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선과 악의 대결 구도가 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오늘도 이 구도가 이어진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에서는 선이 악의 위협으로 인해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인데, 선 쪽에 있는 몬스펫 중 하나인 ‘맵토‘라는 캐릭터가 무언가를 발견한다. 아직 뒷부분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어떤 식으로 내용이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소설 같은 데서 흔히 말하는 일종의 ‘복선‘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지난번 포스팅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맵토‘라는 캐릭터는 객관적인 상황이 자신들에게 결코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 불굴의 캐릭터였다. 다른 몬스펫들이 모두 다 불평하고 투덜대고 있을 때에도 희망을 불어넣고 긍정의 말을 내뱉는 유일한 캐릭터였기에 기억에 남았다. 이 ‘맵토‘가 이 소설의 결말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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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자세한 스토리를 이루 다 말하긴 힘들지만 결정적인 장면하나만 언급하자면, 악의 세력으로 대표되는 아그히스라는 캐릭터가 선의 세력들을 수정강물이라는 특수한 성분의 물로 모조리 쓸어버리려는 시도를 하는데 선의 세력들은 이러한 공격을 결과적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곧장 이어서 악의 세력들이 사용한 수정강물은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오는데, 이로인해 궁극적으로는 악의 세력의 궤멸이 시작된다.
독자인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악의적으로 타인을 골탕먹이거나 제거하려는 시도는 언젠가 반드시 그 응분의 대가를 받게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착하게 사는 게 때론 바보같아 보일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오히려 그 바보같음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성격이라는 건 상황을 따라서 가는 걸까? 정말 상황이 풍족해야지 다들 웃을 수 있는 건가.
[케렌시아의 땅이 좁아진 게 아니야. 정말로 좁아진 건, 케렌시아에 있는 우리들의 마음이었어...]
입사귀와 꽃은. 이미 맵토의 마음속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맵토가 한쪽 귀로 스케치북을 잡은 채 폴짝 뛰어왔다. 모두가 참담한 심정을 느끼고 있으나 맵토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케렌시아의 일기를 발견했어. 그리고 알아냈어! 우리는 원래 땅이 좁아도 행복했다구!!]
[우리는 원래 가졌던 땅에 만족했기 때문에 또 땅이 늘어난거야. 그러니까 우리도 지금 즐거워하자. 기뻐하자!]
붉은공은 다른 펫과 달리 맵토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작은 땅이 있을 때 만족하고 즐거워하면 땅이 늘어난다. 그러면 당장 땅을 늘리기 위해서 즐거워해야 한다는 거군요.]
[아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즐거워하는 건 진짜 즐거운 게 아니야. 우리는 케렌시아에 있기 때문에 이미 즐거운 상태라고. 우리는 단지 그것을 까먹었을 뿐이양.]
빵은 반죽한 다음 발효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때 이스트가 필요한데, 지금은 이스트가 없어서 빵 반죽을 부풀리는 게 불가능했다. ‘흠, 그냥 해야겠다. 이참에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보는 거다.‘
이제 그들은 분노 단계를 지나 체념과 수긍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마음이 담겨 있어서... 그래서 맛있던 거였다.]
권민수는 펫들이 스스로 요리를 하는 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요리에 담겨 있는 마음을 알기 때문에. 그래서 물고기와 빵이 들깨 수제비보다 맛있다고 한 것이었다.
[우리는 부족한 상황에서도 이걸 맛있게 먹고 있다. 단순한 맛 말고도 뭔가를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걸로 채워지고 있다.]
배가 채워지자 공격성이 수그러든 그들은 과거를 떠올리며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동안 실제로 있었던 가장 확실한 방법을 제시한 맵토. 그런 맵토를 밀치고 하늘을 나니, 배를 만드니, 난리를 쳤으나 전부 실패했다. 이렇게 초라하게 복귀한 다음 맵토가 만든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만약 맵토가 계약펫이었다면 그들을 멸시하고 조롱했을 것이다. [나는 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맵토가 고개를 젓는다. 맵토 역시 한때 규어의 말을 무시하고 심한 말을 했기에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멍청했다. 애초에 그들을 잘 적응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들어온 거였을 텐데.]
작은 땅에 만족하여 늘어나는 케렌시아의 기본 원리를 빨리 알았다면, 계약펫들에게 진짜 케렌시아의 기쁨을 진작에 알려줄 수 있었을 것이다.
케렌시아는 단순히 몸에 좋은 게 많이 나는 장소가 아니다. 펫들이 온전한 기쁨을 느끼면 새로운 땅이 계속 열리는 장소였다. 그것이 케렌시아의 본질. 하지만 당장 나는 작물과 식량에만 집중하여 이걸 까먹고 말았다. 그리고 그걸 계약펫에게 알려주지 못한 나머지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빨리 이 궁금증을 탐색해서 사실이나 허구, 둘 중 하나로 만들어야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이다.
‘말을 하면 뇌의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 지금이 빈틈이야.‘
‘전 세계가 찾아다녔는데 우리 집에 있었다니 말도 안돼!‘
"아이고... 이렇게 된 이상 정상적으로 상황이 흘러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구나."
‘말을 하면 뇌의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 지금이 빈틈이야.‘
‘전 세계가 찾아다녔는데 우리 집에 있었다니 말도 안돼!‘
"아이고... 이렇게 된 이상 정상적으로 상황이 흘러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구나."
겉모양은 위로지만 본심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절대자는 깨달음이 내 주위에 있다고 말했지. 그러니 더 이상 방황하지 않겠다.
계약펫들을 만족시키려면 선대 펫들이 최대한 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선대 펫들이 서로 연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들을 쓸어버려도 계약펫들의 결속력이 강해지지 않을 것이다.
‘순수한 건 약한 게 아니야. 맵토는 누구보다도 강하다.‘
어떻게 이길지는 모르겠으나, 어떻게든 이길 것이다.
[이대로 물에 쓸려가도 상관없어. 우리는 그들에게 즐거움을 알려줘야 해!]
펫들은 다시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마음에 있던 두려움이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선대 펫들이 수정강물 속에서도 무사히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이에 하늘을 올려다본 아그히스는 멍하니 입을 열고 중얼거렸다. [설마 사막에 흘러간 물이 증발해서 집중성 호우가??] 수정강물이 증발하면서 생긴 비구름이 점점 계약펫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헉크롸, 저 비가 이곳에 쏟아진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그히스의 뇌리에 찌릿하는 전류가 흘렀다. [크롸라, 이럴수가.]
아그히스는 검을 휘두르는 것도 잊은 채 사막을 바라봤다. 아그히스의 멍한 시선이 느릿하게 멈춘 곳. [[[이게 우리들의 마음이야!!]]] 수많은 선대 펫들이 서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외치고 있었다. 쏴아아-. 그리고 케렌시아의 모든 구역에 수정강물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막에 쏟아진 물이 일제히 증발하면서 집중성 스콜을 발생시킨 것이었다. [[[이게 우리들의 마음이라구!!]]] 쏴아아-. 수정강물의 비가 케렌시아의 온 땅에 쏟아진다.
많은 계약펫들은 수정강물을 피하려다가 스타필드 건물에서 굴러 떨어졌다. 수많은 계약펫들이 거대한 나무 건물에서 굴러 떨어진다.
[나무의 잎이 다 떨어지고. 메마른 땅에 새 순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의미를 모를 대결이 끝날 때. 그때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중략)... -그날에 케렌시아의 더러움을 씻는 샘이 흐를 것이다. ‘환상처럼 들었던 말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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