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視相은 대기의 안정도에 민감하다. 대기가 안정적인 곳에서는 별의 이미지가 흔들리지 않지만, 대기가 심한 교란을 겪는 곳에서는 별의 이미지도 몹시 흔들린다. 맑은 날 밤에 별빛의 깜빡거림도 대기 교란에 기인한다. - P223
아이작 뉴턴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망원경의 제작 이론을 완전하고 상세하게 적용시켜 한 대의 망원경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 망원경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에는 어떤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려면 별빛이 우선 대기를 통과해야 하는데, 작은 움직임이기는 하지만 지구 대기가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천문대 자리를 대기가 극도로 잔잔하고 조용한 곳에 잡는 것이다. 거대한 구름층 위로 솟아오른 높은 산의 정상이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일 것이다." - P223
1869년에 수에즈 운하가, 1893년에 코린트 운하가, 1914년에 파나마 운하가 완공됐다. - P227
자연의 작품인 생물처럼 사람이 만든 기계도 진화한다. - P231
화성은 지구보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기온이 상당히 낮다. 희박한 대기는 주로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질소 분자와 아르곤이 좀 있고, 아주 소량의 수증기와 산소 그리고 오존이 존재한다. - P235
오늘날 화성의 지표면에서 액체 상태의 물은 기대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화성의 대기압이 너무 낮아서 찬물조차 급격히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혹시 토양의 작은 구멍이나 모세관이 액체 상태의 물을 극소량 품고 있을지 모른다. - P236
인간이 숨쉬기에는 산소의 양도 너무 부족하다. 오존의 함량도 적다 보니 살균력이 강한 태양의 자외선이 화성의 표면에까지 거침없이 도달한다. 과연 어떤 생물이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P236
지구상의 세균 중에는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종류가 상당수 있다. 그 밖에도 온도가 너무 떨어지면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단하는 종류, 자외선을 피해 자갈이나 얇은 모래층밑으로 숨는 종류 등도 있다. - P236
1년이나 2년에 한 번씩 최소한의 에너지로 화성이나 금성으로 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는 시기가 지구에 찾아온다. 행성들의 상대 위치와 케플러의 법칙과 뉴턴의 물리학만 알면 그 시기를 계산할 수 있다. - P237
화성은 적어도 얼핏 보기에는 조금 쌀쌀한 기온과 저밀도의 대기 그리고 무해한 공기를 가진 매우 쾌적해 보이는 장소이다. 얼음의 극관, 분홍빛의 청명한 하늘, 거대한 모래 언덕, 태고의 강바닥, 광대한 열곡裂谷, 현재 우리가 알기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화산 그리고 적도의 싱그러운 여름날 오후 등. 화성은 금성보다는 지구를 훨씬 더 닮은 세계이다. - P237
커다란 낙하산을 펼치고 하강하는 우주선은 특히 옆으로 부는 바람에 취약하다. - P238
마르스 3호의 모든 일정은 이미 발사 전에 엄격하게 정해져 있었다. 우주선 작동의 각 단계는 지구 출발 전에 이미 탑재 컴퓨터에 입력됐기 때문에, 1971년 먼지 대폭풍의 규모가 확실해진 순간에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변경시킬 방법이 없었다. 우주 탐사의 전문 용어를 빌려서 표현한다면, 마르스 3호는 ‘사전 계획 preprogrammed‘ 돼 있어서 ‘적응적adaptive‘ 이지 못했다. - P239
화성의 대기 밀도가 지구의 1퍼센트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착륙선의 하강 속도를 줄이려면 지름이 18미터나 되는 거대한 낙하산을 펼쳐야만 했다. - P239
대기 밀도가 낮은 화성에서는 높이 올라갈수록 대기의 밀도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높은 산에 착륙하는 바이킹 착륙선은 충분한 제동력을 확보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높은 산에 착륙하는 것은 연착륙이 아니라 추락이다. 따라서 착륙지는 표고가 낮은 저지대여야 했다. - P240
착륙선을 추락시킬 만한 위력의 강풍이라면 지표면에서 많은 먼지를 날아오르게 할 터였다. - P240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모래 언덕들을 화성 도처에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어느 날 착륙 후보지에 이런 모래들이 덮여 있지 않다면 그날은 바람이 지나치게 세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이었다. 바이킹 착륙선을 궤도선과 함께 화성 궤도에 진입시켜 놓고, 궤도선이 착륙지를 탐사하기까지 착륙선의 하강이 연기되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 P240
그러나 우리의 판단을 100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예를 들어 바람이 너무 센 나머지 이동할 수 있는 모래 먼지가 모조리 다 날아가 버렸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는 그 착륙 예정지에 현재 불고 있을지도 모르는 강풍을 전혀 눈치 챌 수 없게 된다. 화성의 기상 예보는 지구의 예보에 비해서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 P241
화성의 남반구나 북반구에서 대략 45~50도보다 극지방 쪽으로 가까이 가게 되면 우주선과 지구와의 교신가능한 시간이나, 치명적일 수 있는 극저온의 상태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치게 짧아진다. - P241
다행히도 우리는 착륙 후보지가 얼마나 험하고 부드러운지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었다. 그 기술은 레이더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주 험한 지면은 지구에서 발사한 전파법을 측면으로 산란시키므로, 결국 그런 지역은 반사가 잘 안 되는 것같이 보인다. 이를테면 레이더 전파 세기 지도에 그런 지역은 어둡게 나타날 것이다. 아주 부드러운 먼지 모래로 된 지면도 개별 입자들 사이의 수많은 틈새 때문에 반사가 잘 안 되는 것처럼 나타난다. - P242
레이더 탐사를 이용한 예비 조사에 따르면 화성 표면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이 전파 지도에서 어둡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이런 지역은 바이킹 착륙선에게는 위험한 곳이었다. - P242
지구에서 화성 전체를 레이더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략 남위 25도와 북위 25도 사이의 띠 안에 있는 지역만 레이더 전파 지도에 보인다. - P242
화성의 하늘이 지구에서와 같은 푸른색이 아니라, 일종의 노르스름한 분홍색을 띠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것은 화성 대기에 미세한 녹슨 입자들이 떠 있기 때문이다. - P243
크라이세Chryse는 그리스어로 ‘황금의 땅‘ 이라는 뜻이었다. - P244
크라이세 지역의 레이더 관측은 예정된 착륙 날짜로부터 불과 수주 전에야 비로소 가능했다. 그것은 지구와 화성 간의상호 위치가 마음대로 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 P244
화성은 그저 하나의 ‘장소‘일 뿐이었다. - P248
화성의 경관은 황량하고 붉고 아름다웠다.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서 운석공이 만들어질 때 튕겨 나왔음 직한 자갈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작은 모래 언덕들, 바람에 흩날려 높이 솟아오른 미세 입자들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먼지들로 덮였다 드러나기를 반복하는 바위 덩이들이 벌판에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 P248
패턴을 만들어 인식하고자 하는 인간의 성향 - P249
커다란 동식물들이 육지를 점령한 것은 지구 역사의 마지막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미생물들은 지구 전역에서 무려 30억 년 동안이나 줄기차게 살아왔다. 그렇다면 화성에서 생명을 찾으려면 세균부터 먼저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P249
자연이 박테리아를 진화시키는 데 수억 년이 걸렸고, 메뚜기를 진화시키기까지는 수십억 년이 필요했다. - P251
우주 실험이라는 것은 규모, 크기, 비용, 사용 가능한 동력 등의 측면에서 심한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다. - P251
늑대의 덫 실험이 성공하려면 화성의 미생물들이 액체 상태의 물을 좋아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했다. - P252
영양 유기물이 담긴 작은 병에 채취한 화성 토양을 넣고 섞은 뒤 화성 미생물이 (있다는 전제 하에) 그 속에서 번식 (한다는 전제 하에) 함에 따라 액체의 혼탁도, 즉 흐리게 보이는 정도가 변화하는 양상을 관찰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였다. - P252
늑대의 덫 실험의 한 가지 장점은 화성의 미생물이 취하는 영양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런 가정도 할 필요가 없다는 데에 있었다. 미생물들이 그저 증식하기만 해도 미생물의 존재를 알아낼 수 있는 실험이었다. 다른 모든 실험들은 미생물이 방출하거나 흡입할 기체의 정체에 관해 모종의 가정을 도입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런 가정들은 거의 추측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 P252
지구상에서 화성과 가장 비슷한 환경이라고 생각되는 지역, 즉 남극의 건조 계곡 dry valley - P253
전반적으로 남극이 화성보다 더 따뜻하고 습기도 높고 산소도 충분하다. 또 내리쬐는 자외선도 훨씬 적다. - P253
"202 실험실 표본 수거, 1973년 12월 10일, 22시30분, 토양 온도 영하 10도, 대기 온도 영하 16도." 이 숫자들은 화성 여름의 전형적인 기온이기도 하다. - P254
우주 탐사 계획은 발사 수년 전에 모두 확정된다. - P255
화성 토양에 미생물이 산다면 음식을 섭취하고 기체를 배설할 것이다. 또는 대기에서 모종의 기체들을 받아들여서 태양 광선의 도움으로 그것을 뭔가 유용한 물질로 변환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 P256
화성 토양을 지구에서 가져간 무균 용액과 혼합시켰더니 토양에 있던 무엇인가가 그 용액을 화학적으로 분해했다. 마치 화성 토양의 미생물이 지구의 용액을 흡수하여 신진대사 과정에서 어떤 가스를 배출하는 듯했다는 이야기이다. - P257
지구에서 가져간 여러 종류의 기체를 화성의 토양 표본과 섞었더니 그 기체들이 화성의 토양과 화학적으로 결합한 듯했다. 마치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화성 토양에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구의) 대기 중에 있는 기체 성분에서 유기 물질을 합성하는 미생물들이 화성 토양에도 살고 있는 듯했다는 것이다. - P257
우리는 스스로에게 곧잘 속고는 한다. 화성의 토양에 실제로는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지만 화성의 무기 물질이 갖는 고유한 무기화학적 반응 특성 때문에 영양 물질이 미생물과 아무 관계없이 산화될 가능성도 있었다. 어쩌면 화성의 토양에 생명이 아닌 모종의 무기물 촉매가 들어 있어서 대기 중에 있던 기체를 고정시켜 유기분자로 변환시킬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 P258
1971년 화성에 거대한 흙먼지 폭풍이 불었을 때 매리너 9호에 탑재된 적외선 분광기가 흙먼지의 화학 조성을 유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얻었다. 내가 툰 O. B. Toon, 폴락J. B. Pollack 등과 함께 매리너 9호의 적외선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화성 흙먼지의 주성분은 몬모릴로나이트 montmorillonite와 그 외 몇몇 종의 진흙 성분들과 가장 그럴듯하게 일치했다. 그 후에 있었던 바이킹 착륙선의 관측 결과들도 화성 흙먼지가 몬모릴로나이트라는 동정同定 결과를 지지했다. - P258
진흙은 복잡한 활성 계면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분자의 흡착, 기체 배출, 촉매 화학 반응 등에 있어서 활성이 강하다. - P258
우리가 현재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화성의 미생물학적 존재를 받아들여야 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 라는 것이다. - P259
지구에 생명이 탄생하기 이전에도 광합성 및 호흡 작용과 비슷한 화학 반응들이 이미 지구의 토양에서 존재하고 있다가 일단 생명이 등장하자 생물 체계 속으로 편입되지 않았나 싶다. - P259
몬모릴로나이트 종류의 점토가 아미노산을 결합시켜 단백질 분자와 비슷한 긴 사슬 형태의 분자를 만드는 데 아주 유력한 촉매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원시 지구에서는 각종 진흙들이 생명 창출의 대장간이나 거푸집으로기능했을 가능성이 크다. - P259
현재 화성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들은 지구생명의 기원과 지구 생명의 초기 역사를 규명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259
만약 화성에 생명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면 지구 생명 형태의 보편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그리고 지구와 상당히 비슷한 행성인 화성에 생명이 없다면, 왜 없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화성에 생명이 없다면 비시니액이 생전에 강조한 것처럼 처리군(생명이 있는 지구)과 대조군(생명이 없는 화성)이 대비되는 고전적 의미의 실험 체계가 우리 손 안에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 P261
화성에 생명이 존재한다면 생물의 사체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화성에서는 어떤 유기 분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핵산과 단백질 같은 생체를 구축하는 기본 구성 물질이나 단순한 형태의 탄화수소마저 없었고, 지구생명의 물질 따위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 P261
우리가 여전히 화성 생명의 존재를 가정한다면 화학적 활성이 강한 화성의 산화성 표면 성질 때문에 그 사체들이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과산화수소가 들어 있는 병에서 병균이 완전히 파괴되듯이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화성에 있는 생명은 지구와는 달리 유기화학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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