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앞부분만 가볍게 읽어봤는데, 비교적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 겉으로 드러내는 행동과 말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알기 힘든 그 이면에 내재된 의도나 생각들을 아주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 같다. 이런 점이 아마도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에 요 근래에 드라마로도 제작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김 부장이 자기처럼 자신의 아들도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지만 정작 아들은 장사 쪽에 더 관심을 보이자 부자父子간에 미묘한 갈등이 발생한 상황에서 김 부장의 아내이자 엄마가 아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네 인생은 네가 결정하는 거‘라는 말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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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쭉 읽다보니 대기업이라는 우물 안에 갇혀있던 김 부장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대기업이라는 허울 좋고 번지르르한 곳에 있다보니 대기업 밖에 있는 야생의 정글같은 사회에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무지할 수밖에 없었던 김 부장의 모습을 보면서 대기업이라고 마냥 다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장일단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것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이다. 김 부장은 대기업에 속해있었기에 근로소득은 상대적으로 높았겠지만, 오로지 일과 승진만 바라보고 살다보니 가장 소중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헤아리는 데 있어 부족한 점들이 많았음을 본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뭐 둘 다 잘하면 가장 좋겠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쉽나...

퇴직 후 세상 물정 모르고 덜컥 잘 알지도 못하는 부동산에 퇴직금에다 대출금까지 얹어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이로인해 정신과 상담도 받으면서 김 부장은 그동안 회사생활로 인해 바빠서 나누지 못했던 가족들과의 대화를 모처럼 나눈다. 이 과정에서 그간 퇴직으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를 조금씩 해소해가며 제2의 인생을 위해 작은 일부터 다시 도전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김 부장의 아내와 그의 아들이 그에게 정신적, 심리적인 버팀목이 되어 주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족애라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 힘들어 할 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주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지를 보내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솔직히 초반부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김 부장의 소위 꼰대같은 사고방식에 독자인 나마저도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중후반 이후부터는 그토록 변할 것 같지 않아보이던 김 부장도 어느순간부턴가 현실을 자각하고 조금씩 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김 부장을 마음속으로 조금씩 응원하게 된다. 아내에게 좀 더 멋진 남편, 아들에게 좀 더 자상한 아빠가 되길 말이다.

비록 아직 완독한 것은 아니고 뒷 부분이 조금 남긴 했지만 독자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나이에 관계없이 죽을 때까지 계속 성장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물론 신체적인 성숙은 대개 20살 전후로 끝나겠지만, 정신적인 성장과 성숙은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다 성숙한 것도 아니고 단지 나이가 어리다고 모두 다 미성숙한 것도 아니다. 나이와는 별개로 그저 자기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깨닫고 느끼는 것들이 많은 사람일수록 좀 더 빨리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아들, 아빠 말도 맞지만 네 인생은 네가 결정하는 거야.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아빠한테는 엄마가 잘 말해볼게. 기죽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거 계속해. 해보다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때 다른 거 하면 되는 거야. 그게 젊음이고 도전이야. 알았지?" - P35

부동산은 사고 팔고 반복하는 것보다 괜찮은 물건을 쭉 들고 가는 게 좋더라고요. - P97

우리도 좀 떨어져 있어 봐야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서로 소중함도 느끼고 그런 거지.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 P109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 P116

"회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 줄 알아? 공감과 협업이야, 본인이 아무리 잘났어도 공감도 못하고 협업을 할 줄 모르면 조직원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아. 선후배들, 옆 팀,
다른 사업부와 함께 시너지를 내는 게 조직에서는 중요한데 말이야. 하...... 자네는......." - P120

"자네는 너무 눈과 귀를 닫고 있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그리고 그것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해. 스스로 후배나 선배들 얘기를 잘 듣는지 한 번 생각해봐. 조직이라는 건 잘 어우러진 샐러드 같아야 해. 샐러드에다가 콜라를 뿌리면 어떻게 되겠나? 콜라 맛 때문에 샐러드가 엉망이 되겠지. 김 부장 자네가 콜라라는 생각은 해본적 없나?" - P121

"또 하나 얘기하자면 말야. 일이라는 건 무조건 열심히, 오래, 많이 하는 게 다가 아니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해. 김 부장이 주는 장표나 보고서는 감동적이야.
꼼꼼하고 빈틈없고 완벽해. 그런데 읽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뭐가 중요한지,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핵심이 없어.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어. 남들과 다른 생각, 다른 시선이 필요한데, 자네 보고서는 이미 다 아는 걸 보기 좋게 정리만 했다는 느낌이야." - P121

"김 부장이 원칙을 잘 지키는 건 좋아. 그런데 그 원칙이 고지식으로 변하면 안 돼. 효율적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시대 흐름에 맞게 유연해야 할 필요도 있어. 김 부장처럼 열심히만 하는 사람들은 널렸어." - P122

"팀장은 리더야. 보고서 만드는 사람이 아니야. 보고서에는 팀원의 다양한 의견들이 담겨 있어야 해. 팀장이 전부 필터링 해버리면 그건 팀 보고서가 아니지. 리더는 자신이돋보이기보다는 구성원들이 돋보이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사람이야. 팀원일 때는 우사인 볼트여도 상관없지만 팀장이 되면 히딩크 같은 감독이 되어야지." - P123

본인들이 공부하고 가르치기까지 하면 그 지식은 완전히 자기게 되는 거잖아. 그러다 보면 업무 효율도 올라가고, 팀 실적도 좋아지고, 팀 고과도 잘 받고, 다들 회사 일에 재미 붙이고. 그런 게 선순환이지. - P125

나는, 내가 모르는 게 있으면 개인적인 일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도 상대가 대리든 사원이든 계약직이든 가리지 않고 물어봐. - P125

"사람은 얼굴에서 감정이 다 드러나게 되어 있어. 회사생활 오래하면서 느낀 건데 말야.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사람이냐,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냐, 이 둘의 차이는 엄청난 거야. 배우려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어. 그런데 자기가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은 스스로를 더 고립시킬 뿐이야. 결국 혼자만 남는 거지." - P126

모르는 건 창피한 게 아니야.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게 창피한 거지. - P126

모든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거야. - P127

당신처럼 유능한 사람을 어려운 곳에 보내서 기사회생 시키려고 그러나 보네.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도 있잖아. - P130

목표가 명확하니 힘이 난다. 이래서 인생의 목표를 세우라고 하는구나 - P140

텔레비전이 꺼지기 전까지는 김 부장이 텔레비전을 보지만, 김 부장이 잠든 후에는 텔레비전이 김 부장을 본다. - P141

지금 생각해보면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 P162

신도시는 상권이 왔다 갔다 하고 상가가 한꺼번에 지어져서공실 위험이 진짜 커요. - P179

공황장애는 이유 없이 생기기도 하지만, 강도높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 P195

"그럼 한 번 바꿔서 생각해볼까요? 김 부장님은 본인이 원했던 것처럼 아드님을 칭찬해주고 인정해주고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나요?" - P208

"공황 증상은 감기와도 같은 거예요. 감기약 드시는 것처럼 드세요. 무릎 통증, 허리 통증 있을 때 약을 먹거나 파스 붙이듯이요." - P210

아들 말이 맞았다.
다 돈 벌려고 일하는 거다. - P218

일하지 않는 자는 굶고, 일하는 자는 굶지 않는다. - P218

결국 모든 투자는 본인이 결정하고 책임지는 거야. - P220

그런 비이성적인 상태에서 하는 투자는 백 프로 실패야. - P220

지금 이렇게 된 게 차라리 잘된 걸 수도 있어. - P221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겠지, 븅신. 사지 멀쩡한데 못하는 게 어디 있어?" - P224

정신이 이상한데 정신과 안 가는 놈들이 진짜 이상한 놈들이야. 자기가 이상한 걸 알고 가는 사람들은 정상이고. - P226

"누구나 사람은 자기중심적이죠. 우월해지고 싶은 것도 당연한 거고요. 그게 심해지면 나르시시즘, 자기애성 인격장애가 되는 거고요." - P227

"술에 취했다고 하면, 약간 취했을 수도 있고 완전히 정신 못 차릴 수도 있는 것처럼, 뭐든 강도의 차이가 있잖아요.
인격장애도 미미할 수도 있고 아주 심할 수도 있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격장애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게 티가 안 나고 사회생활에 불편함이 없으니 모르고 사는 것뿐이에요." - P227

"보통 주변의 인정이나 우월감이 중요한 분들은 개인의 결함이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을 어떤 방식으로든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려 해요. 열등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고통스럽거든요. 자신의 행동에 합리화를 하고, 모든 원인이 나를 제외한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죠." - P230

이제는 내가 궁금해졌다.
그 잘난 김 부장에 대해서. - P231

여보, 앞으로는 중요한 결정 있으면 나한테도 꼭 미리 말해줘. 우리는 가족이잖아. 당신이 대기업 출신에 똑똑하고 능력 있는 건 알지만, 혼자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 생각 들어보는 게 도움되는 거 알지? 그리고 나는 아내니까 나한테는 꼭 말해줘. 지금 이 시간부터. - P236

정신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없다. - P239

"저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알고 싶고요. 인정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이제는 인정하고 싶어요." - P240

"물체에도 관성이 있듯이 삶에도 관성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김 부장님도 과거가 그동안의 삶을 정의해왔어요. 자아는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경험을 토대로 형성되어왔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가 없어요. 과거부터 습득해온 익숙한 방식들을 김 부장님도 쉽게 바꾸긴 어려우실 겁니다." - P241

우월감은 성공의 토대가 될 수도 있고, 목표의식을 갖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독이 될 수도 있어요.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요. 김 부장님 상황처럼 원치 않은 신변의 변화가 생기고 급격하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는 그런 감정을 과감하게 떨쳐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 P241

"시험을 못 봤을 때 어떠셨어요? 학교 생활 다 망친 것 같고 세상이 끝난 것 같지만, 나중에 되돌아보면 그때 왜 그렇게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똑같아요. 회사에서 은퇴했다고 해서 삶을 은퇴한 게 아니에요. 사기 한 번 당했다고 해서 인생이 막을 내리는 게 아닙니다." - P242

"남은 삶을 생각해보세요. 젊었을 때처럼 도전적으로 받아들이느냐, 그저 과거만 회상하면서 한탄하고 후회하며 죽음만 기다리느냐,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떤선택을 할지는 김 부장님 몫이고요." - P242

솔직하셔야 합니다. - P243

솔직히 말하세요. - P243

"모든 성인은 여전히 유아기, 청소년기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각각의 시기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어릴 때 친구를 만나면 그 시절 기분으로 돌아가는 게 다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부모님에게 어릴 적 받지 못했던 인정과 공감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인간관계에 강하게 투사되고, 그런 부분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나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부장님도 마찬가지고요." - P244

어떤 목표가 생기고 나니까 기분이 나아지더라고. - P253

"마구간의 말들도 위협을 느끼면 난폭해지잖아. 사람도 그래. 조이면 조일수록 더 튀어나가려고 하는 법이고, 집은 물리적 안식처, 나는 정신적 안식처. 내가 당신과 싸우는 모습도 아들한테 보여주기 싫었어. 그러면 집도 나도 아들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 없으니까......" - P256

"결혼이라는 게 처음에는 반반 맞춰서 하나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당신한테 기대하는 게 많았고 그걸 채우지 못하니 나날이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느꼈는데 그게 아니더라. 상대한테 기대하는 게 오히려 이기적인 거야. 기대를 안 한다고 해서 덜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한테 많은 것을 바라는 결혼은 결국 실망과 부담으로 이어지는 거야." - P256

"결혼을 하면 상대방의 모든 것을 끌어안으면서 완전히 하나가 되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상대방을 존중해야 더 결속력이 생기더라." - P257

"가봐. 가보고 아니다 싶으면 안 하면 되지." - P262

지금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그래도 아무벌이가 없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서 대출 이자를 내야한다. - P262

내가 이 사실을 일찍 알았다면 달랐을까?
그때 형이 사과했고, 어머니가 나를 위해 떡을 맞췄던 것을 알았다면 나는 덜 억울했을까?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모두가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었을까?
글쎄, 그건 모르는 일이지.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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