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후반부에서 민주주의와 독재에 대한 내용이 나왔었는데, 오늘은 이에 관한 얘기가 추가로 이어진다. 그리고 지난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진짜 참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사피엔스》,《호모데우스》등 이 책 이전에 나온 저자의 책들을 읽어보지 못한 관계로 이《넥서스》를 통해 저자의 글을 처음 접해보게 되었는데, 왜 유발 하라리의 책이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선택받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설득력 있는 논리,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초점을 선거가 아니라 대화에 맞추면 수많은 흥미로운 질문들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런 대화가 어디서 이루어지는가?‘라고 물을 수 있다. - P210
북한의 경우는 평양에 있는 만수대 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687명이 모여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의 공식 입법기관으로 알려져 있고 5년마다 대의원 선거가 치러지지만, 실질적인 권한 없이 다른 어딘가에서 내려진 결정을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만 한다. 형식적인 대화는 그저 정해진 각본에 따라 진행될 뿐, 어떤 사안에 대한 누군가의 마음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다. - P211
민주주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없을 때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들으려 하지 않거나 들을 수 없을 때도 죽는다. - P211
현대에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사담 후세인 같은 독재자들은 유정油井과 같은 경제적 자산을 독점함으로써 정치권력의 기반을 공고히 한다. 중세와 고대에 중국 황제, 그리스 참주, 이집트 파라오는 곡창지대, 은광, 관개수로를 장악함으로써 사회를 지배했다. - P212
고대의 유명한 민주주의 사회는 모두 아테네와 로마 같은 도시국가들이다. 반면 대규모 왕국이나 제국이 민주주의 노선을 따라 운영된 사례는 우리가 알기로는 없다. - P214
시민권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로 확대될수록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는 제한되었다. - P215
고대 세계에서는 대규모 민주주의가 정말로 불가능했을까? 아니면 아우구스투스와 카라칼라 같은 전제군주들이 고의적으로 민주주의를 방해한 것일까? 이 질문은 고대 역사를 이해하는 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AI 시대에 민주주의가 맞게 될 운명을 예측하는 데도 중요하다. - P217
정작 중요한 질문은, 수천만 명의 로마인들이 제국 전체에 걸친 정치적 대화를 지속적으로 나눌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 P218
로마제국에는 민주적 대화를 진행하거나 지속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대화를 진행할 기술적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219
대화를 하려면 말할 자유와 듣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가지 실질적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대화를 나눌 사람들이 서로의 가청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이나 로마제국 크기의 영토에서 정치적 대화를 나눌 방법은 사람들의 말을 먼 곳으로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정보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뿐이다. 둘째, 대화 당사자들이 대화의 주제에 대해 적어도 기초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소음을 내는 것일 뿐 의미 있는 대화가 될 수 없다. - P219
산 경험이 지식의 유일한 원천이라면, 다른 사람의 산 경험에서 나온 통찰을 듣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 P219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이 대규모 정치 대화를 나눌 수 있으려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P219
대규모 정치체제에서 사람들에게 직접 겪지 않은 일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은 주로 교육과 언론이 맡는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교육제도나 미디어 플랫폼이 없다면 의미 있는 대규모 대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 P220
수백만 명 규모의 민주주의는 현대에 와서 대중매체가 대규모 정보 네트워크의 성격을 바꾸었을 때 비로소 가능해졌다. - P224
대중매체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그들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정보 기술이다. 인쇄술은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인쇄술 덕분에 책과 소책자를 낮은 비용으로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며,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해도 넓은 영토 반대편에서도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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