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간의 결혼은 많은 사회에서 허용되거나 심지어 장려된다. 특히 그런 결혼이 집단의 응집성에 도움을 주고 부를 굳건히 해 줄 때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형제자매 간의 결혼과 이복 형제자매 간의 결혼은 금지되어 있다. 이 금기는 의식적인 고안물이다. 단지 본능적인 반응이 아니며 세부 사항들은 사회마다 상당히 다르다. 많은 문화에서 이 금기는 친족분류와 족외혼 계약과 뒤섞여 있다. - P311
선사 시대의 사회에서는 근친상간이 식인 풍습, 흡혈귀에 대한 믿음, 악한 마녀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 P311
근대 사회는 근친상간을 막는 법을 제정한다. 1650년부터 왕정복고가 이루어진 1660년까지 호민관 시대에 영국에서는 근친상간의 당사자들이 사형에 처해졌다. 1887년까지 스코틀랜드에서는 실제로 무기 징역에 처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명목상으로는 사형에 처해진 것과 다름없는 대우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벌금이나 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는 중죄로 취급되어 왔다. 성적인 아동 학대가 만일 근친상간에 의한 것이라면 더욱 용서 받기 힘들었다. - P311
근친상간 금기는 우리를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간의 경계 지역으로 다시 한 번 인도한다. 그 금기가 제기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생물학적인 웨스터마크 효과와 문화적인 근친상간 금기는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는가? - P312
프로이트에 따르면 친족 이성 간의 욕정은 근본적이고 강제적인 것으로서 그 어떤 억제 본능보다 강하다. 그러한 근친상간과 그로 인해 가정을 풍비박산 나게 하는 재앙을 막기 위해 사회는 금기라는 것을 고안해 냈다. 프로이트가 자신의 거대 심리학 체계의 일부로서 발전시킨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는 그런 욕망들 중 하나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어머니와의 성관계를 통해 쾌락을 느끼기를 열망하면서 자신의 경쟁자인 아버지를 미워하는 아들의 해결될 수 없는 욕망이다. - P313
그(프로이트)는 1917년에 "남성은 어머니와 누이를 향해 정기적으로 근친상간적인 선택을 한다. 이것은 인간이 태어나서 최초로 하는 선택이다. 그리고 이런 끈질긴 유아기적 성향이 실행되는 것을 막으려면 가장 엄중한 금기가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P313
프로이트는 웨스터마크 효과를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일축해버렸다. 그는 정신 분석의 결과들이 그런 현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의 이런 비판은 《황금가지 (The Golden Bough)》의 저자이며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고전학자인 제임스 프레이저(James Frazer)의 생각에 상당히 기대어 있었다. - P313
프레이저는 만일 웨스터마크 효과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금기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뿌리 깊은 인간의 본능이 왜 법을 통해 강화될 필요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 P313
프레이저에 대한 웨스터마크의 대응은 단순했지만 동등하게 논리적이었으며 많은 후속 증거들을 통해 지지되었다. 하지만 정신 분석이론의 위세에 눌려 무시되고 말았다. - P313
웨스터마크는 개인들이 다음과 같이 추론한다고 말했다.
나는 내 부모와 형제자매에 대해 성적으로 무관심하다. 하지만 종종 그들과의 성관계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은 구역질이 난다! 근친상간은 일종의 억지이며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은 내가 그동안 함께했으며 내 자신의 복지를 위해 계속 유지해야만 하는 결속들을 변화시키거나 파괴해 버린다. 이것을 확장하면 다른 사람이 근친상간을 범하는 것도 나는 역겹다. 물론 그들도 나와 같은 입장이다. 그래서 드물게 일어나는 그러한 사건들은 비도덕적이라고 비난받아야 한다. - P314
프로이트를 비롯한 일군의 영향력 있는 사회 이론가들은 왜 그 효과를 그토록 무시했을까?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웨스터마크 효과가 사회 이론 분야의 주요 진보를 근본적으로 되묻는 것이었고 근대 사상의 토대를 위태롭게 했기 때문이다. - P314
"프로이트는 만일 웨스터마크가 옳다면 그 자신은 틀렸음을 너무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초기 유아기의 관계로 인해 서로 간의 성적 관심이 억눌린다는 견해 (웨스터마크 효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기초, 성격 역동성(personality dynamics) 개념, 신경증에 대한 설명 그리고 법, 예술, 문명의 기원에 관한 그의 거대 이론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거부해야 마땅한 것이었다." _아서 울프 - P314
웨스터마크 효과는 다른 배들도 위태롭게 만들었다. 사회 규범이 일반적으로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기 위해서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존재하는가? 근친상간 금기는 도덕성의 진화에 대해 어떤 함의를 지니는가? 이것은 사소한 문제들이 아니다. - P314
정통 사회 이론에 따르면 도덕성은 대체로 양식과 관습으로부터 구성된 의무 규약이다. 하지만 웨스터마크는 기존의 윤리학에 대해 도덕 개념이 선천적인 감정에서 도출된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 P314
근친상간 금기의 문제는 적어도 윤리 이론들이 충돌하는 대목에서는 경험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실제로 웨스터마크와 프로이트 중 한 사람만 옳았다. 현재의 증거들은 웨스터마크 쪽으로 강하게 기울고 있다. 근친상간 금기는 단순히 개인적 선호에 문화적 규약을 덧입히는 것 이상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근친 교배의 결과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근친상간을 통해 태어난 자식들이 자주 결함을 가진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식할 수 있다. - P315
웨스터마크 효과는 모든 영장류에서 발견되는 일종의 성적 둔감 현상으로서 인간의 경우에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성적 성숙기로 접어든 젊은 개체들이 자신의 집단을 떠나는 현상도 영장류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한편 인간 사회에서는 이런 현상이 청년기의 바람기나 족외혼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 P316
도대체 합리적 선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대안적인 정신적 시나리오들을 궁리해 보다가 최강의 후성 규칙을 만족시키는 시나리오를 문득 찾게 되는 그런 것이리라! 인류가 수십만 년 동안 성공적으로 생존하고 번식하게 된것도 이런 규칙들 그리고 그 규칙들의 상대적 힘의 위계 때문이다. - P316
근친상간 회피 현상은 유전자 · 문화의 공진화의 한 가지 사례로만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이 사례는 유전자 · 문화 공진화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 행동의 전반까지 엮어내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 P316
사람들은 사회과학ㅡ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그리고 정치과학ㅡ에서 우리의 삶을 이해하고 미래를 통제할 지식을 기대한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사건들의 예정된 전개가 아니라 우리가 특정한 행위 과정을 선택했을 때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하고자 한다. - P317
의학자들은 분자생물학과 세포생물학의 정합적 토대를 믿는다. 그들은 건강과 질병의 요소들을 생물학·물리학· 화학의 수준까지 내려가서 연구하고자 한다. 그들이 수행하는 개별 연구 프로젝트의 성패는 근본 원리들에 입각한 실험 설계를 얼마나 잘했느냐에 달려 있다. 즉 그들은 전체 유기체에서 분자까지 이르는 순차적인 생물 조직의 모든 수준들에 일관적으로 적용되는 근본 원리들을 사용하고 있다. - P319
사회과학자들은 대체로 자연과학을 통일시키고 이끌어 가는 지식의 위계성 개념을 일축한다. 그들은 독립된 칸막이에 자신만의 방을 만들어 놓고 각자의 방에서만 통하는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려고만 하지 그런 작업을 좀처럼 다른 방들로 확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당수의 학자들이 이런 전반적인 혼돈 상태를 즐기면서 그것을 창조적 효소쯤으로 착각하고 있다. - P319
어떤 이들은 당파적인 사회 운동을 추구하면서 개인적인 정치 철학에 이론을 복속시키고 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사회과학자들은 마르크스 레닌주의나 사회다윈주의의 극단적 형태를 수용해 왔다. 오늘날은 자유 방임형 자본주의에서부터 극단적 사회주의까지 이념의 시장이 매우 넓어졌으며, 소수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객관적 지식이라는 개념 자체를 문제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상대주의도 등장했다. - P319
그들(사회과학자들)은 부족적 충성심에 쉽게 속박된다. 사회과학 이론의 가르침 중 많은 것들은 아직도 창시자들에 얽매여 있다. 만일 과학의 진보를 그 창시자들이 얼마나 빨리 잊혀지는가로 측정한다면 이런 상황은 좋지 않은 징조이다. - P319
《옥스퍼드 철학 사전(The Oxford Dictionary of Philosophy)》에서 사이먼 블랙번(Simon Blackburn)은 교훈적인 사례를 하나 제시했다. "소쉬르를 따르는 기호론(semiotics) 전통은 가끔씩 기호학(semiology)으로 지칭된다. 하지만 혼란스럽게도 크리스테바(Kristeva)의 책에서는 이 용어가 자아의 유아적인 일부가 비합리적으로 발산되는 경우를 지칭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비판 이론, 기능주의, 역사주의, 반역사주의, 구조주의, 포스트구조주의 분야들을 통해서도 계속되고 있다. 만일 우리가 냉정하게 거절하지 않는다면 어느새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 이론의 함정 속에 빠지게 된다. 20세기에는 그 함정 속으로 그렇게 많은 학문의 세계가 사라졌다. - P320
문제는 사회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인간 생물학과 심리학의 물리적 실재 속에 단 한번도(이 단어가 그렇게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끼워 넣어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물리적 실재는 존재하며 문화는 어떤 별천지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 P320
사회과학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회과학은 본래 물리학과 화학보다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에 물리학과 화학을 그렇게 부르기보다 사회과학을 경성 과학(hard sciences)이라고 불러야 한다. 언뜻 생각하면 우리가 광자, 글루온 그리고 황화 라디칼(sulfide radical) 하고는 이야기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사회과학이 더 만만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과학 교과서들을 대부분 진부하다고 여긴다. - P320
친숙함은 편안함을 주고 편안함은 부주의와 실수를 낳는다. - P321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심지어 제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등을 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은 틀렸다. 그들은 잘못된개념들에 젖은 상식에 입각하여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이른바 통속 심리학(folk psychology)ㅡ아인슈타인은 이것을 "18세까지 배운 모든 것"이라고 정의했다.ㅡ을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그리스 철학에서 개발된 개념들에 비해 그저 조금 발전된 논의들일 뿐이다. - P321
세련된 수학 모형을 오랫동안 사용해 온 사회 이론가들도 똑같이 통속 심리학에 만족해 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과학적 심리학과 생물학의 발견들을 무시한다. 사회과학자들이 공산주의적 원칙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인종주의적인 적개심의 힘을 과소평가했던 이유가 부분적으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압력 밥솥 뚜껑이 퍽 하고 열리듯이(구)소련이 붕괴했을 때 정말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런 에너지의 갑작스러운 방출이 있었던 이유들 중 하나가 몰락해 가고 있었던(구)소련의 영토에서 벌어진 인종 싸움과 민족 분쟁이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 P321
사회 이론가들은 민족성으로 불타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계속해서 잘못 판단해 왔다. 당장 미국에서만도 그들은 (구)소련의 붕괴를 예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그 원인들에 대해서 일치된 견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사회과학자 전체는 인간 본성의 토대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으며 그본성의 뿌리 깊은 기원에 대해서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 P321
사회과학은 강력한 역사적 전례의 잔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사회과학의 창시자들은 고의적으로 자연과학을 무시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예컨대, 에밀 뒤르켐, 카를 마르크스, 프란츠 보애스(Franz Boas),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그의 후계자들이 전부 그런 입장을 따랐다. 그들은 초창기 자신들의 학문 분야를 생물학과 심리학이라는 기초 과학으로부터 분리하려고 애를 썼다. - P322
사실 초창기의 사회과학은 다소 소박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사회과학과 생물학 · 심리학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했다. 이런 입장은 처음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당시의 사회과학자들은 자연과학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문화와 사회 조직의 양상에 대해 왕성한 연구들을 시작했으며 사회 행동의 법칙들을 만들어 갔다. 그러나 이런 개척기가 끝난 후에 그 이론가들은 생물학과 심리학을 아예 팽개치는 실수를 범하기 시작했다. 인간 본성의 뿌리를 외면하는 것이 더 이상 미덕일 수 없는 데도 말이다. - P322
사회 이론가들은 사회과학의 또 다른 풍토병 때문에 자연과학과의 만남을 저지당했다. 그것은 정치 이념이다. - P322
정치 이념의 효과는 미국 인류학계에서 특히 분명하게 나타났다. 프란츠 보애스는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와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라는 걸출한 제자들의 도움으로 당시의 사회다윈주의에 내재된 우생학과 인종주의에 대항하여 십자군 역할을 자처했다. (이런 인식 자체는 옳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특정 도덕적 기치로 둔갑하더니 그들은 우생학과 인종주의에 대한 반대를 넘어 문화상대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을 이끌어 냈다. - P322
‘문명화된‘ 사람이 다윈적인 생존 투쟁에서 ‘원시적인‘ 사람을 이겼기 때문에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들 간의 차이가 역사적 환경의 산물이 아니라 그들의 유전자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는 믿음도 거짓이다. 게다가 문화는 엄청나게 복잡하며 환경에 잘 적응된 상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화가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진화한다는 생각은 오해이며 문화적 다양성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옳지 않다. - P323
보애스를 포함해 영향력 있는 인류학자들은 모든 문화가 상이한 방식으로 동등하다고 믿으면서 문화상대주의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구미 사회에서는 정치적 다문화주의(political multiculturalism)가 맹위를 떨쳤다. 또한 소수 인종, 여성, 동성애자도 다수자들이 누리는 하위문화와 동등한 지위를 갖는 그들만의 하위문화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게 되면서 문화의 통합이라는 개념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여럿에서 하나로"라는 미국의 표어는 "하나에서 여럿으로"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이런 정체성 정치학(identity politics)이 개인의 시민권을증대시키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 P323
인도주의적 목표를 통해 확고해진 많은 인류학자들의 본능은 생물학에 대한 그들의 반대 입장을 좀 더 공고히 하면서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지지를 더욱 강화시켜 나갔다. - P323
문화상대주의는 인종 집단들 간의 유전적인 행동 차이가 있다는 믿음ㅡ물론 이런 믿음은 증명되지 않았으며 이념적으로도 위험한 발상이다.ㅡ을 부정하면서 시작되었는데 결국에는 유전에 기초한 통합된 인간 본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반대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해서 인간 조건에 대한 커다란 수수께끼가 생겨났다. 문화나 유전이 아니라면 도대체 인간성을 통합해 주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 P323
만일 윤리 기준들이 문화를 통해서 형성되는데 문화는 끝없이 다양하고 동등하다면 도대체 무슨 근거로 신정(神政, theocracy)이나 식민주의, 아동 착취, 고문, 노예 제도를 반대할 수 있겠는가? - P324
생물인류학(biological anthropology) 연구자들은 문화란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유전 역사의 산물이며 그런 역사의 영향을 받은 개인의 결정으로 매 세대마다 새로워진다고 설명한다. 한편, 문화인류학(cultural anthropology) 연구자들은 문화가 유전적 역사와는 대체로 상관없는 고차원적 현상이며 실제적으로 어떤 제한도 없이 사회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 P324
생물인류학적 관점은 「스타워즈」와 같은 시리즈 영화와 맥을 같이 하는데, 왜냐하면 거기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이 그 물리적 외형은 다르나 오히려 확고부동한 인간성으로 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 P324
반면 문화인류학적 관점은 오히려 「외계의 침입자(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류의 영화에 더 잘 어울린다. 여기서 등장인물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외계인의 본성을 갖고 있다. (이것을 제대로 보여 준 영화는 「인디펜던트 데이」이다. 그 영화에 따르면 만일 인간이 아니라면 모든 것이 외계인이다.) - P324
한편으로는 "생물학적 변이와 문화적 변이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다양성을 생물학화하거나 본질화하는 일은 거부한다." - P324
그들(문화인류학자들)은 과학이 다양한 유형의 사고방식들 중에 하나이며 다양한 지적문화 중에서 하나의 훌륭한 하위문화일 뿐이라는 극단적인 포스트모더니즘을 받아들인다. - P325
현대 사회학은 인류학보다 자연과학에서 더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사회학은 사회학자 자신이 속해 있는 복잡한 사회에 관한 일종의 인류학적 탐구라고 해도 된다. 반대로, 인류학은 인류학자 자신이 속해있지 않는 좀 더 단순하고 동떨어진 사회에 대한 일종의 사회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연구 주제 측면에서 보면 사회학은 가계 수입과 이혼율의 관계 등을 다루고 인류학은 신랑의 결혼 지참금 등을 다룬다. - P325
근대 사회학은 정확한 측정과 통계적 분석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 P325
학계의 사회학자들은 대개 문화 연구 스펙트럼에서 생물학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한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 P325
자연과학의 분석 방법에 대단한 재능을 가진 탁월한 주류 이론가인 시카고 대학교의 제임스 콜먼 (James S. Colema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회과학이 설명해야 할 것은 사회현상이지 개인의 행동이 아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회 현상이 직접적으로 개인 행동의 합으로 유도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예외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초점은 설명되어야 할 사회 체계에 맞춰져야 한다. 그 규모는 양자 관계에서부터 사회, 심지어는 세계 체제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설명의 초점이 하나의 단위로서의 체계에 있지. 개인 혹은 그 체계를 만드는 다른 구성 요소들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 P326
생물학은 여러 수준의 조직들에 걸쳐 일어나는 인과 관계들을 추적하는 과학으로서 뇌와 생태계의 수준에서 원자 수준까지 모든 것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도대체 왜 사회학은 뉴런에서 사회까지를 관통하는 전망의 인도를 받아서는 안 되는가? 그러지 말아야 할 분명한 이유는 없다. - P326
컬럼비아 대학교의 로버트 니스벳(Robert Nisbet)은 고전 사회학에 대한 평가를 내리면서 사회학이 과학보다는 개념적으로 웅장한 하나의 예술로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니스벳은 위대한 예술의 목표는 개인적 필요 또는 심지어 철학적·종교적 아이디어의 충족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또는 예술가 자신)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는" 이미지들을 통해 종합적이며 내적으로 일관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허버트 리드(Herbert Read)의 말을 인용한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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