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간만에 다시 읽는다. 지난번 포스팅의 후반부에서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이 인도양의 코코스 제도에서 산호초를 폭넓게 조사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오늘은 이 산호초 중에서 고리 모양을 한 ‘환초‘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찰스 다윈을 그저 진화론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지질학자로써도 유명한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산호초 군락이자 관광지로도 알러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라는 곳도 알게 되었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그 경관이 꽤나 아름다워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방문하여 그 경관을 직접 두 눈으로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후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산호 진화의 역사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산호라는 종에 대해 배울 것이 있다고 한다면 바로 다른 생물들과 공생하는 파트너십과 더불어 종의 절멸위기에서도 꿋꿋이 회복하여 다시 번성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좋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그저 일개 생물이 지닌 특징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기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히 어떤 이야기뿐만 아니라 특정 생명체의 속성으로부터 이렇게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조금은 새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다.

산호 진화의 역사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산호가 이 지구 생태계에서 어떤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산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내가 전공자가 아니라 자세한 원리까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기온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생명체들이 살기가 힘들어진다고 하는데, 이런 것을 예방하고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데 산호의 역할이 아주 핵심적이라는 것이다.

요즘 신문 기사나 언론 매체에 종종 나오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내용에서 탄소 중립을 실천해야 한다는 얘기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데, 결국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산호를 비롯해 자연에 서식하는 생태계가 더이상 파괴되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저자는 반복해서 강조한다. 우리 인간이 생태계의 중요성을 지금이라도 절감하고 환경파괴와 관련된 행동을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고 말이다. 저자는 과학자다보니 이미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지구의 생명체가 전부 멸종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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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자연사自然史를 배우는 이유에 대해 나온다. 저자는 이것을 역사를 배우는 이유와 같다는 말로 설명한다. 역사를 보면 어떤 나라든 간에 결국에는 멸망했기 마련인데, 이를 통해 그 나라들이 왜 망했는지, 어떻게 망했는지를 알고 현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같은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배운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자연사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멸종했던 생물들이 왜 멸종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현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지속적인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읽은 부분 중에서 저자가 자연사를 배워야하는 이유를 말해준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물론 역사나 자연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이것 말고도 또다른 것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자가 말한 이유만큼 피부에 와닿는게 과연 있을까 싶을만큼 훌륭한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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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전까지 있었던 다섯번의 대멸종의 역사를 돌아봄과 동시에 대멸종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 살펴본다. 저자는 급작스런 기온 변화, 급작스런 대기 산성화, 급작스런 산소 농도 하락이 다섯번의 대멸종의 공통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덧붙여 이러한 원인들은 생명체가 도무지 책임질 수 없는 (대륙이 합쳐지거나, 화산이 터지거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것 같은) 지구적이고 우주적인 사건들로 인해 발생했다고 말한다.

오늘 읽은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이보다 앞서 읽었던 본문에 따르면, 이제까지의 다섯번의 대멸종과는 달리 앞으로 있을 여섯번째 대멸종은 그 원인이 지구적이거나 우주적인 외부요인이라기보다는 우리 인류의 행동으로 인해 촉발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저자는 본문을 통해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인간들아 정신좀 차려라. 이러다 다 죽는다고.‘

다음 포스팅에서 추가로 이어지는 내용들을 더 다뤄보도록 하겠다.

섬 주위를 둘러싼 산호를 거초라고 한다. 섬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산호초와 섬 사이에 석호潟湖, lagoon가 생기면 보초가 되고 섬이 완전히 가라앉으면 환초만 남는다. - P81

산호가 죽으면 산호의 석회질 골격이 쌓여 굳으면서 석회암이 된다. 분필의 주성분이다. 석회성 골격이 얕은 바닷속에 쌓여 만들어진 암초를 산호초라고 한다. - P81

산호초는 모양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거초fringing reef다. ‘옷자락 거裾‘
와 ‘물에 잠긴 바위 초礁‘로 이루어진 단어다. 그러니까 옷자락 모양으로 섬을 둘러싼 물속 바위라는 뜻이다. 둘째는 섬과 산호초가 바다로 분리된 보초다. 여기서 ‘보堡‘는 둑 또는 제방이라는 뜻이다.셋째는 섬은 없고 고리 모양의 산호초만 남은 환초環礁, atoll reef다. - P83

거초는 열대 바다 섬 주변에 있다. - P83

화산섬에 산호가 성장한 후 섬이 침강하면서 산호초의 모양이 바뀌는 것이다. ‘거초→보초→환초‘ 순서로. - P83

공룡 골격 화석은 뼈 모양을 한 돌일 뿐 뼈가 아니다. 보초를 비롯한 산호초 역시 생명의 흔적일 뿐 생명은 아니다. 한때 생명인 적이 있긴 하다. 바로 산호다. - P84

산호는 캄브리아기에 처음 등장했다. - P84

산호초가 처음 발달하기 시작한 때는 4억 8500만 년 전이다. 오르도비스기라고 한다. - P84

현대 산호의 조상은 현대 생물의 상당 부분을 멸종시킨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즉 세 번째 대멸종 사건 이후 2억 4000만 년 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출현하기 시작했다. 육지의 공룡보다 조금 일찍 발생한 이 새로운 산호는 돌산호라고도 하는 스클레락티니아scleractinia과 산호에 속한다. 지금도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산호다. - P84

중생대는 크게 트라이아스기-쥐라기-백악기로 나눈다. 쥐라기와 백악기에 산호가 다양해졌고 이때 요즘 볼 수 있는 산호와 비슷한 산호들이 많이 등장했다. - P84

산호는 다양한 해양 환경에 적응하면서 여러 해양 생물과 공생하는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많은 해양 동물이 우리 산호초 안에 들어와 살고 우리는 해조류의 광합성 산물을 활용해 번성할 수 있었다. 특히 영양분이 부족한 열대 바다에서 파트너십은 번성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 - P85

산호는 대멸종을 비롯하여 수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우리에게 가장 치명적인 사건은 백악기-제3기 멸종으로 알려진 약 6600만 년 전의 다섯 번째 대멸종이었다. 이때 많은 산호초가 황폐화되었다. 하지만 우리 산호는 그 후 다시 회복하고 다양성을 획득하는 회복탄력성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홀로세Holocene 시대에도 우리는 계속 확장했다. 마침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같은 현대 산호초 생태계로 발달했다. - P85

다윈은 우리 산호초의 역동적인 특성과 환경 조건에 대한 의존성을 파악했다. 그 결과 상호 성장과 산호초 발달의 생태학적 복잡성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 P86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지구에서 가장 생물성이 풍부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산호초에는 400여 종의 산호와 1500여 종의 어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면, 말미잘, 바다지렁이, 갑각류 같은 수천 종의 무척추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바다거북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듀공 같은 해양 포유동물의 번식지 역할도 한다. - P86

산호초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이동하고 먹이를 찾고 번식하는데 필수적인 생태 중심지가 된다. 혹등고래, 바다거북과 수많은 어류를 포함한 이동성 동물들이 생애 주기 동안에 산호초를 방문한다. 산호초는 이들이 대양의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쉬고 먹이를 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 P86

맹그로브 숲과 해초밭 같은 해안 서식지는 어류의 산란장이자 새들의 먹이터, 다양한 해양생물의 은신처다. 그런데 때로 파도와 해일이 이 서식지를 파괴하기도 한다. 산호초는 해안 생태계를 파도와 해일로부터 보호하는 거대한 장벽 역할을 한다. - P87

산호초는 생물학적인 역할 외에도 기후 환경에 크게 기여한다. 건강한 산호초는 탄소를 순환시키고 격리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지구 기후변화를 완화한다. 예를 들어 산호는 바다에 녹아 있는 칼슘과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탄산칼슘을 만드는데, 탄산칼슘은 조개껍데기와 산호초의 재료다. 즉 우리 산호초는 생물 다양성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탄소 순환과 해안 보호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 일을 5억 년 이상 계속하고 있다. - P87

고체인 설탕이나 소금은 따뜻한 물에 잘 녹는다. 그런데 산소와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는 찬물에 더 잘 녹는다. 콜라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냉장고에 보관한 콜라에는 이산화탄소가 잘 녹아 있다. 그 콜라가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높은 체온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지 못하고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때 사람들은 톡 쏘는 느낌을 받는다. 그 맛에 콜라를 마신다. - P87

5억 년 전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무려 10기압 이상 존재했다. 바닷속 100미터 깊이의 수압이다. 누군가 육상으로 진출했다면 마치 빈 깡통을 손으로 꽉 쥐었을 때처럼 짜부라졌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니 기온도 덩달아 높았다. 지금보다 15도 이상 높았다. 아무도 육상으로 진출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 P88

생명체가 육상에 진출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리(산호) 덕분이다. 우리(산호)는 바다에 녹아드는 이산화탄소를 마그마와 함께 올라오는 칼슘과 마그네슘과 결합해 탄산칼슘과 탄산마그네슘으로 만들었다. 탄산칼슘은 조개껍데기의 재료가 되었고 탄산마그네슘은 흙의 재료가 되었다. 우리 (산호) 덕분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점점 줄어들었다. - P88

1억6000만 년 전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불과 0.0002 기압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대기압이 1기압으로 줄어들었으니 대기 중 0.02퍼센트(200피피엠)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농도는 1억 6000만 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간혹 0.03퍼센트(300피피엠)으로 오르기도 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그렇다. 우리 산호의 가장 큰 사명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 P88

바다는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을 흡수한다. 이걸 그냥 두면 해양이 산성화되어서 해양 생물들이 견딜 수 없다. 우리(산호)는 이것을 탄산칼슘으로 제거해 해양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해 왔다. 무려 5억 년 동안이나. 딱히 그러려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 기후에 정말 큰일을 했던 것이다. - P88

놀랍게도 천연기념물 1호는 대구 도동의 측백나무 숲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모른다. 교과서에 실린 적도 없고 시험에 나온 일도 없기 때문이다. - P89

만주와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10월 하순쯤 한국에 오는 철새인 두루미는 예상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호랑이는 천연기념물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한다. 한국의 자연에는 단 한 마리도 살지 않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은 존재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하는데 아예 없는 것을 어떻게 지정하겠는가! - P89

한국에 국보,보물 등 국가 유산이 있는 것처럼 세계에도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 문화 유산과 세계 자연 유산이 있다. - P89

오스트레일리아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1981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일단 규모 자체가 어마어마했다. 길이 2000킬로미터, 넓이 20만 70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3000여 개의 거대한 산호초에는 400종 이상의 산호 종이 산다. 지구 전체 산호의 3분의 1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뿐 아니라 1500여 종의 물고기, 215종의 조류, 3000종 이상의 연체동물, 전 세계에 존재하는 7종의 바다거북 가운데 6종, 30종의 고래와 돌고래, 그리고 듀공이 산호초를 제집 삼아 어우러져 잘 살고 있는 곳이다. - P90

장엄하고 아름다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문제가 생겼다. 내가(산호가)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산호는 표면을 감싸고 있는 공생 조류藻類의 광합성 작용으로 형형색색 빛깔을 띠는데, 높은 수온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조류가 산호를 떠나고 죽으면서 산호가 하얗게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백화 현상‘이라고 한다. - P90

우리(산호)와 함께 사는 조류는 동물산호조류라고 하는데 이들은 광합성을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90퍼센트를 공급한다. 높은 수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조류들이 알아서 우리를 떠난다. 조류가 없으면 우리는 색을 잃는다. 색을 잃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인간들은 섭섭해할 뿐이지만 조류가 없으면 우리(산호)는 에너지를 잃고 크게 약해져서 병에도 쉽게 노출된다. - P90

지구가 더워지면서 해수면 온도도 올라갔고 그 여파로 산호가 색을 잃고 있다. 산호가 사라지면 다른 동물들도 더 이상 대산호초에서 살 수 없게 된다. 다행히 백화 현상은 영원한 게 아니다. 다시 회복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수온이 정상화되면 산호도 회복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복이 더뎌졌고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고 있다. 2016년 이후 백화 현상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 P92

백화 현상이 일어나도 산호는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지만 성장이 더디고 질병에 약해져서 결국은 죽게 된다. 방법은 하나. 산호들이 대량으로 죽기 전에 수온이 내려가야 한다. 그래야 수생동물들이 돌아오고 산호도 살아날 수 있다. 이전의 백화 현상 때도 그랬다. - P93

우리(산호) 존재는 지구 대기와 바다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에 의존했다. 우리의 사명은 이산화탄소 제거였는데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져 우리가 더는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이산화탄소 제거의 종결자인데 이산화탄소 때문에 우리 존재가 종결되려고 한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가! - P93

세상에 하등한 생물도, 고등한 생물도 없다. 모든 생물은 생태계의 틈새 하나를 맡아 자기 삶을 산다. - P95

(파울 크뤼천은 지구의 오존 구멍을 연구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라 전 세계는 더 이상 프레온 가스를 냉장고와 에어컨 냉매로 쓰지 않게 되었다) - P96

1만 1700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시대를 뜻하는 홀로세는 충적세沖積世 또는 현세라고도 부른다. 플라이스토세 Pleistocene 빙하가 물러나면서부터 시작된 시기로 신생대 제4기의 두 번째 시대다. 학문적 용어일 뿐이긴 하지만 크뤼천은 더 이상 홀로세라고 하지 말자고 했다. 지질과 생태에 끼치는 인류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 P97

"홀로세라는 단어를 그만 사용합시다. 우리는 더 이상 홀로세에 있지 않아요. 우리는... 그... 그… (올바른 단어를 찾고 있어요)... 이제 인류세에 살고 있는 겁니다." - P96

인류세라는 말은 1980년대에 이미 미국 생태학자 유진  스토머가 도입한 개념이다. 인류세는 영어로 ‘안스로포센Anthropocene‘이라고 한다. 사람을 뜻하는 ‘anthropo-‘와 시기를 뜻하는 ‘-cene‘을 연결한 것이다. - P97

지구 생물 역사에서 대멸종은 생명 다양성과 궤적을 근본적으로 재편성하는 중대 사건으로 작용했다. - P98

자연사는 지병이 없는 사람이 어느 날 잠자다가 이유없이 평온하게 숨을 거두는 게 아니다. 그것은 자연사가 아니라 돌연사다. 야생동물의 자연사는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혀 죽는 거다. 사자와 호랑이도 평소에는 자기랑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놈들에게 잡아먹혀 죽는다. - P101

자연사를 왜 배울까? 역사를 배우는 이유와 같다. 조상들의 대단한 과거를 알고 우쭐대려고 역사를 배우는 게 아니다. 역사에 등장하는 모든 나라는 망한 나라들이다. 위대한 로마 제국도 망했고 찬란했던 한나라도 망했다. 한반도에서 500~700년씩 지속한 신라, 고려, 조선도 모두 망했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들이 왜 망했는지, 어떻게 망했는지를 알기 위한 거다. - P103

자연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3억 년 동안 고생대 바닷속에 바글댔던 삼엽충은 왜 멸종했는지, 1억 6000만 년 동안 육상을 지배했던 공룡은 왜 멸종했는지를 배워서 현생 생물, 특히 인류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지속 가능할지 따져보기 위해 자연사를 배우는거다. 결국 자연사自然史란 멸종의 역사다. 인류세라는 극한의 위기에 선인류에게 자연사는 마지막 지혜의 비단 주머니일 수 있다. - P103

대멸종이란 여러 서식지와 분류군에 걸친 생물 종의 급속하고 광범위한 멸종이다. 그 결과 지구 생물 다양성이 심각하게 손실된다. 인간의 시간관념으로 치면 때로는 영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비교적 짧은 지질학적 기간 안에 전 세계 동식물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 - P103

일반적으로 대멸종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종의 75퍼센트 이상이 수백만 년에 걸친 기간 동안 멸종하는 경우지만, 46억년에 달하는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로 볼 때 짧은 기간이다. - P103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하면 생태계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생태계의 기능이 저하된다. 지구 환경이 회복되고 새로운 종이 진화해 빈 생태계의 틈새를 채우는 데 수백만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 P103

첫 번째 대멸종: 약 4억 4380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기

온실가스 감소로 대규모 빙하가 발생했다. 또 우주에서는 감마선 폭풍이 불었다. 해양 생물의 86퍼센트가 멸종했다. 이때 육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그때는 육상에 아무도 안 살았으니 아무 일도 없었다. - P104

두 번째 대멸종: 약 3억 5890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말기

갑자기 지구가 추워졌다. 소행성이 충돌하고 화산이 터져 화산재가 태양을 가리면서 지구는 얼어붙고 대기는 산성화되었다. 해양과 육상생물의 75퍼센트가 멸종했다. - P104

세 번째 대멸종: 약 2억 519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기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이다. 초대륙이 형성되면서 생명이 살기 좋은 해안선은 줄어들고 사막이 늘었다. 산소 농도는 급격히 떨어졌으며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산 폭발로 심각한 기후변화가 일어났다. 지구 생명의 95퍼센트가 멸종했다. 이 사건으로 고생대가 끝나고 중생대가 시작되었다. - P104

네 번째 대멸종 : 약 2억 140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기

화산활동으로 이산화탄소와 온갖 종류의 산성 기체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었다. 대기 중 산소는 급격히 낮아졌고 대기는 산성화되었으며 기온은 상승했다. 지구 생물 종의 80퍼센트가 멸종했고 이후 본격적인 공룡 시대가 시작되었다. - P105

다섯 번째 대멸종 : 약 66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

항상 거대한 화산이 문제다. 인도에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면서 대멸종이 시작되었다. 다섯 번째 대멸종의 대미는 지름 10킬로미터짜리 거대한 운석의 충돌이 장식했다. 운석의 충돌은 열폭풍과 거대한 쓰나미를 불러왔다. 또 지진을 유발했고 지진은 화산 폭발로 이어졌다. 이때 전체 생물 종의 76퍼센트가 멸종했다. 육상에서는 고양이보다 커다란 동물은 모두 멸종했다. 그리고 조류를 제외한 공룡들은 모두 몰살되었다. - P105

자연사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에서 공통점을 찾아내야 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급작스런 기온 변동. 기온이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5~6도씩 오르거나 내렸다. 둘째, 대기 산성화. 화산 폭발의 영향이다. 대기가 산성화되면서 산성비가 내려서 해양과 토양이 산성화되어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되었다. 셋째, 산소 농도의 하락. 산소 농도가 갑자기 떨어졌다. 동물에 따라 살 수 있는 산소 농도는 다르다. 낮은 산소 농도에서도 살 수 있는 생명체가 있다. 하지만 높은 산소 농도에 적응한 생명체들은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버틸 수가 없다. - P106

변화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가 결정적이었다. 서서히 변화하면 생명도 적응할 틈이 있다. 하지만 변화 속도가 빠르면 생명은 적응하지 못하고 생태계에 빈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급작스런 변화의 원인은 모두 지구적 또는 우주적 사건이었다. 대륙이 합쳐진다든지, 화산이 터진다든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생명체가 책임질 일이 하나도 없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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