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다뤘던 김 부장에 대한 이력을 대략적으로 정리하자면, 소위 말하는 꼰대 마인드(?)로 가득찬 대기업의 부장으로 재직하다가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퇴사하고 이후 자신이 받은 퇴직금과 대출금을 합쳐 새로 분양하는 상가에 과감하게 투자했다가 세입자를 받지 못해 졸지에 세는 받지 못한채 대출이자를 갚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쉽게 말해 사기를 당한 것이다. 이후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면서 정신과에 통원치료를 받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 김 부장은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면서 그동안 바쁜 회사생활로 인해 소홀했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예전의 꼰대 마인드에서 조금씩 오픈 마인드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김 부장은 그동안 자신보다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생각했던 아내와 아들로부터 이제껏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된다.

오늘 읽기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김 부장이 퇴사 후 자신의 친형이 운영하는 카센터에 일을 배우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친형의 배려(?)로 일단은 카센터에서 발생하는 부품재고와 주문 내역을 정리하는 일을 맡게 되는데, 옷에 기름칠해가며 몸으로 뛰는 다른 직원들을 보며 그간 어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김 부장의 생각과 마음도 조금씩 변해가는 듯하다. 이것을 독자인 내 방식대로 표현하자면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우물 안에 갇혀있던 사고방식을 조금씩 탈피한다고나 할까.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사고의 폭도 점점 넓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내용들에서 김 부장이 얼마나 변해갈지 지켜보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을 듯하다.


몸으로 하는 일이라면 치를 떨던 김 부장도 환경이 바뀌니 마음도 바뀐다. - P266

회사에서는 왜 후배들에게 물어보는 게 싫었을까. 이렇게나 별거 아니었던 일을. 그렇게 김 부장은 카센터의 기초작업을 배운다. - P268

그래, 나 혼자 결정하지 말자.
아내한테 물어보자. - P269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 P270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십 년 넘게 뿌리 박혀 있던 권위의식과 계층의식은 쉽게 뽑히지 않는다. - P272

재벌이건 아니건 고객은 다 고객이야. 차가 똥차나 슈퍼카나 다 같은 차라고. 네 멋대로 등급 나누지 마. 장사할 때는 네 자존심, 체면, 편견은 집에다 두고, 퇴근하고 가서 찾아. - P273

너무 세게 하면 가죽 색이 하얗게 변해 살살 오래 문질러야 돼. - P275

"앞으로는 조심해. 요즘에는 밝은색 시트가 많아서 항상 비닐이나 종이를 깔고 타야 돼." - P276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남 등쳐먹고 사기 치는 줄 알았는데, 허리가 부서져라 굽혀가며 인사하고, 사죄하고, 일하면서 기계처럼 미소 짓는다. - P276

"야, 뭐 이정도 가지고 그래. 저 정도면 양반이야. 소리 지르고 차 값 물어내라 하고 물건 던지고 발로 차고 별별 사람들이 다 있어. 그래도 만 원 받았잖아. 약품 값 받았으니 본전이지 뭐. 남의 돈 가져오는 게 쉬운 줄 알아? 네가 다니던 회사 안에서는 상식 선의 사람들이 많았을 거야. 나도 대기업 다니던 친구들한테 들어서 알아. 근데 그 멀쩡한 사람들도 밖에만 나오면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는 변하더라고. 참 이상해." - P276

김 부장이 그랬다. 자기 기준에 자신보다 못한 직업을 가졌거나 별볼일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저도 모르게 우월감이 들었고, 저절로 태도가 권위적으로 되었다. 막말을 하기도 했다. 회사 안에서와는 다른 태도였다. 최소한의 예의도 차리지 않았다. 이제는 김 부장 본인이 그 막말을 견딜 차례다. - P277

김 부장은 90도로 인사한다. 한 번 호되게 당하니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 P277

"하다 보면 익숙해져." - P277

껍데기뿐이었던 그때와 껍데기를 버리려는 지금의 김 부장은 다르다. 아니, 달라지려고 한다. - P278

"세차할 때 시간에 쫓기지 마. 그러면 이도 저도 안 돼. 진짜 바쁜 사람이 아닌 이상, 네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시간이 조금 길어져도 싫은 소리 안 해. 오히려 더 감동해.
그러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집이라 생각하고 다음에 또 오게 되어 있어. 그렇게 단골을 만드는 거야. 자기 친구들, 지인들도 데리고 오고, 입소문이 나면 그 다음부터는 잘될수밖에 없어. 손님들한테도 다 보여. 행동에서 보이는 진심은 모를 수가 없어." - P279

쓸데없는 걱정. 처음이라 그래. - P280

"세입자 들어오는데 도배랑 페인트칠을 생돈 주고 하는 게아까워서 내가 직접 했어. 온몸에 페인트, 본드 냄새가 범벅이 되어서....... 아으, 지금은 돈 줘도 못하겠다." - P281

"남들은 나더러 건물주라고 하는데.... 내가 말했잖아. 콜센터라고. 그런데 예전 건물에서는 내가 직접 마루 구멍난 거 메꾸고, 화장실 변기 바꿔주고, 보일러 수리도 배워서 고쳤어. 도배랑 페인트칠은 기본이고, 의자 위에서 도배지 붙이다가 넘어져서 병원도 다녔었어." - P281

건물주의 삶도, 회사원의 삶도, 세차장 주인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P281

"내가 봤을 땐 네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야. 그 분야에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여기저기서 모셔가. 네가 만약에 회계사, 노무사, 전기기사 같은 자격증만 있어도 어디라도 들어갔지. 또 연구소나 공장 사람들은 제품에 대한 지식이라도 있잖아. 근데 너 같은 양복쟁이들은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 진짜 영업의 달인이나 마케팅의 신으로 그 바닥에서 소문나지 않는 한, 쉽지 않아." - P282

"힘든 것 좀 해봐야 다음에 다른 일 할 때 수월할 거 아니야." - P282

"인생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선택의 연속이야." - P282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따르기 마련인데 애초에 그 후회를 할 필요가 없어. 아무도 답을 모르거든." - P283

김 부장은 이제야 알 것 같다. 수입차든 국산차든 다 같은 자동차다. 성별, 직업, 나이, 학벌, 소득 상관없이 다 같은 존엄한 가치를 가진 사람이자 고객이다. 자존심과 오만함이 혹시나 남아 있다면 출근하기 전 현관 앞 소화전 안에 두고 온다. - P287

일은 적성이 아니라 적응이라고 했던가. - P287

인생 참 모르는 거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운명?
운명도 결국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모든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 P288

내가 집착하던 시계, 가방, 정장, 넥타이, 구두, 그 외에 다른 것들은 모두 껍데기였다.
내가 그것들을 소유하고 있던 게 아니라, 그것들이 나를 소유하고 있었다. - P288

이미 내가 던진 야구공에는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
다음에 던질 곳에 집중하면 된다. - P288

지금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현재에 실패한 것이지 미래에까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내 인생 전체가 실패한 것도 아니다. - P289

그건 내가 정한 답이 아니었다. 남들이, 아니 어쩌면 허울뿐이던 나의 또 다른 자아가 세워놓은 규정을 그저 따라가려 했던 것뿐이다. - P289

남들이 가졌다고 나도 다 가져야 할 필요가 없다.
남들이 써놓은 성공 방정식을 내가 풀 필요가 없다.
그저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 그게 진정한 의미의 인생이다. - P289

그랬다. 건물주든, 공인중개사든, 세차장 주인이든, 카센터사장이든 세상에 쉬운 건 없다.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들 수밖에 없다. 인간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졌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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