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전자는 입자이고 파동이다‘ 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 말의 근거가 된 실험에서 있었던 결과를 토대로 이 문장이 말이 되는 문장이라는 것을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독자인 나는 처음에 이런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은 한 번 믿고 가보기로 했다. 과학은 언제나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근거하여 결론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실험 과정과 그 이후에 드러난 결과를 토대로 쉽게 믿기지는 않지만 결국 말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과학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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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본문을 읽다보면 저자도 책에서 고전역학, 양자역학 등 과학분야의 책을 읽고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관련 이론이나 내용들을 이해해보려고 발버둥쳤다는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수 있었다. 생년처음보는 용어들과 난해한 수식들을 보면서 얼마나 생경한 느낌을 받으셨을지 감히 짐작하기가 힘들정도다.

독자인 나는 문과 출신의 저자가 어렵고 난해한 과학 용어들과 개념들을 나름대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이 책을 읽는 것도 결코 만만치가 않은데, 진짜 과학자들이 쓴 책들을 한두권도 아니고 여러권 읽으면서 거기에 나오는 내용들을 고민하고 생각해봤을 저자의 고충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p.227에 밑줄친 내용 중에 저자가 ‘아인슈타인 선생님,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독자인 나는 ‘유시민 작가님, 고맙습니다‘ 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어려운 과학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저자가 본문에 고백한 것처럼 과학 관련 책들을 여러권 읽고 공부해본 자신조차도 빛과 전자가 입자이고 파동이라는 것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상대성이론 역시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과학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인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과학에 좀 더 친숙해지고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문과출신의 저자가 쓴 이 책마저도 읽지 않았다면 어쩌면 죽을때까지도 과학이라는 것과는 어떠한 인연도 맺지 못한채 살아갔을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문과출신의 저자가 쓴 과학관련 책을 만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과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친밀해지고 약간의 호기심도 생긴듯 하다. 앞으로도 과학이라는 건 계속 진화하며 발전해나갈텐데 그러한 발전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시각이 생긴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책의 앞부분에서 나왔던 원자에 대한 얘기가 등장하는데, 이와 관련된 질문이 하나 나온다.

‘우리 몸의 원자들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간단히 보여주는데 마지막에 밑줄 친 부분에서 논리적인 이유를 설명해준다. 읽으면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이어지는 내용들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입자는 두 슬릿 중에 어느 하나만 통과한다. 파동은 두 슬릿 모두를 지난다. 고전역학으로는 그래야 한다. 그런데 전자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 P214

전자의 운동을 확인하려고 사진을 찍었고, 믿기 어려운 결과를 받았다. 사진에는 두 슬릿을 동시에 통과하는 전자가 없었다. 모든 전자가 두 슬릿 가운데 하나를 지났고 스크린에 줄무늬가 두 개 생겼다. 그런데 사진을 찍지 않고 똑같은 실험을 하면 언제나 줄무늬가 여럿 생겼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측정해 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전자는 누가 보면 입자였지만 아무도 보지 않으면 파동이었다. - P214

과학은 마법을 인정하지 않는다. - P214

전자의 위치를 측정하려면 전자를 봐야 한다. ‘전자를 본다‘는 건 무엇인가? 물리적으로는 ‘빛이 전자에 충돌하고 튀어나와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 P215

빛도 전자와 마찬가지로 파동이고 입자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입자는 운동량이 있다. 가시광선 영역 빛 입자의 운동량은 날아가는 모기 운동량의 1/10^24쯤 된다. - P215

전자의 질량은 9/10^28 그램에 불과하다. 전자의 위치를 알려고 빛 입자를 전자에 충돌시키면 전자의 운동량이 달라진다.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파장이 짧은 빛을 써야 하는데 파장이 짧을수록 빛 입자의 운동량은 크다. 따라서 위치가 정확해지면 운동량이 불확실해지고, 운동량이 확실해지면 위치가 부정확해진다. 전자현미경을 써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론은 분명하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자의 운동은 확률로 기술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불확정성 원리‘의 요체다. - P215

슬릿A를 지나는 상태와 슬릿B를 지나는 상태가 하나의 양자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양자 중첩量子重疊 (quantum super-position)이라고 한다. - P215

전자는 두 슬릿 가운데 하나만 지나는 것도 아니고 두 슬릿을 모두 통과하는 것도 아니다. 측정하기 전에는 전자의 상태를 알 수 없고 측정하면 중첩상태가 깨진다. 물리학자들은 고전역학의 방정식으로는 이러한 입자의 운동을 서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서술방법을 찾아냈다. 하이젠베르크는 행렬行列(matrix)역학으로,
슈뢰딩거는 파동방정식으로 전자의 운동을 서술하는 데 성공했다. - P216

특정한 곳에서 특정한 전자를 발견할 확률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 - P216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로 양자역학의 비결정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 P216

양자역학은 우주를 둘로 갈랐다. 고전역학의 결정론이 지배하는 거시세계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이 존재하는 미시세계로. - P217

과학은 보편법칙을 탐구한다. 과학자는 우주를 서로 다른 법칙이 지배하는 두 영역으로 나누는 것을 받아들이기 싫어한다. 슈뢰딩거는 그런 이분법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애먼 고양이를 끌어들였다. - P217

어떤 원자가 A와 B 두 상태일 수 있다. 원자가 A상태면 아무 일이 없지만, B상태면 기계가 작동해 독약 병을 깬다. 독약 병과 고양이 한 마리가 상자에 들어 있다. 그런데 원자는 중첩상태여서 A인 동시에 B일 수 있다. 독약병은 멀쩡한 동시에 깨져 있을 수 있다.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 죽어 있다. 원자는 미시세계에 속하니까 그래도 된다. 그러나 고양이는 거시세계에 속한다. 죽어 있는 동시에 살아 있을 수 없다. 독약 병도 그렇다. 원자도 그럴 수 없다. 하나의 입자가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는 중첩상태는 존재할 수 없다. - P217

‘철학은 거대한 책 우주에 수학이라는 언어로 씌어 있다. 수학을 모르면 철학을 파악할 수 없다.‘ 갈릴레이가 『분석자』Il Saggiatore 라는 책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여기서 철학은 우리가 생각하는 철학이 아니라 물리학이다. 정말 그렇다. 수학 없이는 우주의 운동법칙을 이해하고 서술하기 어렵다. - P219

큰 성취를 남긴 과학자는 다들 수학을 잘했다. 갈릴레이의 말이 옳다는 것은 케플러와 뉴턴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케플러가 뛰어난 수학자였다면 뉴턴보다 먼저 만유인력 법칙을 정립했을지 모른다. - P219

케플러는 튀코 브라헤의 천문 관측 기록을 연구해서 찾아낸 행성의 운동법칙을 인간의 언어로 서술했다. 첫째, 행성은 타원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태양은 타원의 초점에 있다.
둘째, 행성의 동경動徑, radius vector (행성과 태양을 연결한 선분)은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넓이를 쓸고 지나간다. 공전궤도가 태양에 가까울수록 행성이 더 빨리 달린다는 뜻이다. 셋째, 행성의 공전주기를 제곱한 값은 행성과 태양 사이의 평균거리를 세제곱한 값에 비례한다. 행성은 태양에서 멀수록 더 천천히 움직이고 그 관계는 수학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 P220

첫째와 둘째 법칙은 천상계의 완벽함을 가정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을 깨뜨렸다. 셋째 법칙은 행성의 운동을 서술하는 데는 수학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P220

뉴턴은 케플러가 인간의 언어로 말한 행성 운동의 법칙을 포함한 물질세계의 일반법칙을 수학으로 서술했다. 케플러라면 ‘우주의 모든 입자들은 그들의 질량을 곱한 것에 비례하고 그들 사이의 거리에 제곱한 것에 반비례하는 힘으로서로를 끌어당긴다‘고 말했을 그 법칙을 뉴턴은 방정식으로 표현했다. 만유인력 공식이다. - P220

F=G×m1m2/d²
(F는 인력, d는 거리, m1, m2는 두 물체의 중량, G는 중력상수) - P220

이 방정식은 우주 어느 곳에 있는 어떤 물체에도 다 들어맞는다. 케플러의 행성 운행법칙도 도출할 수 있다. 그 모든 일을 할 수 있으니 ‘천상의 압축미‘를 지닌 한 편의 시라고 해도 될 것이다. - P220

우리는 이것이 완전한 진리를 서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우선 입자가 활동하는 미시세계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거시세계를 다 설명하지도 못한다. 천천히 움직이는 두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보일 뿐이다.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에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내놓기 전에는 그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 P221

여기서 ‘천천히‘는 범위가 넓다. 초음속 항공기나 발사대를 떠난 인공위성 로켓처럼 우리 눈에는 아주 빨라 보이는 물체의 운동을 포함해 고전역학으로 서술할 수 있는 운동은 다 ‘천천히‘의 범위에 들어간다. 다른 천체에 우주선을 보내고 망원경을 태양계 밖으로 내보내는 우주 탐사 작업도 마찬가지다. - P221

아인슈타인은 고전역학이 거시세계의 운동을 대체로 정확하게 설명하고 예측하지만 특정한 조건 아래서만 그렇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 P221

최초의 핵폭탄 제조와 관련하여 아인슈타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E=mc²(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희봉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4)을 추천한다. (중략) 책의 초점은 에너지 보존 법칙과 질량보존 법칙이 별개가 아님을 설명하는 데 맞추어져 있다. 질량이 에너지로 에너지가 질량으로 전환되니 진정 불변인 것은 질량과 에너지의 합이며 둘을 매개하는 상수가 빛의 속도라는 것이다. - P222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²이 있어서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었다는 생각 역시 오해다. 그 공식은 물질의 질량은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것만큼의 에너지로 전환된다고 말한다. - P222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킬로미터, 정확하게는 299.792.458km/s로 음속의 무려 90만 배나 된다. 제곱하면 말 그대로 천문학적 숫자가 된다. 이 공식(E=mc^2)에 따르면 질량 1그램인 물질은, 어떤 물질이든, 보통 규모 핵발전소 하루 발전량과 맞먹는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 - P223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에서 에너지로 변한 질량은 1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도시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냈다. - P223

실험물리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공식과 상관없이 중성자를 우라늄(U235) 원자핵에 밀어 넣어 연쇄분열을 일으키는 방법을 알아냈다. 핵폭탄은 이론물리학이 아니라 실험물리학의 산물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실험실이 없는 이론물리학자였다. 그의 공식은 핵폭탄이 왜 그토록 강력한지 알려주었을 뿐이다. - P223

상대성이론은 철학의 상대주의와 전적으로 무관하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이론에 ‘상대성‘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고전역학의 상대운동 법칙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물리 현상이 전혀 상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이라는 실험 결과를 이해하려다가 새로운 물리학을 창안했다. - P223

어떤 물리 현상이 절대적인가? 빛의 속도다. 빛은 매질이 없는 진공에서도 빛의 속도로 달린다.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빨리 움직이지는 못한다. 빛보다 빠른 속도를 생각할 수는 있지만, 절대온도 0도보다 낮은 온도가 그런 것처럼, 물리적 의미는 없다. 절대온도 0도는 모든 입자의 운동이 멈추는 온도로 섭씨 -273.15도에 해당한다. 그보다 낮은 온도는 물리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빛보다 빠른 속도 역시 그렇다. - P224

고전역학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공간은 공간이고 시간은 시간이며, 둘은 얽히지 않는다. 공간의 기하는 유클리드기하학을 따르고 시간은 모든 관측자에게 동일하다. 움직이는 물체의 질량과 크기는 불변이고 시간은 모든 곳에서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흐른다. - P224

아인슈타인의 세계는 속도와 스케일이 다르다. 뉴턴의 세계에서는 무관한 것들이 하나로 얽힌다. 움직이는 물체가빛의 속도에 접근하면 크기가 줄어들고 시간은 느려진다. 가속에 쓴 에너지가 질량으로 바뀌어 물체의 질량이 증가한다. - P225

중력은 힘이 아니라 시공간을 휘게 만드는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빛은 직선으로 달리다가 별 가까이에서 휜다. 별이 물체를 끌어당겨서가 아니다. 중력이 시공간을 구부렸기 때문이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시공간의 곡률이 매우 작을 때는 잘 들어맞지만 곡률이 크면 어긋난다. - P225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없는 상황에서 공간·시간·물질을 다루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먼저 세웠고 10여 년 후에 중력을 고려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했다. - P225

고전역학으로는 상대성이론이 진리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 빛은 천천히 움직이는 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검증하려면 행성 · 별 · 블랙홀 같은 천문학적 스케일의 공간과 사건이 필요하다. 천문학자들은 관측 자료와 이론의 예측치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상대성이론을 검증했다. - P225

결론은 분명하다. 상대성이론이 틀렸다면 우리의 일상이 지금처럼 질서정연하게 돌아갈 수 없다. - P225

행성의 공전궤도는 타원이다. 행성의 공전궤도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을 ‘근일점‘近日點(perihelion)이라고 한다. 공전궤도의 장축 방향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근일점도 매우 느리게 태양 주위를 이동한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해 계산한 수성의 근일점 이동 추정 값은 관측 값과 일치했다. 반면 고전역학으로 추정한 값은 100년에 약 43 아크초arcsec 정도 오차가 났다. - P226

아크초는 각도의 단위로, 1아크초는 1/3,600도이다. - P226

거대한 천체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세계에서는 매우 작은 측정 오차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예컨대 지구 자전속도는 적도 기준 초속 465미터로 음속보다 빠르다. 공전속도는 초속 30킬로미터나 된다. 태양은 우리 은하의 수직축을 2억 5,000만 년에 한 바퀴 도는데 공전속도가 무려 초속 200킬로미터다. - P226

항공기와 선박과 자동차 등 현대의 교통수단은 대부분 위성항법장치를 쓴다. - P226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킬로미터로 주행할 때 내비게이션이 오차 범위가 몇 미터를 넘지 않을 정도로 현재 위치를 신속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위성이 송출하는 신호를 25나노초(10억분의 25초) 안에 포착해야 한다. - P226

위성의 이동과 지구의 중력장이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하기 때문에 고전역학으로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운영할수 없다. - P226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위성의 원자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하루에 7마이크로초(100만분의 7초)씩 뒤처진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그 원자시계는 지구 중력 때문에 하루 45마이크로초 빨라진다. 종합하면 위성의 원자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하루 38마이크로초 빨라진다. 위성항법장치가 감내할 수 있는 오차 25나노초의 무려 1,500배나 된다. 뉴턴 역학으로 위치를 계산하면 내 차가 시속 110킬로미터로 달릴 경우 하루에 10킬로미터씩 오차가 생긴다. 유럽이라면 며칠 안에 다른 나라에 갈 판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저절로 말이 나왔다. ‘아인슈타인 선생님, 고맙습니다.‘ - P227

감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직관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 P227

우리는 빛의 속도를 보거나 구부러진 공간을 느낄 수 없다. 이론에 따른 예측과 실제 관측 결과가 일치하고, 그 이론이 틀렸다면 일어나야 할 혼란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으니 옳다고 믿는 것이다. - P227

나는 머리를 쥐어짜서 고전역학을 일부 ‘이해‘했다. 그러나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이해‘ 할 수 없었기에 그냥 받아들인다. 그렇게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는 초인간적·초자연적 인격신의 존재를 믿고 경배하는 행동양식이 호모 사피엔스 군집에서 진화한 이유를 어쩌면 알 듯도 하다. - P227

생물의 몸은 세포의 집합이다. 세포는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분자는 원자의 결합이다. - P228

사람의 몸을 원자 단위로 분해하면 산소·탄소·수소·질소·칼슘·인이 질량의 99퍼센트를 차지한다. 나머지 1퍼센트는 칼륨·황· 나트륨· 염소 · 마그네슘·철 등이다. 혈액의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철이 그런 것처럼 이 원소들은 양이 적어도 생명활동에는 매우 중요하다. - P228

우리 몸의 원자들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문과 감성을 입히면 이런 질문이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물리학이 대답한다. ‘별에서 왔지.‘ - P228

이론만 보면 원자 제조법은 간단하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좁은 공간에 집어넣고 전자를 양성자 수만큼 오비탈에 뿌리면 된다. 양성자와 전자의 수가 같아야 한다는 것 말고는 달리 고려할 게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간단하지 않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가까워지면 서로 강하게 당기거나 밀어내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핵에 욱여넣으려면 엄청나게 높은 온도에서 엄청나게 강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 지구에는 그런 일을 할 만큼 온도가 높은 곳이 없고 그 정도로 강한 압력을 만들 방법도 없다. 그러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지구 밖에서 왔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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