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유전자가 ‘좋은‘ 유전자인지 얘기하면서 시작한다. 독자인 나는 이를 단순히 유전자 차원으로만 한정하기보다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전자는 혼자 있을 때 ‘좋은 것‘이 아니라, 유전자 풀 내 다른 유전자를 배경으로 할 때 좋은 것이어야 선택된다. 좋은 유전자는 수 세대에 걸쳐 몸을 공유해야 할 다른 유전자와 잘 어울리고 또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 P181

귀두라미 수컷이 최근에 다른 수컷과의 싸움에서 이겼을 때에는 암컷과 교미하기가 더 쉽다는 것을 보였다. 이것은 ‘말보로 공 효과 Duke of Marlborough Effect‘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것은 말보로 공작부인의 일기 중에 나오는
"각하는 오늘 전쟁에서 돌아오셔서 승마 구두를 신은 채로 나를 두 번이나 기쁘게 하셨다"는 구절 때문이다. - P528

"큰 시합 전 24시간 동안 테니스 선수의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양은 두 배가 됐다. 이후 승자의 호르몬 양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패자의 양은 급락했다." - P529

ESS 모델에서는 유전적 체계가 구체적으로 어떻다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대신 막연하게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만들어 낸다는 전제는 하고 있다. 대부분 이 정도 전제면 충분하다. - P529

실제로 약간 막연하고 애매한 것이 오히려 이로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보통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유전적 우열 관계와 같은 구체적인 사실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 P529

ESS적 사고는 부정적인 역할을 할 때 가장 유용하다. 자칫 빠지기 쉬운 이론상의 오류를 피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 P529

유전자 풀은 오랜 기간에 걸친 유전자의 환경이다. ‘좋은‘ 유전자란 맹목적으로 선택되어 유전자 풀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 P183

좋은 유전자는 유능한 생존 기계, 즉 몸을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다 - P184

유전자 풀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유전자들의 세트가 될 것이며, 이는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도 침입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돌연변이나 재조합, 또는 이입으로 생기는 새로운 유전자는 대부분이 자연선택의 벌을 받아 즉시 제거되고 진화적으로 안정한 유전자 세트는 복원된다. - P184

어떤 새로운 유전자가 그 세트에 침입하는 데 성공해 유전자 풀 내에 퍼져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불안정한 과도기를 거쳐 진화적으로 안정한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진다. 작은 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 P184

개체군에는 또 다른 안정점이 하나 이상 존재할 수 있고 때때로 이쪽 안정점에서 저쪽 안정점으로 갑자기 펄쩍 뛰어넘기도 한다. 진보를 향한 진화는 꾸준히 올라가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한 안정기에서 다음 안정기로 불연속적인 계단을 올라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 P184

개체군 전체가 마치 하나의 자기 조절 단위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착각은 유전자의 수준에서 진행되는 선택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유전자는 그 ‘우수성‘ 때문에 선택된다. 그러나 그 우수성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세트, 즉 현재의 유전자 풀을 배경으로 했을 때 그 성과가 얼마나 뛰어난지에 기초하여 결정된다. - P184

진화적으로 안정한 세트, 즉 유전자 풀 내에서 유전자 간의 상호 작용 대부분은 하나의 몸속에서 벌어진다. 이들의 상호 작용은 세포 내에서, 특히 발생 중인 배의 세포 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육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모든 것이 잘 통합된 몸이 존재하는 것은, 그것이 이기적 유전자들의 진화적으로 안정한 세트가 만들어 낸 산물이기 때문이다. - P185

이기적 유전자란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DNA의 작은 조각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원시 수프에서처럼, 그것은 온 세상에 퍼져 있는 특정 DNA 조각의 모든 복사본들이다. - P189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늘리는 것이다.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에 프로그램 짜 넣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이 목적을달성한다. - P189

유전자가 다수의 다른 개체 내에 동시에 존재하는 분산된 존재라는 것 - P189

유전자가 남의 몸속에 들어앉아 있는 자신의 복사본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개체의 이타주의로 나타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전자의 이기주의에서 생겨난 것이다. - P189

알비노(선천성 색소 결핍증) - P189

개체군 전체에서는 드물더라도 어떤 가족 내에서는 흔히 존재하는 유전자가 있다 - P193

인간이 정자를 만들 때 자기의 유전자를 절반씩 나눈다 - P193

당신이 유전자 H의 사본을 한 개 가지고 있다면, 당신 아이들 중 어느 한 아이가 그것을 갖게 될 확률은 50퍼센트다. 왜냐하면 당신의 생식세포의 반수가 H를 가지고 있고, 당신 아이들은 누구라도 그 생식 세포의 하나로부터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P194

두 사람의 혈연자가 한 개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을 나타내는 근연도relatedness라는 지표 - P194

8촌처럼 먼 친척 관계 (2x(1/2)^8 = 1/128)에 대해서는 특정 개체가 가진 특정한 한 유전자를 전체 개체군 내 임의의 개체가 공유할 확률로 정의되는 ‘기준 확률‘에 가까워진다. 8촌 간은 이타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지나가는 행인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196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형제자매 간의 관계에 비해 ‘유전적‘으로 더 특별할 것은 없다 - P198

집단선택 (집단 간의 차등적생존)이나 개체선택 (개체 간의 차등적 생존) - P198

혈연선택은 절대로 집단선택의 특수한 예가 아니다. 그것은 유전자선택의 특수한 결과다. - P199

유전적으로 말해, 부모의 자식 돌보기와 형제자매의 이타주의가 진화할 수 있는 이유는 똑같다. 즉 두 경우 모두 이타적 행동을 받는 개체의 체내에 그 이타적 유전자가 존재할 확률이 큰 것이다. - P199

개체는 생명 보험업자라고 볼 수 있다. 한 개체는 다른 개체의 생명에 자기의 자산 일부를 투자하거나 내건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다른 개체와 자기의 근연도를 고려하고, 또 그 개체의 기대 수명을 보험업자 자신의 ‘기대 수명‘과 비교해서 그 개체가 ‘좋은 피보험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엄밀히 말하면 기대 수명이라기보다는 ‘번식 기대치‘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며, 더 엄밀하게는 ‘장래에 자기의 유전자를 이롭게 할 일반적인 능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P201

이타적 행동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이타적 행동을 하는 개체가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가 수혜자의 순이익에 그 근연도를 곱한 것보다 작아야 한다. - P201

어떠한 적극적 행동을 하더라도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며, 그 시간과 에너지는 다른 일을 하는 데 쓰일 수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라. - P203

생명체의 몸은 지금까지 생존해 온 유전자가 프로그램한 기계다. 지금까지 생존해 온 유전자는 과거에 그 종이 살아왔던 환경의 평균적 특징이 되는 조건들 속에서 생존해 왔던 것이다. - P205

손익의 ‘추산‘은 인간이 결정을 할 때처럼 과거의 ‘경험‘에 근거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의 경험은 유전자의 경험, 더 정확히 말하면 과거에 유전자가 살아남은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유전자는 생존 기계에게 학습 능력도 주었으므로, 몇몇 손익 추산의 경우 개체의 경험에 근거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조건이 터무니없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그 추산은 쓸 만한 것이고 생존 기계는 평균적으로 올바른 결단을 내리게 된다. 만약 조건이 급변하면 생존 기계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유전자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오래된 정보에 근거한 인간의 결정이 틀리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 P205

좋은 동지는 그들이 풍기는 이타주의의 냄새로 알아볼 수 있다. - 커밍스e.e. cummings - P538

치사 유전자는 자신의 보유자를 죽이는 유전자다. 열성의 치사 유전자는 다른 열성 유전자들과 마찬가지로 양이 2배가 되지 않는 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열성 치사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서 살아남는다. 왜냐하면 그 유전자를 갖는 개체들은 대부분 그 유전자의 사본을 하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그 유전자가 미치는 악영향을 경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 P538

모든 치사 유전자는 드물게 존재한다. 만약 수가 많아지면 그 자체의 사본과 만나게 되고 결국 그 보유자를 죽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종류의 치사 유전자가 잔뜩 있어서 여전히 우리 몸 안에는 치사 유전자가 퍼져 있을 수 있다. - P539

상상컨대, 인종 편견이란 신체적으로 자기와 닮은 개체를 인식하고 겉모양이 다른 개체에게 못되게 구는, 혈연선택을 거쳐 진화해 온 경향이 비이성적으로 일반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P207

아무리 감동적으로 보일지라도 입양하는 행동은 대부분의 경우 어떤 정해진 규칙이 잘못 사용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암컷이 고아의 시중을 드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 P210

언제나 그렇듯이 사실은 우리에게 특정 경우에 대해서만 알려 줄 뿐, 전반적인 이론적 논의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 않는다. - P542

부모-자식의 관계는 유전적으로 형제자매 관계보다 더 가깝지는 않으나, 그 확실성은 훨씬 높다. 보통 누가 자기의 형제인가보다는 누가 자기의 새끼인가가 훨씬 더 확실하다. 그리고 누가 자기 자신인가라는 것은 더욱더 확실하다. - P215

혈연선택된 이타주의를 악용하여 자기 목적을 달성하고자 기회만 엿보는 개체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생존 기계는 자기가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지, 누구에게 진짜 확신을 가질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 P215

이론상 개체 이기주의에 대한 유전자는, 적어도 일란성 쌍둥이의 한쪽이나 형제 둘, 또는 손자 넷 등을 구하도록 하는, 이와 경쟁관계에 있는 이타주의 유전자로 대치될 수 있지만 개체의 정체성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더 유리하다. - P216

경쟁 관계에 있는 혈연이타주의에 대한 유전자는 우연히, 또는 사기꾼이나 기생자의 꾐에 넘어가 정체성을 잘못 판단할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자연계에서는 유전적 혈연관계만 고려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이 개체 이기주의가 나타날 것이라 기대해야 한다. - P216

암개미는 생애의 초기에 단 한 번의 결혼 비행에서 교미한다. 그 후 암컷은 날개를 떼고 두 번 다시 교미하지 않는다. 의심할 여지없이 여러 개미 종에서 암컷은 결혼 비행 시 여러 마리의 수컷과 교미를 한다 - P543

기대 수명은 동물이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할‘ 때 가급적 ‘계산‘에 넣어야만 할 중요한 변수다. 자식이 부모보다 기대 수명이 긴 종에서 자식의 이타주의 유전자는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타주의자 자신보다 더 빨리 노쇠하여 죽게 될 개체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으로 자기를 희생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부모의 이타주의 유전자는 그 계산식에 들어가는 기대 수명에 관한 한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갖게 될 것이다. - P218

나는 새로운 개체를 낳는 것을 한편에, 현존 개체를 돌보는 것을 다른 편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두 활동을 각각 아이 낳기와 아이 키우기라고 부르자. 생존 기계 각각은 아이 낳기와 아이 키우기라는, 상당히 이질적인 두 종류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결단이라는 말은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전략적 조치를 뜻한다. - P223

아이 키우기의 결단은 다음과 비슷할 것이다.
"여기에 아이가 한 명 있다. 이 아이와 나의 근연도는 이러이러하고, 내가 이 아이에게 음식을 주지 않을 때 이 아이가 죽을 확률은 이러저러하다. 나는 이 아이에게 음식을 주어야 할 것인가?" - P223

한편 아이 낳기의 결단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개체를 하나 낳기에 필요한 여러 단계를 밟을 것인가? 번식을 할 것인가?" - P223

아이 키우기와 아이 낳기는 하나의 개체가 이용할 수 있는 시간 또는 여러 자원을 놓고 서로 어느 정도 경합하지 않을 수 없다. - P223

일반적으로 아이 낳기 결단은 낳은 아이를 키우는 결단으로 이어진다. 이 두 결정이 이어지는 것이 너무도 흔한 일이기때문에 사람들은 이 둘을 혼동하곤 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이기적인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당신이 남동생을 돌보는 것과 어린 자식을 키우는 것 사이에는 원칙적인 차이가 전혀 없다. 어느 아이나 당신과의 근연도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 P224

당신이 양육 대상으로서 한쪽을 선택해야 할 때, 당신의 자식을 선택해야 하는 유전적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정의상, 당신이 당신의 남동생을 낳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신 이외의 누군가가 남동생을 낳은 다음에야 당신이 남동생을 돌볼 수 있을 뿐이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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