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질문에 물리학이 ‘별에서 왔지‘라고 답한다는 얘기를 했었다. 이 얘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말이 좀 길어지는 관계로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밑줄친 부분을 참조하시면 좋을 듯 하다. 그래도 여기서 핵심만 간단히 얘기하자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원자가 지구 밖에서 왔다는 정도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듯 하다.

오늘은 위에서 잠깐 언급한 ‘별에서 왔지‘라는 문장 안에 있는 별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별의 생애를 간단히 소개하면서 사람과도 비슷하다는 얘기를 전하는데 읽으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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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p.231에 밑줄 친 내용 중에 초신성超新星이라는 뜻을 가진 supernova라는 단어가 나왔다. 우연한 타이밍인지는 몰라도 이 단어는 최근 인기 아이돌 그룹인 에스파의 노래 제목이기도 해서 독자인 나는 이 노래 후렴부분의 멜로디만 어렴풋이 알고 있다가 문득 노래의 가사가 궁금해졌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가사 중에 ‘우린 어디서 왔나‘ , ‘불러낸 내 우주를 봐봐‘ , ‘내 모든 세포 별로부터 만들어져‘ , ‘원초 그걸 찾아‘ 등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아마 이 노래를 작사하신 분도 우주에 존재하는 별에 대한 배경지식들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었기에 이러한 가사들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볼 수 있었다. 사소해보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책에서 읽어봤던 내용들을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들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니 조금이나마 더 우주나 별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태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태양도 별의 한 종류라는 말과 함께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태양이라는 게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물론 본문의 내용에 근거하자면 한 50억년 정도 후에 사라진다고 하니 우리 생애에야 영원하다고도 볼 수 있을진 몰라도, 그냥 이론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에 있다는 건 인간이나 태양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정설이라고 한다. p.234 에 밑줄친 문장인 ‘우리는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말은 문득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이 우주상에서 참으로 작디작은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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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불교와 양자역학 간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느 물리학자의 말을 인용하는데 여기서의 핵심은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불교와 양자역학 간의 교집합적인 부분을 얘기해보자면 어떤 대상들 간의 상호의존 관계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p.237에 밑줄 친 내용에서 저자는 경전의 내용을 글자하나 틀리지 않은 진리라고 주장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최초의 원문을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의미의 왜곡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기독교나 불교나 관계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독자인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해당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과 저자간의 의견 충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이 책은 저자가 쓴 책이니 여기서는 저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본다. 사람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관이 다들 다를 것이기에 뭐가 옳고 그르냐는 식의 가치 판단은 독자 개개인의 몫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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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막판에는 ‘유물변증법‘이라는 것이 살짝 나오는데 저자가 청년시절에 읽었다고 하는 책에 나온 명제들은 어디선가 한 번 쯤은 들어본 듯 한 문장들이어서 왠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다음 포스팅에서 관련 내용을 조금 더 다뤄보겠다.




별도 태어나고 죽는다. 저마다 주어진 시간이 있다. 절정기에는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에너지를 내뿜는다. 짧고 장렬하게 최후를 맞기도 하지만 생애의 마지막이 길고 초라한 경우도 있다. 사람과 닮았다. - P229

우리 모두가 ‘별에서 온 그대‘라면, 별은 언제 왜 생겼고 우리는 어떻게 별을 떠나 지구에 왔을까? - P229

모든 것은 한 점에서 출발했다. 138억 년쯤 전에 밀도와 온도가 매우 높은 한 점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탄생했다. ‘빅뱅‘이다. - P229

빅뱅이 일어난 시점을 어떻게 알아냈는가? 모든 천체가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속도를 역산했다. 증거가 있는가? 여러 증거가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우주 전역에 존재하는 주파수 약 160기가헤르츠의 전자기파다. - P230

빅뱅 직후 매우 뜨거웠던 우주에서 나온 빛이 우주 전체로 퍼져 나갔다. 처음보다 파장이 1,000배 넘게 길어진 상태로 지구에 도달한 그 빛을 ‘우주배경복사‘ 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라고 한다. - P230

빅뱅 직후 양성자와 중성자를 비롯한 입자가 생겼다. 그 입자들이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서 주기율표 첫 주기의 수소와 헬륨이 되었다. - P230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떨어진 탓에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는 합성하지 못했다. 빅뱅 때 만들어진 가스와 먼지가 중력으로 뭉쳐 별이 되었고, 별에서 원자번호 3번 다음의 원소들이 태어났다. 질량이 큰 별일수록 온도와 압력이 높았다. - P230

태양보다 수십 배 무거운 별들은 수백만 년 동안 수소를 융합해 헬륨을 생산하다가 수소가 소진되어 온도가 내려가자 중심부를 향해 수축했다. 그로 인해 중심부 온도가 상승하자 헬륨 핵을 융합해 탄소를 제조했다. 헬륨이 소진된 뒤 중력으로 더 수축했고 더 높은 온도에서 더 무거운 원소의 핵을 융합했다. 나트륨·네온·마그네슘·황·실리콘이 차례로 생겼다. 마지막 생산물은 양성자 26개와 중성자 30개를 가진 원자번호 26번 철(Fe)이었다. 별은 남은 원자핵을 모두 태워 철을 합성하고 폭발해 ‘스타의 일생‘을 마감했다. - P231

별의 이름은 인간의 시선을 반영한다. 신성新星(nova)은 갑자기 밝아진 별이고 그중에도 유난히 밝아진 별이 초신성超新星(supernova)이다. 초신성은 하루 사이에 몇만 배 밝아지기도 한다. 육안으로 우주를 관측하던 시대에 그 별이 새로 나타났다고 생각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 - P231

그러나 그 별(신성新星)들은 장렬한 최후를 맞는 중이었다. 우리가 관측한 시점에는 이미 죽고 없었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던 때 수백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폭발한 그 별들이 내뿜은 빛을 본 것이다. 성능 좋은 천체망원경으로 우주를 멀리 볼수록 우리는 더 오래된 과거를 만난다. - P231

별의 시신은 조용히 사라지지 않는다. 철로 가득한 별의 시신은 자체 중력으로 계속 수축한다. 중심부의 밀도와 온도가 상승해 물질이 내부에서 부서져 튀어나온다. 그 반작용으로 중심부는 더욱 수축해 철보다 무거운 원소를 생성하고 폭발해 물질을 우주 공간에 흩뿌린다. - P231

어떤 별의 시신은 내부가 중성자로 가득했다. 중성자별은 다른 중성자별과 충돌해 초신성이 폭발한 때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었다. - P231

태양은 젊은 별이다. 빅뱅 이후 90억 년도 더 지나서 태어났다. 태양이 보내는 온기 덕에 지구는 생명의 행성이 되었다. 태양은 약 45억 년을 살았고 그보다 조금 긴 생애를 앞두고 있다. 빅뱅과 초신성 폭발, 중성자별 충돌 등으로 뿌려진 물질이 우주 구름으로 회전하다가 중력으로 뭉쳐 수소핵융합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태양은 다른 별과 다르지 않다. - P232

우주 구름이 뭉쳐 태양이 될 때 떨어져 나간 물질 가운데 수소 · 헬륨 · 메탄 · 암모니아처럼 가벼운 것은 멀리서 모여 가스형 행성인 목성 · 토성 · 천왕성 · 해왕성이 되었다. 철 · 니켈 · 알루미늄처럼 무거운 원소들은 태양 가까운 곳에서 바위형 행성인 수성 · 금성 · 지구 · 화성을 만들었다. - P232

지구는 중력 수축으로 중심부가 뜨거워졌지만 핵융합을 할 만큼은 아니었다. 형성 초기에 큰 행성과 부딪친 충격으로 자전축이 공전 면에 대해 약 23.5도 기울어져 사계절이 생겼고 떨어져 나간 물질은 달이 되었다. 수억 년 동안 유성이 비처럼 쏟아져 물이 끓었다 식기를 되풀이했다. 유성우가 그쳐 바다가 어느 정도 안정 상태에 들어가자 최초의 생명이 출현했고, 이후 35억 년이 지나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났다. - P232

우리는 떠나온 별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 몸의 원자들을 만든 별은 죽고 없다. 태양이 생애를 마칠 때까지는 지구에 머물러야 한다. 다른 별처럼 태양도 죽는다. - P232

태양은 온도와 압력이 높은 중심부에서 매초 수소 4억 톤을 융합해 헬륨을 만든다. 핵융합의 결과 수소 핵 4개가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헬륨 핵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질량의 극히 일부가 에너지로 바뀐다. - P233

중심부의 수소는 앞으로 50억 년 정도 지나면 바닥난다. 수소 핵융합이 멈추면 태양은 온도가 내려가면서 자체 중력으로 수축한다. 중심부의 온도와 밀도가 높아지면 헬륨을 융합해 탄소와 산소를 만든다. - P233

태양은 표면에 남은 수소를 마저 융합하면서 적색거성赤色巨星(red giant star)으로 부풀어 오른다. 껍데기가 흩어지면서 수성과 금성을 삼키고 지구를 껴안는다. 그것이 지구의 종말이다. - P233

중심부의 헬륨을 소진하고 나면 태양은 수축하다가 마지막 핵융합을 일으키며 폭발한다. 열기가 남아 있는 동안은 백색왜성白色矮星(white dwarf)으로 희미하게나마 존재를 알리지만 온기를 완전히 잃으면 흑색왜성黑色矮星(black dwarf)으로 우주를 떠돈다. - P233

‘태양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은 틀렸다. 태양도 영원하지 않다. - P233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The saddest thing under the sun above is to say good bye to the ones you love 이라는 사프카 노래의 도입부와 "모든 것은 바람에 날리는 먼지" Everything is dust in the wind라는 캔자스 노래 후렴구 가사는 들을 때마다 마음에 와닿는다. - P233

우리는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것이다. - P234

불교는 인격신을 섬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독교나 이슬람과 다르다. 우주의 모든 것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범신론汎神論, 자연법칙을 신의 자리에 올려두는 이신론理神論에 가깝다. - P234

석가모니는 종교를 창시하지 않았다. ‘스스로 깨달은 사람‘ 이었을 뿐이다. 그는 존재의 이유와 삶의 의미를 탐색한 끝에 인간 이성과 자연법칙 말고는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결론에 도달한 철학자였다. - P234

범신론과 이신론에 가까운 종교는 다른 종교나 과학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은 불교철학이 양자역학과 통한다고 한다. 근거가 없지는 않다. 둘은 분명 닮은 데가 있다. - P235

세상의 많은 종교와 윤리 도덕 강령 중에서 과학적 진리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불교의 연기법緣起法 이다. 연기법은 붓다가 깨달은 보편적 진리로 그 자체가 과학이다. 시공간의 모양과 물질의 분포는 어느 쪽이 먼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다른 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로를 결정한다. 둘은 상호의존 관계다. 이것을 불교적으로 해석한 것이 바로 연기법이다. 어떤 사물도 다른 것과의 관계를 떠나 독립해서 존재할 수는 없으며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의미를 가진다. - P235

과학은 어떤 경우에도 종교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교는 필요에 따라 과학을 배척하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한다. 무엇도 배척하지 않고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아야 훌륭한 것 아니겠는가. - P236

불교철학과 양자역학의 논리적·역사적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으니 둘이 닮은 것을 우연이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어떤 점이 닮았는지 생각하다 보면 깨달음을 얻는 것 같기도 하다. 예컨대 불교의 가장 중요한 경전이라는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문장이 그렇다. - P236

「반야심경」은 당나라 승려 현장이 산스크리트어 경전을 중국 글자 270자로 압축한 텍스트다. - P236

기독교든 불교든, 우리말로 옮겨 놓은 경전의 내용을 글자 하나 틀리지 않은 진리라고 주장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인간의 언어는 절대 진리를 담지 못한다. - P237

석가모니와 부처는 산스크리트어 샤키아모니(샤키아의 성자)와 붓다(깨달은 사람)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중국 글자 말을 우리 식으로 읽어 한글로 적은 것이다. - P237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그가 죽기 전에 남겼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법(진리)을 등불로 삼는 것은 관습과 미신이 아니라 이성의 힘으로 산다는 뜻이다. 세상에 끌려다니지 말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라 했으니 석가모니는 분명 깨달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무신론자이고 유물론자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P238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은 석가모니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문장이라고들 한다. 기계적으로 옮기면 간단하다. ‘색과 공은 같다.‘ 문제는 ‘색‘과 ‘공‘이 무엇이냐는 것인데, 불교 철학자들은 ‘현상과 실체‘, ‘존재와 변화‘, ‘물질과 마음‘, ‘존재와 무無‘, ‘물질과 에너지‘ 등 갖가지 해석을 제시한다. - P238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정확하게 어떤 뜻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리를 담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게 당연하다. 이 문장을 양자역학과 연결하려면 ‘색‘과 ‘공‘을 ‘존재‘와 ‘무‘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 - P238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는 세계는 물질로 꽉 차 있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지구행성의 모든 공간은 공기로 가득하다. 달과 지구, 지구와 태양, 태양과 다른 별, 은하와 은하 사이에도 물질이 존재하지않는 공간은 없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렇지만 그 역逆도 성립한다. ‘겉보기는 꽉 찼으나 실제로는 텅 비어 있다.‘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면 이 말을 수긍하게 된다. 석가모니가 그런 뜻으로 말했다는 게 아니다. 그가 원자의 구조를 알았을 리 없다. 우연일 뿐이다. 그래도 흥미롭긴 하다. - P239

세상은 원자로 꽉 차 있고, 원자는 모두 텅 비어 있다. 존재와 무를 어찌 구분할 것인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양자역학과 엮으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 P240

지구는 태양에서 약 1억 5,000만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태양을 출발한 빛이 ‘빛의 속도로‘ 달려도 지구까지 약 8분 걸린다. 둘 사이에는 수성과 금성뿐, 공간은 대부분 비어 있다. 태양계의 마지막 외행성에 이르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이 띄엄띄엄 있을 뿐이다. 태양계가 유난히 한적한 곳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다른 곳보다는 뭐가 많은 편이다. - P240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 ‘알파 센타우리‘까지 거리는 약 4.25광년이다. 빛의 속도로 4년 3개월 걸린다는 말이다. 1977년 지구를 떠난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7만 년을 달려야 하는 거리다. 우리 은하는 별이 촘촘한데도 그렇다. 우주여행은 사실 볼거리가 없다. 가도 가도 어둠뿐이다. 지구의 천문대에서 보든 우주선에서 보든 다를 게 없다.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 수백만 년, 수억 년 전에 별을 떠난 빛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우주 전체가 텅 비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 P240

원자는 왜 안정되어 있을까?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빈 곳을 그 무엇도 침범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질은 왜 뒤섞이지 않는가? 힘 때문이다. 세 가지 힘이 텅 빈 원자를 꽉 찬 물질로 보이게 한다. - P241

우주에는 네 가지 근본적인 힘이 있다.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이다. - P241

중력은 우주를 뭉치게 한다. 중력이 있어서 지구는 태양 주변을 돌고 태양은 우리 은하에 묶여 있으며 우주는 은하계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를 유지한다. 그러나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 중력은 아무 힘을 쓰지 못한다. - P241

원자의 구조를 결정하고 원자를 결합해 물질을 형성하는 힘은 핵력과 전자기력이다. 핵력은 강력强力과 약력弱力 두 가지가 있다. - P241

강력은 양성자와 중성자를 뭉쳐 원자핵을 만든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근본입자가 아니며, 둘이 주고받는 ‘파이 중간자‘ 도 마찬가지다. 그 입자를 만드는 쿼크가 글루온이라는 입자를 교환하면서 강력을 만든다. - P241

약력은 ‘원자핵의 베타 붕괴‘에 관여한다. 베타 붕괴는 원자핵의 중성자와 양성자가 전자나 양전자를 방출하고 양성자와 중성자로 바뀌는 현상이다. 약력은 정말 약하지만 미시세계인 원자핵 안에서는 중력보다 세다. - P241

과학자들은 물질을 더 작은 것으로 끝없이 나누는 환원주의 연구 방법을 통해 미시세계를 파악했고 우주의 탄생시점을 알아냈으며 우주의 종말을 예견하기에 이르렀다.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어디까지 가서 무엇을 더 밝혀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 P242

석가모니는 관찰과 사유를 통해 존재와 부재 사이에 경계가 없다는 생각에 도달했을 것이다. 양자역학은 석가모니가 얻은 결론이 물질세계의 근본원리와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게 전부다. - P242

종교와 과학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 P242

인문학에는 그럴법한 이야기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진리와 진리 아닌 것을 나눌 기준이 없다. - P242

‘물질이 관념에 우선한다.‘ ‘세계의 본질은 운동이다.‘ ‘사물은 대립물의 통일이다.‘ ‘변화의 동력은 대립물의 투쟁이다.‘ ‘양적 축적은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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