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오히려 어둑한, 악마 같은 의도가 개입되듯, 무언가가 일들의 핵심 속에 깊이 박혀 있어, 일들 사이를 엮고 있는 관계의 편제 속에, 그들의 의도라는 악취가 원자 하나하나에까지 배어들었다, 이는 저주였다, 지옥살이의 한 형태, - P30
세상은 멸시감의 산물이라, 생각하기 시작하는 이의 뇌를 두드려대었다, 그리하여 그가 더 오래 생각할수록,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고 깨우치게 된 것이었다, - P30
사상가로 출발했던 사람은 삶의 매분 매초에 허무함과 멸시감을 영원토록, 의식하고 있어야 하였다, 반대로 생각을 다 접고 단순히 사물들을 바라만 보려 해도, 생각은 새로운 형태로 돌연히 나타나니, 다른 말로,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든지 혹은 생각을 하지 않든 달아날 길은 없었다, 왜냐면 그는 어느 쪽이든 생각의 포로로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 P31
되는대로 두었다, 제 좋을 대로 흐르면 흐르는 거지, - P31
사건들이 어떻게든 전개되는 대로 내버려두자, 어쨌거나 일이 정확하게 그런 식으로 돌아갔다, - P31
핀카finca는 스페인어로 대농장, 핀크fink는 독일어로 되새, 불량배, 지저분한 아이라는 뜻이다. - P34
끔찍했다, 무서우리만치 징글징글했다, 누군가는 정말 이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계속 이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오직 하나 끔찍이도 통탄스러운 점은 그들이 이런 일을 하는 데 한 가지 길밖에 없다, 세상을 안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빌어먹을 생지옥을 인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것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비록 그들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엑스트레마두라에 있는 모든 것, 땅, 사람, 모든 것이 다, 저주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식이 부족하고,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앞날에 어떤 일이 기다리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 P40
갑자기 저 둘, 도밍게스 찬클론과 늑대는, 진정으로 서로에게 속해 있다고 갑자기 느꼈다, 왜냐면 거기, 늑대가그의 사냥감을 자랑스레 가리키고 있는 사냥꾼의 자부심만 채워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부심이 똑같이 둘 모두에게서 뿜어져 나오기라도 하듯, 사냥꾼과 사냥감, 그들은 같이 묶인 존재들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 P45
늑대가 거기 있을때 가장 절실히 두려운 게 아니라, 아직 도달하기 전의 시간이 두렵다고, 늑대들이 내려와 도착할 조용한 사잇길 외에 아무것도 안 보일 때가 두렵다고 했다, - P61
늑대는 한 지역을 일단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고 나면 영원히 거기 머문다, 그들이 이곳의 주인이라, 저기 50헥타르까지 내 영역이로다 주장을 하면, 그러고 나면 그들은 이를 떠날 수 없다, 왜냐면 그게 그들의 법이다, 늑대의 법, 그런 천성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이유로 결코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떠날 수가 없었다. 지속적인 위험을 의식한다고 해도, 그들이 자신의 영역을 떠나는 일은 불가능했다. 계속해서 경계를 표시하고 다니는 자신들의 영역을 떠나다니, 못 한다, 그들에게는 불가능했다, - P63
그는 늑대들의 법칙은 상당한 자존심으로 이뤄졌다고 전적으로 확신하였다, 그러니 적어도 부분적으로, 그들이 떠나는 걸 가로막는 것이 자존심이라고 가정해도 무방할 것이었다, 왜냐면 늑대들은 아주 자부심 높은 동물이다,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 P63
"El amor de los animales es el único amor que el hombre puede cultivar sincosechar desengano", 동물의 사랑은 인간이 결코 실망하지 않고 키워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이다. - P65
하지만 이제 그는 그때, 그곳에서, 그 당시에 느꼈던 것과 똑같은 불안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의 불안감이 그의 존재 자체를 이루던 공허감보다, 그가 익숙하던 차분하고 완전히 느긋한 이 존재의 공허감보다, 더욱 강렬하고 더욱 끈질기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겁에 질렸다, - P74
수년간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피하지는 못했다. - P76
어떤 노력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 P89
인간이란 모든 것에, 복잡하고 모르는 것은 전부, 그 자체의 용감무쌍한 단순성으로 기세를 꺾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 P91
그는 인간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부서지기 쉬운 평화도 아니고, ‘심장이 내리는 진정한 분부‘도 아님을 저릿하게 깨달았다. 왜냐면 그 모든 것은 그저 저 아래 온통 꿈틀대는 ‘핏빛 혼돈에 뒤엉킨 대중‘을 가리는 투명한 막에 지나지 않았다. - P95
이제껏 자신을 법의 폭압에 족쇄처럼 채우던 충의에 대해 반발심이 일었다. 그는 이제 인간의 계산을 넘는 더 높은 법칙이 있어야만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아마 그가 영원히 혼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을 경계를 넘어서 버렸다. - P95
그가 느끼는 마음의 짐을 나눌 만한 사람은 없으리라 깨달았다. 그의 악몽에서 이런자각(‘인과응보의 응징을 내릴 테다‘)으로 이어지는 순차적인 생각의 흐름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 P96
Selbstschuss(젤브스트츄스), 독일어로 자동발사라는 뜻의 스프링 발사장치. - P97
이런 숙고의 시간이 최근에는 한층 더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특히나 마지막에 놓은 덫에... 무언가 자신 속에서 부서진 것 같아서, 마치... 갑자기 거의 힘이, 그의 정의감을 먹여 살리며 부지시키던 힘이 모조리 빠져나가 버린 것 같아서였다. - P102
덫에 벌써 몇 명이나 아이들이 걸렸다는 말을 듣자, 그는 ‘잘못된 냄새를 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자신의 두 손으로 ‘어둠 속에서 눈이 멀어 휘두르듯‘ 살육을 벌이도록 내몰리고 있었다니, 자신은 ‘지금까지 그들에게 현혹된 것에 대한 대가를 되갚아주려는‘ 사람이라는 믿음에서, 그 응보의 행동으로 해오던 일인데. 하지만 이제 사흘째 곱씹어보니 더 이상 외면하며 뒤로 미룰 수 없이, 그는 그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마주해야만 했다. - P102
‘누락된 질서‘를 복구하는 대신에 아마 다른 누구도 아닌 그가 나무좀처럼 내부에서부터 먹혀 들어가며, 최종적으로 와해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날카로운 통증이 갑자기 그의 어깨를 찔렀고 그가 앉은 곳의 어둠이 갑자기 무시무시해지기 시작했고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달음질하는 생각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도 이미 감지되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생각들을 무엇보다 먼저 정리해야 한다. 다시 한 번 허겁지겁 달아나는 단어들의 대혼란 속에서 체계를 세우고, 위협적인 붕괴를 미리 방지하고, 그의 내부에서 자라는 나약함의 싹을 자르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했다. - P103
반응할 필요가 없었다. 한번 든 의문은 이미 바위처럼 단단한 그의 결심도 단 한 방으로 박살을 내버렸으니까. 마땅한 어구를 찾으려는 노력도 소용이 없었다. ‘신도 용서할 수 없을‘ 잘못을 저질렀다, 불쑥불쑥 고개를 치미는 생각을 이제는 그저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보류하던 최종 심판처럼,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 P103
그는 갈수록 배기기 힘들게 짓누르는 어깨 위의 짐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왜냐면 지금 무감각하게 얼얼한 무거운 죄의식 대신에, 그는 끝없이 탁 트인 눈부신 자유 공간에 도달했다고 느껴져서였다. 거기는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보이고 ‘심장이 내리는 진정한 분부‘가 또렷하게 들렸다... - P103
잠깐 머리가 어찔해서 눈을 꼭 감자 고요한 숲속 오솔길에 다시 한번 발을 내딛고 눈이 사부작 내리는 옛날 정찰로를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런 홀가분하게 트인 공간에 그는 즉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차올랐다. 그 속에서 은혜의 징후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새로운 눈으로, 죄인의 눈으로 보니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정확하게 동일한 무게, 중요성을 지녔구나・・・ - P104
아드 에세 아드 포세(가능성에서 현실로 다가오나니) - P108
‘이 주변에서는요, 아가씨… 더 이상 신성시되는게 없어요. 하늘도 없고 법도 없는 세상이에요. 사람들은 돈을 펑펑 써요, 아주 물 쓰듯 허비해요.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게다가 모두들 무슨 토끼들마냥, 어, 들입다 날뛰고. 나는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 더 이상은 말씀 못 드리겠어요.‘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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