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에서 아테나는 오디세우스가 자신감과 영감을 회복해야 할 때마다 나타나. 그런 느낌 있잖아... 상태가 별로인 채로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조금 전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느꼈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용기가 생기면서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 - P205
"오늘날 우리는 그 변화가 인간의 내부에서 생겼다고 생각하겠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렇게 믿지 않았어. 그들에게 힘이란 모두 외부로부터 비롯한 것이었고, 그 힘은 강력하고, 예측 불가능하고, 운명을 좌지우지하듯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힘이었어. 아테나는 마음을 꿰뚫고 변화시키는 방식 때문에 ‘가까움의 여신‘이라고도 불렸어." - P205
나는 여신의 얼굴을 가리킨다. "아마 마음을 좋은 쪽으로 바꿔놓는 경우가 많았겠지. 그녀를 좀 더 들여다봐. 그리스인들이 지혜가 어떻게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너희도 아테나가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는지 한번 보렴." - P206
너무 많은 방문객들이 메트를 미술사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예술에서 배우기보다는 예술을 배우려 한다. 또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는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감히 작품을 파고들어 재량껏 의미를 찾아내는 자리가 아니라고 넘겨짚는다. - P206
메트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나는 이곳의 주된 역할이 미술사 박물관이 아니라는걸 더욱 확신하게 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관심 영역은 하늘 높이 솟았다가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지하 무덤까지 내려가고, 그 둘 사이의 세상에서 사는 것이란 어떤 느낌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거의 모든 측면과 맞닿아 있다. 그런 것에 관한 전문가는 있을 수 없다. - P206
나는 우리가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가까이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믿는다. - P206
페즈fez(오스만제국 시대에 전파된 원통형 모자의 한 종류로 모로코와 튀르키예 남성들이 주로 착용한다) - P207
마드라사(아랍어로 모든 종류의 학교를 일컫는 말) - P209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이슬람의 디자이너들은 항상 가장 단순하고 가장 원시적인 모양인 원에서 시작해 그것을 분할하면서 그 안에 새길 수 있는 다양한 모양들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몇몇 선들은 지우고 또 다른 선들은 무한한 모눈종이 위로 연장하고 반복하며 그 합일성으로 신을 상징하는 원에서 파생한 무수히 많은 패턴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은 원에서 출발한 흔적이 보이지는 않지만, 이슬람의 교리중 하나인 다양성의 바탕이 되는 통합성을 보여준다. - P212
‘종교religion‘는 ‘묶음ligature‘과 마찬가지로 ‘ligio‘라는 어근을 갖고 있다. 기본형일 때 ligio는 연결 혹은 어떠한 공동체가 인식하는 근본적인 진실에 다시 집중하고 교감함을 뜻한다. - P214
나는 특정한 종교적 전통을 섬기지는 않지만 종종 어딘가에 소속되어 사소한 걱정들 대신 더 근본적인 것들과 교감할 필요를 느낀다. - P214
"워싱턴 하이츠(맨해튼 북쪽 지역을 일컫는다. 미국에서 억양을 지적하며 누군가를 토박이와 구분 짓는 것은 차별적 발언에 해당한다. 이에 하다드 씨는 자신이 뉴욕에서 자란 것을 밝히며 간결하게 대처한 것이다)." - P215
‘하나‘는 놀라운 다양성을 갖춘 ‘여럿‘만큼 흥미롭지 않다. - P215
난간에 팔꿈치를 기대고 서서 그 유명한 <시모네티 양탄자The Simoneti carpet>(이전 주인의 이름을 따서 시모네티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양탄자로 유명했던 이집트 맘루크왕조 시대에 생산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 P216
지금 내게 보이는 것은 저물어간 거대한 세계가 남긴 작은 조각이다. - P216
1500년 즈음에 카이로에서 짜여진 이 양탄자 위를 가로질렀을 수많은 발들을 생각한다. 최초의 소유주는 맘루크 Mamluk들이었는데 그들의 역사는 일부러 현대인을 헷갈리게 하려고 작정하기라도 한 듯 복잡하다. - P216
맘루크는 주로 튀르키예인, 체르케스인, 조지아인, 압하스인으로 구성된 노예 군인 출신의 지배 계층으로 수세기 동안 카이로를 수도로 삼고 제국으로 군림했다. - P216
아바스왕조(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계승한 세 번째 칼리파국이며, 중세 이슬람의 황금시대라고도 불린다) - P216
에미르mir(에미르 혹은 아미르는 아랍어로 사령관, 총독이란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슬람 세계에서 제후의 칭호로 사용되는 말이었다) - P216
양탄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다 보니 수만 개의 매듭과 실이 마치 현재와 과거, 현실의 엄청난 밀도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때는 이 네 귀퉁이 너머로 펼쳐졌던 세상이 있었다는 걸 떠올린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디테일로 가득한, 모든 찬란하고 평범한 인간 드라마를 위한 무대가. - P217
나일강을 따라 수천 마일에 걸쳐 펼쳐진 땅에 존재했던 무한히 복잡했을 수천 년의 역사를 나는 고작 ‘이집트‘와 같은 작은 단어로 일컫는다. - P217
양탄자를 내려다보자니 초월적인 질문들에 추상적인 답을 구하려는 노력이 바보스럽게 느껴진다. 더 많이 탐구할수록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테고, 그럴수록 내가 본 것이 얼마나 적은지 깨닫게 될 것이다. - P217
세상은 서로 섞이기를 거부하는 세밀한 부분들로 가득한 것이리라. - P217
이븐 아라비에게는 뭔가 아주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그는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며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또 그에 필요한 도구도 이미 우리에게 있다고 말한다. 월트 휘트먼(미국 문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한 사람으로 ‘자유시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의 시처럼 "그래, 바로 당신"이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의 핵심으로 보인다. - P220
이븐 아라비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두 가지의 매우 다른 시각이 있다. 첫 번째는 현실을 인식하도록 세밀하게 조정된 의식의 일부로서 마음 한가운데 자리한 인지 능력이다. 이 거칠 것 없는 능력은 우리가 세상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깨달아 진실이 (혹은 신이) 노골적이고 가깝게 느껴지도록 한다. 이슬람 전시관의 미흐라브가 내게 일깨우는 바와 같은 시각이다. - P220
하지만 우리는 논리적인 두뇌도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세상의 얼마나 작은 부분밖에 보지 못했는지, 그 궁극적인 또는 다면적인 현실을 해독하는 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상기시킨다. 이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보면 우주의 진리는 멀리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이고 진실은 불가해한 것처럼 느껴진다. <시모네티 양탄자>가 내게 일깨우는 바와 같은 종류의 시각이다. - P220
이븐 아라비는 위의 두 가지 시각을 조화시킬 방법은 없다고 말하며, 그것은 마치 사람의 얼굴에 두 개의 다른 눈이 있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펼친다. 우리에겐 두 가지 시각이 모두 필요하며, 심장이 뛰는 것에 맞춰 각각의 시각으로 초점을 전환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 P221
워터링홀(서민적인 펍이나 바를 일컫는 말) - P225
해피 아워(음식점이나 술집에서 맥주, 와인, 칵테일 등 주류를 할인하는 이른 저녁 시간대를 말한다) - P225
캐니언 오브 히어로즈(‘영웅들의 협곡‘이라는 의미. 맨해튼 금융가를 가로지르는 로어 브로드웨이 부분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2차 대전 승전 기념 행진을 비롯해 스포츠 게임 승전 퍼레이드가 많이 벌어진다. 길 양옆으로 높은 건물들이 늘어서 ‘협곡‘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 P227
<사비니 여인들의 납치The Abduction of the Sahine Women> (이탈리아 반도에 살고 있던 사비니인들을 제국 초기의 로마인들이 납치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P228
미라? 모네의 <수련>? 메리 카사트? - P228
"뚱뚱한 사람을 홀쭉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 P229
‘작은 사람들한테는 작은 힘이 어울리지... 인생이 그래.‘ - P230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신발 바닥에 붙은 껌같은 취급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 - P230
한 번씩 당신은 경비원 따위일 뿐이라는 걸 아주 확실하게 상기시켜주는 녀석들을 겪지 않고는 경비원으로 일할 수 없다. 기분이 괜찮을 때는 이런 건 모욕으로 긴주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분이 바닥일 때는 때때로 이 불량배들이 의도하는 것처럼 작고 힘이 없다고 느끼고 만다. 그래도, 적어도 이런 날에는 그들을 우리가 술집에서 늘어놓는 무용담에 등장하는 악당으로 만들 수는 있다. - P231
우리 넷 중 일부러 미술관 경비원이 된 괴짜는 나뿐이다. 사이먼은 교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블레이크는 지질학을 전공했다. 루시는 시 전공으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 네 사람의 삶이 정확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지금 바로 이 모습, 이것이 삶이라는 사실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P231
밤이 깊어지고 취기가 오르면서 우리는 덜 어리석고, 더 진지해지며, 덜 조심스럽고, 더 연약해진다. - P232
나는 이런 식으로 선호도를 가리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하곤했다. 이 팀, 저 구역, 대장, 휴게 시간 스케줄 등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주변을 에워싼 마법을 스스로 깨는 행동이다. - P233
에마누엘 로이체 Emanuel Leutze는 미국 예술 최고의 원 히트 원더(대중음악 등의 문화계에서 단 하나의 대표작만 크게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를 의미하는 말)다. - P235
작품에 대해 경건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혼자만의 특이한 관심 분야들을 개발해나가는 내 모습이 딱히 싫지 않다. - P235
메인 회화 전시실 바로 아래에는 메트를 통틀어 가장 이상하고 다양한 것들이 모여 있는 장소 중 하나인 메자닌 공간이있다. 이 ‘공개된 수장고‘에는 정식 전시실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수만 개의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다. - P236
메자닌에도 ‘예술품‘은 있다. 단지 흥미롭게도 그 물건에 주목하게 만드는 거창함을 생략한 채 전시되어 있을 뿐이다. - P236
자브 페럿, 토머스 브루스터 쿨리지 부인, 앙리 라 투렛드 그루트 씨, - P236
시작은 그렇게 위대하지 않았다. 루브르 같은 박물관은 왕실 소장품을 기반으로 설립되었지만 메트는 일반 시민들, 즉 첫 번째 이사회의 구성원인 상인, 금융가, 개혁운동가, 예술가들의 수집품을 기반으로 삼아야 했다. 상당 기간 동안 메트는 전시할 가치가 큰 유물들을 소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계획보다는 우연에 더 가까운, 기증이나 유증과 같은 뜻밖의 횡재에 의존했다. - P238
나는 작품의 라벨을 끝까지 읽는 습관을 갖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두 단어로 이루어진 똑같은 구절이 도처에 보인다는 걸 깨닫게 됐다. "로저스 펀드." 메트는 기증, 유증, 구매를 통해 작품을 취득하는데 제이콥 S. 로저스만큼 메트의 구매력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기관차 제조업자였던 로저스는 토머스 제퍼슨이 살아 있던 1824년에 태어나 루이 암스트롱이 태어나기 한 달 전인 1901년에 세상을 떠났다. 미국의 짧은 역사를 다시 실감한다. - P238
에페메라(일회성에 가까운 광고의 용도로 만드는 포스터, 카드, 티켓, 카탈로그 등의 종이 인쇄물을 총칭하는 말) - P241
페르시아의카만체, 일본의 고토, 수우족의 구애용 플루트, 이탈리아의 하프시코드 - P242
방문객들은 누군가가 예술품을 직접 다루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드물게 허락되는 경우를 매우 좋아한다. 열정적이고,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이 악기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순간을 목격한다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 P242
당신이라면 자신의 스트라디바리우스(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현악기)에 영원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과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하는 음악을 듣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두 가지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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