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다‘는 ‘해어지다‘의 준말로, ‘닳아서 떨어지다‘라는 뜻이다. - P67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지막이 오더라도 그게 영원한 안녕은 아닐 거라고. 도마뱀의 꼬리처럼 잠시 잘려 나갔을 뿐, 닳아서 떨어진 건 아니라고. 분명 새살이 돋거나 절단면을 깔끔하게 이어 붙일 수 있는 찰나의 헤어짐일거라고. - P68
나에게는 별일 아닌 일이 상대에겐 상처가 될 수 있고, 나에게는 약점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상대에겐 대수롭지 않은 사실일 수 있는 것이다. - P78
관계란 불완전한 이해에서 시작해 완전한 이해로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테두리다. - P79
때에 맞게, 그리고 적당한 온도로 나의 예민한 구석을 알려주는 것은 관계를 가꾸는 데 최선의 비결이자 최고의 방법이다. - P80
꼭 기억하며 살아야 할 것이 있다. 네 인생에 도움을 주는 사람은 있더라도 대신 살아주는 사람은 절대 없다. 그러니 자신이 스스로를 잘 챙겨야 한다. 알아서 건강도 잘 챙기고, 마음도 잘 챙기고, 필히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 - P81
하물며 남을 위해 살진 말거라. 결코 그러진 말거라. 오직 너를 위해 살며 이용하되, 마땅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 - P81
나만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이기에, 삶이 값진 것이란다. - P81
미안한 마음에 변명만 늘어놓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한 습관이다. 그래서 난 어떤 부탁을 받았는데 들어줄 수 없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상황에선 최대한 간단히 거짓 없이 단호하게 의사를 표하는 편이다. 그게 나와 상대를 위한 최고의 의사 표현법이다. - P84
구조가 얽히고설킨 집단인데 별 탈 없이 잘 굴러간다면 그비결은 각자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에 있다. - P84
세상은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최선의 속도로 탈 없이 굴러간다. - P84
괜히 신경을 이리저리 흐트러뜨리거나 참견하기보다는 내 몫의 일 인분만 하자는 식의 사고가 외려 탈없이 이로운 관계를 구축하며, 어지러운 집단 속에서 무난히 안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 P84
일과 관련된 대화를 할 때 나오는 헛웃음을 경계해야 한다. 상대의 말을 듣는 와중에 짓는 웃음이든, 문장의 끝에 흐리듯 띠는 웃음이든. 별 내용도 아닌 말에 헤벌레 웃는 습관이 있다면 이 또한 조심해야 한다. 헛웃음은 듣는 이로 하여금 기분 나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으며, 이유 없는 웃음은 헤픈 사람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 P85
정말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아닌 대부분의 경우는 자의적인 웃음인데, 이것이 습관처럼 무의식에서 튀어나온다면, 마음 단단히 먹고 고치는 편이 좋다. 특히 가족이나 소꿉친구처럼 나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이들과의 대화가 아니라면, 딱히 어떤 이유도 없는 웃음은 공적인 관계를 망치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 P85
이 사람과 더는 엮이지 않는 게 좋겠다거나, 손절해야겠다는 감이 왔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그 감이 정확할 때가 많다. 물론 모든 감의 정확성이 100퍼센트에 수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의 감이 맞다. - P86
어떤 사람이 나를 슬슬 긁거나 조롱하는 듯한데, 주변인들은 그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며 변호했던 적이 있었다. 주변인의 옹호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맞더라도, 주관적으로 나에게 틀리다면 틀린 것이다. 그의 말투나 단어 선택이나 행동거지의 결이 나의 이해와 정도에 맞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 P86
관계는 주관적인 감정안에서 이루어진다. 우리 가족과 남의 가족은 감정을 판단하는 잣대 자체가 달라서 관용과 이해의 폭도 달라진다. 타인이 그 상황을 두고 하는 평가, 또는 그 사람의 상황과 핑계보다도 내 주관적인 감과 감정이 우선인 것이 맞다. - P86
내 편이 많아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꼭 몇 배가 되는 적이 생기는 것 같다. 그 안에서 내가 아끼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안다. 잃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값진 보석보다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 P87
전체적인 관점으로 관계를 바라보면, 사람은 자산보다 자원에 가깝게 여기는 것이 나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 자산이라 하면 그를 꼭 내 곁에 둬야 할 것같고, 내 소유로 두고만 싶고, 감추고 싶고, 나에게 득이 되며 나를 대변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자원이라 생각하면 언제든 대체될 수 있고 순환하기 마련인, 그러므로 영원한 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정도로 사고가 유하게 흐른다. - P87
너무 큰 기댐과 기대, 그리고 접착과 집착은 나에게 큰 실망과 아픔 그리고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관계가 너무 어렵게 흐를 때만이라도, 사람은 세상에 널린 자원이라고, 원래부터 내 것인 사람은 없다는 정도로 편하게 생각하셔라. - P87
예전에야 많은 이들에게 관심받는 것이 좋았고, 내가 어디서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제는 내 평가에 조금이라도 흠이 나면 등을 돌리는 이들까지 나의 울타리 안에 넣는 것이 얼마나 나를 갉아먹는 일인지를 안다. - P88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모든 기대를 충족시킬 수도, 모든 관계를 내 울타리 안에 담아둘 수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 P88
사람을 향한 감정은 때론 이렇다 할 이유가 없이도 이럴 수 있고, 그렇다 할 명분 없이도 그럴 수 있음을. - P93
잘 몰라서 좋고, 잘 모르기에 미운. 다 모르기에 안아주고 싶거나, 다 모르기에 더는 알고 싶지 않은 것. - P93
사람 대하기를 조금 더 관대하게, 그리고 이유 없이 여유 있게 대해야지. 오고 가는 마음속에서 과한 망상과 의심으로 허무하게 인연을 놓치는 일 없게. 또한 나를 잃어가면서까지 붙잡는 일 없도록. 잦은 의심은 때때로 걷어둔 채 사람을 바라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 P93
줘도 줘도 모자란 것들. 영원토록 곁에 두고 싶은 것들, 이어짐이 유한하기에 외려 무한히 다정을 건네고 싶은 것들, 영원하지 못하기에 영원에 가깝게 애정할 수 있는 것들. - P94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무지가, 인생을 그나마 적당선의 안정으로 유지시켜 준다. 그러니 나에게 지속적으로 불편한 소식을 전하는 이가 있다면 거부의사를 표현하며 그 불편함으로부터 멀어지는 편이 좋다. - P94
내가 불편해할 일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만약 나를 위하는 마음을 가장하여 그런 소식만 잔뜩 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보다 그 사람을 멀리해야 한다. - P95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일어난 일 자체보다 그것을 과장하거나 굳이 전하는 사람들이다. 살수록 모르는 게 약인 말들이 많다.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은 귀 닫고 눈 가리는 것일 때가 빈번하다. - P95
귀중함의 높고 낮음을 일일이 비교할순 없지만, 구차한 사람에게 건네는 연민보다 성공한 사람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축하와 응원이 더 어렵고 고귀한 것임을 깨닫는다. - P96
내가 좋은 사람이 된다고 해서 내 인생에 좋은 사람만 온다는 보장은 없다. - P96
내가 충분히 멋진 사람으로 발전한다 해도, 해가 되는 사람들은 꼬이기 마련이다. 아니, 오히려 달콤한 과일에 벌레가 꼬이듯 행복을 해하려거나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 악의를 품고 다가오는 이들이 즐비할 것이다. - P96
좋은 사람으로 향하는 일, 자기발전적인 생각은 결국 나의 성품과 결이 다른 사람들을 걸러내는 처세를 가르쳐준다. 나의 지속적인 발전은 같은 결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비율을 적정선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알맞은 안목과 행동을 도모시켜 준다. - P96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내게 좋은 사람이 오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노력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만은 않을지라도 필히 그렇게 꾸려가야만 하는 과정이다. - P97
막상 모든 면을 쉽게 보여주고 건네주면 이용당하거나 무너지는 것은 나 자신일 때가 많았으니. - P101
"무슨 일 있어?"라는 말도 다정하지만, "지금 갈까?"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간다. 비록 말뿐일지라도,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시간과 여유를 내어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에게는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낀다. 당장 힘든 이에게는 자초지종을 묻는 사람보다. 언제든 포옹해줄 수 있는 포용적인 사람이 필요한 것이니까. - P101
오랫동안 보았는데도 입을 함부로 열지 않는 사람에게는 끝없는 심리적 안정감이 느껴진다. 최소한 그 관계의 끝이 지저분한 추태로 마무리되지는 않겠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P102
누구나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음을 - P104
사람과 사람이 대면한 자리에서는 주고받음이 기본 전제다. 피하고 싶은 사람은 가장 기본적인 대화를 통해 결정 난다. - P106
자신의 결함을 이야기하며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은 ‘나 이기적인 사람이에요‘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말이 좀 험해", "시간 약속을 잘 못 지키는 사람이야" 라며 조금도 고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일방적으로이해만을 바라는 이기적인 태도다. - P107
꺼낸 허물을 몇 번이야 이해해 줄 순 있다만, 일방적인 이해만 강요된다면 결국 그는 꺼려지는 사람이 된다. 단점을 인지했다면 스스로 책임지고 변화하려는 척이라도 해야 이해의 범주 안에 속할 수 있다. - P107
사회성의 결여와 이성적인 것, 직설적인 것을 구분 못 하고 말을 뱉는 사람은 그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무례한 사람이다. - P107
다른 이들이 사실을 몰라서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해서 말을 누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성향에 도취되어 상황에 그른 말과 행동을 합리화하는 사람과는 절대적으로 거리를 두게 된다. - P108
고조된 감정을 잘 추스르지 못하면 결국 관계에서 큰 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 P108
적당히 넘어갈 일에는 그에 맞는 표현만 하고, 다소 큰일에도 조곤조곤 억제하며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신뢰가 가며, 그런 대화 앞에서는 내 잘못을 인정하게 된다. 분명 먼저 사과하고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감정만을 앞세워 정도를 넘는 사람 앞에서는 숙이려던 마음까지도 기어코 사라지기 마련인 것이다. 정도를 모르고 감정을 분출하는 사람만큼 없던 분노까지 만드는 사람이 없다. - P109
세상에 침식되어 나를 잃지 않는 삶을 위해서는, 괜히 타인의 잣대에 흔들리지 않고 나에게 솔직해지는 것 하나로충분하다. 통과 중인 시기에 맞는 취향을 그대로 행하면 되는 것이다. - P113
정말 자신만의 선이 있는 사람은 표정으로 말하고 조용히 손절한다. 아니, 표정조차 변함이 없다. 친하지도 않은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불쾌 포인트를 알려줄 정도로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관계에서 명확한 선이 있는 경우다. - P115
낭만은 무언가를 추구하는 삶에서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것이며, 청춘은 무언가를 추구하는 과정을 즐김으로써 가까워지는 것이다. - P115
내가 현실을 살지 않는 동안 축적되는 것은 세상과의 격차뿐이다. 흘러간 삶은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한다. - P116
내가 뱉을 말이 불러올 감정과 결과가 긍정적일 때, 내 이미지도 상대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가기 마련이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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