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정신없이 지내던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프로빈스타운이라는 곳에 가서 세상과 잠시 연락을 단절하고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때가 와서 앞으로 묵을 호텔을 예약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한 뒤 중요한 용무를 마치고 그동안 확인하지 못했던 이메일을 확인했는데, 거기서 느꼈던 어떤 감정이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독자들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여기서 내가 느낀 핵심은 우리가 평소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그닥 신경도 안쓰는 것들에 나 혼자 많은 신경과 시간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자신이 이런 경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의 저자처럼 현실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서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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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좀 더 읽다보니 다시 현실로 돌아간 저자는 어느 순간부턴가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프로빈스타운에서 느꼈던 좋았던 감정과 생각들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저자는 새로운 의문을 품게 된다. 자신이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말이다.

본문에서 언급하는 다른 무언가는 바로 ‘환경‘이었다. 이 사회의 시스템이라는 말로 치환해 볼 수도 있겠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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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시스템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본문에서는 마술사 이야기가 나온다.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마술사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잘한 내용들은 거두절미하고 이 이야기에서의 핵심은 마술사들이 사람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사람들을 속인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독자인 나는 눈에는 직접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이 거대한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어떤 것이 일반 대중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을 조심스레 해보게 되었다. 아직 뒷부분을 읽기 전이라 어떤 내용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나 여러가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위와 같은 예상을 하는 것이 그리 뜬금없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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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B.F. 스키너의 철학에 나오는 ‘강화‘행동에 기반하여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나온게 요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이었다. 인스타그램의 존재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유래에 대해서는 오늘 독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것이 등장한 배경이 스키너의 ‘강화‘행동 이론에 기반한 것을 깨닫고 좀 놀랐다.

인스타가 나오기 전에 앞서 나왔던 페이스북도 보면 ‘좋아요‘같은 ‘강화‘ 도구를 사용했었고, 오늘 본문에 나온 인스타그램의 경우도 ‘하트‘라는 ‘강화‘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장치들이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장치들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것들이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근거했으니 얼마나 강력하게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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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이어 읽다가 요즘 유튜버들이 많이 외치는 구호(?) 중 하나인 ‘좋댓구알‘ 이라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이것은 ‘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설정‘의 줄임말인데, 본문에 따르면 이러한 것들에 시청자들이 참여하면 할 수록 그 채널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집중력과 시간을 좀 먹는다고 말한다. 반면 그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들은 조회수 상승에 따른 광고수입이라든지 기타 추가적으로 생기는 부수적인 수입을 얻는 것이다.

물론 유튜브가 여러가지 순기능들도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하여 우리의 시간을 적지않게 좀먹는 경우들도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사용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구글같은 거대 기업이 전세계인들이 웹상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하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차곡차곡 수집하고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기대보다는 왠지 모를 우려가 드는게 사실이다. 참 좋은 세상 같으면서도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조하게 수신함을 열어 이메일들을 훑어보았다. 별게 없었다. 나는 두 시간 만에 이메일을 전부 확인했다. 세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나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메일이 이메일을 낳는다는 것. 내가 멈추면 이메일도 멈춘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55

그때, 나의 시간을 원하는 이 모든 열광적 요구가 나를 중요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줬음을 알게 되었다. - P156

약해진 기분이 들었다. 프로빈스타운에서 많은 통찰을 얻었는데, 그것들이 더 커다란 무언가, 내가 아직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에 쉽게 부서지는 허약한 것들이라는 느낌이들었다. - P158

내가 진짜로 원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 답은 우리가 그동안 믿도록 유도된 것보다 더욱 복잡하며 다양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 P159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많이 참여시킬 수 있을까?" - P162

참여도가 높다는 말은 곧 집중력을 더 많이 빨아들이고 사람들을 더 많이 방해한다는 뜻이었다. - P162

디지털 디톡스가 "해결책이 아니"라고 - P163

"일주일에 이틀씩 바깥에서 방독면을 쓰는 노력이 환경오염의 해결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예요. 개인 차원에서는 단기간 특정 효과를 볼지 몰라요. 하지만 지속 불가능하고,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죠." - P163

"실제로는 환경의 변화만이 진정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절제가 주요 해결책이라 말하는 것은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 - P163

나는 오늘날 기술이 여섯 가지 방식으로 집중력을 훼손한다는 것과, 우리가 극복해야 할 하나의 근본적 힘이 이 방식들을 통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164

"마술은 사실 집중력의 한계에 관한 겁니다." - P165

마술사의 일은 (본질적으로는) 우리 주의의 초점을 조종하는 것이다. 사실 그 동전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의 관심이 다른 데 쏠렸을 때 마술사가 동전을 옮겼기 때문에 우리의 초점이 원래 자리로 돌아왔을 때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 P165

마술을 배우는 일은 곧 다른 사람의 주의를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조종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 P165

일단 마술사가 관객의 초점을 통제할 수 있으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 P165

마술에 얼마나 잘 넘어가느냐가 지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 P165

"그보다는 더 미묘한 요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약점과 한계, 맹점, 또는 우리가 갇힌 편견 같은 것들이요." - P165

마술은 인간 정신의 한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주의를 통제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내 주의를 건드리면 알아챌 거라고, 또 바로 저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잘 속는 고깃덩어리이며, 마술사가 파악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속아 넘어간다. - P166

마술사는 우리를 자기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릴 만큼 우리의 주의를 조종할 수 있다. 마술사는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데, 그러는 내내 우리는 본인이 자유의지를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P166

"마술사가 어떻게 마술을 할 수 있올까요? 사람들의 강점을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마술사는 그저 우리의 약점만 알면 됩니다. 사람들은 자기 약점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 P167

"사람들이 정말로 자기 약점을 잘 안다면 마술은 불가능할 겁니다." - P167

마술사는 이런 약점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 - P167

스키너는 행동에 적절한 "강화"를 제공해 비둘기와 쥐, 돼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시킬 수 있음을 발견한 인물이었다. 수년간 유행에 뒤처져 있던 그의 발상이 다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 P169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규칙이 있다면, 그게 바로 권력이에요. - P169

계절성 정서장애란 오랫동안 음울한 날씨가 이어지면 쉽게 우울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 P170

이들(마이크와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이미 B. F. 스키너에게서 얻은 이 수업의 다른 핵심 교훈, 즉 즉각적인 강화 요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용자의 행동을 끌어내고 싶으면 사용자가 즉시 ‘하트‘와
‘좋아요‘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두 사람은 이러한 원칙들을 이용해 새로운 앱을 출시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P170

구글에서 성공이 주로 ‘참여도 engagement‘로 측정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참여도는 사용자의 시선이 상품에 머문 시간으로 정의되었다. 참여도가 높으면 좋은 것, 참여도가 낮으면 나쁜 것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더 오래 들여다볼수록 그들이 보는 광고도 많아지고, 그만큼 구글이 버는 돈도 늘어난다. - P174

구글의 직원은 언제나 최대한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는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참여는 더 많은 수익을, 이탈은 더 적은 수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P175

참여도가 높다는 말은 곧 집중력을 더 많이 빨아들이고 사람들을 더 많이 방해한다는 뜻이었다. - P175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디자인 때문이다. 우리의 산만함은 그들의 연료다. - P176

"지난 몇 년간 정말로 우려되기 시작한 것은, 처음에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업계에 들어온 친구들이 [이제는] 인간 본성을 조종하는 군비 경쟁에 휘말려 있다는 거예요." - P176

"기술을 설계하는 방식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설계자들이 그 매체에 온 세상을 밀어 넣으면 다른 한쪽에서 완전히 다른 세상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 P177

사람들이 "끊임없이 핸드폰을 확인하는 트레드밀"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 P177

구글은 악의적인 마술사처럼 그러한 취약점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점을 존중해야 한다. - P178

친구가 올린 새 사진을 클릭하라고 사용자를 유도할 때마다 사진을 클릭하는 사람은 평균 20분이 지난 후에야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같은 화면 위에서) 경고할 수 있다. 사진을 보는 데 몇 초밖에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 P178

"인간은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할 때 다른 결정을 내립니다" - P178

‘우리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차분한 정신 상태를 만드는 방향으로 [우리의 상품을] 설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 P180

어쨌거나 소크라테스도 기록이 사람들의 기억력을 파괴할 거라고 말했으니까. - P180

그러나 이들의 사업 모델은 사회 전체의 집중 시간을 장악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엑손모빌이 고의로 북극의 빙하를 녹이려 하는 것이 아니듯, 집중력 파괴도 이들의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집중력 파괴는 현 사업 모델의 불가피한 결과다. - P182

"제가 실패한 이유는 [현재로서는] 기업들이 변화할 적절한 유인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 P182

"모든 것이 주의를 차지하려는 경쟁" - P183

제프(래스킨Jef Raskin)는 기술의 책무가 사람들을 고양해 더 높은 목표를 성취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기술의 목적이 뭘까? 우리는 왜 기술을 만들까? 우리가 기술을 만드는 이유는 기술이 우리 안의 가장 인간적인 면을 끌어내 확장하기 때문이야. 그게 붓의 목적이야. 첼로도 그렇고, 언어도 그래, 이 기술들은 전부 우리 안의 어떤 면을 넓혀줘. 기술은 우리를 초인으로 만들어주는게 아냐. 우리를 더욱더 인간적으로 만들어주는 거지." - P184

보수적으로 추산하면 무한 스크롤은 트위터 같은 웹사이트에서 시간을 50퍼센트 더 많이 보내게 만든다 - P185

수십억 명이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시간을 50퍼센트 더 많이 보낸다는 것이 사실상 어떤 의미인지 알아내고자 했다. 계산을 마친 그는 총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가 발명한 기능의 결과로, 총 20만 명이 넘는 인간의 삶(태어나서 죽기까지의 모든 순간)이 매일 화면을 스크롤 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 시간들은 무한 스크롤이 없었다면 다른 활동에 쓰였을 것이었다. - P185

"설계자와 기술 전문가로서 얻은 가장 큰 배움 중 하나는 무언가를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꼭 인간성에도 좋은건 아니라는 거예요." - P186

소설미디어 사용이 늘면서 사람들이 공감 능력을 잃고 화와 적대감을 더 많이 표출한다 - P186

사실 그들이 파는 것은 사람들의 주의를 붙드는 능력이다. - P187

"아이러니 중 하나는, 비반응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신적 공간을 마련하는 마음챙김 워크숍이 페이스북과 구글에서 무척이나 인기를 끈다는 겁니다. 그들이 바로 이 세상이 마음을 챙길수 없게 하는 가장 큰 가해자인데 말이죠." - P188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시간과 주의력을 가능한 한 많이 소비할 수 있지?" - P188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마다 이 사이트들은 우리의 과거 행동을 통해 학습한 내용들을 조금씩 내놓으며 우리가 계속 스크롤을 내리게 만든다.
종이책이나 텔레비전 같은 오래된 기술은 이런 식으로 우리를 겨냥하지 못한다. - P192

현재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의 더 심각한 문제(와 이 방식이 우리의 집중력을 훼손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싶다면,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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