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자가 새로 들어온 신입직원 조셉이 담당하게 될 아메리카 전시관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먼저 월 스트리트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벽‘에 관해 이야기한다.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인들의 강제 노역으로 짓고, 네덜란드 식민주의자들이 영국과 아메리카 원주민인 델라웨어족을 막기 위한 장벽으로 사용했다. - P171

빌 오라일리와 하워드 진(역사 대중서를 쓴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다) - P173

우리는 방 전체를 가로지르며 왔다갔다 걷는다. 방은 수많은 역사적인 장소들이 그렇듯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보다 작다. 나는 조셉에게 세일럼 마녀 재판이 이보다 더 작은 방에서 벌어졌다고 말해준다. - P173

"사람들에게 바보가 되지 말라고 상기시켜줘야 해요." - P174

가령 안내를 할 때 ‘복도 아래쪽‘ 같은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 영어가 익숙지 않은 관람객들 중에서 그 말을 듣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 P174

영원히 경비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다른 일을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너무도 단순하고 직관적인 일이고, 뭔가를 계속 배울 수 있고, 무슨 생각이든 전적으로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그렇다고 이유를 덧붙인다. - P178

사실 내 직업을 좋아할 뿐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에 화가 난다. 이렇게 평화적이고 정직한 일에서 흠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무례하고 바보 같으며, 심지어 배신 행위라는 생각까지 든다. - P178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나무 바닥과 천 년 묵은 예술품에 감사하는 마음, 뭔가를 팔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구덩이를 파거나, 포스기를 두드리는 등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쪽을 택할 것이다. - P178

"정말이지 괜찮아요. 살아 있고, 가족이 있고, 양심을 잃지 않았으니까. 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을 지금 당장 만나면 악수를 할 수도 있어요.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괜찮아요." - P179

"이 푸른색 근무복 아래에는 정말 갖가지 사연들이 있을 거예요." - P180

정치, 음악, 책, 직장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다들 즐겨하는 직장에 관한 불평을 할 때면 약간 과장된 표현을 하는 것도 스스로에게 허락한다. 바로 그런 불평이야말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중 어느 것도 내 성격 자체를 왜곡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의 주파수대로 들어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P182

최고의 대화 요령은 질문, 그중에서도 기나긴 대답이 필요한 열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P182

상대방이 자기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만드는 건 아주 만족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받으면 처음에는 놀라지만 일단 대답하기 시작하면 할 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P182

경비원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들의 지식에 난 커다란 구멍들을 잘 참아낸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182

시라즈는 파르스주의 주도이며 고대 페르시아의 중심지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정원들과 모스크가 있는 ‘장미의 도시‘라고 했다. - P183

소위 비숙련직의 큰 장점은 엄청나게 다양한 기술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한다는 점이다. 화이트칼라 직종은 비슷한 교육을 받고 관심도 비슷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료들이 어느 정도 비슷한 재능과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경비원의 세계에는 이런 문제가 없다. - P183

미술관 경비가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출발하는 특별한 부류는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수없이 많은 형태의 사람들이 이 직업을 택하며 각자 서로 다른 동력을 가지고 일에 임한다. - P184

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화의 물꼬는 이미 튼 셈이다. - P184

"시침이 눈금판 한 바퀴를 도는 여행을 다시 시작했군." - P185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다. - P187

"풀타임 직장에서 일하면서 창작도 포기하지 않는 건 정말 풀타임으로 일을 하는 거예요." - P188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거기에 더해 허세까지 부리려면 진짜 힘들어요. 오해하진 마세요. 허세 부리는 예술을 반대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냥 난 그런 걸 할 시간이 없을 뿐이라는 얘기예요" - P188

경비원이라면 누구라도 어두운 푸른색 근무복 아래 슬쩍 숨겨둔 비밀스러운 자아 하나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다른경비원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그 사실을 조금씩 깨달아간다. - P191

부탁을 하고, 답을 하고, 감사 인사를 건네고, 환영의 뜻을 전하고… 그 모든 소통에는 내가 세상의 흐름에 다시 발맞출 수 있도록 돕는 격려의 리듬이 깃들어 있다. 비탄은 다른 무엇보다도 그 리듬을 상실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잃고 나면 삶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한동안 그 구멍 안에 몸을 움츠리고 들어가 있게 된다. - P191

여기서 일하면서 나는 메트라는 웅장한 대성당과 나의 구멍을 하나로 융합시켜 일상의 리듬과는 거리가 먼 곳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상의 리듬은 다시 찾아왔고 그것은 꽤나 유혹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가 영원히 숨을 죽이고 외롭게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91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운율을 깨닫는 것은 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깨닫는 것처럼 느껴진다. - P191

내가 삶에서 마주할 대부분의 커다란 도전들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도전들과 다르지 않다. 인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점들을 즐기고 나의 특이한 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 P192

"그날이 그날 같아." - P192

예술을 흡수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러는 대신 예술과 씨름하고, 나의 다양한 측면을 모두 동원해서 그 예술이 던지는 질문에 부딪쳐보면 어떨까? 미술관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덤벼볼 만한 가치가 있는 숙제 같다. - P194

예술을 경험하기 위해 사고하는 두뇌를 잠시 멈춰뒀다면 다시 두뇌의 스위치를 켜고 자아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 P194

호메로스보다 약 150년 후, 소크라테스보다 약 150년 전의 과도기였던 고졸기古拙期 그리스(기원전 제2차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발발까지의 시기, 그리스 암흑시대와 고전기 그리스 사이의 정치·문화적 과도기다) - P198

쿠로스Kouros (그리스어로 ‘청년‘을 뜻하며, 청년의 나체를 표현한 고대 그리스 조각의 장르를 일컫는 용어이기도 하다) - P198

아스토리아(뉴욕 퀸스의 서쪽 지역으로 1960년대부터 그리스 출신 이민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했다.) - P198

이 코우로스는 일종의 비석으로 세상을 떠난 남자의 유해 위에 놓여 그저 ‘이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고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 P200

조각상 앞에 서서 나는 두 가지 사실을 쉽게 받아들였다. 이 코우로스가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나와 같은 인간의 손을 가진 예술가에 의해 조각되었다는 사실이다. - P200

<쿠로스 대리석 조각상>의 오른쪽으로 목이 긴 암포라amphora의 감탄스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 암포라는 기원전 6세기에 물레 위에서 만들어 채색한 후 가마에서 구운 저장용 항아리다. 항아리의 표면에는 방금 전사한 호메로스의 영웅 아킬레우스를 그의 전우가 전장에서 들어 옮기는 장면이 특별히 공들여 묘사되어 있다. - P201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아킬레우스는 생명과 활력 그 자체인 인물이다. 그는 화염처럼 밝고 커다란 눈을 가진 견실한 몸의 뛰어난 주자로 격렬한 기쁨과 사나운 분노의 포효는 공기를 찢듯이 가른다. 그러나 이 암포라의 그림에 담긴 그의 몸은 애처롭게 축 늘어져 있고, 그의 정신psyche 혹은 영혼도 마지막 숨과 함께 그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psyche‘는 ‘숨‘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되었다). - P201

그리스식 죽음에 관해 기억나는 모든 것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이내 그리스 장례식에는 성직자가 배석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낸다. 불멸의 신들은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도 주지 않은 채 등을 돌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201

그리스어로 장례식을 뜻하는 단어는 ‘보살피는 것‘으로 번역할 수 있다. - P201

호메로스의 말을 빌리자면 "몸에서 빠져나온 영혼은 어둠의 우물 같은 저승을 향해 퍼덕였다." - P202

다시 한번 호메로스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리스의 지하 세계는 형체도, 피도 없고, "흐릿하고 숨이 막힌다." 이 불명확한 세계에 대해 읽으며 그리스인들은 죽음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생각했음을 알수 있었다. 그들은 오직 삶에 관해서만 알고 있었고 자신들이 아는 것을 <쿠로스 대리석 조각상>과 같은 작품을 만드는 데 쏟아부었다. - P202

그것은 직립보행을 하는 종들의 특별함을 자축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어깨를 쫙 편 오만함... 살아 있다는 것이 제일이라는 것을 아는 생명"이라고 적는다. 이건 분명 과거의 무덤을 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사실이다. - P202

옷을 벗기면 다 똑같은 몸뚱이를 지닌, 이 청년과 동류인 당신과 나, 우리 모두 - P202

호메로스시대 사람들은 하늘이 아주 구체적이고 단단한 놋쇠 돔이라고 여겼고 그 돔은 원반 모양의 지구를 둘러싼 바다에 박힌 기둥들 위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다. - P203

실증적인 성향이 매우 강했던 초기 그리스 사람들은 그들의 철학 안에 무한대나 공空의 개념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는데 두 가지 모두 자연에서 관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 P203

수세기에 걸쳐 사고방식이 진화하면서도 그리스인들은 현실에 근거한 특유의 정신적인 습관을 결코 완전히 잃지 않았다. 그들 세계의 모든 것은, 심지어 그들의 신들까지도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그들의 시각예술에도 충만하다. - P203

그리스어 단어 ‘에피파니(piphany‘는 원래 ‘신의 방문‘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신의 계시와도 같은 깨달음‘을 의미하게 되었다. 나는 그리스인들은 꿈속에서나 깨어 있을 때나 끊임없이 에피파니를 경험했다고 알려준다. - P204

고전기 그리스의 조각가 페이디아스(서양 고대 최고의 조각가 혹은 건축가로 평가받는 인물.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에 파르테논신전을 재건한 것이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 P204

<메디치 아테나Athena Medici> (고대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신전의 황금과 상아로 만든 아테나 대大신상을 로마 시대에 이르러 모방한 작품) - P205

"아테나는 특별한 유형의 지혜를 관장하는 여신이었어."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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