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서 ‘전자기파 스펙트럼‘에 관한 설명이 계속 나온다. 또한 이 내용에 근거하여 금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뒤이어서는 화성에 관한 이야기 일부도 살펴볼 수 있었다.

세상은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것만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많고 넓다. 특히 빛은 우리 눈이 감지할 수 있는 부분보다 훨씬 넓은 주파수 대역에 걸쳐 존재한다. - P199

자외선 너머의 스펙트럼은 엑스선이고 그 너머에는 감마선 영역이 있다. 낮은 주파수 쪽으로 가면 빨간색 너머에 적외선赤外線대역이 있다. - P199

우리 눈에는 빨간색 너머는 어둠일 뿐이다. 그러나 그자리에 열에 민감한 온도계를 놓으면 눈금이 올라간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적외선이 처음 발견됐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온도계 내부의 수은을 팽창시킬 수 있는 열기를 가진 빛이 분명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 P199

불순물이 적절히 첨가된 반도체나 방울뱀은 적외선을 아주 잘 감지한다. - P199

적외선 너머의 넓은 주파수 대역을 우리는 전파電波, radio wave대역이라고 부른다. - P199

감마선에서 전파 대역까지 모두 다 당당한 빛이다. 천문학에서는 이 모두를 다 유용하게 이용한다. 그러나 눈의 한계로 인해 인간은 가시광선이라고 하는 아주 좁은 띠 모양의 무지개를 편애하며 살아간다. - P199

서로 다른 화학 성분의 물질은 서로 다른 주파수 또는 다른 색깔의 빛을 흡수한다. 따라서 분자나 원소의 종류에 따라 홉수하는 빛의 주파수 또는 파장이 각기 다르다. 흡수하는 빛의 주파수는 감마선에서 전파 대역까지 스펙트럼 어디에도 올 수 있다. - P200

어떤 물질이든 그 물질 고유의 분광학적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지구에서 무려 6000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금성 대기의 화학 조성도 여기 지구에 그대로 앉아서 식별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태양의 구성 성분을 점칠 수 있고, 자기장이 강력한 A형 별의 대기에 유로퓸 europium이라는 원소가 특별히 많다는 사실도 귀신같이 알아낸다. - P200

(사실 헬륨은 지구에서 발견되기 전에 태양에서 먼저 발견된 원소다. 과학자들은 그리스의 태양신 헬리오스 Helios의 이름을 따서 그 원소의 이름을 지었다.) - P200

별만이 아니다. 별보다 훨씬 더 먼 거리에 있는 은하들도 분광 분석의 대상이 된다. 수천억 개의 별들이 내놓은 빛의 무지개에서도 우리는 은하의 화학 조성을 알아낼 수 있다. 천체분광학은 신비의 기술이다. - P202

금성의 실제 상황을 알려 준 최초의 단서는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대역의 스펙트럼에서가 아니라 전파 대역에서 얻어졌다. - P202

금성의 표면이 정말 놀랍게 뜨겁다는 사실에 대한 실질적 증거는 (구)소련이 수행한 베네라Vanera 우주선 계획이 가져다줬다. - P203

금성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지만 불투명한 대기층 때문에 광학적 방법으로 표면까지 접근하기가 불가능했다. 그 까닭에 금성은 늘 신비의 세계로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베네라 우주선이 최초로 두꺼운 구름층을 통과해서 표면에 착륙해보니 금성은 타는 듯이 뜨거운 곳이었다. - P203

늪지도, 유전도, 탄산수의 바다도 없었다. 불충분한 자료에 근거한 추론은 우리를 쉽게 오류의 늪에 빠지게 한다. - P203

전파천문학에서는 지상에 설치한 전파 망원경으로 전파를 쏘고 그것이 금성의 지구쪽 면에 반사되어 되돌아오게 한 다음, 그 반사된 전파 신호를 수신하여 세기를 측정한다. - P204

멀리 있는 별들에 대해서 금성은 지구 시간으로 243일 만에 한 번씩 자전한다. 그러나 자전의 방향이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는 반대다. 결과적으로 금성에서는 서쪽에서 해가 떠서 동쪽으로 진다. 일출에서 다음 일출까지 지구 시간으로 118일이 걸린다. - P204

금성의 공전과 자전에는 신기한 점이 또 하나있다. 지구에 가장 근접할 때마다 금성의 동일한 면이 지구를 향한다.
금성이 자신의 공전과 자전을 지구의 공전 운동과 절묘하게 맞추지 않는다면 이러한 일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 P204

처음에는 전파천문학을 통해 유추했고 나중에 우주선으로 직접 측정해 확인할 수 있었던 금성 표면의 온도는 가정용 오븐의 최고 가열온도보다 더 높다. 섭씨로 대략 480도, 화씨로는 900도에 이르는 고온이다. - P206

표면의 대기압은 90기압에 육박한다. 지구 대기에서 우리가 느끼는 압력의 90배라는 말이다. 지구에서는 해수면에서 수심 1킬로미터까지 내려가야 이만 한 압력을 느낄 수 있다. 금성에서 오래 견디게 하려면 우주선을 잠수정처럼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우주선에 냉각 장치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 P206

1878-1879년에 미국이 보낸 금성 파이오니아호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금성 파이오니아호는 궤도선 하나와4대의 대기 돌입 탐사구로 구성된 하나의 선단이었다. 4대 중 둘이 잠시 동안이나마 금성 표면의 험악한 조건을 용케 견뎌낼 수 있었다. - P207

행성을 탐사하기 위하여 우주선을 활용하는데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많았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다. 대기출입 탐사구 하나에 탑재한 여러 가지 실험 기구들 가운데, 순 플럭스 복사 측정계 純- 輻射 測定計, net flux radiometer가 있다. 이것은 금성 대기의 각 지점에서 상하로 흐르는 적외선 복사의 플럭스를 측정하도록 고안된 측정기였다. 고압에 견뎌야하므로 탐사구는 우선 튼튼해야 했으며, 적외선을 통과시키는 창의 설치가 필수 조건이었다. 해결책으로 13.5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수입해서, 알맞은 크기의 창으로 가공한 다음, 탐사구에 붙였다. 그러나 제작 담당 측은 다이아몬드 수입 관세로 1만 2000달러를 미국 세관에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관세청은 "금성으로 보내진 이 다이아몬드는 앞으로 지구상에서의 상거래 대상이 될 리 없다." 라고 판단한 뒤, 세금을 제작자에게 환불해 주었다고 한다. - P207

금성의 대기는 96퍼센트가 이산화탄소이다. 질소, 수증기,
아르곤, 일산화탄소와 다른 기체들도 각각 적은 양씩 존재한다. 탄화수소와 탄수화물의 양은 전체 대기의 1000만분의 1 이하의 수준이다. - P207

알고 보니 금성의 구름들은 완전히 농축된 황산의 용액이었다. 미량의 염산HCI과 플루오르화수소산 HF도 존재한다. 상층부의 비교적 서늘한 구름 속에서도 금성은 완전히 몹쓸 세상이었던 것이다. - P207

이산화황 분자들은 구름 위로 올라갔다가, 태양의 자외선으로 일단 해리되고 해리된 황이 다시 물과 결합하여 황산을 만든다. 황산 기체가 응결하여 황산 액체가 되면 밑으로 가라앉고 낮은 고도에서 높은 열 때문에 다시 이산화황과 물로 분해된다. 이렇게 해서 황 순환의 한 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 P208

금성에서는 행성 전체에 항상 황산 비가 내리고 있지만 표면에는 한 방울도 이르지 못한다. - P208

이 유황색의 안개는 금성의 표면 위로 45킬로미터 지점에까지 펼쳐져 있고, 거기서부터 더 아래에는 밀도는 높지만 엄청나게 맑은 대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기압이 너무 높아서 표면을 볼 수는 없다. 햇빛이 대기 분자들에 철저하게 산란되기 때문에 구체적 형상을 알아볼수 없다. 이곳에는 티끌도 구름도 없다. 밀도만 분명하게 높다. 그래도 충분한 양의 햇빛이 상층부 구름을 뚫고 여기까지 들어오기 때문에, 적어도 지구의 흐린 날 정도의 밝기는 유지된다. - P208

세상을 통째로 태워 버릴 듯 맹렬한 더위, 모든 것을 뭉개 버릴 듯한 높은 압력, 각종 맹독성 기체, 게다가 사위는 등골 오싹한 붉은 기운을 띠고 있어서 금성은 사랑의 여신이 웃음 짓는 낙원이 아니라 지옥의 상황이 그대로 구현된 저주의 현장이라고 하겠다. - P208

지구에서의 과학 발달은 기본적으로 천체와 행성 운동의 규칙성을 관찰함으로써 비롯됐다. - P209

태양의 가시광선 대역의 빛이 금성의 반투명 대기와 구름층을 통과하여 지표에 흡수된다. 이렇게 가시광선으로 데워진 표면은 복사열을 우주로 내보내려고 한다. - P209

금성이 뜨겁다고는 해도 태양보다는 훨씬 더 차갑기 때문에, 가시광선 대역이 아닌 적외선 대역에서 주로 복사열을 방출할 것이다. 그런데 금성의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분자들이 적외선 복사열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한다. 그러므로 열복사가 우주 공간으로 나가지 못하고 금성 대기에 갇혀 표면 온도는 점점 상승한다. 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조그만 양의 적외선 복사열이 하층 대기와 지표면에서 흡수된 태양 복사의 양과 겨우 평형을 이루어 상쇄될 때까지 표면 온도는 상승할 것이다. - P210

적외선 대기창이 완전히 밀폐되기 위해서는 다른 종류의 대기 성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금성의 대기에서 발견된 소량의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염산들은 이러한 목적의 기능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P209

지구상에서 지름 10킬로미터의 충돌 구덩이는 50만 년에 하나꼴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덩이는 유럽이나 북아메리카와 같이 지질학적으로 안정 상태에 있는 지역에서는 침식에 약 3억 년 동안 견딜 수있다. - P211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이오 - P211

유럽 대륙의 거의 대부분이 한때는 얼음으로 뒤덮였던 시기가 있었다. 현재 시카고의 도심이 자리 잡은 지역이 수백만 년 전에는 3킬로미터 두께의 얼음층 밑에 묻혀 있었다. - P212

금성처럼 지구에도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존재하므로 온실 효과가 작용한다. 온실 효과가 없었다면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는 영하에 머물렀을 것이다. 온실 효과 때문에 지구의 바다는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생물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온실 효과는 이렇게 생명에게 유익하다. - P212

금성처럼 지구에도 약 90기압의 이산화탄소가 있다. 기체 상태가 아니라 석회암이나 다른 종류의 탄산염 형태로 지각에 존재한다. 지구가 지금보다 태양과 아주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지구의 기온은 현재보다 약간 높았을 것이고,
그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일부가 암석에서 대기 중으로 분출하게 됐을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온실 효과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고 이에 따라서 지표의 온도 역시 더 상승할 것이다. 이제 더 뜨거워진 표면 온도는 더 많은 양의 탄산염들을 이산화탄소로 기화시켜서 온실효과는 한층 더 효율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즉 온실 효과의 폭주로 말미암아 지구의 표면 온도가 현재보다 무척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 P213

실제로 이런 폭주 현상이 금성의 초기 역사에서 벌어졌던 것 같다. 지구보다 금성이 태양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금성의 표면이 처한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엄청난 규모의 재앙이 지구의 위치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읽게 된다. - P213

현대 산업 문명의 주요 에너지원은 화석 연료이다. 우리는 나무,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태우고 이 과정에서 폐기 기체, 주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내보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함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지구의 기온이 온실 효과로 인해 급격히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이 1도 내지 2도만 상승해도 그것이 초래할 재앙은 자못 심각하다. - P213

석탄, 석유, 휘발유를 태울 때,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황산 기체도 대기 중으로 내보내진다. 그렇기 때문에 금성에서처럼 지구의 성층권에도 아주 작은 액체 황산의 방울들로 이루어진 상당한 규모의 황산 안개 층이 형성된다. - P213

반사도는 행성으로 들어온 햇빛 중 우주로 반사되어 다시 돌아간 부분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지구의 반사도는 30퍼센트에서 35퍼센트 정도이다. 즉 지구로 입사되는 태양 광선의 65퍼센트 내지 70퍼센트만이 지표면에 흡수되어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를 유지시켜 준다. - P214

우리의 아름답고 푸른 행성 지구는 인류가 아는 유일한 삶의 보금자리이다. 금성은 너무 덥고 화성은 너무 춥지만 지구의 기후는 적당하다. 인류에게 지구야말로 낙원인 듯하다. 결국 우리는 이곳에서 진화해 왔다. - P214

지구의 현재 기후 여건이 실은 불안정한 평형 상태일 가능성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기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수단들을 동원하여 지구의 연약한 환경을 더욱 교란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초래할 심각한 결과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이다. - P214

인류는 자신의 무지를 망각한 채 대기를 오염시키고 숲을 제거함으로써 지표면의 반사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 - P215

알고 보니 지구는 참으로 작고 참으로 연약한 세계이다. 지구는 좀 더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존재인 것이다. - P215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은 수용해야 하는 과학의 기본 미덕 - P218

누구나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가능성을 함께 보듬어 안고 살아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느 쪽이라도 좋으니 그냥 한 가지의 답만을 달라고 요구한다. - P219

화성은 지구에서 그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얼음으로 뒤덮인 극관極冠이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 맹렬한 흙먼지의 광풍, 계절에 따라 변하는 붉은 지표면의 패턴, 심지어 하루가 24시간인 것까지 지구를 닮았다. 그렇다면 누구나 화성 생명을 상상하고픈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화성이 지구인의 희망과 두려움을 투사할 수 있는 신화神話의 공간으로 어느새 둔갑해 버린 것이다. - P219

인간의 심리적 성향의 잘잘못을 떠나서,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엉뚱한 길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 증거이다. 그런데 그 증거가 아직 우리 손 안에 쥐어져 있지 않다. - P219

명왕성의 영어 이름인 Pluto의 첫 두 글자는 퍼시벌 로웰의 머리글자인 P와 L이며, 이 두 글자를 결합한 P_¡는 명왕성을 상징한다. - P222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 Giovanni Schiaparelli는 화성의 지구 대접근 시기에 화성의 표면을 자세히 관측할 수 있었다. 그는 한 개 혹은 두 개의 직선들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이 행성의 밝은 지역 여기저기를 가로지르는 것을 보고 이것을 "카날리"라고 불렀다. 이탈리아 어로 ‘canali‘는 경로나 가늘고 길게 파인 홈을 의미하지만, 영어권에서는 이 단어가 ‘지적 존재가 설계한 구조물‘ 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운하 canal‘로 번역됐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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