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라는 사람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돈 주고 다닌 학원에서도 배우지 못한 영역을 돈 받고 경험하는데 이를 놓치는 게 더 바보 같지 않은가. 그렇게 정신없이 현장을 누빈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정확히 일년 뒤인테리어 공사의 A부터 Z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작은 회사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 P39
조직이 클수록 개인이 전체적인 구조와 흐름을 파악하기가어렵다. 개인은 기업이라는 거대한 선박을 물에 띄우기 위한 하나의 부속품처럼 제한된 업무만 경험하기 때문이다. 생산관리직은 생산 메커니즘, 연구직은 연구 메커니즘만 알 수 있는 식이다. 대기업의 장점인 매뉴얼과 시스템이 개인의 성장을 방해하는 셈이다. - P40
반면 중소기업은 근로자에게 일당백을 요구한다. 시스템과 매뉴얼의 부재를 조직 구성원의 노동력으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기획, 홍보, 마케팅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CS나 영업까지도 경험해야 하는 중구난방식의 업무 스타일이다. - P40
사람들은 이를 중소기업의 맹점 또는 단점이라고 말하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전체적인 판을 읽고 생태계를 파악하는 데 이보다 좋은 환경은 없다. 회사가 작으면 작을수록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 - P40
계층 이동 사다리가 걷어차인 세대의 절박함을 열정 페이와 노력으로 극복하라는 말은 산업화시대의 낡은 레퍼토리라고 지적한다. 안타깝게도 경제적 자유에 대한 열망이 인내, 노력, 끈기, 성실이라는 단어를 진지충, 노력충, 젊은 꼰대, 선비, 노잼 등으로 탈바꿈킨 듯하다. - P41
"왜 노예처럼 살아야 하느냐" "왜 회사 좋은 일만 시켜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회사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대답하지만 노력혐오주의자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소수만 성장하고 극소수만 돈을 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P41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어떤 언어를 들었을 때 인간의 뇌는 그 언어와 결부된 프레임을 작동시킨다. 뇌는 ‘모든 사실‘이 아니라 프레임에 ‘맞는 사실‘만 받아들인다"라고 말한다. - P42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은 "무엇을 기준점으로 두느냐, 무엇을 기본값으로 보느냐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이야기한다. - P42
많은 학자가 지적한 대로 인간은 편견이 가득한 동물이다. 이러한 편견의 진짜 문제는 자신이 편견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 P42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아낸다. -윈스턴 처칠, 정치인 - P43
성공은 성취 위에 쌓이고 실패는 포기 위에 쌓인다. - P45
싫든 좋든 일도 우리 삶의 일부다. work end life가 아니라 work and life라는 말이다. 이런 사실을 빨리 받아들일수록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득을 위해 일한다고 착각한다. 자신이 아닌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다. - P45
일하는 동안 얻은 지식과 노하우는 조직이 아닌 개인의 머리와 몸에 흔적을 남긴다. 경력은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다. 돈을 내고 배워야 하는 일을 공짜로 알려주는데, 왜 제대로 배우려고 하지 않는가. - P46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그 귀한 시간을 단순히 월급이라는 숫자와 맞바꾸지 마라. 지금은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을 밟아야 할 때다. 배움, 경험, 노하우라는 자산이 필요한 사람은 더욱 그렇다. - P46
문제는 양적 성장 곡선을 그릴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증상이다. 무기력, 일태기, 번아웃, 정체기, 슬럼프가 바로 그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으며 인력회사로 철거를 나가고,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피복을 벗기는 작업이 미치도록 괴로울 때가 있었다. 그 순간에는 양적 성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억울함에 눈물 흘리는 밤이 많았다. - P46
5년 뒤는커녕 당장 5일 뒤 계획을 세우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럴 때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당장, 지금 바로 할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아무리 하찮고 작은 일이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 - P47
괴로운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마법의 주문처럼 나 자신에게 물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뭐지?" 그중 하나가 수량화 작업이다. - P47
영감은 자신이 아는 것과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 - P48
한 손에는 사람, 한 손에는 돈을 쥐어야 하는 게 사업이다. 사람과 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그 어떤 비즈니스도 성공하기 어렵다. 돈이 움직이는 원리와 현금의 흐름을 알지 못하면 돈도 사람도 잃기 쉽다. - P48
현장 인력을 보면 대부분 기계처럼 몸만 쓴다. 현장이 몸을 쓰는 일인 건 맞다. 그런데 몸과 머리를 같이 쓰면 그것만으로도 차별점이 생긴다. 나는 싱크대 철거 작업을 하면서도머릿속으로는 ‘이 정도 규모의 공사면 회사 마진율은 얼마일까?" ‘이 공정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을 생각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창업 후 어떻게 대입할 것인가‘를 계속 시뮬레이션했다. - P49
그렇게 낮에는 현장 작업을 하고 밤에는 실행 비용을 분석했다. 각 공정별로 인력, 부자재의 양, 시간, 비용 등을 엑셀로 정리한 후 투입 비용대비 수익률을 기재하고 목록으로 만들었다. 이를 사장이 작성한 건적서와 비교하며 내 나름대로 원가와 마진율을 계산했다. 덕분에 현금의 입구와 출구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 P49
각 공정마다 작업자들의 스타일을 관찰한 뒤 가장 효율적인 시공 방법은 별도로 기록해 두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하자도 빼놓지 않고 분석했다. 3년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밤 진행한 수량화 작업은 어느새 ‘비용‘에 대한 디폴트값을 형성해줬다. 허드렛일을 하는 잡부에 불과했지만 단가표 없이도 견적서를 작성할 줄 아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 P50
필수 지표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눈을 감아도 숫자가 보일 정도로 달달 외우는 수준이 되면 자연스럽게 그 숫자뒤에 숨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보조지표 없이도 수익률을 계산하는 단계에 이르면 비즈니스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 P50
어떤 대상에 대한 몰입은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곧 경험과 맥락의 기반이 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연결된다. 원초적인 판단 능력, 즉 직관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디깅의 힘이다. - P50
직감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분야, 아무것도 모르는 ‘무‘의 상태에서는 발휘되지 않는다. - P50
직관력은 감각 + 논리 + 맥락 +경험+정보를 하나로 통합하는 ‘연결 감각‘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점과 점을 잇는 힘이다. - P51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대학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장학금을 받아야만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생활고를해결하기 위해 ‘하루 5분 투자로 한 달에 100만 엔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발명특허를 만들어 기업에 파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결론을 내린 그는 이윽고 ‘강제 결합법‘에 돌입한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 P51
그날부터 손정의 회장은 매일 300개의 낱말 카드를 앞에 두고 앉아 3장의 카드를 무작위로 뽑았다. 5분 동안 그 단어들을 강제로 결합하고 조합하는 훈련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손에 ‘사전‘ ‘음성발신기‘ ‘액정화면‘이라는 3장의 카드가 쥐어졌다.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되겠다‘라는생각에 그길로 공대 교수를 찾아갔다. 해당 교수를 만난 그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도, 시간도, 기술도 부족하다. 이것을 만들 수 있도록 팀을 꾸려 달라"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음성전자사전 개발의 시작이었다. 이처럼 직관은 숙련된 기술, 축적된 노하우, 광범위한 전문지식이 제대로 한데 엮어져야 비로소 그 힘이 발휘된다. - P52
돈은 끔찍한 주인이 되기도 하지만 훌륭한 하인이 되기도 한다.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 기업인 - P53
긱워커 Gig Worker
단기로 계약을 맺고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근로자 - P53
전력투구를 해도 승산이 있을까 말까 한 피 튀기는 레드오션에서 퇴근 후 고작 몇 시간 투자로 얻을 있는 수익이 얼마나 되겠는가. - P55
n잡은 n개의 노동과 n개의 일, n개의 수당을 의미하는 게아니다. 어설픈 n잡은 n개의 스트레스만 유발한다. n잡을 하나로 관통시킬 굵직한 핵심 역량을 찾지 못하면 반쪽자리 n잡러의 비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 P55
일의 개수보다 중요한 게 ‘상품화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 이다. 주변의 고소득자를 보면 대부분 탁월한 자기 상품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이 출중하기에 한 개 직업으로도 충분히 고소득자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소위 말하는 의사, 판사, 변호사 등 고학력 직군 뿐 아니라 미용업, 요식업, 교육업 등 모든 영역에 고소득자는 존재한다. - P56
월 1,000만 원 이상 고소득을 안겨주는 한 개의 직업과 월100만 원 미만의 수익을 발생시키는 저소득 1개 직업 중 하나를 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사람들이 돈버는 방법을 몰라서 헤매는 게 아니다. 참고서를 제대로 읽기도 전에 해답지부터 펼치던 어린 시절의 버릇이 그대로 발현되는 게 문제다. - P56
초기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망하지 않는 것‘ ‘문닫지 않는 것‘이다. 시스템, 매뉴얼, 매출, 영업이익, 비전, 고객 만족, 가치 창출은 그다음 문제다. 간혹 비전과 목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열쇠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역시 살아남은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턱없이 적은 자본금으로 시작한 경우에는 정해진 날짜에 월급을 주는 게 목표이고, 통장에 1년치 직원 급여가 쌓이도록 만드는 게 비전이다. - P57
인테리어업이라는 게 그렇다. 계약을 따내야 공사를 하고 공사를 진행해야 매출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이름 없는 인테리어 업자를 제발로 찾아올 고객이 있을리 만무하다. 지인 찬스도 하루 이틀이지 이대로 시간만 죽일 경우 6개월도 못 버티고 문을 닫아야만 한다. - P57
모든 초심자가 그렇듯 집닥, 레몬테라스, 박목수의 열린 견적서 등 관련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홍보에 전력을 쏟았다. 그리고 모든 초심자가 그렇듯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 내지 못했다. 대표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긴 했지만 나도 사장이 처음이다. 문제가 생기면 직원들과 우왕좌왕하기 일쑤였고 해답이 아닌 오답만 선택하는 기막힌 신공을 발휘하기도했다. 하지만 발버둥을 멈추는 순간 그대로 가라앉을 것을 알기에 헛된 발버둥이라도 멈출 수가 없었다. - P58
뒤늦게 ‘플랫폼은 전국구라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차라리 처음부터 동네를 공략했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P58
어느 날인가, 창문 하나 없는 지하 사무실이 답답했는지 "해를 보여 달라" "해가 보고 싶다"라는 직원들의 농담이 이어졌다. 화이트보드에 커다란 해를 그려주며 나 역시 하루빨리 지하생활자에서 벗어나길 기원했다. - P59
위대한 것으로 향하기 위해 좋은 것을 포기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_존 D. 록펠러, 사업가 - P60
전국구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 지역구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 홍보가 효과 없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고객에게 우리가 직접 광고를 쏘는 것이다. 3차 마케팅의 시작이다. - P60
사람이 얻고 싶은 게 있으면 내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 나는 계약이 너무 간절했기에 고객에게 최소마진, 합리적인 가격, 좋은 퍼포먼스를 주기로 했다. 일명 ‘퍼주기 전략‘이다. - P61
충분한 상담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니즈를 파악한 후 3D모델링과 렌더링을 제작해 무료로 제공했다. 그런데 2, 3회 추가 상담을 통해 디테일을 보완하고 부자재 스펙까지 모두결정한 뒤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무료로 제공한 도면과 상담 내용을 가지고 셀프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소 기운이 빠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나쁜 기분은 옷자락에 묻은 먼지처럼 툭툭 털어버리고 서둘러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아야만 또 다른 기회도 노릴 수 있다. - P61
그런데 단비 같은 고객이 찾아와도 저렴한 가격 외에 내세울 게 없었다. 그제야 내가 안고 있는 진짜 문제가 보였다. 아무런 레퍼런스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 존재를 알리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 P62
창업 후 6개월 동안 제대로 된 고객 상담을 한번도 하지 못했다는 건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인테리어라는 영역은 구축했지만 ‘본질‘이라는 역량을 키우지 못한 결과였다. 영역과 역량은 톱니바퀴와 같다. 어느 하나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두 개가 나란히 맞물려 돌아갈 때라야 비로소 시너지를 낸다. - P62
제품을 구매할 때 사람들은 성능, 가격, 리뷰 등을 통해 상품의 스펙을 확인한다. 하지만 공간은 완공되기 전까지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고객은 기존 작업물을 모아둔 포트폴리오를 보고 업체의 실력과 스타일을 확인한다. 한마디로 경력증명서인 셈이다. - P62
인테리어 플랫폼 노출, 홍보용 종이컵, 아파트 전단지 광고 등 n개의 노동이 아니라 브랜딩을 상품화할 수 있는 ‘본질 강화‘에 힘써야 했던 것이다. - P63
3,000만 원 예산인 공사에 회삿돈 1,000만 원을 들여 5,0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일대에서 비용은 가장 저렴하지만 디자인과 시공은 하이엔드급으로 뽑아냈다.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역마진이 발생했지만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허공에 뿌려지는 광고, 마케팅비를 가치에 투자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마이너스 통장과 바꾼 사진이 그렇게 한 장 두 장 쌓이기 시작했다. - P63
일의 순서order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때는 무엇보다 일을 처리하는 순서를 점검해야 한다. 우선순위 선정에 오류가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내가 본질 강화가 아닌 마케팅에 집중했던 것처럼 말이다. - P64
눈앞에 10 만 원, 5만 원, 1만 원, 1천 원짜리 지폐가 뿌려져 있다고 생각해 보라. 뭐부터 담을 것인가. 당연히 10만 원짜리 수표다. 일의 중요도도 똑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10만 원짜리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이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10만 원짜리 수표를 챙길 때, 종종걸음으로 1천 원짜리만 쫓으니 바쁘기만 바쁘고 성과가 없는 것이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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