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진정한 고독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바로 뒤이어서는 ‘자신만의 얼굴을 만들어 가라‘는 제목의 글이 나오는데,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문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유익했다.

진정한 고독은 우리 영혼 한가운데에 있는 심연深淵 같은 것입니다. - P26

마음을 열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 보십시오. 홀로 있어 보십시오. 침묵의 바다에 들어가 봐야 벌거벗은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간을 경험할 때 진정한 고독의 깊이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 P27

인간의 기본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변 환경과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며,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주체적으로 존재하고 주변의 일과 사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P27

세상에 있다는 것은 ‘함께 있음‘을 뜻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이웃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우리 고독의 최종적인 관계는 결국 이웃입니다.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고독의 의미입니다. - P27

과장과 남용은 본래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조화로움입니다. 영혼을 맑게 혹은 아름답게 가꾸는 것, 이것이 본질입니다. - P28

계절의 얼굴이 꽃이고 잎이고 열매라면, 세월의 얼굴은 흔적이 될 수 있습니다. 흔적은 세월이 우리의 삶에 남긴 시간을 상징합니다. 이 상징들은 우리의 경험이고 성취이고 또한 변화를 보여 줍니다. - P29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폭의 풍경화나 다름이 없어요. 또 한 권의 책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고, 다른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나고, 이 책을 쓰는 사람도 나입니다. - P30

부끄러움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맺은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적인 반성입니다. 저마다 자기 얼굴을 지니고있기 때문에 떳떳하지 못한 일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얼굴을 높이 세울 수 없는 것입니다. - P30

사람마다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저마다 가려진 내면세계가 다르다는 그런 의미이기도 합니다. - P30

흔히 남자의 얼굴을 가리켜서 이력서라고 그럽니다. 이 풍진 세상을 살다 보니까 주름도 생기고, 마음에 금도 그어집니다. 그게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해서 이력서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 P31

반면에 여자의 얼굴은 청구서라고 합니다. 남편들 쥐꼬리만한 월급을 가지고 살려니 힘에 벅찹니다. 오늘은 장을 어떻게 봐야 하나, 아이 월사금은 어떻게 내야 하나, 학원비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습니다. 이 걱정을 청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꼭 남편에게만은 아닙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청구, 안타까운 마음에 하는 청구일 수 있습니다. - P31

이럭서니, 청구서니 하는 표현 속에는 우리들 얼굴의, 우리들 인생의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 P31

얼굴은 얼의 꼴입니다. 얼의 꼴, 자기 내면세계의 형태입니다. 정신세계가 모양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릅니다. - P32

불교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마다 각기 업이 다르기 때문에, 순간순간 하루하루 쌓는 업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얼굴을 그렇게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 P32

우리라는 존재가 이 지구에 불려 나온 것은 왜일까요. 자기의 특성을 실현하라고, 내보이라고, 그런 깊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P33

저마다 특색을 타고났기 때문에 남의 얼굴을 닮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남의 얼굴을 따라 해서도 안 됩니다. - P33

자기 얼굴을 지니려면 자기답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답게 살아야 자기 얼굴이 형성돼요. 처음 어머니한테 받은얼굴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반죽이 아직 덜 굳은 상태입니다. 이 반죽을 빚고 다듬어 아름다운 형상을 갖추는 것은 나의 몫입니다. - P33

제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자기다움입니다. - P34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기가 지니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지극하고 가장 착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덕스러운 것을 내뿜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신의 꼴이, 얼의 꼴이 아름다워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 P34

청소를 한다는 것은 단지 먼지나 때를 닦아 내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닦는 일입니다. 내 마음에 있는 조그마한 티 하나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청소를 한다는 것은 그런 마음을 갖겠다는 것이니 얼굴이 아름다워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 P34

마음을 닦는 일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씩 조금씩 쌓아 갈 때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 P35

우리들의 청정한 자성, 청정한 생각, 이게 바로 부처의 마음이니 그 마음이 있는 곳이 바로 법당입니다. 그 법당을 청소하십시오. - P35

마음이 밝으면 그 얼굴도 밝습니다. 밝은 마음이 만들어 낸 얼굴은 껍데기와 상관없이 아름답습니다. - P37

"예술은 돌덩이에다가 아름다움을 새겨 넣는 것이 아니다.
원래 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캐어 내는 것이다." - P37

화장은 겉모습만 치장하는 것일 뿐 내면을 가꾸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저 칠하고 바르면서 겉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감출수록 오히려 드러나는 법입니다. 화장이 예술이 되어서는안 됩니다. 마음이 예술이 되어야 합니다. - P38

과장과 남용은 본래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조화로움입니다. 영혼을 맑게 혹은 아름답게 가꾸는 것, 이것이 본질입니다. - P39

웃음과 눈물 모두 필요합니다. 웃음으로써 슬픔을 견디기도 하고, 눈물로써 괴로움을 이겨 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 P39

환기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환기란 얼굴의 상相을 바꾸는 것입니다. 늘 찌푸리고만 있는 얼굴, 그렇게 우거지상을 하고 있으면 나의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온화하고 잔잔한 미소를 띤 모습을 만나면 그 얼마나 신선합니까. 그런 얼굴을 해야 합니다.그렇게 하면 가족에게도 이웃에게도 선하고 복된 기운을 전할 수 있습니다. - P40

물론 언짢은 일도 있고 참기 어려운 일도 있습니다. 있기 마련이지요. 그게 사바세계의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신호등처럼 그것을 즉각적으로 얼굴에 나타내면 자칫 그대로 굳어져 버릴 수 있습니다. 신호가 켜지면 그것을 끄십시오. 극복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 P40

불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다섯 가지 계戒 입니다.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맑은 생활 습관, 맑은 생활 규범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오계입니다. - P40

첫째는 사람 목숨을 해치지 않겠다는 것, 둘째는 남의 것을훔치지 않겠다는 것, 셋째는 자기 가정을 이탈해서 딴눈 팔지 않겠다는 것, 넷째는 진실한 말만 하겠다는 것, 다섯째는취하지 않고 늘 맑은 정신을 가지겠다는 것입니다. - P40

원래 계라는 것은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이런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하겠다. 저것을 하겠다." 이렇게 다짐하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살겠다는 다짐을 보이는 것입니다. - P41

그런데 율律은 좀 달라요. 율은 규제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습니다. 그래서 계와 율을 합해 계율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하나의 생활 습관이에요. 두 가지 다 생활 습관입니다. 몸에 익혀 실천하는 것입니다. - P41

『천수경千手經』에 "도량청정무하예道場淸淨無瑕穢 삼보천룡강차지三寶天龍降此地"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도량이 깨끗해져서 티끌과 더러움이 없을 때, 불법승 삼보와 천룡팔부가 이 땅에 내려온다." 이런 뜻입니다. - P41

여기서 도량이라 하는 것은 꼭 절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곳이 다 도량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집도 도량입니다. 아파트가 됐든 빌라가 됐든 다 도량이에요. 이곳을 깨끗하게 더러움이 없게 하면, 즉 내 영혼을 정결하게 하면, 진리가 법이 부처님이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 P41

우리는 종종 집을 치우지 않을 때가 많지요. 그냥 막 잔뜩 늘어놓고 살기도 합니다. 그것은 나의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나의 혼란스러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거예요. 그러지 마세요. 그때그때 정리 정돈을 하세요. 부모가 그렇게 하면 자녀들도 따라서 배웁니다. - P41

나는 일단 태웁니다. 불에 태워 버려요. 왜냐하면 내가 집을나섰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했을 때, 남은 물건들이 내 추한꼴을 드러낼까 싶어 그래요. 내 추한 꼴을 보이기 싫으니까.
그래서 그때그때 정리를 해 버려요. 그것이 생활 습관이 돼서 일이 있어 나가다가도 다시 들어가 한 번 더 정리를 합니다.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지요. - P42

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나무에서 이탈해 떨어진 낙엽, 계절이 빚어낸 열매, 이런 자연의 변화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가 천착해 보세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 P43

비본질적인 것, 불필요한 것은 다 버리세요. 털어 버리세요. 그래야 홀가분해집니다. 마치 나뭇잎이 다 떨어져야 내년에 새로움이 트는 것처럼 모두 버려야 새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 P43

가졌던 어떤 생각, 불필요한 소유물을 계절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정리할 수 있어야 돼요. 그래야 사람이 새로워져요. 그래야 내 주위로 맑은 바람이 붑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정적인 틀에서, 관습적인 늪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 P43

도배를 하거나 이사를 하려고 짐을 챙기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주인은 생각합니다.
이걸 챙기자니 짐스럽고, 그렇다고 남 주기는 아깝습니다.
그런 짐들이 얼마나 많아요. 처음에는 다 필요한 것 같아서사들이고 들여놓은 것이지만, 살다 보니 점점 의미는 사라지고 짐만 되는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생활에 꼭 필요한 것도 있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것이 얼마나 많아요. 그건 그냥 물건이 아니라 마음의 짐입니다. - P43

덜어 버리세요. 그러면 훨씬 마음이 가벼워져요. 신경이 분산되지 않고 생활이 단순해집니다. 단순해지면 마음이 굉장히 맑아집니다. - P43

아까울 게 뭐 있어요? 언젠가는 이 몸뚱이도 다 버리고 갈텐데 그깟 물건쯤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 연습을 해야 됩니다. 아무 연습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 세상을 떠날 때가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면 숨이 넘어가는데도 눈을 못 감습니다. 죽음은 고통이 아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고통만 남습니다. 준비를 해야 합니다. 떠나는 연습을 해야 돼요. 그러기 위해서는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 P44

사람이 산다는 건 뭡니까?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는 것입니다. 꽃처럼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사람입니다. 그래야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맨날 똑같은 거 되풀이하는 사람, 어떤 틀에 박혀서 벗어날 줄 모르는 사람, 그건 죽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44

낡은 것으로부터, 묵은 것으로부터, 비본질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거듭거듭 털고 일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가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새롭게 개발할 수가 있는 거예요. - P44

새롭게 피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옵니까?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옵니다. 창조적인 노력이 없을 때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오는 거예요. 흔히 그런 얘기들을 하지 않습니까. 가난하고 어려워서, 아등바등 또순이처럼 살 때는 아무렇지 않잖아요. 아픈 게 뭐예요? 감기가 뭐예요? 그런 거 없잖아요. 그런데 살 만해지면, 몸이 편안해지면 그때부터 아파요. 쑤시고 결립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깨어나라고 하는 겁니다. - P45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꽃도 그렇게 피어나서 새로운 향기를 내뿜으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데, 사람이 제자리걸음만 해서 되겠습니까? 창조적인 노력을 하십시오. - P45

"그 사람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네." - P45

"어릴 때는 부모가 준 얼굴로 세상과 마주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네." - P46

마흔이 넘었다는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어른은 자신이 쌓은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어릴 적에는 부모가 준 얼굴로 살 수밖에 없으니 허물을 잡을 수 없지만, 어른이 된 후의 얼굴은 자기가 살아온 삶이 투영된 것이니 거기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입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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