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태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 _니체 - P124
행복해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태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주위에 언제나 공기처럼 존재하는 행복을 쉽게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P124
과학적 증거를 따라가다 마침내 마주한 진실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실이 밝혀져 오히려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 P126
현행 도로교통법상 구급차, 소방차 등은 ‘긴급 자동차‘에 해당해 긴급 상황 시 신호와 속도를 위반해도 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을 면할 수 없다. - P127
도덕적 선택의 아이러니에 놓였을 때 우리는 칸트의 정언명령定言命令을 떠올려야 한다. 칸트는 "너의 행위의 준칙이 너의 의지를 통하여 보편적인 법칙이 되도록 행동하라"라고 말했다. - P129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서 과연 모든 사람이 선의의 거짓말을 허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의 신뢰가 붕괴되고 말 것이다.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행동이 반드시 선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 P129
과학자는 세상이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든 말든, 누가 비난하든, 다른 말을 하든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 법의학자의 근거는 오로지 과학뿐이고, 과학은 세상을 모르고, 세상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치열하고 철저해야 한다. - P129
‘근설영춘近雪迎春‘이라는 단어가 있다. 가까울 근, 눈설, 바라볼 영, 봄 춘 자로 이루어진 사자성어다. ‘내가 놓인 환경이 눈 덮인 추운 겨울이라 해도 나는 꽃이 피는 봄을 바라보고 살아간다‘라는 뜻이다. 나는 이 같은 마음으로 법의학의 세계를 살아간다. - P130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는 말도 좋아한다. ‘매화는 추운 곳에서 꽃을 피우지만 향기를 구걸하거나 팔지 않는다.‘ 매화의 고고한 태도로 나도 내 삶을 살아가고 싶다. 겨울의 엄혹함 속에서도 진실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매서운 추위가 몰아쳐도 과학자의 지조를 생명처럼 여기며 살아가고자 한다. - P130
통상 하나의 사건으로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라고 한다. 화재, 폭발, 붕괴, 추락, 침몰, 자연재해 등의 원인으로 수십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들을 말한다. - P133
대형 참사가 벌어지면 사람들은 흔히 구조대원, 의료진, 소방, 경찰, 군인 등이 현장에 뛰어드는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또 한 축의 인력이 바로 법의학자다. 시신을 찾고 해당 시신의 신원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재나 폭발, 건물 붕괴,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는 시신의 외형이 훼손된 경우가 많아 육안으로는 신원을 파악할 수 없기에 법의학자의 역할이 절실해진다. 그래서 법의학자는 평시에는 ‘사인死因을 찾는 사람‘이지만, 이때만큼은 ‘사람을 찾는 사람‘이 된다. - P134
한 사람의 생명은 행성의 무게보다도 무겁다. 하나의 죽음보다 다수의 죽음이 더 무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죽음은 그렇게 숫자로 따질 수 없는 것이지만, 수백명이 사망한 현장에 서 있노라면 그 거대한 슬픔과 분노가 살아 있는 인간을 압도한다. - P141
치유가 동반되지 않는 한 우리는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치유는 잊고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 P141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으로 숨이 멎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었을 때다. 즉,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때, 그 사람의 존재는 완전히 잊혀지게 된다. - P141
안타깝게 사고의 희생자가 된 분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 사고의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번 다시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그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그들의 죽음의 의미를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 P142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건의 단면만 볼게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주변의 환경과 맥락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원인을 제대로 짚어야 그에 맞는 해결책이 나올수 있다. - P158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야 시스템이든 물리적 구조든 바꿀 수가 있다. 그래야만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다. - P161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까?‘를 우선순위에 둘 것이 아니라 ‘이 일을 우리 함께 극복하자‘라는 기조가 먼저여야 한다. - P162
이 세상의 불행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다른 이가 겪은 사고, 사건, 고통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 P162
인간의 실수를 무력하게 방치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막을 수 있다 - P169
실수가 연속해서 벌어지고 이를 제어할 안전장치가 없다면 처음 몇 번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뚫리고 만다. 마치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처럼. 지금 당장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영원히 안 생기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누군가 구멍을 막고 있어도 그 방어막이 얇거나 그 사람이 실수를 하면 마침내 구멍은 뚫리고 치명적 위험이 발생한다. - P174
결과 발생만 없으면 우리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모래성처럼 토대가 허물어지고 구멍을 막는 벽이 얇아지고 있는데 그걸 모른 척하는 것이다. - P174
내 실수를 말할 수 있는 분위기, 내 실수를 말해도 비난받지 않는 분위기, 다른 사람의 실수를 비난하고 낙인 찍지 않는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감추지 않고 드러낼 수 있다. 드러내야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구멍이 다뚫려 무너지기 전에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실수를 솔직하게 말하고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 그것이야말로 안전한 세상을 위한 첫걸음이다. - P174
"실수는 인간의 본성이다 To err is human." - P175
많은 사고들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 보면 실수가 다른 실수들로 도미노처럼 이어질 때 참혹한 결과가 발생한다. 즉, 우연한 실수가 또 다른 실수로 연결되며 발생하기 때문에 그중에 하나만 빠졌어도 끔찍한 결과까지는 이어지지 않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적인 실수 하나하나를 탓하고 몰아세우는 일은 때로는 참사를 예방하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P175
중요한 것은 실수의 연쇄를 끊는 것이다. 하나의 작은 실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감추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이미 벌어진 실수를 통해 오류를 분석하고 예방책을 빠르게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 P176
우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며,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탑승자들끼리 서로 몸무게를 계산하고 적정 중량에 맞는지 따져가며 탈 수는 없다. 일정 중량이 되면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는 엘리베이터처럼, 우리의 시스템도 그렇게 설계되어야 한다. - P176
우리가 실수에 대해 흔히 하는 두 가지 착각이 있다. 하나는 주의를 집중하고 계속 훈련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수에 대한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실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 P176
또 하나의 착각은 처벌을 강화하면 실수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처벌로 실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 역시 환상에 불과하다. 처벌이 강화되면 범죄를 은폐하려는 경향 역시 강화된다. 이런 식으로는 실수나 사고를 줄일 수 없다. 처벌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처벌 만능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P177
나쁜 사람을 단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는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제시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적절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P177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약병 라벨을 혼동할 수 있고, 아무리 타인의 실수를 일깨워주어도 도무지 개선되지 않는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 P177
개인의 주의 집중만으로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인간에게 잘못을 묻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책임자의 처벌은 그다음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실수가 인간의 본성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 P177
엄격히 말하면 레일이 먼저 있었고 그다음 기차가 만들어진 것이다. - P179
아무리 훌륭한 운반 도구라 해도 레일이 튼튼하고 견고해야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 P180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내일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 P181
생일상 받으려고 한 달을 굶다가 굶어 죽는다 - P181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가장 마지막 사람이 되어주는 것 - P188
시스템의 결함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안전을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 P194
진짜 안전을 지키려면 오히려 실수를 드러내야 한다. 실수를 말하고 공개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찾고, 이를 교정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 P195
실수를 말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 실수한 동료를 비난하거나 낙인찍지 않는 문화가 안전을 구축할 수 있다. - P196
대형참사의 경우 시스템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반드시 경제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투자하는 돈을 줄이기 위해서 철근을 빼먹고, 싸구려 재료를 사용하고, 적재 용량의 몇 배를 싣는다. 그런데 이런 태도야말로 소탐대실이다. 사고가 나면 복구하는 비용은 안전 비용의 7배가 소모된다. 7분의 1의 비용으로 안전을 유지할 수 있음에도 리스크를 감내하며 안전을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 P197
범죄자 찾기가 아니라 불안전한 지점을 찾는 일에 집중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반복되는 사고는 개별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기억하자.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라면, 적어도 시스템의 결함으로 반복되는 죽음은 없어야 한다. - P197
그 사람이 생전에 뭘 했는지 불문하고, 죽음의 사인을 밝히는 과정은 최대한 정확하고 단순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 P201
남은 사람은 또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니까. - P201
사실 마음의 아픔을 달래는 데는 육체적 활동이 꽤 도움이 된다. - P202
목표를 정하면 어떻게든 실행하기 위해 거기에 매진하기 때문이다. - P202
병문안을 가거나 조문을 갔을 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론은 ‘아무 말도 하지 말자‘이다. 어떤 말로도 위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것, 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할 때 해줄 수 있는 걸 해주는 것, 그 정도가 좋겠다 싶다. - P203
간혹 옆 사람들이 위로한답시고 그동안의 기억을 자꾸 잊으라고 할 때가 있다. 그만 잊고 떠나보내라고 그런데 가까운 이는 그 사람의 경험이 내 몸에 체화돼 있다. 그 존재가 내 안에 있다.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라‘, ‘빨리 잊어라‘ 그렇게 종용할 필요가 없다. - P203
때로는 슬픔의 시간을 갖는 것도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슬플 때는 슬퍼하고 아플 때는 아파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허락해주어야 한다. 이별의 슬픔을 외면하거나 회피할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다 느끼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한 뒤에야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좋은 이별이며,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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