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현장 전투‘ 라는 개념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는 이 ‘현장 전투‘라는 개념이 성경에서 말하는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같은 문장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는 ‘나비효과‘ 같은 용어로도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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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의 후반부에 ‘경제성장‘이라는 패러다임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 나온다. 솔직히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기에 별다른 거부감없이 받아들였던 이 패러다임을 저자는 다른 각도에서 보기를 독자들에게 권한다. 저자는 한 경제인류학자의 얘기를 인용하면서 ‘평형 경제 상태steady-state economy‘라는 개념을 간단히 소개한다. 더이상 외형적인 수치로 대변되는 경제성장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어떤 질적인 삶의 행복을 찾아가자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이러한 개념이 소개된 이유는 이 책에서 말하는 집중력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경제성장이라는 것에만 매몰되어 집중력이 떨어지는 삶을 살게 된다면 삶의 질도 더불어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개념인 듯 보였다.

저자가 본문에 제안한 생각이 실제로 현실화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해볼 수 있었다. 과잉생산으로 인해 음식같은 것을 그닥 아까워하지 않고 그냥 버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걸 보면 어떤 양적인 성장보다는 이제는 질적인 성장의 길로 들어서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해보게 된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여건은 어느정도 갖춰졌다고 본다면, 이제부터는 생존의 질을 높이는 방법들을 강구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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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지금 인류에게 집중력이 긴급한 이유‘ 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여기선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사람들의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 대변되는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혹여나 기후위기와 집중력이 무슨 관련이 있냐고 의구심을 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기후위기에 올바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분별력 있는 대화가 필요하고 명료하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하며 여기에는 집중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방식으로는 전지구적인 위기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추가로 저자는 각종 정치적인 문제들 또한 집중력이 회복된 상태에서 풀어가야 끝없는 평행선이 아닌 적절한 접점을 찾아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독자인 나는 이것을 상호간에 바람직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선 서로가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집중력이 그만큼 대화와 타협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맞서는 방법을 아는 소수의 사람들만 있으면 됩니다. 이 문제를 둘러싼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전 국민의 의식을 고취하기 시작하려면 말이에요. 사람들의 주의를 사로잡으면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그것이 자기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싶을 만큼 중요한 문제이며 가야 할 방향이 있다고 느낄 거예요." - P424

현장 전투 하나만으로는 승리를 얻을 수 없다 - P424

활동가들이 하는 일은 대중의 머릿속에 위기 의식을 확실히 집어넣고 더 많은 사람을 운동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수준과 방식으로 싸움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 P425

집중력 문제의 경우 현장 전투가 이것이 "개인적 해방을 위한" 싸움, "우리의 동의 없이 우리의 정신을 통제하는 사람들에게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한" 싸움임을 사람들에게 설명할 기회라고 - P425

우리가 스스로를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 P425

우리는 저커버그 왕의 법정에서 집중력의 부스러기라도 달라고 애원하는 중세 소작농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의 자유로운 시민이고, 자기 정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를 소유하며, 함께 그것들을 되찾을 것이다. - P425

때로는 이것들이 실행에 옮기기 힘든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여러분과 나의 삶을 바꾼 모든 운동이 실행에 옮기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 P426

보통 사회변화를 주장하는 사람은 ‘순진하다‘는 말을 듣는다. 사실은 정반대다. 우리 시민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권력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우리의 집중력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라는 생각이야말로 순진하다. - P426

힘을 합친 민주적 캠페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데는 순진한 점이 전혀 없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가 말했듯, 오직 그렇게 믿는 사람들만이 세상을 바꿔왔다. - P426

우리는 집중력을 소중하게 여기는가? 깊이 사고하는 능력이 우리에게 중요한가? 우리 아이들이 집중력을 기르기를 바라는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 한 정치인의 말처럼,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 P426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우리 경제가 경제성장이라는 새롭고 급진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왔다 - P427

경제성장은 경제(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개별 기업)의 규모가 매년 더 커져야 한다는 믿음이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성공을 정의하는 방식이다. - P428

어떤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면 정치인들은 재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회사가 성장하면 CEO는 목에 화환을 걸 가능성이 크다. 어떤 국가의 경제나 어떤 기업의 주가가 위축되면 정치인이나 CEO는 쫓겨날 위험이 커진다. 경제성장은 우리 사회의 중심 원리다. 경제성장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핵심에 있다. - P428

성장이 둘 중 한 가지 방식으로 발생한다 ...(중략)... 먼저 기업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거나 그때까지 자사 상품을 사용하지 않았던 지역에 상품을 수출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다. 두 번째로 기업은 소비를 늘리라고 기존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 사람들이 더 많이 먹거나 덜 자게 할 수 있다면 경제성장의 원천을 발견한 것이다. - P428

오늘날 우리가 대개 이 두 번째 방법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은 똑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밀어 넣을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다. 예를 하나 들자면, 기업은 우리가 텔레비전을 보는 동시에 소셜미디어의 콘텐츠를 보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는 광고를 두 배로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삶의 속도가 불가피하게 빨라진다. - P428

경제가 매년 성장해야 한다면, 새로운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은 여러분과 내가 똑같은 시간 안에 점점 더 많은 것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 P428

우리가 속한 경제기구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 더욱 빠른 속도를 요구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불가피하게 우리의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실제로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자 이러한 경제성장의 필요가 그동안 알게 된 낮은 집중력의 여러 원인(스트레스의 중가, 근무시간의 팽창, 더욱 침략적인 기술, 수면 부족, 질 낮은 식단)을 추동하는 근본적인 힘처럼 보였다. - P429

우리 모두가 다시 전처럼 뇌와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 잔다면, "우리 경제체제에 지진이 발생할 것" ...(중략)... "우리 경제체제는 잠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중력 부진은 로드킬일 뿐이에요. 그저 사업의 대가죠." - P429

삶의 방식에 오랜 시간 그토록 깊이 뿌리내린 것이 우리의 집중력을 좀먹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겁나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꼭 이렇게 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 P429

현재 우리는 녹초가 될 만큼 일해서 물건을 살 수 있으면 (대부분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는다) 번영을 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 P429

우리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자연에 머물거나, 충분히 자거나, 꿈꾸거나, 안정적인 일을 하는 것으로 번영의 의미를 재정의할 수 있다 - P430

대다수는 빠른 삶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좋은 삶을 원한다. 죽기 직전에 자신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를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평형 상태 경제steady-state economy 에서는 우리의 집중력을 공격하지 않고 지구 자원을 공격하지 않는 목표를 선택할 수 있다. - P430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한 사회로서 속도와 성장 이외의 다른 것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결정했다. 말 그대로 고개를 들어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 P430

장기적으로 볼 때, 매년 계속해서 성장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믿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결국 우리의 집중력을 구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 P430

성장기구 자체와 싸워야 할 것 ...(중략)... 성장 기구는 인간을 우리 정신의 한계 너머로 밀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를 생태적 한계 너머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 P431

우리 모두를 보호해줬어야 할 더 거대한 경고 시스템(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우리 사회의 능력) - P433

집중력 위기에서 가장 염려되는 점이 지구온난화에 대처하지 못하게 되는 것 - P431

기후위기는 해결 가능하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깨끗한 녹색 에너지원으로 사회에 동력을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려면 집중할 수 있어야 하고, 분별력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하며, 명료하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3분마다 작업을 전환하고 알고리즘이 불어넣은 분노 때문에 늘 서로에게 고함을 치는 정신없는 인구 집단은 이 해결책을 실행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집중력 위기를 해결할 때에만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 P433

"나는 중요한 정치적 투쟁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어쩌면 인간 집중력의 해방이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도덕적, 정치적 투쟁일지 모른다. 이 투쟁의 성공이 선행되어야만 사실상 다른 모든 투쟁이 성공할 수 있다." - P433

우리의 집중력은 일종의 빛이다. 전 세계를 명료하게 밝혀서 우리 눈에 보이게 하는 빛. - P434

프로빈스타운에서는 나 자신의 생각과 나 자신의 목표, 나 자신의 꿈을 내 평생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알고, 나의 야망을 실현하고, 오롯이 살아 있을 수 있는 빛, 그러한 빛 속에서 살고 싶다. 모든 것이 불타 사라지는 위협적인 오렌지색 빛이 아니라. - P434

우리의 주의력이 계속해서 파편화된다면, 생태계는 우리가 집중력을 되찾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생태계는 무너지고 불탈 것이다. - P434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을 때 영국의 시인 W. H. 오든 W. H. Auden은 인간이 발명한 새로운 파괴 기술을 바라보며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죽는다" 라고 경고했다. 나는 오늘날 우리가 함께 집중하지 않으면 이 산불에 홀로 직면하게 되리라 믿는다. - P434

‘할 가치가 있는 일은 빨리하는 것이 좋다‘ - P438

‘반송률(bounce rate, 웹사이트에 들어왔다가 사이트 내의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고 그냥 나가는 사람 수)‘ -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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