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권에서 생동감있는 경기장면이 일단 마무리되고 5권부터는 뭔가 새로운 장면으로 전환되는 느낌이다.
5권의 제목은 표지 좌측 하단에 작은 글씨로 나와있듯이 ‘송태섭과 정대만‘인데 생김새로 보아하니 표지에 나온 사람은 아마 송태섭으로 추정된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5권의 첫 부분에서 송태섭이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고백했다가 안타깝게도 거절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뒷부분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기에 섣불리 단정할 순 없지만 이것이 어떤 계기(?)로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추가로 위의 송태섭 얘기와는 별개로 강백호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자면, 4권 마지막 부분에서 강백호는 그동안 신던 운동화가 많이 훼손된 관계로 새로운 농구화를 구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5권 초반부에선 농구부 연습을 위해 강백호를 비롯한 농구부원 전원이 집합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강백호는 새로 산 농구화를 신고 나온다. 그러자 농구부원들이 단체로 강백호가 신고있는 농구화를 진하게(?) 밟아주는데, 이것은 아무 이유없이 하는 장난이 아니라, 새 신발을 신고 운동하다보면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부상방지차원에서 하는 일종의 신고식(?) 같은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고 과거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니 친구들이 내가 새로 산 신발을 밟았던 게 이 슬램덩크 만화에서 본 내용에 기반해서 했던 것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당시 슬램덩크 만화를 읽어보지 못했던 상황이었기에 친구들의 장난이 그저 짖궃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깊은 뜻이 있는 줄은 오늘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신발을 밟는다는 행위만 보면 좀 과격해보일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랑이 듬뿍 실린 신고식이었던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강백호가 속한 북산고 농구부는 능남고 농구부와의 치열했던 연습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전국제패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훈련에 돌입한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농구부 감독인 안 선생님이 농구부원들에게 건네는 덕담인데, 이는 단순히 농구부원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위해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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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송태섭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잠깐 소개된다. 송태섭은 누구한테 굽신거리는 성격이 아닌 걸로 나오는데, 한 학년 선배들이 자신을 집단으로 괴롭히려고 하자 그 선배 중 대장격인 정대만 한 명만을 집중적으로 때려눕힌다. 물론 그 이후 나머지 무리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정대만과 함께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하는데, 5권에서는 입원해있던 송태섭이 퇴원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근데 과거의 사건 때문인지 선배들은 퇴원한 송태섭을 잔뜩 벼르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일일이 다 말하긴 힘들지만, 분위기가 뭔가 살벌해진 느낌이다.
학교로 돌아온 송태섭은 자신이 원래 속해있던 농구부로 돌아와 다른 부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신입생으로 들어온 강백호와는 첫 만남부터 서로 티격태격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서로 사이가 좋지 않던 둘이지만, 그들은 우연한 기회에 이성 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다가 각자 자신이 상대방 이성에게 차였던 아픔들을 공유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진다. 이 날 이후 그들은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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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송태섭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잠시 언급했었는데, 송태섭이 퇴원하고 얼마 안있다가 잔뜩 벼르고 있던 선배들이 농구부가 있는 체육관으로 찾아온다. 송태섭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길들이기 위한 폭력이 난무하는데, 이 싸움판이 커져서 송태섭만이 아닌 농구부 전원과의 싸움으로 번진다. 다소 끔찍한 장면들도 더러 나올정도로 엄청난 혈투를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소위 ‘백호 군단‘이라 불리는 양호열, 노구식, 김대남, 이용팔이 지원군으로 나선다. 이들 중 양호열이 싸움을 가장 잘하고 나머지 3명의 친구들은 옆에서 지원사격하는 느낌이긴 한데,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대만을 필두로 한 폭력적인 선배들의 훼방을 물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슬램덩크 1권을 읽을 때만 해도 이 ‘백호군단‘이라 불리는 친구들의 존재감이 극히 미미했었는데, 오늘 읽은 이 5권을 통해 이들이 더이상 엑스트라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딱 나타나 강백호가 속한 농구부에 큰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향후 이어질 이야기에서도 이들의 역할이 어떨지 기대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과거 내가 1권에 쓴 페이퍼에서 엑스트라들의 이름까지 기억하는 건 좀 힘들다는 식으로 글을 남겼었는데, 이제는 내가 엑스트라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의 이름까지도 보다더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 듯하다.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 P19
키만으로 농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 P80
사나이끼리는 서로 통했던 것이다. - P105
잘 들어, 강백호! 페이크라는 건 연기력이 필요해. - P118
남은 건 지역예선... 그리고 전국대회를 향해 돌진하는 것뿐이다. - P122
올해엔 반드시 전국대회에 나간다!! - P122
너, 바보구나. 난 말야.. 그 소중한 걸 부수려고 온 거란 말이다. - P145
그래가지고 나한테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 P258
다시는 농구부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말해. - P277
이 체육관에는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야.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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