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슬로우 리딩을 설명하면서 책을 읽는 동안 모르는 내용, 더 자세히 알아야 하는 내용은 참고문헌이나 별도로 자료를 찾아보면서 책을 읽는다고 했다. 통독은 그 정도로 깊이 있게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읽고 있는 책을 중심으로 꼼꼼히 읽는 것이 2단계 통독이다. - P149
책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이 많을 때는 반드시 2단계 통독을 해야 한다. 1, 2단계 통독을 거치면서 수집하는 정보는 매우 방대해진다. 그리고 1단계 통독하는 과정에서 가치 있는 정보와 가치가 떨어지는 정보를 구분하기 때문에 2단계 통독에서는 필요한 부분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 P149
1단계 통독에서 자기에게 꼭 필요한 내용인지 가려내고 꼭 읽지 않아도 되는 내용들은 무시해버리는 것도 독서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 P150
1단계 통독으로 전체 내용을 파악한 다음 2단계 통독해야 할 내용을 선별할 때는 ‘내용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 - P150
내용이 무겁다는 것은 논리적이고 배경지식과 다양한 사례를 많이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논리 보다는 시대상이나 사람들의 경험을 병렬식으로 늘어놓는 책들은 상대적으로 내용이 가볍다고 할 수 있다. - P150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고 관심 있는 책,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으며 여유를 찾으라고." - P151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두꺼운 책은 관심이 있는 내용만 읽으면 된다. 내용이 어려운 책은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된다. - P152
공부하는 학생들은 가능하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게 바람직하다. - P152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독서는 권장사항이지만 학교에서는 꼭 지켜야 하는 법칙처럼 강요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학생들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으면 된다고 가르치면 몇 페이지만 읽고 필요한 부분은 다 읽었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는 독서는 독서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말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독서습관을 성인이 돼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 P152
책을 읽는 자세와 환경, 시간은 편안해야 한다.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면 책 읽는 동안은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소파에 앉거나 누워서, 엎드려서 책을 읽어도 좋다. - P153
독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대학에서는 토론 수업과 글쓰기 수업 등을 연계해서 진행한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까지 써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고 하더라도 책의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훑어보기 수준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필요한 내용만 읽더라도 정말 관심 있는 단락만 읽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 P159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읽는 것도 독서를 많이 해본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독서법이다. 책을 읽는 목적과 읽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서 책을 읽는 방식은 달라진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전체 내용을 훑어보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내용을 표시한 다음 본격적으로 읽는다. 책을 읽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전체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는 독서에 익숙하지 않다. 책을 훑어 보더라도 자기에게 필요한 내용을 가려내지 못한다. - P160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는 독서법을 요점만 가려서 읽는다는 의미로 적독摘讀 또는 선택해서 읽는다는 의미로 선독選讀이라고 한다. 선독은 참고서적을 볼 때 주로 이용한다. 사전이나, 도감 등의 참고자료에 필요한 부분만 보는 방식이다. - P160
책을 훑어보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내용을 가려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키워드를 찾아내지 않고 책을 본다. 사전이나 도감에서 자료를 찾을 때는 키워드가 필요하다. 모르는 용어나 추가로 자료를 찾아봐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책을 처음 읽을 때도 사전과 도감을 볼 때처럼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 P160
키워드는 책을 읽기 전에 몇 가지 생각해두고 책을 읽으면서 파생시키면 된다. 마인드맵을 그리듯이 키워드를 파생시키면 된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를 때 책의 제목, 머리말, 차례 등을 살펴본다. 표지와 뒤표지에 나온 책 소개와 차례를 보면 책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 P161
책을 훑어보기 전에 ‘이 책을 고른 이유‘, ‘이 책의 키워드‘, ‘책을 읽은 후에 얻는 것과 실천해야 할 것‘ 세 가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 P161
이 중에서 키워드가 가장 중요하다. 차례를 보면서 흥미를 느낀 키워드는 본문을 훑어보는 동안에도 자주 눈에 띈다. 차례를 보면서 관심이 있는 부분의 키워드만 골라도 되고 책 전반에 걸쳐서 키워드를 골라도 좋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의 면지 또는 노트에 마인드맵을 그려보면 책을 읽는 동안 더 집중하게 된다. - P161
너무 많은 키워드를 고르면 많은 내용에 모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10개 내외의 키워드만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 P161
자기에게 필요한 내용을 선별하기 위해 키워드를 고르는 일이 어려울 수도 있다. 키워드가 책의 내용에 부합하는 키워드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을 읽을지 판단하기 위한 키워드에는 맞는 키워드, 틀린 키워드가 없다. 자기가 고른 키워드가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고 책을 읽으면 된다. - P161
책을 읽는 동안 차례에서 골라내지 못한 키워드가 눈에 띠면 키워드 목록에 추가한다. 키워드 중심으로 책을 읽으면 집중력도 향상되고 책을 읽는 목적도 분명해진다. 필요한 내용만 읽기로 했기 때문에 부담도 덜하다.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때문에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거부감도 줄어든다. - P161
중요한 내용을 메모하고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책을 읽는 방법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밑줄을 긋고 메모하고 포스트잇을 붙이느라고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책 읽기는 아닐 것이다. - P162
키워드를 직접 골랐다면 자연스럽게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을 읽게 된다. 내용 중에서 자기가 고른 키워드가 나오면 더 집중해서 읽게 된다. 누구나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 P163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으로 2004년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이그노벨상은 물리학, 화학, 의학, 경제학, 심리학 등의 분야에서 기발하고 독특한 연구 성과를 이루어 낸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하버드대학에서 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1991년 제정했다. - P163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은 단순하다. 흰 옷을 입은 사람 3명과 검은 옷을 입은 사람 3명이 계속 이동하면서 농구공을 패스한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것은 무시하고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농구공을 패스한 횟수를 세어보는 것이다. - P163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영상을 보면 농구공을 패스하는 횟수를 세는 동안 고릴라가 지나간다. 화면 중앙에서 가슴을 치고 화면 밖으로 이동하지만 흰 옷을 입은 사람 3명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횟수를 세다보면 고릴라가 지나갔는지 인지하지 못한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는 실험을 통해서 사람이 가진 인지 능력과 인지 능력의 한계를 증명하고《보이지 않는 고릴라》 에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 P163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관심이 없는 내용은 눈앞에 있어도 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심리학에서는 ‘무주의 맹시‘ 또는 ‘부주의 맹시‘라고 한다. ‘작업 기억 용량Working memory capacity‘에 따라 집중할 수 있는 능력,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수 있는 능력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 P164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제목을 알고 동영상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고릴라를 찾아낸다. 하지만 ‘고릴라‘라는 키워드를 주지 않고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횟수를 세라고 하면 고릴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 P164
책을 읽을 때도 ‘작업 기억 용량‘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과정에는 ‘키워드‘가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 P164
우리 선조들이 오래전부터 실천해 온 독서법 가운데 ‘초록抄錄‘이 있다. 숟가락으로 떠낸다는 의미의 ‘초抄‘자와 기록할 ‘록錄‘를 써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서 옮겨 적으면서 책을 읽는 독서법이다. 논문 앞부분에 전체 내용의 요점만 간략하게 설명한 것도 초록이라고 한다. - P165
책을 읽기 전에 차례를 보면서 키워드를 고르고 마인드맵을 그리면서 키워드를 메모했다면 책을 읽는 동안에 자신이 고른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용을 읽게 된다. - P165
독서할 때 초록을 실천한 인물은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은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내용을 뽑아서 옮겨 적었다. 책을 읽다가 중요한 내용을 보고 종이에 옮겨서 적는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적은 종이를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하나씩 살펴본다. 초록할 당시에 책을 읽으면서 했던 생각을 써두었기 때문에 종류별로 분류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장들을 분류한 다음 모아서 읽으면 핵심만 모아놓은 자료가 된다. 다산 정약용은 초록을 하면서 문장을 기억했고 나중에 분류하고 다시 읽으면서 생각들을 정리했다. 초록을 통해서 수많은 책을 쓸 수 있었다. - P165
초록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거나 독서토론에 참여하는 것보다 실천하기 쉽다.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시작하는 문장부터 막막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기가 생각했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옮겨 적으라고 하면 부담 없이 적는다. - P165
책을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베껴 쓰면 내용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베껴쓰는 동안 중요한 내용의 앞뒤 문장을 다시 한 번 읽게 되고 나중에 베껴 쓴 문장들을 다시 읽으면서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기도 한다. - P165
책 전반에 걸쳐서 초록抄錄을 하면 핵심 내용이 저절로 정리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모든 게 키워드에서 시작된다. - P166
초록을 실천해보면 생각한 것보다 책 내용이 효율적으로 정리된다. 책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300페이지 내외의 책은 7~10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하나의 챕터는 한두 개의 주제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키워드도 한두 개로 정리할 수 있다. 10개 챕터로 구성된 책의 키워드는 15~20개 정도다. 책 앞의 면지에 키워드를 메모해 두면 책을 읽는 동안에도 키워드를 염두에 두게 된다. - P166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의 내용이 보인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초록하면서 책을 읽으면 독서의 효과는 두세 배 이상 향상된다. - P166
독서력을 높이기 위한 마지막 힌트는 ‘쓰기‘다.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하지만 글을 씀으로써 읽기 능력은 현격하게 높아진다. 리포트나 일기라도 상관없다. - P166
처음 글을 쓸 때는 주제가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느낀 바를 그대로 쓰면 된다. 자신이 느낀 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은 생각을 논리로 바꾸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쨌든 써야 한다. 인풋은 아웃풋을 동반할 때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 P167
속독은 책을 빨리 읽는 독서법으로 미국의 여성 교육자 애블린 우드Evelyn Wood가 1950년대에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미국에서는 어떤 일이든지 일을 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다른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만든다. 맥도날드 매뉴얼도 그렇게 탄생했다. 속독법도 책을 빨리 읽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매뉴얼이다. - P168
애블린 우드가 체계적으로 정리한 속독법은 눈을 빨리 움직여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활자를 보는 것과 눈으로 읽은 문자들의 의미를 머리로 전달하는 것 두 가지로 구분된다. 눈의 움직임은 생리적인 부문이고 문자의 의미를 머리로 전달하는 것은 인지력과 관련이 깊다. - P169
속독법에 최적화된 눈의 움직임은 행을 따라서 눈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페이지의 어느 부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특정 단어를 중심으로 시야에 들어온 글자를 읽어서 짧은 시간에 여러 행을 읽는 것이다. - P169
속독법을 배울 때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는 훈련을 한다. 이 운동은 스포츠에서 차용되었다. 테니스 선수들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포착하기 위해서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는 훈련을 한다. 테니스 선수들이 서브할 때 공의 속도는 시속 150km정도이고 남자 선수들의 서브는 시속 200km 이상 나오기도 한다. 테니스 선수들이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포착해서 쳐내는 것처럼 시야에 들어온 많은 글자들의 의미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도 속독의 훈련이다. - P170
글자를 빠르게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게 글자들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눈으로 많은 글자를 읽었더라도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면 속독은 의미가 없다. - P170
우리나라에서 속독법이 일시적으로 유행하고 사라진 이유가 눈으로 글자를 읽는 양에만 치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P170
독서는 머리로 이해하고 지식으로 지혜로 거듭날 때 빛을 발한다. 속독은 매우 유용한 독서법이지만 어휘력과 이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빨리 읽는 방법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요즘은 속독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 P170
속독법을 가르치는 학원을 몇 달 다니고 책을 빨리 읽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 P170
속독법은 실제로 그 책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책을 읽었다는 잘못된 자만심을 안겨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지 않은 것보다 더 나쁘다. 출처 :《나를 성장시키는 독서법》 채석용, 2011 - P171
채석용 교수는 요약한 줄거리만 읽고 그 책을 다 읽은 것처럼 말하는 사람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글을 빠르게 읽기만 하는 독서법이 나쁘다고 했다. 마치 서울에 가보지도 못한 시골 쥐들끼리 광화문과 남산타워에 대해서 떠드는 모습에 비유했다. - P171
속독의 핵심은 책을 빨리, 많이 읽는 게 아니다. 빨리 그리고 많이 읽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가가 중요하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책을 읽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다. - P171
많은 내용을 빠른 시간 안에 이해하려면 어휘력과 이해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쉬운 문장이라도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결국 속독을 하려면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흔히 독서가 이해력을 높인다는 말을 자주 한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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