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꿈의 기능에 대해 잠시 언급했었는데, 오늘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꿈이라는 게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하는지는 미처 몰랐다. 그리고 꿈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또한 꿈과 관련하여 뱀에 대한 얘기가 몇 개 나오는데, 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성경에 나오는 뱀이 선악과를 따먹으라고 하와를 유혹하는 장면같은 게 문득 생각났다. 이런 이야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뱀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 뭔가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는 경우들이 많다. 본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뉘앙스로 뱀이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어릴 때 뱀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훈련 받은 사람도 있을 수는 있다는 게 저자의 의견이었다.

본문을 읽으면서 문득 뱀이라고 하면 뭔가 부정적이고 어둠의 이미지 같은 게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저 어릴 때 그렇게 생각하도록 교육을 받아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이유가 있을수도 있다. 이것은 어쩌면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설명보다는 그냥 본능적으로 생명을 위협한다고 느껴지는 소위 말하는 동물적 감각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근거가 필요하거나 중요할 때도 많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냥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직관적인 느낌이 더 우선시 되는 게 바람직할 때도 있지 않나 싶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개인적으로 어떤 신념처럼 믿고 있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본능이 이성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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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 중에서는 복잡성 이론이라는 것이 독자인 나의 눈길을 끌었다. 본문에 따르면 이것은 자연계에서 공통적 특성을 드러내보이는 알고리듬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여기서 ‘공통적 특성‘ 이라는 말과 ‘알고리듬‘이라는 단어에 꽂혔는데, 여기 책에는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이 2가지 키워드를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AI와도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복잡성 이론에 대해서는 크게 3가지 부류의 학자들이 있다고 하는데 하나는 아예 이쪽에 관심이 없는 부류, 다른 하나는 이쪽에 관심이 아주 많아서 컴퓨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부류다. 3번째 부류는 앞의 두 부류를 절충한 소위 말하는 중도파 같은 부류다.

독자인 나는 여기서 두번째 부류의 학자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어쩌면 여기 언급된 두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최근 결과물로 내놓은 것이 인공지능 AI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진행형임과 동시에 어디까지 발전할지 감히 가늠하기 힘든 앞으로의 미래이기도 하다.

저자의 경우 두번째 부류의 학자들인 복잡성 이론가들을 심정적으로는 지지하지만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일단은 중립기어를 박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책이 쓰인지가 꽤 오래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들도 지금 시점에서는 상당부분 해소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AI를 비롯해 빅데이터니 뭐니 하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자료의 양이 방대해졌기에 이런 대규모의 자료들을 컴퓨터를 활용하여 유의미한 정보로 가공해낼 수만 있다면 상당히 많은 영역에서 아주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반복을 통해 인지 기능을 보다 예리하게 다듬는 과정은 REM 수면이 이루어질 때로 제한되어 있다고 밝혀졌다. 즉 그 과정이 꿈을 꾸는 동안에만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아세틸콜린의 흐름 자체가 이 과정의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 P152

꿈을 꿀 때 우리는 감정을 깊게 만들고 생존과 성적 활동에 대한 기본 반응력을 향상시킨다. - P152

꿈의 전반적인 배치는 비합리적일 수 있지만 그 세부 사항은 PGO 파로 활성화된 감정들에 맞는 정보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 P153

뇌는 몇몇 특정한 이미지와 일화를 날조하는 유전적 성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런 단편들은 프로이트가 말한 본능적 충동에 느슨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융 심리 분석의 원형에 해당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들은 어쩌면 뇌과학을 통해 더 구체화되고 입증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153

그리스에는 우로보로스(Ouroboros)가 있었다. 이 뱀은 자신의 꼬리를 물고 그것을 먹고 있지만 죽지 않고 재생하는 몽사이다. 이후에 영지주의자들과 연금술사들은 자신을 먹고 있는 뱀의 이런 행위가 세상의 파멸과 재탄생의 영원한 주기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 P157

1865년의 어느 날 벽난로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독일의 화학자 아우구스트 케쿨레(August Kekule)는 꿈속에서 우로보로스를 보고 6개의 탄소원자로 구성된 육각형 모양의 벤젠 구조를 떠올렸다. 이런 통찰에 힘입어 19세기 유기화학은 그때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던 몇 가지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 P158

고왕국 시대 이전의 하(下) 이집트의 왕들은 부토(Buto)에 있는 코브라의 여신 와제트(Wadjet)로부터 왕위를 받았다. - P157

아스텍 신전에는 깃털을 달고 인간의 머리를 한 뱀인 케찰코아틀 (Quetzalcoatl)이 샛별과 저녁별의 신으로, 즉 죽음과 부활의 신으로 통치했다. 그 뱀은 달력의 발명자요 학문과 성직의 후원자였다. - P158

비와 번개의 신인 틀랄록(Tlaloc)은 요상하게 생긴 또 하나의 몽사로서 방울뱀 두 마리의 머리로 만들어진 윗입술이 있는 키메라이다. 그런 환영은 꿈과 황홀경 속에서만 출현할 수 있을 것이다. - P158

진짜 뱀으로부터 이상화된 몽사(夢蛇, 보통 큰뱀, 대사(大蛇)로 번역되는 ‘serpent‘를 꿈속에 나타나는 뱀이라는 뜻에서 ‘몽사(夢蛇)‘라고 번역했다) - P142

인간의 마음과 문화 속에서 몽사는 파충류로서의 뱀 이상이다. 파충류가 몽사로 어떻게 변환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 지역을 통과하는 많은 경로들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 P158

수차례의 노벨상, 즉 수백만 시간의 노동과 수십억 달러의 연구비가 할당된 생의학 연구의 열매는 몸에서 기관으로, 기관에서 세포로 그리고 분자와 원자로 내려가는 길을 강조한다. - P158

뇌의 수많은 신경 세포들이 모여서 어떻게 의식을 창조하는가? 왜 이것을 "가장 큰 문제"라고 이야기할까?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복잡한 체계는 생물이며 모든 생물 현상들 중에서 가장 복잡한 체계가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 P158

만일 뇌와 마음이 기본적으로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게 증명된다면 생물학은 물리학에서 인문학에 이르는 모든 학문 분과들의 정합성을 확보해 주는 본질적으로 중요하고 독특한 학문의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정합성 확보라는 목표는 생물학 내부의 세부 분과들이 현재 대체로 통섭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 P159

생물학 내부에서의 통섭은 시공간 척도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 기초해 있다. 예를 들어 분자에서 세포로 세포에서 기관으로 기관에서 개체로 수준을 이동하는 것은 시공간의 변화를 정확하게 조율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 P159

인간 몸속의 세포들은 화학 변화와 전기 자극의 전파와 전달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며 이런 의사소통은 대개 몇 초에서 몇 분에 걸쳐 일어나 - P159

분석을 위해 채용한 시공간 척도에 따라서 생물학의 기본적인 분업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진화생물학, 생태학, 유기체생물학,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그리고 생화학. 이 배열은 전문가 사회의 조직과 대학 교육 과정의 기초이기도 하다. - P162

통섭의 정도는 각 분야의 원리들이 다른 분야의 원리들 속으로 얼마나 잘 부합해 들어갈 수 있는지로 측정된다. - P162

가장 단순한 단백질 중 하나인 인슐린 분자가 51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공 모양의 분자라는 사실 - P162

자연적인 분자들보다 더 효과적인 합성 단백질은 질병을 일으키는 유기체들과 싸워서 효소 결핍을 치료할 수도 있다. - P163

분자의 모양을 결정하는 힘은 엄청나게 다양한 에너지의 그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의 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통합해야 한다. - P163

세포생물학과 생태학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모든 과학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도전은 복잡계를 완벽하고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이다. - P165

과학자들은 많은 종류의 체계들을 분해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요소와 힘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해야 할 과제는 그것들을 적어도 전체 체계의 중심 속성들을 반영하는 수학적 모델로 재조립하는 것이다. 이런 탐구에서 성공의 기준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좀 더특수한 수준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창발적 현상들을 예측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간단히 말해 이것은 과학적 전일론(scientific holism)의 강력한 도전이다. - P165

19세기에 전자기 복사 이론의 창시자이기도 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과 루트비히 볼츠만(Ludwig Boltzmann)에서 시작된 통계역학은 고전 역학을 기체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자유 운동 분자들에 적용함으로써 다양한 온도 상태에 있는 기체들의 운동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더 나아가 다른 연구자들은 분자와 기체 수준을 오가면서 점성도, 열전도율, 상전이 그리고 분자들 간의 힘의 표현인 다른 거시 속성들을 추가로 정의할 수 있었다. - P166

1900년대 초기의 양자 이론 연구자들은 전자와 다른 아원자 입자의 집단 행동을 원자와 분자의 고전 물리학과 연결했다. 20세기에 이루어진 이러한 진보들을 통해 물리학은 가장 정밀한 과학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 P166

조직 수준이 한 단계씩 상승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잘 정의된 수학적 연산들로 구성된 새로운 알고리듬을 고안해 내야 한다. 거의 예술에 가까운 이런 작업이 이뤄진 후에 그들은 좀 더 상위의 조직체로 진화하는 가상 세계를 창조해 낸다. 크레타 섬의 미로가 가상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그들은 이 미로를 배회하면서 기본 원소와 기본과정만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하며 초기 알고리듬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복잡한 현상들, 다시 말해 창발적 현상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어떤 결과들은 실제 세계에서 발견되는 창발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 - P167

많은 절차들이 실제로는 틀렸지만 정답에 가까운 결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론 생물학자들이 흔히 빠지는 실수는 자신의 모델로 정답이 산출되었다고 해서 그 답에 이르는 과정 자체가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절차들과 동일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 P167

복잡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조직의 다양한 수준들을 가로지르는 공통적 특성들을 드러내 보이는 자연계 내의 알고리듬을 찾는 작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 P168

적어도 복잡성 이론의 옹호자들은 그 공통적 특성이 탐구자가 실제 세계의 미로를 통해 단순계에서 복잡계로 이동할 때 그 이동의 속도를 빠르게 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한 자연이 선택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알고리듬들을 솎아내는 작업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들이 잘하면 세포, 생태계 그리고 마음과 같은 창발 현상들을 설명하는 새로운 근본 법칙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P168

생물 개체들과 개체의 집합들은 알려진 복잡계들 중에서 최고로 복잡한 체계들이다. 그것들은 자기 스스로 조립도 하고 적응하기까지 한다. 분자에서 세포, 개체, 생태계로 나아가면서 자신들을 건축해 나가는 살아 있는 체계들은 복잡성과 창발성의 근본 법칙들이 무엇이건 간에 그런 법칙들을 확실히 드러내 보인다. - P169

자신의 관심이 잘 정의된 현상들에만 한정되어 있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복잡성 이론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 P169

복잡성 이론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다시 세 가지 진영으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 진영의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에서 그 이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들은 뇌와 우림이 몇 개의 기본 과정들로 환원조차 될 수 없을 만큼 매우 복잡하다고 믿는다. 몇몇 회의론자들은 적어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복잡성의 근본 법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P169

두 번째 진영에는 열광적이고 대담한 복잡성 이론가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좌장격인 스튜어트 카우프만(Stuart Kauffman, 『질서의 기원(The Origins of Order)』의 저자)과 크리스토퍼 랭턴 (Christopher Langton)은 복잡성 운동의 비공식적 본부인 뉴멕시코 주의 샌타페이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은 근본 법칙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그것들을 거의 발견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 P169

그들(복잡성 이론가)에 따르면 그 법칙들의 본질적 요소들이 카오스(chaos), 자기 임계성(self-criticality), 적응적 경관(adaptive landscapes)과 같은 심오한 개념들을 사용하는 수학 이론들로부터 이미 출현했다고 한다. 이런 추상화는 복잡계가 스스로를 세우고 잠시 동안 지속되며 이후에 분리되는 과정들에 생생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 학자들은 성공의 냄새가 풍긴다고 생각한다. - P170

그들(복잡성 이론가)은 기본적으로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고 추상화 작업에 몰두해 있으며 자연사를 경시하고 비선형 변환을 중시한다. 그들은 물질세계의 상위 산물들을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과학(대부분의 현대 생물학이 여기에 속해 있다.)을 넘어서야 하는데, 컴퓨터에 기반을 둔 수많은 시뮬레이션들이 이런 작업에 필요한 방법과 원리가 무엇인지를 드러내 줄 것이라고 믿는다. - P170

그들(복잡성 이론가)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는 성배는 원자에서 뇌와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실재에 부합해 가며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마스터 알고리듬(master algorithm) 이다. 그들은 그것이 있음으로 해서 연구자들이 알아야 할 필수 지식들이 훨씬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 P170

세 번째 진영의 학자들은 양극단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다. 나도 이들과 같은 부류라고 할 수는 있으나 약간의 주저함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참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재기 넘치고 세련된 복잡성 이론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심정적으로는 그들의 편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의 지성은 아직 그렇지 않다. 나를 비롯한 많은 중도주의자들은 그들이 올바른 길에 들어서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목적지까지는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고 생각한다. - P170

중요한 쟁점들에 관한 의심과 불일치는 그들 자신의 진영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기본적인 난점은 사실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복잡성 이론가들은 아직 자신의 문제들을 가상공간으로 가져갈 만큼 충분한 자료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연구를 시작할 때 상정하는 전제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결론은 너무 모호하고 일반적이어서 은유 정도로 그칠 때가 많으며 진짜로 새로운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 P171

복잡성 이론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패러다임 중 하나인
‘혼돈의 가장자리 (edge of chaos)‘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자연 세계에는 크리스털 결정과 같이 완벽한 내적 질서를 함유하고 있어서 더 이상의 변화가 생겨날 수 없는 체계들이 존재한다. 반면 끓고 있는 물과 같이 질서를 찾아보기 힘든 혼돈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빠르게 진화할 체계는 양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게 되는데 정확히 말하면 혼돈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혼돈의 가장자리에 놓인이 체계는 질서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작은 집단 속에서나 단독으로 쉽게 변화될 수 있도록 느슨하게 연결된 부분들을 그 속에 포함하고 있다. - P171

카우프만은 자신의 NK 모델을 통해 이 개념을 생명의 진화에 적용했다. N은 한 개체 내에 들어 있는 부분들의 수이다. 예컨대 생존과 번식에 기여해서 다음 세대에 자신을 남기는 데 공헌하는 한 개체의 유전자의 수나 아미노산의 수가 그것이다. 한편 K는 같은 개체내의 같은 유형의 부분들(예컨대 유전자나 아미노산)로서 자신 이외의 다른 부분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부분들의 수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유전자는 한 세포의 발생을 주도하는 일에 단독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대개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다른 유전자들과 함께 행동한다. - P171

카우프만은 만일 유전자들이 완벽하게 상호 연결되어 특정한 결과들을 산출해 낸다면, 즉 K와 N이 같아진다면 개체군 내에서 진화가 거의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개체의 대물림을 관장하는 부분들 중 하나가 바뀌면 다른 모든 것들도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P172

유전자들 간의 연결이 전혀 없는, 다시 말해 K가 0이 되는 극단적인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각 유전자가 제멋대로 행동하게 되는 이런 상황이 오면 그 개체군은 무한히 조합 가능한 유전자 조합들 내에서 무작위적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 조합들은 진화적 시간 속에서 늘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며 적응 유형으로 정착될 수 없다. 그 개체군은 진화적 혼돈에 빠지고 만다. - P172

연결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매우 적다고 해 보자. 바로 이 지점이 혼돈의 가장자리인데 여기에서는 진화하는 개체군이 더 쉽게 오를 수 있는 적응의 봉우리로 올라가 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씨앗을 먹는 어떤 종의 새가 곤충을 먹는 새로 전이될 수도 있고 사바나에서 살던 식물이 사막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할 수도 있다. 카우프만은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진화 가능성이 최댓값이 된다고 논증했다. 좋은 적응 구역의 이런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연결의 수를 조정할지도 모른다. - P172

카오스나 프랙털 기하학과 같이 그(복잡성 이론가)들이 발전시킨 몇몇 기초 개념들은 물리세계의 넓은 영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게 사실이다. - P173

혼돈 이론은 극단적으로 복잡하고 외부적으로 판독 불가능한 패턴들이 체계 내의 미세한 변화(측정이 가능한)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한다. - P173

하나의 살아 있는 세포를 만드는 일은 시공간 관념을 바꾼 아인슈타인적 혁명보다는 달에 로켓을 보내는 일과 같을 것이다. - P174

세포라는 기계는 매혹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피조물이다. 그것의 중심에는 핵산 암호들이 존재하는데 전형적인 척추동물의 경우에는 5만~10만 개 정도의 유전자가 그 속에 들어 있다. 각 유전자에는 2,000~3,000개의 염기쌍(유전 문자들)이 질서 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다. - P175

활동적인 유전자를 구성하고 있는 염기쌍 중 3개의 염기 서열로 구성된 코돈이 아미노산으로 번역된다. - P175

유전자의 최종 분자 산물은 완벽하게 조율된 무수한 화학 작용들을 통해 세포 내에서 전사되어 나오는데 그것은 거대 단백질 분자로 접혀 있는 아미노산 가닥들이다. - P175

척추동물의 몸안에는 대략 10만 종의 단백질이 있다. 핵산이 생명의 암호라면 단백질은 생명의 물질이라고 볼 수 있으며 몸무게(물을 뺀)의 반 정도를 차지한다. 단백질은 몸이 형태를 갖게끔 해 주고 콜라겐 건(腱)을 이뤄 근육이 되어 몸을 움직이게 해 주고 화학 반응을 활발하게 만드는 촉매로 작용하고 몸의 모든 부분들에 산소를 전달하고 면역계를 형성하고 환경을 검사하며 행동을 매개하도록 뇌에 신호를 보내 준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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