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이야기들에서는 전기차 생산의 기반마련을 위하여 전동 킥보드, 전동 스쿠터 같은 것들이 개발되어 나왔는데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주인공과 삼전 회장이 미국 현지 국회의원을 만나서 전기차 관련 입법안과 관련한 협상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일이 일사천리로 잘 진행되는듯 싶었는데..


혹자는 생각할 것이다.
회사의 대표면 가져다준 문서에 결재나 따박따박 해주고 직원들이 일하도록 채찍이나 잘 휘두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난 생각한다.
결재는 직원의 제안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이후의 일에 자신이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그러니 작은 결재도 모든걸 알아야만 할 수 있는 거다.

"이게 다 뭐예요? 아무래도 내가 잘못 들었나 보다. 대표가 아니라 노예로 오신 건가보네."

"그래도 사람이 사람같이는 살아야지. 뭐야, 이게."

그녀와 나 두 사람의 가장 큰 연결고리는 누가 뭐래도 유니콘이라는 회사였다.
난 생각한다.
연결고리가 사라져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녀는 생각할 것이다.
연결고리가 사라진 이상 난 결박 줄이 끊어진 배처럼 파도에 쓸려 바다로 떠나갈 거라고.

이젠 그냥 웃기로 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니 그냥 즐겨야지 뭐.

"쓸데없는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요."

지금 필요한 건 걱정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

진보든 보수든, 한국이든 미국이든 정치인이 신념을 따라 움직인다고 믿다가는 뒤통수가 깨진다.
정치인은 오직 표를 따라 움직이는 존재.

"그러니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시는 게 도움이 될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물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을 지동욱 씨가 연결해 줄 수 있다는 말이겠죠? 물론 적당한 조건이 있을 테고."
지동욱의 눈이 후욱 커졌다.
"듣던 대로 제 속을 다 들여다보고 계시는군요."
"네. 그러니까 저한테는 그냥 솔직하시면 됩니다."

"전 환경이야말로 인간이 외면해서는 안 될 최후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워싱턴 모처 조이스 켈리의원의 사무실. 마침내 대면한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특히 산업화로 환경에 가장 큰 대미지를 준 선진국들이 나서야 해요. 환경파괴의 재앙은 선진국 후진국 구분없이 전 세계에 닥칠 테니까요."

전기차 역시 에너지를 태워 만들어낸 전기로 움직이는 차. 그 에너지 중 화석 연료도 포함되는데 과연 전기차를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 하지만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건 현대 전기 보급의 특수성과 한계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원자력, 화력, 수력, 풍력.
태양광 발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발전소는 하루 24시간 전기를 생산한다. 하지만 전기가 가장 필요한 시간은 주로주간.
사람들이 잠들고 일하지 않는 야간엔 전기 소모가 크게 줄어든다.

여기서 괴리가 발생한다. 대부분 국가의 발전량 목표는 전력 소모가 가장 많은 주간에 맞춰져 있다. 당연히 목표에 맞추어 발전소를 건설하고 가동한다. 그렇기에 야간엔 전기가 남아돈다. 인류가 전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주·야간의 전력 소모 불균일에 대해 수많은 대안이 제시되어 왔다.

야간 전기요금 할인. 야간 전기를 이용한 대규모충전소 건설.
일부는 시행되었고 충전시설에 대한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균형은 여전했다.
그렇기에 전기차는 아주 좋은 해법이 된다. 전기차는 주로 주간에 구동하기에 주 충전시간이 야간. 그러니 전기차는 움직이는 충전소나 마찬가지.

"이론상으론 미국 정부에 등록된 차량 중 30퍼센트만 전기차로 바뀌어도 이 땅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를 없앨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전 세계에 수없이 많다. 그들은 국제적인 조직을 만들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그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정당을 만들어 자기 사람을 의회로 보냈으며 정부의 결정에 매서운 질책을 날렸다. 특히 유럽 국가에서 친환경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에도 환경운동가와 단체는 있지만 정책에 끼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한 수준.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미국의 광대한 영토와 자국 내 유전을 꼽는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 영토가 넓기에 오염에 둔감하며 자국내 유전을 통해 성장한 에너지 기업들은 끊임없이 로비를 행한다. 덕분에 환경에 대한 입법시도는 번번이 좌절되었다. 그 결과 미국의 친환경 정책은 전무하다시피 한 수준.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결국 환경문제를 등한시한 오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후 5년이 지나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화석연료 기반의 내연기관에 너무도 집착한 유럽과 일본.
반면 자동차 산업이 거의 쑥대밭이 된 미국. 너무도 처참하게 무너진 쑥대밭이었기에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싹이 틀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되었다.

테슬라는 이제 전기차의 시대가 열렸음을 세상에 선포했고 세상은 구매로 답해주었다.
환경을 도외시해 망해버린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이번엔 너무도 친환경적인 전기차로 인해 부흥했다는 사실에  난 묘한 아이러니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미국의 대반전을 알고 있기에,

난 확신할 수 있다. 미국은 합리적인 이슈에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한인사회가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만 잊지 말아 주십시오!
미국의 한인들은 조국의 인정에 몹시 목말라 있었다. 덕분에 우린 조건 없는 큰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다.

품속의 핸드폰을 꺼냈다.
발신자는 지동욱.
"네, 기자님."
[지금...... 큰일 났습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기가 막히게 적중했다. 전화기 너머 지동욱의 목소리는 당황과 초조에 가득 차 있었다.
[조이스 켈리, 그 여자 비리가 터졌어요.]
안타깝게도 불운은 마치 정해진 것처럼 우리를 덮쳤다.
눈앞이 깜깜해졌지만 듣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화면에선 조이스 켈리와 삼전의 유중호의 관계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특히 유 회장의 미국 유학 시절 동창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둘 사람 간의 연결고리.......]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만약 유중호가 켈리에게 돈을 건네 전기차 허가에 찬성표를 구했다면 전기차 허가는물론이고 삼전과 벨로프는 미국 땅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미국은 불법에 대해 관용이 없는 나라입니다. 후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범죄, 그중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범죄에 대해 미국의 원칙은 철저한 무관용.

"일단 형님에게 연락해요.
최소한 동생에게만큼은 거짓을 말하진 않을 겁니다."

지동욱의 말대로라면 헤럴드는 이미지와 실제가 아주 다른 인물이었다. 리베이트를 받고 그걸로 자기세력을 키운 그런 인물.
머릿속에 대략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민주당의 차기를 이끌 경쟁 관계인 헤럴드와 켈리. 지동욱도 알 만큼 기업과의 유착 의혹을 받는 헤럴드.
‘정적 제거를 위해 이번 일을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면‘
지금의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는 그림이 나온다.

".....반전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지동욱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없답니다."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린 곳엔 유경호가 있었고 그의 말은 머릿속에 완성된 그림을 현실화시키는 것이었다.
"절대로 그런 일 없답니다.
그리고 켈리 의원 절대 리베이트 따위를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군요."

"아무래도 출장이 길어질것 같네요. 그러니까 일단 오늘은 잡시다. 싸우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필요하니까요."

이익을 나누는 그의 계파의 결속은 정치적 신념으로 묶인 계파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었다.

"우리가 필요한 건 헤럴드를 날리고 상황을 반전시킬 구체적 증거예요."
그런 정황을 확인하고도 마크 던컨을 찾은 이유는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증거.

"돈은 필요 없어."
"네?"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 의뢰는 서비스로 해주지. 삼전이라는 대기업의 도련님에게 빚을 지우는 건 우리한테 제법 남는 장사거든."

하지만 마크 던컨에 대한 내 결론은 간단하다.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하나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요."
손을 들었다. 그리고 긴장으로 딱딱해진 유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한테 그 돈이 바닥나지 않는 이상은요."
녀석이 이해할 수 없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발 뭐든 좀 나와다오."

"때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염이 다크서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스토리 전개를 얼핏 보아하니 이것저것 상식으로 배울게 많을 듯 하다.


그 순간 머리에 뜨끈한 무언가가 스며들어왔다. 눈이 절로 크게 뜨이고 입이 쩍 벌어졌는데, 그 안쪽에서부터 바람이 부는 듯했다.
"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조금만 참아!"
할아버지는 내 머리를 뭉개버릴 기세로 더 힘껏 짓눌렀다.
더 이상 통증은 없었다.
대신 두 눈앞에 엄청난 속도로 온갖 약재와 음식들이 번쩍거리며 지나갔고, 입에는 모터가 달린 듯 민간요법과 진단법이 거의 한 음처럼 빠르게 흘러 나왔다.

눈이 1,000개의 모니터가 되고 입은 1,000개의 스피커가 된 듯했다.
머리에 전해지는 뜨끈한 느낌이 서서히 걷혔고, 할아버지의 양손이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다 됐다."
할아버지가 말을 마치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돼지한테 진주를 줄 이유가 없지 않느냐? 넌 돼지가 아니지?"
"아닙니다."
"그래. 너도, 다른 사람들도, 전부 건강하고 웃을 수 있게 만들어 봐라."
"네!"
"그래, 또 보자."

머릿속으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민간요법과 진단법이 떠돌았다.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이나 종류는 다를 수 있다. 당연히 그에 대한 처방과 치료법 또한 다르게 마련. 이러한 부분까지 구분하여 진단이 가득했다.

옛날부터 달고 있던 것 중 하나가 비염.
수시로 코가 막히고 자연히 입으로 호흡을 하게 된다. 재채기도 잦고 콧물을 닦기 위해 휴지는 상시 구비해야 한다. 코골이도 어찌나 심한지 자다가 내가 코고는 소리에 깬 적도 있을 정도.

이 비염이 비강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눈꺼풀 아래 혈류에 정체가 일어나며 색소침착까지 일으킨 것이다.
즉, 비염이 호전되면 다크서클까지 완화된다. 만성피로도 좋아질 게 분명하다.

"녹차를 어디에 뒀더라......."
녹차의 항산화 성분이 비염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예민해져 있는 기도 또한 이완시켜주고, 이외에도 다양한 효과가 있다는 건 워낙 유명한 사실.
찻잎을 우리는 게 가장 좋고, 그 다음은 가루, 그 다음이 티백이다. 내게 있는 건 티백뿐이지만,
이거라도 마시고 안 마시고는 천지 차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위탁 생산은 필연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들쭉날쭉한 품질‘

"회사는 결국 사람입니다.
보명의 기술자들은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을 테지요."
아무리 복잡한 가전제품이라도 그걸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품을 카피한 죄를 지워낸다면 보명은 우리에게 부족한다양한 가치를 채워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 회사라는 진실만이 남는다.

이곳 접견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난 생각했다. 이 자리는사죄와 용서의 자리가 아니다.
또한 배상 조건을 협상하는 자리도 아니다.
감정을 터뜨리는 대신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고 무릎을 꿇는 대신 협업의 악수를 나눠야 할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다짜고짜 무릎부터 꿇은 한덕수에게 짜증이 날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생각을 알지 못하는 한덕수는 두 눈만 껌뻑일뿐이었지만.
"...하지만 유니콘이 대체 왜...... 우리 같은 회사를."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 이번 제안을 하게 된 단 하나의 전제를 입에 올렸다.
"필요하니까요.‘
"......."
"유니콘은 보명 전자가 필요해요. 그리고 보명 전자는 유니콘이 필요할 겁니다. 아닙니까?"

권력의 집중은 부작용을 낳는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일방향 지향성을 위한 기체역학, 교차 파동을 통한 풍절음 중화 등.
기술 자료들은 볼 것도 없고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통이 밀려오는 것들이었다.

‘이성적인 끌림보다 동료애가 컸던 거지. 동료애. 같이 일하면서 부딪치고 싸우면서....... 그건 그렇게 쌓인 감정이었던 거라고.

설계도면 유출 사태를 통해 김현정은 조유미를 다시 보았다.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자신의 열정을 배신당했을 때 흘리던 눈물. 그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던 게 김현정이었기에 조유미는 동기지만 선배나 언니에 가깝다고 느끼는 그녀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만간 꼭 때려치우리라 결심을 하지만 쉽지 않다. 그만두고 나면 당장 막막해질 테니까.

한 번 마음을 여니 위화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머릿속으로 피어오른 의문들을 날것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돌려서 물어볼 것들을 머릿속에서 굴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못한 채 사랑하는 가족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봐야 하는 게 얼마나 힘들까. 어쩌면 그게 지옥 아닐까.

"그렇지? 억만금이 있어도, 말 한마디로 천 명을 부릴 수 있어도, 건강하지 않으면 다 부질없는 법이지. 아무 의미가 없어."
"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는 거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세상에 모든 질병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지?"
"병이 주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아픈 사람도,
그 주변 사람도 너무 괴로우니까요."

"그렇게 편리한 거 말고 노력을 좀 해보는 게 어떻겠냐?"
"어떻게요?"
"네가 직접 세상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거지. 나도 그건 도와줄 수 있겠는데."
"제가요? 저는 의사도 아니고 뭣도 아니에요."
"내가 도와준다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