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거의 1달만에 다시 집어들었다. 오늘은 만약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경우 그 파괴력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한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저자는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경우 단지 방사능만 검출되지 않을 뿐 그 파괴력은 핵미사일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 내용과 이어지는 맥락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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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과거에 얼핏 들어봤던 ‘핼리 혜성‘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나온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단지 그 이름만 알았다면,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 뒷 이야기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런게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뒤이어서 달 표면이 충돌 구덩이들로 뒤덮여 있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본문의 설명 자체가 실제 맞고 틀리고 여부를 떠나서 나름대로 논리적이고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여기서 좀 섣부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좀 보태보자면 솔직히 지구상에 사는 인류 중에 실제로 달에 가본 사람은 극소수이고 그것도 채 100년이 안된 것으로 아는데, 그 이전에 오랫동안 달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그럴싸하게 추정할 수 있을뿐 실제로 그런지 여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 기반하여 독자인 나는 물리나 화학이나 생물 분야와는 별개로 어쩌면 지구과학이라는 학문은 인문학처럼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만들어내는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물론 이런 생각은 독자인 내가 과학에 무지한 탓에 하는 그런 엉뚱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지난 여름에 개인적으로 유시민 작가가 쓴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그 책에서 저자는 인문학은 주관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내는 성격이 강한 반면, 과학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어떤 가설에 따른 결론을 낸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근데 독자인 나는 여기서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과연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사람이 직접 달에 가서 관찰하지 않더라도 인공위성 등을 이용하여 관찰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지만 설령 그 인공위성조차도 인간이 개발해서 궤도에 올린지가 우주의 전체 역사에 비하면 극히 짧디 짧은데 어떻게 그 짧은 기간의 데이터만을 가지고 어떻게 그 전에 있었던 일들까지 추정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인지 솔직히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것이 과학계에서 객관적이라고 말하는 근거가 소위말하는 통계적 추정같은 것에 기반한 건지 아니면 단지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인 내가 모르는 어떤 다른 도구나 방식이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물론 비과학적이거나 신화적인 방식으로 신적인 존재를 설명하는 종교와는 확연히 다르겠지만 자신들의 연구방법이 객관적이라 자부하는 과학이 넓디 넓은 역사를 자랑하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어떻게 연구하고 그것이 객관적이라 말할 수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아직 이 책의 1/3도 못 읽었기에 뒤에 나오는 내용들에서 이런 나의 궁금증들을 해소할 획기적인 방법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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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보니 내가 위에서 언급했던 객관적이라는 말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독자인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과학도 추론이라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추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인문학이나 기타 다른 학문들에 비해 객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실제로 관측해서 얻은 값에 근거하여 거리나 시간, 크기 등을 추론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인문학이나 종교의 신화 같은 것은 실제로 관측한 값 같은 것에 근거한다기보다는 단지 그냥 화자의 주관적인 생각에 근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마치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이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측면에서 객관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과는 그 성격이 다소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달의 표면에 생긴 운석공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운석공은 달 표면에 각종 소행성들이 충돌하여 발생한 구멍을 의미하는데, 본문에서는 각종 도구나 기술 등을 활용하여 운석공이 생긴 기간을 추정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추정이라는 것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할수야 없겠지만 대체로 예상했던 값에 가까운 추정치를 계산해내는 걸 보면서 과학이라는 것을 왜 객관적이라고 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웬만한 크기의 혜성 조각이 지구 대기와 충돌한다면 혜성은 거대하고 눈부신 불덩이로 변하고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킬 것이다. 그리고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태워 버릴 것이며 숲은 납작하게 쓰러뜨릴 것이다. 또한 이 격변에서 발생하는 굉음을 세계 구석구석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땅에는 변변한 크기의 충돌 구덩이 하나 파이지 않을 수 있다. 혜성을 이루던 얼음이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다 녹아 증발하기 때문에 혜성의 조각이라고 볼 수 있는 덩어리는 지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고작 혜성의 핵에서 나온 미세 고체 알갱이 몇몇뿐이다. - P171

작은 다이아몬드 조각들이 퉁구스카 대폭발 현장에 무수히 흩어져있음을 최근에 (구)소련의 과학자 소보토비치E. Sovotovich가 확인했다. 이런 종류의 다이아몬드 알갱이들은 운석에도 존재한다. 지표에까지 떨어진 운석 중에는 그 기원이 혜성인 것도 있다. - P171

유성들은 혜성이 남기고 간 부스러기들이다. 태양 근처를 통과하는 일이 반복되면 혜성은 태양의 중력과 열의 영향으로 여러 덩어리로 쪼개지고 증발하여 점차 분해된다. 이렇게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이 그 혜성의 원래 궤도에 흩어진다. 따라서 혜성과 지구의 궤도가 서로 만나게 되는 지점에 유성의 무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 무리와 지구가 만날 때 유성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 P172

지구는 매년 같은시기에 그 지역을 지나게 되므로 유성우는 해마다 같은 시기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매년 6월 30일을 전후로 하여 황소자리 베타별 방향에서 유성우를 보게 된다. 바로 이 시기에 지구가 엥케Encke 혜성의 궤도를 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908년 6월 30일 퉁구스카의 대폭발은 엥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혜성 한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기 때문에 생긴 사건으로 추정할 수 있다. - P172

혜성은 인류에게 공포감과 함께 경외심을 불러일으켜 왔으며, 마음을 흘리는 망령된 미신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늘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혜성은 영원불변하고 질서정연한 위대한 코스모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존재로 여겨졌다. - P173

옛사람들은 혜성을 재앙의 전조이자, 신성한 존재의 진노를 예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혜성이 나타나면 왕자가 갑자기 죽는다든지, 한 왕조의 멸망이 멀지 않다든지 하는 미망한 생각을 했다. - P173

프톨레마이오스는 혜성이 전쟁, 가뭄 그리고 "불안한 분위기"를 가져오는 장본인이라고 생각했다. - P173

루터교의 ‘감독관 Superintendent‘, 즉 마그데부르크의 주교인 안드레아스 켈리키오스 Andreas Celichius는 1579년에 반포한 ‘새 혜성에 관한 신학적 조언‘에서 혜성에 관한 자신의 영감을 이렇게 피력했다. "인간의 죄로 말미암은 자욱한 연기가 매일 매시간 매순간 피어올라 주님의 대전을 지독한 악취와 끔찍함으로 가득 채운다. 그 자욱함의 정도가 차차 심해지다가 도를 넘으면 땋아 내린 곱슬머리 모양으로 꼬리를 길게 늘어뜨려서 드디어 혜성을 이루게 된다. 천상의 최고 재판관은 이에 참다못해 크게 진노하게 되고 혜성은 진노의 열기 속에서 불살라 없어진다." - P173

뉴턴은 튀코 브라헤와 케플러의 견해를 받아들여 혜성이 달보다는 먼 곳에서, 토성보다는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혜성이 밝게 보이는 까닭은 행성과 마찬가지로 태양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제대로 알고 있었다. - P177

"혜성은 매우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리는 일종의 행성이다." - P177

뉴턴은 혜성도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타원 궤도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돈다고 증명해 보였다. "혜성은 매우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리는 일종의 행성이다." 이렇게 뉴턴이 혜성을 둘러싼 미신들을 모두 제거하고 혜성 운동의 규칙성을 예측하자, 드디어 1707년에 이르러서 그의 친구 에드먼드 핼리 Edmund Halley가 1531년, 1607년, 1682년에 출현했던 혜성들이 모두 같은 혜성으로서 76년마다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계산으로 밝혀냈다. 동시에 이 혜성이1758년에 다시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혜성은 때맞춰 나타났고 그래서 핼리 사후에 이 혜성은 "핼리 혜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 P177

유럽 14개국 연합체인 ESAEuropean Space Agency)는 지오토Giotto라는 이름의 탐사 위성을 발사하여 핼리 혜성과의 랑데부에 성공시켰다. 한편 일본은 혜성 탐사위성인 스이세이 Suisei와 사키카케 Sakikake를, (구)소련은 베가(Vega 1, 2호 우주선을 핼리 혜성과 만나게 했다. 특히 지오토는 핼리 혜성의 핵 600킬로미터 지점을 근접 통과하면서, 핵의 회전과 분열현상에서 가스가 방출되는 현상 등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었고, 핵 표면의 지형적 특성도 알아냈다. 핼리 혜성의 핵은 15킬로미터 × 10킬로미터 크기의 땅콩 모습이었으며, 구성 성분은 90퍼센트가 탄소, 10퍼센트가 규산염이었다. 핵 표면의 약 10퍼센트에 이르는 넓이에서 얼음이 증발한 수증기 성분의 가스와 고체 티끌이 분출하면서 핵 주위에 거대한 코마를 형성했다. - P178

현대의 행성 과학자들은 혜성과 행성의 충돌이 행성의 대기 조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화성 대기에 존재하는 물은, 최근에 작은 혜성 하나가 화성과 충돌했다면 모두 설명될 수 있는 양이다. - P178

뉴턴은 혜성 꼬리 부분의 물질들이 행성 간 공간으로 흩어진 다음 인력의 영향으로 근처 행성에 조금씩 끌려가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지구의 물도 서서히 소실되는 중이라고 믿었다. ‘지구의 물은 외부로부터의 공급이 없다면 식물의 생장과 물질의 부패 그리고 마른 대지에 스며드는 것들 때문에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결국 바닥이 나고 말 것이다." 뉴턴은 지구의 바다가 혜성으로부터 기원했다고 믿은 듯하다. 그는 생명 현상이 가능한 것도 오로지 혜성의 물질이 우리 행성에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 P178

뉴턴은 신비로운 몽상 속에서 이렇게 썼다. "한발 더 나아가 나의 소견을 말할 것 같으면 인간의 영혼도 따지고 보면 주로 혜성에서 왔다. 영혼은 우리의 숨결 중에 지극히 적은 부분이지만 가장 미묘하고 유용한 요체이다. 우리 가운데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의 요소가 영혼이기 때문이다." - P178

윌리엄 허긴스 William Huggins 라는 천문학자는 이미 1868년에 혜성의 스펙트럼과 천연가스나 에틸렌 계열 기체의 스펙트럼이 몇 가지 측면에서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허긴스는 유기 물질을 혜성에서 발견했고 후년에는 시안cyanogen, 즉 탄소 원자와 질소 원자로 이루어져 청산가리 같은 시안화물을 형성하는 분자 조각 CN을 혜성의 꼬리에서 발견했다. - P179

망막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시야의 한가운데가 아니다. 그래서 눈길을 약간 비껴 주면, 희미한 별이나 물체가 더 잘 보이게 된다. - P180

행성들은 태양 주위의 타원 궤도를 따라 운동하지만, 그 궤도의 모양이 아주 찌그러진 타원은 아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리고 웬만한 어림짐작으로는 원 궤도와 구별이 잘 가지 않을 정도로 원에 가까운 타원이다. 그것에 비해 혜성은ㅡ특히 공전 주기가 긴 혜성일수록ㅡ정말 보란 듯이 길쭉한 타원형의 궤도를 그리며 돈다. - P180

행성들이 아주 찌그러진 모양의 타원 궤도를 따라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될 것이다. - P181

태양계의 형성 초기에는 생성 중이던 행성들이 꽤 많았을 것이다. 그것들 중에서 긴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서로 엇갈리는 궤도를 돌던 행성들은 충돌하여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원형 궤도를 돌던 원시 행성들은 살아남아 점점 크게 자랄 수 있었다. 현재의 행성들은 충돌이라는 자연선택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것들이다. 초기의 파국적 충돌을 모두 이겨내고 이제 우리 태양계는 중년의 안정기에 들어선 것이다. - P181

태양계의 외곽, 행성계 너머 어두컴컴한 저편에는 수조 개에 이르는 혜성의 핵들이 둥글게 원 궤도를 이루고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구름을 이루고 있다. 이것을 ‘오오트의 혜성 핵 구름Oort cloud‘이라고 부른다. - P181

구름을 형성하는 혜성의 핵 하나하나는 인디애나폴리스 500 자동차 경기장에서 달리는 경주용 자동차보다 결코 빠르지 않은 속력으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이것은 다른 행성에 비하면 아주 ‘느린‘ 속력이다. - P182

지구는 태양에서 r=1 천문단위, 즉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지구가 도는 원 궤도의 둘레는 2 x 파이 x r에서 대략 10^9 킬로미터가 된다. 우리가 사는 행성은 1년에 한번씩 이 길을 완주한다. 그런데 1년이 대략 3 x 10^7초이므로, 지구의 공전속도는 10^9킬로미터/3 × 10^7초에서 대략 초속 30킬로미터로 계산된다. - P181

한편 혜성 구름은 반지름 10만 천문단위의 구각을 형성한다고 알려졌다. 10만 천문단위는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의 절반쯤 되는 거리이다. 3장에서 설명한 케플러의 세번째 법칙을 이용하면, 혜성 구름에 있는 혜성의 핵들이 태양 주위를 완전히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 즉 공전 주기를 계산할 수 있다. 주기는 긴반지름의 2분의 3 제곱에 비례하므로 (10^5)^3/2 = 10^7.5 =3 x 10^7에서 대략 3000만 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태양계의 외곽지역에서 사는 이들이 태양을 한 바퀴 돌려면 이렇게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 P181

한편 혜성 궤도의 총 둘레는 2 x 파이 x a = 2파이 x 10^5 x 1.5 × 10^8킬로미터에서 대략 10^14 킬로미터가 된다. 혜성의 궤도운동 속력은 10^14킬로미터/10^15초에서 겨우 초속 0.1킬로미터에 불과한 아주 느린 값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이 값을 우리에게 익숙한 시속으로 환산해 보면 시속 360킬로미터에 이른다. - P181

혜성 핵의 대부분은 지름이 1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눈 덩어리로서 사람이 굴릴 수 있다면 대굴대굴 굴러갈 수 있을 정도로 구球체에 가까운 형상이다. - P182

대부분의 혜성들은 명왕성의 궤도가 그리는 경계선을 뚫고 그 안으로 넘어 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가끔씩 태양계의 외곽을 지나는 별의 중력이 혜성이 느끼던 인력에 변화를 주어 혜성 구름에 요란을 일으키는 일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혜성의 핵이 대단히 길쭉한 타원형의 궤도를 타고 태양을 향해 돌진하게 된다. 도중에 목성이나 토성의 인력을 받으면 그 궤도의 모양과 방향이 또 바뀐다. 이러한 일은 평균 1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 - P182

목성과 화성 궤도 중간쯤에 이르면 혜성의 핵은 태양의 열을 받아 증발하기 시작한다. 태양의 대기에서 뿜어져 나온 물질의 흐름을 우리는 태양풍이라고 하는데, 태양풍 때문에 먼지 조각과 얼음이 혜성 핵의 뒤편으로 밀려나간다. 이렇게 해서 혜성의 꼬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일 목성의 지름이 1미터라면 혜성은 티끌보다 작다. 그렇지만 충분히 성장한 혜성의 꼬리는 행성과 행성 사이를 이을 만큼 길다. - P182

소행성은 태양계가 형성되던 과정에서 남은 자투리 조각들이다. 지구와 지구의 동반자인 달은 소행성과 혜성 들에게 무수히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크기가 작은 물체들이 큰 것들보다 수적으로 월등히 많기 때문에 작은 물체와의 충돌이 그만큼 더 자주 일어난다. - P183

지구와 작은 혜성 조각이 충돌하면 퉁구스카 사건과 같은 폭발이 일어나는데, 이런 사건은 대략 1,0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 그러나 핼리 혜성과 같이 지름이 대략 20킬로미터 수준에 이르는, 비교적 커다란 혜성과 충돌할 확률은 기껏해야 10억년에 한 번꼴이다. - P183

작은 얼음 덩어리가 행성이나 달과 충돌할 경우, 행성에는 이렇다 할 상처가 남지 않는다. 그러나 충돌하는 물체가 더 크거나 주성분이 얼음이 아니라 암석이라면 충돌 지점에서 대규모의 폭발이 발생하여 충돌 구덩이 또는 운석공이라 불리는 반구형 또는 사발 모양의 거대한 구덩이가 파인다. - P183

지구의 경우 운석공은 풍화 작용이나 강수에 따른 침식작용으로 사라지거나 다시 메워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달과 같이 기상 현상이 전혀 없는 천체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운석공이 수백만 년 또는 그 이상 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달 표면은 온통 충돌 구덩이들로 뒤덮여 있는데, 오늘날 태양계에서 발견되는 혜성이나 소행성 파편 조각의 희박한 밀도로 설명하기에는 그 수효가 너무나 많다. - P183

달 표면의 운석공들은 오늘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억 년의 세월에 걸친 수많은 충돌이 누적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오늘의 달 표면은 과거의 충돌과 파괴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 P183

충돌 구덩이의 생성은 달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태양계 어디에서든 운석공을 볼 수 있다. 태양에 가장 가까이 있는 수성의 표면이나, 구름으로 뒤덮인 금성뿐만 아니라, 화성 그리고 심지어 그 조무래기 달인 포보스 Phobos와 데이모스 Deimos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한 행성들은 지구형 행성으로 그럭저럭 지구와 닮은 지구의 가족이다. - P184

지구형 행성의 표면은 단단한 고체이며, 내부는 돌과 철로 이루어져 있고, 대기는 거의 진공에 가까운 것에서 시작하여 지구 기압의 90배가 넘는 것들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은 캠핑객들처럼 빛과 열의 근원인 태양을 에워싸고 그 주위를 옹기종기 돌고 있다. 나이는 모두 46억 년 정도로 같다. 그리고 달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표편은 모두 태양계 형성 초창기에 있었던 파국적인 충돌의 시대를 생성하게 증언하고 있다. - P184

목성형 행성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밖에 수소 원자를 많이 포함하는 기체 분자들, 예를 들면 메탄과 암모니아와 물이 소량으로 섞여 있다. 단단한 고체 표면이 없는 목성형 행성에는 오로지 대기권과 색색의 구름만 있을 뿐이다. - P184

목성형 행성은 태양계의 장상長上격 행성들로서 지구와 같은 자투리 세계가 결코 아니다. 목성은 그 안에 지구를 1,000개 정도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만일 혜성이나 소행성이 목성의 대기권에 떨어진다면, 운석공은 어림도 없는 일이고 구름에 잠시 틈새가 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우리가 볼 수 있는 현상의 전부일 것이다. - P184

우리는 외행성계 역시 수십억 년에 이르는 충돌의 역사를 거쳤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목성이 거느린 열두 개 이상의 위성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중 다섯 개를 보이저 우주선이 찬찬히 조사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도 과거에 있었던 파국적 충돌의 흔적이 역력했다. - P185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면 지구를 향한 쪽에서 약 1만 개의 운석공을 헤아릴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의 거의 대부분이 달의 오래된 지형인 고원 지대에 자리한다. 고원 지대는 행성 간 공간을 떠돌던 부스러기들이 모여서 달의 형성이 완성되던 시기에 굳어진 월면의 지형이다. - P185

달의 형성 얼마 후 내부로부터 용암이 흘러나와서 표면의 저지대를 덮기 시작했다. 이때 저지대에 본래부터 있었던 운석공들은 모두 메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바다 maria‘라고 부르는 저지대에 있는 운석공들은 모두 그 후에 생긴 것이다.(‘maria‘는 라문어로 ‘바다‘라는 뜻인 ‘mare‘의 복수형이다.) 그중에는 지름이 1킬로미터 이상 되는 구덩이가 1,000개 정도이다. - P185

운석공의 형성률을 추산해 보자. 10억 년 동안에 1만 개가 생긴 셈이니, ‘10^9년/10^4 운석공=10^5년/운석공‘에서 충돌 구덩이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대략 10만 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 P185

몇 십억 년 전에는 행성들 사이의 공간을 떠돌던 부스러기 천체들이 오늘날보다 더 많았을 터이므로, 우리가 달에 운석공이 파이는 현장을 목격하려면 앞으로 10만 년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지구에서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 P185

지구는 달보다 표면적이 더 넓기 때문에 지구에 지름이 1킬로미터에 이르는 구덩이를 만들 수 있는 충돌이 있기까지는 대략 1만 년 정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에 있는 운석공은 그 지름이 약 1킬로미터인데, 이 충돌 구덩이는 실제로 2만에서 3만 년 전에 파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달의 자료를 근거로 추산한 결과가 지구에서의 실제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 P186

달에는 물과 공기가 없어서 침식 작용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몇 십억 년 전에 만들어진 작은 운석공이라도 달 표면에서는 잘 보존될 수가 있다. - P187

운석과의 충돌은 달 표면에 방사상의 광조光條 무늬를 남긴다. 여기서 광조란 충돌 시에 방사상으로 뿜어져 나온 고운 흙먼지들의 흔적을 뜻한다. - P188

광조는 아리스타르코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와 같은 이름이 붙은 아주 최근에 생긴 운석공들 주위에서 잘 볼 수 있다. - P188

운석공과 거시적 지형 구조물은 침식 작용을 잘 견뎌 낼 수 있지만 지극히 가느다란 밝은 빛줄기처럼 보이는 광조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사라지게 마련이다. 우주로부터 날아드는 미세 운석들조차 광조 무늬를 망가뜨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조를 동반하는 운석공들은 최근에 있었던 충돌에서 만들어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 P188

로마 가톨릭의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는 1600년에 말뚝에 묶여 화형에 처해진 비운의 인물이다. 브루노는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세상들이 존재하며 그중에는 생명이 사는 곳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과 또 다른 몇 가지의 죄목이 추가되어 그는 화형을 당했다. - P188

달은 고속 물체와 충돌하면 이때 생긴 충격 때문에 약간 비틀거리며 진동한다. 이 진동은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사라지겠지만, 800년이란 시간은 진동을 완전히 잦아들게 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 못 된다. - P188

현대의 관측 기술은 달에 레이저 광선을 보내 반사돼 돌아오는 빛을 수신하여 아무리 미소한 진동이라도 확인할 수 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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