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2005> 편을 보면 ‘포트키Portkey‘라는 것이 나온다. 포트키는 순간이동 마법이 걸린 물건인데, 이것을 잡으면 다른 공간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 P359
현대사회에서 포트키는 휴대폰이다. 우리가 휴대폰을 열고 쳐다보면 우리는 휴대폰 속 시공간으로 들어간다. 강의 시간에도, 교회에서 예배 중에도, 붐비는 지하철에서도 휴대폰을 보면 내가 원하는 세계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나만의 시공간을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다. - P359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값싼 방법의 자매품으로 선글라스, 후드 티셔츠, 이어폰, 마스크 등이있다. 모두 내 노출을 줄이고, 외부 공간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 P359
대한민국에서 공원을 제외하고 건폐율이 가장 낮은 곳이 대학 캠퍼스다. 그만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 P361
손에 물이 닿으면 긴장이 풀린다. 그렇게 물은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일상에서 전신에 물을 닿게하는 경험이 샤워다. 그래서 샤워 부스는 중요한 공간이다. - P362
같은 공간이라도 빛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그 효과를 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어두운 방 거울 앞에서 휴대폰 불빛으로 얼굴을 밑에서 위로 조명해보라. 거울 속에 완전히 딴사람이 있을 것이다. - P369
우리가 사는 곳은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조명이다. 빛이 아래에서 위로 가는 경우는 우리의 삶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우선 태양빛부터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조명이다. - P369
실내 공간에서 조명을 위에서 아래로 비추다 보니, 집에서 가장 어두운 공간은 천장이 된다. 등은 천장에 달렸지만 역설적으로 등의 배경인 천장은 항상 제일 어둡다. 과거에는 등잔 밑이 어두웠다면 지금은 형광등 위가 어둡다. - P369
우리가 바라보는 낮의 빛은 하늘 전체가 밝다. 이렇듯 자연의 빛은 천장 전체가 밝은 조명이다. 그래서 하늘이 높게 느껴진다. 이러한 효과를 연출하려면 스탠드를 위로 돌려 천장에 조명을 비추면 된다. 그렇게 하면 어두운 천장이 아니라 가장 밝은 천장이 만들어진다. 이럴 때 천장은 낮의 하늘이 된다. 방이 더 좋아 보이고 달라 보일 것이다. - P369
현대의 SNS에 올라가 있는 사진들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을 그린 초상화와도 같다. 그림의 개수가 많고 때로는 동영상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 좋은 것은 초상화는 집에 초대된 사람만 보지만, SNS 사진은 전 세계인이 본다. 더 효율적이다. - P375
효율적인 면에서 본다면 요즘 SNS 하는 사람은 미술관에 걸린 초상화 속 귀족 정도 수준의 자기과시를 하고 있는 중이다. - P376
그런데 사실 이렇게 SNS에 시간을 많이 들일수록 우리는 ‘자유‘를 잃게 된다. 내 삶의 가치가 다른 사람의 클릭에 의존하는 자유의 상실 말이다. 잠깐이라도 SNS에 열중해본 사람은 안다. SNS에 시간을 쏟을수록 사실 나의 행복감의 칼자루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 P377
녹지를 본다는 것은 눈을 시원하게 해주고 정신적인 쉼을 준다. - P378
먼 산을 본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는 사람이 없는 곳을 본다는 것이다. - P378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시야에 항상 사람이 들어와 있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사람에게서 온다. 그래서 내 눈에 사람이 안 들어온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산에도 사람이 있지만 멀어서 안 보이는 것이다. - P378
베트 미들러 Bette Midler의 노래 <프롬 어 디스턴스From A Distance> 가사를 보면 전쟁 중에도 멀리서 보면 평화로워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거리는 갈등을 지우는 힘이 있다. - P379
먼 산을 볼 때 더 좋은 것은 나와 산 사이의 넓은 공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혼자 소비하는 공간은 나의 권력 양을 측정한다. 말단 사원의 책상보다 회장님 방이 더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 P379
이 도시 속에서 나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어렵다. 넓은 공간을 바라볼 기회도 적다. 그런 상황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것은 실내 공간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큰 공간을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그런 여유는 자주 가져도 돈이 들지 않는다. - P379
어느 한순간 같은 모습이 없다. 하늘이 좋은 이유다. - P381
하늘은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공간이다. - P381
비어 있는 공간은 항상 우리에게 여유를 준다. 비어 있는 커다란 공간을 쳐다보는 것은 머리와 가슴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주는 것과 같다. - P384
안대를 하면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다. 안대는 어느 곳이건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장치다. - P385
빛이 없으면 눈으로 볼 수 없고, 눈으로 보지 않으면 상상력이 극대화된다. - P387
완전하게 쉬고 싶거나 상상력을 높이고 싶을 때 안대를 권한다. - P387
사람의 권력은 그 사람이 소비하는 공간의 체적에 비례한다. - P388
필로티pilotis는 프랑스어로, 르코르뷔지에가 제창한 근대 건축 방법의 하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건축물의 1층은 기둥만 서는 공간으로 하고 2층 이상에 방을 짓는 방식‘이며 ‘건축의 기초를 받치는 말뚝을 뜻한다. - P390
일본의 젠 가든은 나무를 심지 않고 모래와 돌덩이 몇 개만 가져다 놓은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계절이 바뀌어도 피는 꽃이 없다. 젠 가든은 한마디로 비움의 정원이고 시간이 멈춘 정원이다. - P393
우리는 가끔 사무실에서 때로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빈 모니터를, 아예 빛이 없는 검정 모니터를 봐주는 것도 좋다. 우리는 태양, 형광등, 스마트폰, 모니터, 간판 불빛 등 각종 빛에 시달린다. 그런 빛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검정 모니터는 농경 사회에서의 젠 가든과도 같다. 가끔씩 모니터를 끄고 검정 모니터를 보며 쉬어보기를 권한다. - P396
거리를 걷거나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항상 신호등을 만난다. 급한 일이 있어도 빨간 신호등에 걸리면 기다려야만 한다. 이를 무시하고 건너가면 자칫 잘못하다가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몇 분만 기다리면 다시 파란불로 바뀌어 건너갈 수 있다. - P397
인생도 그렇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 P397
항상 급하게 이 길을 꼭 지금 건너야 할 것 같은 일이 많다. 이번 시험에 꼭 붙어야 하고, 이번 공모전에 꼭 당선되어야 하고, 이번 직장에 꼭 합격을 해야 하는 식이다. 그런데 보통은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잠시 아무 일도 안 하고 기다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나면 파란불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 P399
지금 당장 신호등이 빨간불이어도 1분만 기다리면 파란불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때로 기다림이면 충분한 경우도 있다. - P399
길을 바꿔 가도 목적지는 같다. 다만 경치만 달라질 뿐이다. - P401
인생도 마찬가지다. 계획했던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가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모여서 새로운 풍경이 되는 것이다. - P401
나의 경우 인생이 계획한 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렇다. 단 한 번도 없다. - P401
열두 시 길로 가려고 하면 항상 그 길은 막히고 두 시 길이 열렸다. 때로는 아홉 시 길이 열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열리는 방향으로 걸었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의 경로에 만족한다. - P403
내가 자주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생은 차선次善이 모여서 최선最善이 되는 것이다. - P403
원래 최선들이 모여서 최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온갖 멋진 옷과 고가의 액세서리를 다 하고 나면 완전 촌스러워질 수 있다. 모자라는 듯한 것들이 모여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답다. 그러니 내가 원했던 길이 막힌다고 해서 속상해하지 말라. 때로는 그게 빨간 신호등처럼 조금만 기다려도 파란불로 열리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옆길로 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 P403
지금 열린 길이 최선이 아닌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그런 길들이 모여 예상치 못한 멋진 곳으로 인도해주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 P403
나는 시청에서 압구정동을 갈 때 충무로를 거쳐 금호터널로 가지 않는다. 구불구불 돌아가지만 경치가 좋은 남산순환도로를 애용한다. 여러분이 지금 돌아가는 길이 남산순환도로일 수 있다. 그러니 일단 길이 열리는 데로 걸음을 떼길 바란다. - P403
나는 자기애가 강하다. 세상을 읽을 때에도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에 근거해서 바깥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을 제대로 알려면 내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P407
마찬가지로 세상을 사랑하는 것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애를 갖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 P407
세상을 사랑하고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 자신을 알고 사랑하는 것이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일은 조금씩 만들어가면 된다. - P407
우사인 볼트의 독백이 나온다. "나 이전에 수많은 레전드들이 있었다. 이 시대는 나의 시대다. 그리고 나 이후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을 안다." - P408
볼트는 계속 말한다. "그래야만 한다. ‘이 정도면 됐다‘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 P408
한 번에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면 조금씩 바꾸면 된다. 한 번에 조금씩 0.1초를 단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주변의 공간도 조금씩 바꿔나가면 된다. - P408
여러분을 만든 공간, 지금 좋아하는 장소를 알게 되면 스스로를 더 이해할 수 있고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P409
아주 작고 사소한 요소 몇 가지가 공간의 의미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주는 작은 부분들을 주변에서 찾아나가야 한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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