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작년 초 무렵에 유현준 작가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건축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눈이 생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좀 흐른뒤 오늘 읽기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가 그나마 가장 최근에 새롭게 내놓은 것이다. 물론 출간 날짜 상으로는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예전부터 저자의 생각이 또 얼마나 진화했는지를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마음때문에 읽고 싶은 책에 담아두었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처음 시작해볼 수 있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대략적인 목차들을 살펴본 바로는 예전에 내가 읽었던 내용들이 다소 중복되는 것도 꽤나 있어 보이지만, 마지막 챕터인 17장에 나오는 스마트 시티 같은 것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저자가 추가한 내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설령 중복되는 내용들이 있더라도 예전에 읽었던 기억들을 다시금 회상해본다는 생각으로 시작해본다.

건축은 관계를 디자인한다 - P5

지구상의 무수히 많은 다양한 생명체들은 DNA라는 설계도로 만들어진다. 그 다양한 DNA는 모두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이라는 네 가지 종류의 염기로만 구성되어 있다. A, T, G, C 네 가지 염기의 조합 순서와 패턴이 바뀌면서 다양한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수천 년 동안 엄청나게 다양한 건축물이 있어 왔지만, 이들은 모두 벽, 창, 문, 바닥, 지붕,
계단 같은 몇 개 안 되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요소들의 크기와 재료와 조합의 패턴이 다를 뿐 기본 구성 요소는 동일하다. 그리고 그렇게 요소들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공간은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규정한다. - P6

벽은 사람 사이를 단절시키고, 창문은 사람 사이를 시각적으로 연결하며, 문이나 계단은 둘 사이를 오갈 수 있는 관계로 만든다. 또한 기울어진 바닥은 사람의 행동을 한 방향으로 쏠리게 하고, 평평한 바닥은 사람의 행동을 자유롭게 하고, 지붕은 지붕 아래에 있는 사람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다. 건축은 이렇게 ‘관계의 망‘을 구성한다. 그리고 그 관계성은 더 확장되어 건물 내부 사람과 건물 외부 사람들의 관계도 포함하고, 사람과 자연의 관계도 규정한다. 스케일이 더 커지면 도시 속사람들의 관계,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관계를 결정한다. 건축은 그렇게 사회를 구성해 왔다. 이 책은 건축 공간이 만드는 관계가 어떻게 사회를 진화시켜 왔는지 보여 줄 것이다. - P6

한자로 인간은 ‘人(사람인)‘에 ‘間(사이 간)‘을 사용한다. 공간은 ‘空(빌 공)‘에 ‘間(사이 간)‘을 사용한다. - P6

인간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다시 인간을 만든다. 그렇게 인류는 공간과 함께 ‘공진화共進化‘해 왔다. - P7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 P7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을 ‘호모 로퀜스‘라고 부른다. ...(중략)... 직립 보행하는 인류를 ‘호모 에렉투스‘라고 부른다. ...(중략)...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인간을 ‘호모 파베르‘라고 부른다. ...(중략)... 놀이와 유희를 즐기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라고 부른다. ...(중략)... ‘공간‘을 잘 이용해서 발전하고 진화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스파티움Homo spátium‘이다. ‘스파티움‘은 공간을 뜻하는 라틴어다. ‘호모 스파티움‘을 번역한 ‘공간 인간‘이 이 책의 제목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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