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는 건 잠시 잊혀질 순 있어도 박멸할 수는 없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그냥‘, ‘괜찮아‘ 라는 간단한 말 속에 잠재된 의미 또한 그랬다.

마지막 부분에 책 제목이 들어간 문장이 나온다. 음절로는 몇 개 안되지만 읽었을 때 뭔가 좋은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문장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만든 문장이기도 했다.

시간과 기억은 저무는 것이 아닌 접어놓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시간을 보내는 누군가와의 기억 또한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겠지만, 당장은 다 떠오르지 않더라도 해가 거듭된 다음에는 필히 떠오르리라 믿는다. - P283

언젠가의 다정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듯 지금 이 순간의 다정 또한 언젠가의 나를 지탱할 것이다. - P283

복잡한 감정을 말로는 다 풀어낼 수 없고, 마음을 다 보여줄수도 없을 때, 우린 ‘그냥‘이라고 말한다. 혹은 ‘괜찮아‘ 정도로 간단히 아무 일 없다는 듯 이야기하고 속마음은 꺼내지못한다. 그 감정이 너무 가볍고 별것 아니어서가 아니라 때론 무겁고 너무 큰일이어서 그렇게만 표현하고 속으로 묵혀두곤 한다. - P286

이토록 불완전한 삶을 간단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존재한다면,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건네왔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그렇다면 나 자신에게도 아무런 설명 없이, 별일 없다는 듯그 말을 건네줄 수 있는 거 아닐까. - P286

아무리 온전치 못하더라도, 불안하더라도, 해낸 것이 아직은 없더라도 부족하더라도 슬프더라도 아프더라도. 잡고 싶었더라도 그렇지만 놓쳤더라도. 마음으로는 붙잡고 싶은데 스스로 도망쳤더라도. 괜찮은 척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울컥하며 엎드려 울더라도, 그럼에도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과정에 불과하다. 잘하고 있다. 그대로만 지내면 된다.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나아가면 된다고.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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