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단 스타트를 끊었다. 이 책의 일러두기란을 보니《라스트 울프》는 모든 문장이 쉼표로 이루어져 있으며 맨 마지막 문장에만 마침표가 찍혀 있다는 말과 함께 이것이 저자가 의도한 장치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얘기를 보자마자 개인적으로는 재작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욘 포세의 작품들이 문득 생각났다. 그의 작품을 이미 읽어보셨던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마침표가 거의 없고 그대신 거의 모든 문장들의 끝에 쉼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욘 포세의 작품을 읽었을 때 독자인 나는 삶과 죽음이 끊어져 있지 않고 이어져있다는 것을 작가가 은연중에 시사하기 위한 도구로써 쉼표를 활용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오늘 시작하는 이 작품에서는 어떤 의도로 저자가 쉼표를 사용한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읽다보면 스페인 지명이 자주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스페인 지명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관계로 다소 생소함을 많이 느꼈다. 인터넷에 지명들을 검색해보니 정확히 어딘지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실제로 존재하는 곳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스페인 지역에 대한 지리적인 배경지식이 어느정도 있는 독자라면 본문 내용이 조금이라도 더 익숙하게 느껴질 것 같긴 하다.

한편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물론 어떤 의미도 있겠으나 표현이 굉장히 신박하게 느껴져서 적어보았다. ‘의도라는 악취가 원자 하나하나에까지 배어들었다‘는 표현을 어떻게 쓸 수 있었는지 참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저자가 과학 분야에도 어느정도 관심이 있지 않고서는 절대로 이런 표현이 나올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신박한 표현과는 별개로 본문에 나온 문장들이 전반적으로 약간씩 난해하게 느껴지는 건 문화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은 해보겠지만 말이다.

다만 오히려 어둑한, 악마 같은 의도가 개입되듯, 무언가가 일들의 핵심 속에 깊이 박혀 있어, 일들 사이를 엮고 있는 관계의 편제 속에, 그들의 의도라는 악취가 원자 하나하나에까지 배어들었다, 이는 저주였다, 지옥살이의 한 형태, - P30

세상은 멸시감의 산물이라, 생각하기 시작하는 이의 뇌를 두드려대었다, 그리하여 그가 더 오래 생각할수록,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고 깨우치게 된 것이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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