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들을 읽다보니 이 책은 거의 2달만에 다시 읽는다. 요 근래에 똑같은 책을 몇 일 계속 읽다보니 글이 잘 읽히지 않아서 약간은 다른 장르의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달 전에 읽다가 잠시 내려놓았던 이 책을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이런저런 잡설이 길었고, 오늘 처음 밑줄 친 내용은 저자가 어릴 때 저자의 아버지가 저자에게 했던 말인데, 세상의 냉혹함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말이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먹으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현실은 전세계 어딜가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들 비슷한 것 같다. 씁쓸한 현실이다. 서로 속고 속이고 등쳐먹는 삭막한 세상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생각하고 조금은 피곤할지라도 한 번쯤은 의심도 해보고 신중하게 의사결정 하라는 의미로 느껴졌다.

특별히 어떤 것을 구매한다거나 혹은 투자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금전적인 영역에서 의사결정할 때 위와 같은 조언을 한 번쯤 되새겨보면서 신중히 결정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주변 사람들이 그러한 결정과 관련해 조언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나 결국 결정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금융기관 같은 곳에서 투자상품에 대한 광고를 하면서도 광고 하단에 조그마한 글씨로 ‘투자결정에 대한 최종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같은 문구들을 빠짐없이 넣는 건 결국 최종 책임의 무게감을 그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저자의 아버지 말처럼 고객들의 돈을 투자받는 것은 언제든 환영하지만 나중에 손실난 부분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고객들의 돈을 합법적으로 등쳐먹기 위한 면피성 문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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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저자가 자신만의 독특한 취미활동을 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본업인 축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드라이브를 갈 때 갑자기 개인기를 연습하고 싶을 때를 대비해 자동차 뒷좌석에 축구공을 항시 휴대하는 것과 같은 것들 말이다. 어쩌면 이러한 사소한 습관이 그를 실력이 뛰어난 축구선수로 만든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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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어서 읽어 나가다가보니 저자가 기존에 있던 자국의 축구 클럽에서 좀 더 큰 무대인 네덜란드 리그로 이적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때 저자가 기록한 이적료가 당시를 기준으로 천문학적 금액이었기에 저자는 자국인 스웨덴에서 하루아침에 벼락스타로 발돋움했다. 또한 리그 경기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자 그를 응원하는 응원가가 만들어질 정도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응원가와 관련하여 최근 흥미로운 뉴스를 하나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야구선수 중 한 명의 응원가가 노래방 기기에 정식으로 등록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도 야구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그 선수의 응원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그게 노래방에 정식으로 등록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에 참으로 놀랍고도 신기했다. 제3자인 나도 신기할정도인데 그 응원가의 주인공인 당사자는 얼마나 기분이 좋을지 감히 상상이 안된다. 오늘 읽은 본문에서 ‘응원가‘라는 키워드가 나왔길래 한 번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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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저자가 신인시절에 소속팀 감독이 선참들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면서 혈기왕성한 자신을 나무란다는 느낌을 받자 거침없이 대드는 모습이 나온다. 저자는 거친 말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이 불의라고 생각하는 것에 맞서는데, 솔직히 일반적인 사람들이었다면 저자처럼 저렇게 거침없이 저런 거친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본문에 나오는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자면 저자가 자신이 속한 소속구단에 거액의 이적료를 안겨주고 타구단으로 이적하는 상황이었기에 저런 과감하고 거침없는 말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확실히 돈 앞엔 장사없는 듯하다. 구단의 재정에 크나큰 도움을 주었기에 불같은 성격이었을지언정 꺾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나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관계없이 당당하게 행동하는 저자의 패기가 안좋게 보면 건방져보일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소위 말해 저자와 같은 시건방(?) 좀 떨려면 그에 걸맞는 실력이나 재력 등과 같은 힘이 무조건 뒷받침이 되어야지 그렇지 않고 쥐뿔(?)도 없이 자존심만 앞세우는 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저자처럼 실력이 좋으면 그냥 자기 실력 믿고 살아가면 되겠지만 큰 소리 칠 정도 만큼의 실력이 없다면 세상의 질서에 순종하면서 살아가는 게 맞을 것이다. 만약에 난 도저히 세상 질서에 고분고분 따라 살 성격이 못된다 싶으면 돈이 엄청 많거나 아니면 저자처럼 죽어라하고 실력을 키워서 동종업계의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딱히 없어보인다. 이 세상의 룰이 그렇지 않은가.

"뭐든 조급하게 결정하지 마라. 사람들은 널 등쳐먹을 생각만 해" - P107

"즐라탄은 나 하나예요." "즐라탄은 즐라탄이죠." - P116

나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자유분방하게 말했다. 그냥 집에서 말하던 대로 얘기했을 뿐인데 대중에게 인기를 얻었다. - P116

입단 테스트를 요구하는 것은 그쪽에서 우리를 과소평가한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불리한 상황에서 협상하기는 싫어서 "벵거 감독님, 미안합니다만 우린 관심이 없습니다" 하고 거절했다. 물론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올바로 결정했다고 확신한다. - P120

라 망가La Manga는 스페인 남동쪽 해안선과 떨어져서 바다를 끼고 좁다랗고 길게 형성된 휴양지로 모래사장과 술집들이 즐비했다. 인접한 본토에 스포츠 시설이 갖춰져 있어 유명 빅클럽들은 프리시즌에 이곳을 찾아 훈련하곤 했다. - P121

‘와, 이건 진짜다!‘ - P122

하지만 어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P123

축구를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마치 섬광이 터지는 것처럼 눈앞에 골을 넣는 장면이 그려진다. - P123

축구는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 P123

축구계는 선수의 실력만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사람의 됨됨이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실력이 뛰어나도 정신 자세가 틀려먹었으면 소용이 없다. 그러니까 실력뿐 아니라 그 사람을 통째로 영입하는 것이다. - P125

"네 녀석이 나를 엿 먹이면 너는 두 배로 엿을 먹게 될 거야." - P126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게임이 있다. 그리고 축구에는 이적시장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게임이 있다. 나는 두 가지 게임을 모두 좋아하고, 이제는 꽤 많은 요령을 터득했다. 언제 입을 다물어야 하고, 언제 맞서 싸워야 하는지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터득하기까지의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축구가 하고 싶은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 P127

나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냥 돌아다니는 것을 즐겼다. 멋진 차를 몰고 다니며 한껏 기분을 내고 싶었다. 갑자기 개인기를 연습하고 싶을 때를 대비해 뒷좌석에는 작은 축구공을 놔두었다. - P127

이적하게 되면 기록적인 금액을 받고 싶다고 말해두었다. - P128

나는 역사에 기록되고 싶었다. - P128

궁지에 몰리면서도 센 척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 P128

‘블로도라르Blådårar(지독한 미치광이)‘ - P133

"약혼 선물은 무엇으로 했습니까?"
"무슨 선물이요? 즐라탄을 받았잖아요." - P135

그녀는 즐라탄을 받았다!
그냥 순간적으로 떠오른 말이었는데, 언론에서 만들어낸 내 이미지인 유아독존 캐릭터와 딱 일치하는 말이었다. 이 일화는 아직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 P136

나를 무시하던 사람들, 또 나를 쫓아내려고 진정서를 돌리던 사람들에게 나는 오래전부터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세상을 향한 분노와 복수심은 내 원동력이었다. - P137

"즐라탄, 행운을 빈다" - P138

나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한 가지는 생각이 같았다. 이 개막전이 나의 실패 무대가 되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그 부담감은 엄청났다. - P138

말뫼 시절에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득점을 올리는 것보다도 내가 수없이 연습했던 멋진 개인기를 팬들에게 선보이는 것이었다. - P138

나중에 생각해보면 내가 과욕을 부렸던 게 아닌가 싶다. 욕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공격을 풀어나가기 어려워진다. - P138

"즐라탄, 즐라탄, 슈퍼 즐라탄" - P138

불가능해 보이는 각도에서 내가 골을 넣자 관중은 미친 듯이 열광했다. 나는 두 팔을 활짝 펼치고, 내가 해냈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경기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것이 진짜 힘이고 능력이다.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온갖 험담을 하며 내가 축구를 포기하도록 괴롭히던 이 염병할 자식들아, 내가 여기 있다." - P139

나는 꿈꾸던 복수를 달성했고, 내가 자랑스러웠다. 8500만 크로나가 내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몸값이라고 판단했던 모든 이들이 자기 말을 도로 취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 P139

"즐라탄, 즐라탄이라고만 해두죠." - P139

한 명도 빼먹지 않고 사인을 해주자는 것이 내 철학이었다.
나는 그들의 사랑에 보답해야 했고, 사인을 모두 마친 뒤에야 차에 오를 수가 있었다. - P139

그 정도 열광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 P140

"사람들이 나를 잊었으면 해요. 아예 없는 사람 취급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가 복귀했을 때 천둥·번개 같은 충격을 안길 테니까요." - P140

나는 그라운드를 충격에 빠뜨린 천둥·번개 같은 사나이였다. 나는 경이로운 존재였고, 스웨덴 사람들은 즐라탄 열병에 빠졌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든지 내 얘기였다. - P140

나를 응원하는 어떤 친구들이 녹음한 노래 한 곡은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어디를 가나 그 노래가 들렸고, 사람들은 그 노래를 벨소리로 쓰기도 했다. 그들은 이렇게 노래했다. "안녕, 즐라탄과 난 같은 동네 출신이야."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 P140

나를 비웃던 사람들 모두에게 한방 먹인 것이었고, 저들의 악담과 증오에 대한 내 일갈이었다. - P143

"내 이름은 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리디우스・・・・・・ 반드시 복수하겠다. 살아서 안 되면 죽어서라도." 내 심정이 바로 그랬다. 나도 꼭 그처럼 하고 싶었다. 나는 세상을 향해, 또 내 실력을 의심했던 모든 이들에게 진짜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144

나는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 즐라탄은 오직 하나다 - P145

"그는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자기만의 길을 간다!" - P147

‘이 자식은 누군데? 네놈이 뭘 알아?‘ - P151

"감독님은 선참 선수들한테 겁먹은 겁니다. 죽은 놈들한테도 벌벌 떨겠지요" - P152

"감독님이 뭔데요, 우리 엄마라도 됩니까?" - P153

물론 나도 생각이 있는 놈이었다. 나흘 뒤에 나는 훈련장으로 돌아가서 정중하게 행동했다. 다시 매력적인 즐라탄으로 돌아간 것이다. 솔직히 말해 그런 식으로 폭발하는 게 그리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축구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원래 축구 하는 사람들은 혈기가 넘친다. - P153

"즐라탄 같은 선수는 5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선수입니다!" - P153

아무런 대가도 없이 8500만 크로나를 지불하는 사람은 없다. - P157

아드리안세 감독은 게슈타포처럼 선수들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는 지독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었다. - P158

"우리 즐라탄, 너는 축구 선수가 될 거다" 하고 나를 격려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158

혼자서 앞가림을 해야 했고, 감독과 사이도 안 좋고 혼쭐도 많이 났지만 실력이 좋아서 선수로 뛰었다. 내가 경기에 나간 것은 감독과 사이가 좋거나 감독이 나를 예뻐해서가 아니었다. - P158

오냐오냐 해줄 사람은 필요 없었다. 그런 과잉보호는 나를 망칠 뿐이다. 나는 축구를 하고 싶을 뿐, 다른 것들은 필요 없었다. - P159

혼자 생활해야 한다는 데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자라면서 내가 배운게 있다면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P160

어떻게든 적응을 해야 했다. - P160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프로 선수답게 행동해야 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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