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예상 못하게, 서로서로가 엄청난 압력에 으깨지고, 시달리고, 물어뜯기고, 조각조각 찢어발겨졌다. 전쟁, 싸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울한 분쟁,ㅡ벌루시커는 그 자신 앞에 으스러진 풍광을 바라봤다ㅡ각 사건이 달리 말이 필요 없이 자명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러니 놀랄 일은 아무것도 없어, 혼란의 더미 정점을 마무리하듯, 탱크 하나가 갑자기 열두 명가량의 군대를 동반하고 나타났을 때조차 아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 P396
움직임에 방향성은 있으나 목적은 없다는 자가당착의 상황 - P398
모든 일이 그 자연스러운 혼돈 속에 있으니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 P398
그는 ‘공책에 있는 그 남자‘가 아니었다. 그의 ‘운명은 결정된 것도 아니‘거니와 그는, 자신이 ‘사냥꾼‘같은 탱크와 군인들에게 내몰린 ‘사슴‘ 같은 것도 아니라고ㅡ떼는 발자국마다 따라다니는 평행한 비유比喩를 부정하며ㅡ고개를 저었다. - P401
그는 하지만 진행 방향의 선택이 자신의 의지로 결정되지 않은 지가 제법 되었고, 잠재적인 휴식처에 가까이 가기보다 더욱더 멀어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했다. - P401
자꾸 적대적으로 튀어나오는 공책의 문장들이 마음을 어지럽히자, 그는 남아 있는 힘 어디 하나라도 낭비하는 일은 분명 심각한 실수가 될 터이니 그냥 그 공책을 멀리 던져버리기로 결정했다. - P401
‘우리는 네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모조리 알아.‘ - P402
네가 갈 수 있는 한 멀리 가, 그런 뒤 무슨 헛간이든 어디든 피신처를 찾아 들어가, 그런 뒤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알아볼 거야. - P404
성공하지 않는다면 다시 또다시 용맹하게 나서면 그만이었다. - P411
아무 대안도 남아 있지 않다면 저지선을 뚫기라도 해야 한다 생각했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광장 안으로 들어가, 거기에 그가 없는지, 아니 어쩌면 그가 있는지 알아내러 가야 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가장 나쁜 일, 그가 지금은 감히 생각도 하지 못하는 가장 끔찍한 가능성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꼭 확인해야 했다. - P412
공황에 질려 너무 허둥대지 말라고 스스로 타일렀다. 절제력이 급선무다. 그의 심장을 움켜잡는 공포가 그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를 성취할 길은 그가 이제껏 무의식적으로 행했던 일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른쪽도 보지 말고 왼쪽도 보지 말고 죽 앞만 보고 가보자, 사실 그랬다. - P412
‘모든 것을 부수고 깨버리고 싶은 끔찍한 충동‘을 극복하고, 자제력을 되찾고, ‘폭력적으로 저지선을 뚫고 들어가는 일처럼 ‘일을 그르칠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안 된다. 이후로 상당히 다른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그는 결심했다. - P414
그는 건초 가리에서 바늘이라도 찾을 작정이었다. 그 바늘이 벌루시커라면... - P417
그는 움직이고 싶었다. 기어서 내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일에 겁을 집어먹었다. 자리를 떠서 도저히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는 진실을 대면해야 한다는 생각은, 실제로 벌루시커를 그들 사이에서 찾을 길 없더라도, 그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면상을 곰곰이 짚어보며 거기 서 있는 일보다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 P418
어느 목소리가 ‘하지 마!‘라고 속삭였지만, 그 말을 순순히 따르자마자 다른 목소리가 ‘해!‘라고 속삭였고 - P418
그가 느끼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는 예전에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것, 다르게 말해서 왼편도 보지 않고 바른편도 보지 않고 오직 발아래 땅에만 눈을 계속 고정하자고 느꼈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그는 머리를 들어올렸다. 마치 봉사같이 무작정 헤매고 다니면 어떤 것도 어떻게 해도 절대 구할 수 없다. 마음을 다잡아야한다. 확실성에 직면하는 일을 이렇게 질질 지속적으로 미루는 일은 해악만 더 끼친다고 그는 스스로 타일렀다. 무엇보다도 무의미하기 짝이 없잖은가. - P418
결정을 내린 일은 어느 것이나 대체적으로 사람들의 이익을 꾀하도록 열과 성의를 있는 힘껏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 P425
어떤 공공건물이든 비상시에는 감옥이나 시체안치소 역할을 할 것이니까. - P426
‘폐허 위에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라!‘ - P437
그 순간에 그는 그 이야기가 아주 사소한 점까지 사실이었음을 알았다. 현재의 보고가 그가 새벽에 들었던 내용으로 보증됐고, 반대로 새벽의 보고는 어떤 의문의 그림자도 없이 견고하게 새로운 소식을 입증했다. - P448
그는 일어난 모든 일을 선명한 그림으로 조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다양한 증인들로부터 정보를 모으고 적절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은 닫아걸고 오로지 여기만 집중하자, 그리고 몇 문장 뒤에, 현재 목격자, 이웃해 앉았던 거대한 남자는 다름 아닌 서커스 매니저, 아니, 단장이라는 감이 잡혔다. - P449
그는 예상치 못하고 충격적이며 기상천외한 면모가 위대한 예술의 불가피한 한 측면이며, 그러다 보니 혁명적인 ‘참신한‘ 예술적 변화를 마주한 관중이 ‘준비가 안 된‘ 것이나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일도 매한가지 등속이라고 설명했다. - P450
대중은 예상을 뛰어넘는 참신함만큼 크게 쳐주는 것도 없다, 더 참신할수록 더 좋다, 그러지만 그들은 애초에 아주 못마땅해 ‘변덕스럽게‘ 대하던 것들을 다른 한편으로 끝도 한도 없이 게걸스럽게 요구해댄다, - P450
자신으로서는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게 가슴 쓰라리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예술과 그 작품이 향하고 있는 관객들의 부족한 준비 사이에 이미 예견된 갈등은, 괜히 기우의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주 유익하고 만족스러운 대단원을 맞을 희망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창조주가 이들을 영원토록 호박琥珀 속에 박아두기라도 한 듯이‘ 일반 대중은 이런 미성숙한 태도에 붙박여 있을 테니까. 그러니 누구든 기상천외 구경거리에 진력을 다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슬픈 종말을 맞게 된다, 슬픈 종말, 쩡쩡 울리는 목소리로 단장은 되풀이했다. - P451
그녀의 과업은 사건의 가능한 진행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최대한 그들이 왕성하게 활개를 치도록 내버려두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473
모든 세부사항의 시기와 조화 외에도, 성공 여부는 일의 시기에, 즉 가장 중요한 시기를 완벽한 순간에 결정하고, 감지하는 일에 달렸다는 점은 대낮보다 명백한 일이었다. - P476
계획, 사소한 일들, 전체의 조화, - P476
파괴자들이 날뛰고 번성하도록 화를 키운 환경은 ‘전반적인 기율의 부재‘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P478
삶은 전쟁이며 세상은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무시하려고 드는 사람들, 그들이 꼭 그러듯이 나태하게 틀어박혀 약골은 운명의 보호를 받으리라는 거짓 환상에 뭉그적대며, ‘신선한 공기는 모두‘ 베개로 틀어막아버리려는 사람들도 같이 쓸어버려야 한다. - P478
요약하자면, 그들은 현실감각 대신에 달달한 신기루에 취해 있다, - P479
하지만 그녀도 물론 ‘생선은 머리에서 비린내가 난다‘는 말처럼, 일이 틀어지면 먼저 그 우두머리 탓인 줄은 잘 안다. - P479
보이는 그게 다였다. 더 이상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 두 인물ㅡ정확하게 여덟 시 정각에 도착한 중령, 더이상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던 그녀 자신ㅡ은 완전히 강렬한 열정으로 만났고, 열정은 서로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으며, 두 영혼은 그들의 영원한 결합을 그에 상응하는 ‘육체의 결합‘으로 경축했기 때문이었다. - P483
그녀는 오십이 년 세월을 기다려야 했지만, 헛되지는 않았다. 그 황홀한 밤에 진짜 남자가 그녀에게 ‘몸은 영혼 없이 아무 가치가 없다‘는 점을 가르쳤기 때문이며, 잠에 떨어지기 전 새벽까지 지속된 그들의 잊을 수 없는 조우는 감각적인 충족만이 아니라ㅡ그날 새벽에 그 단어의 사용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ㅡ사랑도 일깨웠기 때문이었다. - P483
지난 이 주 동안 지나간 일은 다 묻고 덮어두는 게 최선이라고 수백 번도 되풀이하지 않았던가, 왜냐하면 반드시 되어야 하는 일과 우리가 원하는 일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한 뒤에야 암울한 상황에 처음부터 시작해서 두 번째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여론에 호소‘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 P491
‘나는 당신에게 혹은 당신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생각해보았다. - P491
대중은 지도자 없이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신뢰없이 지도자는 무력하다. - P491
어쨌거나 자신이 원할 것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바라는 모든 것이 이미 그녀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앗긴 것들을 되찾았고 그녀가 희망했던 모든 것을 얻었고, 권력, 진짜 최고 권력은 그녀 손안에 있었다. 그녀의 ‘최고의 업적은‘ ‘말 그대로‘ 그녀 품 안에 굴러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 P491
절대 ‘사람들은 선의를 지니고 있다거나 자애로운 신이 있다거나 무슨 선한 힘이 인간사를 책임진다‘와 같은 흔한 착각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다 허튼소리이며 거짓말이라 자신에게 그런 건 먹히지도 않는다. ‘아름다움!‘ ‘동료의식!‘ ‘우리 모두 안의 선의!‘, 참말이지 이건 아니다, 각 단어마다 퉤퉤 뱉듯 던지고, 아무리 시적으로 표현해본다고 해도 그 최선의 표현은, 다만 인간사회는 ‘속 좁은 이기심의 갈늪‘이라는 것이었다. - P506
‘지금은 묵묵히 일만 하고 수레만 끌고 있겠지만, 우리는 곧 당신의 영혼에 작업을 시작할 테니까...‘ - P507
하지만 너무 앞서 나가서는 안 된다. 에스테르 부인은 스스로를 꾸짖었다. 우리는 바로 눈앞에 놓인 일, 이를테면 장사 치르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 P507
‘모든 일이 시계처럼 정확하게 돌아가야 하는‘ 이처럼 중차대한 경우에 삐꺽거리는 어떤 차질도 빚어서는 안 된다, - P507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진짜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죽음은 우리의 운명입니다. 문장 끝에 있는 마침표입니다. 오늘 태어난 아이조차 다른 식의 회피를 희망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 이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 P512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 P513
당신의 기백, 당신의 기억, 당신의 기운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영웅적인 전범을 선보였고 우리와 남아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속해 있습니다. 다만 스러진 것은 당신 육체입니다. 당신을 낳아준 이 땅으로 당신을 되돌려 보냅니다. 당신의 뼈가 티끌로 변한다고 울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진정한 존재가 여기 우리와 함께 영원히 있으며 오직 당신의 진토만 부패의 일꾼들은 공격할 것이기에.. - P514
부패의 일꾼들은 당분간은 작업의 사슬에서 벗어나 조건들이 바람직하게 바뀔 때까지 휴면기의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조건이 맞아들면 곧바로 중단된 싸움들을 재개할 것이고, 미리 내정된 반박의 여지 없는 무자비한 공격을 하여, 한때 그리고 단 한 번 삶을 산 생명체는 뭐든 해체하여 영원한 죽음의 침묵의 자락 아래 아주 작은 하찮은조각으로 격하시킬 것이다. - P514
불리한 상황은 몇 주 동안, 때론 몇 달은 지속됐다. 말하자면 바깥, 엄밀히, 외부 온도가 너무 낮았고 그 결과, 이미 끝장이 났어야 할 유기체가 바위처럼 단단히 얼었기 때문에 포위자들은 꼼짝없이 무기력에 발이 묶였고, 허물어야 할 요새도 같이 그렇게 단단하게 그 속에서 유예되어 어떤 일도 실제 일어나지 않았다. - 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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