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의 문제이고 우리의 문제입니다. 운명을 같이하고 있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모른 척해서는 안 됩니다. 이 시대의 공격에 대해서, 이 시대의 흐름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모른 척할 수 없는 거예요. 이 시대에 대해서, 시대의 흐몸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겁니다. 역사를 창조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책임이 있는 거예요. - P147

삶의 가치와 살아갈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고통을 감내하고 견뎌 낼 수가 있어요. - P147

빅토르 프랑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자세는 의미를 지향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 P148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희망을 찾습니다. 비극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통해서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생명의 씨앗을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으려 합니다. - P149

사람은 과거나 미래에 살지 않고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삽니다. 노을 지는 벤치에 앉아서 과거를 반추할 필요는 없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불안의 탑을 쌓을 필요도 없습니다. - P149

철학자의 말을 인용해 본다면 시간은 관념적 개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흐르고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흐르고 변하는 것은 사물이거나 사람이거나 우리의 마음일 뿐입니다. 시간 그 자체는 그대로 늘 있는 거예요. - P149

사람이 만든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계는, 즉 시간의 흐름은 단지 인간들이 만들어 낸 약속일 뿐입니다. 지나가 버린 과거도 오지 않은 미래도 우리 것이 아니에요. 그러니 반추할 필요도, 불안해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추상적인 공간과 붙잡히지 않는 개념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사람이 사람답게 변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때입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이 자리예요. - P149

롱펠로의 「인생 찬가」는 말 그대로 인생을 찬양하는 시라고 할 수 있는데, 삶을 관조하는 말들로 가득합니다. 그중 한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말고 죽은 과거로 하여금 그 시체를 내지 않게 하라 죽은 과거는 그대로 묻어 두어라 행동하라, 살아 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 P150

우리는 생명의 한 장면을 아무렇게나 살아 버리면 안 됩니다. 즐겁고 유익하게 연소해야 합니다. 순간순간이 생명의무게로, 생명의 빛으로 가득해야 합니다. - P150

사람이 창조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에는 병에 걸리거나 늙거나 죽을수가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 탄생의 과정이 멎을 때, 어둡고 불쾌하고 싸늘한 죽음이 우리 삶의 문을 두드립니다. - P150

산다는 것은 순간마다 새롭게 변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그리고 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지, 늙고 병들고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달라져야 합니다. 정말 자기답게 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 P150

우리는 끌려가는 노예가 아니라 역사를 창조하는 당당한 존재이기 때문에 순간순간 아무렇게나 살아서는 안 됩니다. 나답게, 우리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 P150

표준어가 정제된 수돗물이라면 사투리는 따뜻한 피와 같은 것입니다. - P153

언어라는 것은 그렇습니다. 자기의 뿌리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P154

언어에 우열이 있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구성진 것으로 치면 아마도 남도 방언이 으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호남 방언은 수식어가 아주 발달했지요. 수식어가 발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이 섬세하다는 뜻입니다. - P154

작금의 사태들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총체적인 비리입니다. 우리 개개인도 우리 시대를 이루는 한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 P155

사회라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그런데 추상성이 개인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사회는 사람들로 이루어진하나의 집합체예요. 존재하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지 사회가 아닙니다. 개개인이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 P1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번 포스팅에서 각종 SNS 들이 사람들의 집중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오늘은 이것의 원인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
.
.
뒤이어 읽다가 요즘 사람들이 자주 쓰는 용어인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내용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의 핵심은 우리가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보다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훨씬 오래 바라본다(p.203)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우리가 볼 것들을 안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알고리즘은 우리를 해당 플랫폼에서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도록 하기 위해 설계되는데, 이러한 설계와 위에서 언급한 연구 결과가 합쳐져서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컨텐츠들이 자극적인 것들로 채워진다는 말이다.

본문의 내용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뉴스에 나오는 내용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소식들보다는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소식들로 상당부분 채워져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할 수 있었다. 또한 각종 드라마나 영화같은 것들도 무슨 막장 드라마나 기막힌(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영화들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본문 내용과 그에 걸맞는 사례들을 함께 생각해보면서 저자의 얘기에 더욱더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었다.
.
.
.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10분 규칙‘과 ‘타임박스‘라는 것이 나오는데, 실제 생활에서 적용해보면 좋을만한 꿀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페이스북과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의 사업 모델을 이해해야 한다 - P194

페이스북은 우리가 화면으로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는 시간만큼 돈을 벌며, 우리가 화면을 내려놓을 때마다 돈을 잃는다. - P194

페이스북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확실히 광고도 더 많이 보게 된다. 광고주들은 우리의 시선을 얻는 대가로 페이스북에 돈을 지불한다. - P194

"페이스북과 구글 서버 내부에 우리를 본뜬 작은 저주인형이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 P195

테크 기업이 무언가를 공짜로 제공한다면 그건 언제나 저주 인형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 P197

이 시스템을 칭하는 전문용어 (뛰어난 하버드 대학 교수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가 만들었다)는 ‘감시 자본주의‘다. - P197

"체스를 둘 때 내가 당신보다 앞서서 당신의 수를 전부 예측한다고 상상해봐요. 당신을 이기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거예요. 이게 바로 전 인류의 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 P198

이들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우리의 주의력을 흩뜨려야 한다. - P198

이건 우리가 구축해서 계속 허용하고 있는 유인 구조의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 P199

"그들의 사업 모델은 스크린타임이지, 우리의 일생이 아니에요." - P199

문제는 스마트폰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스마트폰의 앱과 노트북에서 여는 웹사이트가 설계되는 방식이다. - P200

진짜 논쟁은 이것이어야 한다. 어떤 기술이, 어떤 목적에서, 누구의 이익을 위해 설계되는가? - P201

알고리즘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일관된 핵심 원칙이 하나 있다.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게 만들 정보를 보여준다. 그게 다다. 우리가 화면을 더 많이 들여다볼수록 그들이 버는 돈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러므로 알고리즘은 언제나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지 않도록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보를 파악해서 그 내용을 점점 화면에 들이붓는다. 알고리즘은 집중을 방해하도록 설계된다. - P202

알고리즘이 신경쓰는 것은 단 하나, 즉 우리가 계속 스크롤을 내릴 것인지다. - P203

안타깝게도 인간의 행동에는 기이한 특성이 하나 있다. 대체로 우리는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보다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훨씬 오래 바라본다. - P203

이 타고난 인간 특성이 온라인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점점 늘고 있다.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고 싶다면 영상 제목에 어떤 단어를 넣어야 할까? (유튜브 트렌드를 감시하는 가장 훌륭한 웹사이트에 따르면) 그 단어들은 ‘증오, 말살, 혹평, 파괴‘다. - P204

그러므로 우리를 화면 앞에 붙잡아두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알고리즘은 (의도는 없었지만 불가피하게) 우리를 화나고 격노하게 만드는 일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분노를 많이 일으킬수록 참여도도 높아진다. - P204

많은 사람이 많은 시간을 분노하는 데 쓰면 문화가 바뀌기 시작한다. 트리스탄이 말했듯이, 이러한 현상은 ‘증오를 습관화‘한다. 증오가 우리 사회의 뼈대에 스며드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 P204

우리가 분노에 보상하고 자비에 벌을 주는 알고리즘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면서, 오늘날 (비난은 더 하고 이해는 덜하는) 이러한 태도는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모두의 반응이 되었다. - P205

이 시스템이 집중력을 훼손하는 여섯 가지 방식 - P206

첫째, 이 웹사이트와 앱들은 우리의 정신을 길들여 잦은 보상을 갈망하게 만들도록 설계된다. 우리가 ‘하트‘와 ‘좋아요‘ 를 갈구하게 만든다. - P206

한번 이러한 강화에 길들여지면 "현실과 물리적 세계에 머물기가 무척 힘들"다..."이만큼 잦은 보상을 즉각적으로 주지 않으니까요." 이러한 갈망 때문에 우리는 이 시스템에 연결되지 않았을 때보다 핸드폰을 더 많이 집어 들게 된다. 달디단 리트윗의 황홀감을 얻으려고 일과 관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 P206

둘째, 이 웹사이트들은 평소보다 전환을 더 자주 하게 만든다. 핸드폰을 집어 들거나 노트북에서 페이스북을 클릭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전환이 집중력에 일으키는 피해가 고스란히 발생한다. 앞에서 다룬 증거들은 이러한 전환이 술이나 약에 취하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사고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P206

셋째, 이 웹사이트들은 (트리스탄이 말했듯) 우리를 "내침"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이들은 우리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우리가 무엇을 즐겨 보고, 무엇에 흥분하고, 무엇에 화를 내고, 무엇에 격노하는지를 배운다. 우리의 개인적 트리거를 구체적으로 무엇이 우리를 어지럽힐지를 배운다. 즉 우리의 집중력을 뚫고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 P207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마다 이 사이트들은 우리의 과거 행동을 통해 학습한 내용들을 조금씩 내놓으며 우리가 계속 스크롤을 내리게 만든다. 종이책이나 텔레비전 같은 오래된 기술은 이런 식으로 우리를 겨냥하지 못한다. 소셜미디어는 정확히 어느 지점을 뚫고 들어가야하는지 안다. 우리가 가장 산만해지는 지점을 학습해 그곳을 겨냥한다. - P207

넷째,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 때문에 이 웹사이트들은 우리를 자주 화나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실험을 통해 분노 자체가 우리의 집중력을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입증해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분노하면 주변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평소만큼 집중하지 못하며 "정보 처리의 깊이가 얕아"짐을 발견했다. 즉, 더 얄팍하고 부주의한 방식으로 사고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분노로 온몸이 떨리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이 웹사이트들의 사업 모델은 매일같이 우리의 분노를 부채질한다. 이들의 알고리즘이 퍼뜨리는 단어가 ‘공격, 나쁜, 비난‘임을 떠올려보라. - P207

다섯째, 이 웹사이트들은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것에 더해, 우리가 타인의 분노에 에워싸여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 현상은 우리에게 다양한 심리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 P207

이 웹사이트들은 우리가 분노와 적대감으로 가득한 환경에 있다고 느끼게 만들고, 이로써 우리는 더욱 각성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집중력은 위험을 찾는 상태로 바뀌고, 책을 읽거나 자녀와 함께 노는 활동처럼 더 느린 형태의 집중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 P208

여섯째, 이 웹사이트들은 사회 전체에 불을 지른다. 여러 단계로 구성된 이 현상은 우리의 집중력에 가해지는 가장 복잡한 형태의 피해이자, 내가 보기에 가장 해로운 피해다. - P208

인류가 이 위험(프레온가스로 인한 오존층 파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방법은 과학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 정보를 거짓 정보와 구분하고, 힘을 합쳐 조치를 촉구하고, 정치인들을 압박해 행동에 나서게 하는 모든 단계에서 사회 전체가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 P209

한 사회로서 힘을 합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우리의 능력을 이 웹사이트들이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이 사이트들은 개인의 집중력뿐만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집중력까지 파괴한다. - P209

오늘날 소셜미디어에서는 거짓주장이 진실보다 훨씬 빨리 퍼져나가는데, 알고리즘이 분노를 유말하는 내용을 더 빠르고 멀리 퍼뜨리기 때문이다. - P209

우리가 거짓말 속에서 길을 잃고 끊임없이 동료 시민에게 화를 내면 여기서부터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우리는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우리가 집단으로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더 커지고 악화된다. 그 결과 사회는 위험하게 느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더 위험해진다.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실제 위힘이 커질수록, 우리는 더더욱 각성 상태가 된다. - P210

알고리즘은 그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영상을 더 오래 보게 만들 내용을 선택할 뿐이다. - P211

"어디에서 시작하는 말도 안 되는 것에서 끝이 납니다." - P211

"우리의 시스템이 매일 크랭크를 돌리듯 조직적으로 급진화를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썩은 사과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썩은 사과 공장입니다. 우리가 썩은 사과 농장이에요." - P212

어떤 국가든 이러한 거짓 정보에 오래 노출되면 분노와 비현실 속에서 길을 잃어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곧 거리와 하늘이 실제로 더 위험해진다는 뜻이며, 이로써 우리는 과도한 각성상태가 되고, 이 상태는 우리의 집중력을 더욱더 망가뜨린다. - P217

현재 우리가 "인류의 집단적 퇴화와 기계의 진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합리성과 지성, 집중력을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 - P218

낙천주의가 폭발하는 가운데 인류가 무언가를 만들었다가 자신이 만든 발명품을 더 이상 제어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문학에 가득하다...(중략)...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 역시 그에게서 탈출해 살인을 저지른다. - P219

"자기 발명품이 자신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할 때, 우화에서는 그때가 바로 그 발명품의 작동을 멈추는 순간 아니야?" - P219

다이어트 책은 비만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고, 디지털 다이어트 책은 집중력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서 작동하는 더 거대한 세력을 이해해야 한다. - P222

어린 시절은 아이와 부모 사이의 작은 연결의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그 순간들을 놓치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 - P223

"제게는 평생 나를 통제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고, 결국엔 제가 그걸 통제했어요." - P225

"내적 트리거는 불편한 감정 상태입니다." - P227

"핵심은 회피예요. ‘이 불편한 상태에서 어떻게 벗어나지?‘가 핵심이죠." - P227

우리 모두가 자신의 내적 트리거를 탐구하고 고찰해 그것을 없앨 방법을 찾아야 한다 - P227

마음을 들쑤시는 감정이나 지루함, 스트레스가 느껴질 때마다 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했고, 포스트잇 한 뭉치를 집어 알고 싶은 내용을 그 위에 적었다. - P227

"우리는 습관에 매여 있지 않습니다. 습관은 끊을 수 있어요. 언제나요. 우리는 습관을 바꿀 수 있어요. 그 방법은 내적 트리거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과 그 행동 사이에 일종의 틈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 P227

우리 모두가 ‘10분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믿는데, 그 규칙이란 핸드폰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때 10분만 기다리는 것이다. - P227

우리가 ‘타임박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매일 할 일의 자세한 계획을 짜서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 P2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