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건축물은 자연의 겉모습이 아닌 그 본질을 모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p.316에 밑줄 친 내용 중에 새와 새인형과 비행기의 예시를 통해 저자의 메시지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내용을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본다면, 비단 건축물 뿐만이 아니라 여타 다른 분야의 노하우를 모방하는 것도 결국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메시지를 잘 알아채서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에 기반해서 나만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작업이 좀 더 가치있는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독자들 개개인이 속한 영역에 맞게 잘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어서 저자는 영화《그래비티》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중력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낸다. 여기서의 핵심은 건축이 중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작업이라는 사실과 함께 이 중력이라는 제약을 극복할 때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론 몇 달 전에 읽었던 동 저자의《인문 건축 기행》이라는 책에서 ‘제약은 창조의 어머니‘ 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오늘 읽은 부분이 이와 비슷한 의미가 느껴져서 두 책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는 느낌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건축뿐만 아니라 분야를 막론하고 제약이 있을 때 그것을 극복하여 어떤 성과나 결과물을 얻는다면 그것의 기쁨과 감동이라고 하는 것은 제약이 없을 때와는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클 것이라는 생각도 같이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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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는 각론 형식으로 하여 바둑과 체스, 한자와 알파벳, 개미집과 벌집, 空間과 space, 한식밥상과 코스요리 등을 비교하면서 글이 전개된다. 처음에는 이러한 것들이 건축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다 읽고나서는 이 챕터의 제목인 ‘동과 서 :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한 일종의 빌드업(build-up)작업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각각의 사례에서 동양과 서양의 특징을 비교하며 동양은 상대적인 것(대상 간의 관계)에 서양은 절대적인 것에 가치를 둔다는 핵심 메시지를 뽑아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건축의 스타일도 동서양에 차이가 있음을 자연스럽게 유도해낸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과 수학적 개념에 기초한 기하학적인 건축을 중시하는 서양의 건축은 그 이면에 있는 생각이나 사상부터 애초에 달랐기 때문에 서로 다른 양식으로 나타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건축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동서양 문화의 전반적인 특징을 살펴보면서 사람들의 성향이나 특징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동양 사람들이 왜 관계를 중시하는지, 서양사람들은 왜 감정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인 면이 좀 더 높은지 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다 한 차원 높아진 이해를 통해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세상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이 형성된 것 같고, 세상을 볼 때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조금은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무언가가 다른 어떤 것을 모방한다면 모방을 하는 자는 이미 오리지널보다 못한 모조품이 된다. 그래서 짝퉁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 P316

만약에 우리가 자연에서 무엇인가를 배워서 건축물에 적용한다면 그 겉모습이 아니라 그 본질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새와 새인형과 비행기가 있다고 하자. 하늘을 나는 새와 모양은 다르지만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새인형보다는 더 새와 비슷하고 새로부터 배운 것이 있는 것이다. - P316

어느 문화평론가는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점을 가까운 거리를 갈 때에 뛰면 어린이, 걸으면 어른이라고 말했다. - P317

중력과 마찬가지로 시간도 한 방향으로 흐른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만 흐른다. 인간은 그것을 거꾸로 거스를 수가 없다. - P317

인간이 하는 작업 중에서 중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작업은 아마도 건축일 것이다. 건축에서 중력은 인간이 건축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극복해야 할 힘든 과제이자 적이다. 하지만 영화 「그래비티」에서 중력이 있었기에 주인공이 걸을 수도 있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중력이 있었기에 건축은 여러 가지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런 제약은 다른 산업디자인에서는 찾기 힘든 건축 고유의 제약이다. - P318

다이빙 선수가 다이빙 보드에서 떨어지면서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듯, 건축은 중력을 어떻게 아름답게 극복하느냐를 통해서 다른 예술이 주지 못하는 감동을 전달해 준다. - P318

제약은 언제나 더 큰 감동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 P318

바둑은 검정과 흰색의 돌이 서로 먹고 먹히면서 빈 공간인 집을 짓는 게임이다. 이때 흰 돌과 검은 돌 하나하나의 기능은 모두 같다. 대신에 한 팀의 돌이 상대팀의 돌로 둘러싸여지면 안에 있던 돌을 잃게 된다. 바둑 게임의 규칙은 특정 바둑돌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위치에 의해서 돌의 기능이 정해지는 것이다. 반면에 체스는 하나하나가 다른 기능을 가지고 상대방 말들을 죽여서 결국에는 왕을 죽여야 이기는 게임이다. - P321

체스의 원래 이름은 ‘차투랑가(Chaturanga)‘이다. 이 게임은 서기 600년경에 인도에서 만들어졌는데, 625년경에 페르시아로 건너가게 되었고, 이후 700년경에 무어 이 스페인을 침공했을 때 페르시아인에 의해서 서양에 전파되어 지금의 유럽을 대표하는 게임인 체스가 된 것이다. - P322

체스는 본질적으로 유목 민족의 전쟁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체스와 흡사한 게임으로 중국의 장기가 있는데, 장기는 말과 코끼리, 졸병, 대포 등이 나와서 전쟁을 하는 게임이다. 장기나 체스가 유목 사회의 전쟁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면, 바둑은 농경 사회의 문화에 기반을 둔 게임이다. 바둑은 마치 화전민이 경작지를 넓혀 나가듯이 빈 땅을 넓히는 땅따먹기 게임이다. - P322

두 게임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둑은 상대적이고 체스는 절대적인 게임이다. 바둑은 빈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게임이고, 체스는 상대편을 죽이는 게임이다. 이러한 게임의 특징은 곧 그들의 문화적인 특징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인 특징은 건축 공간에도 투영되어 있다. - P322

동양과 서양 두 문화의 특징은 한자와 알파벳을 비교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한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나무 목(木)자와 하나 일(一)자를 가지고 상대적 위치와 길이의 조합에 따라서 근본 본(本), 끝 말(末), 아닐 미(未)라는 글자가 만들어진다. 반면에 알파벳은 26개의 글자가 있고 이들의 순서를 바꾸어서 글자를 만든다. 한자가 사방으로 글자가 확장되는 반면 영어의 새로운 단어는 항상 왼쪽에서 오른쪽, 가로 축 한 방향으로 글자의 순서만 바꾸어서 만들어진다. - P323

알파벳에서 볼 수 있듯이 서양 사람들은 이처럼 기본적인 최소 단위를 추구한다. 그리스 시대의 학자들은 물, 불, 흙, 공기가 세상의 만물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라고 믿었다. 그래서 과학도 그리스 시대부터 근대까지 항상 최소 단위인 원자를 찾고, 원자보다 더 작은 양자의 세계까지 쪼개는 식으로 문명이 발달해 왔다. 알파벳 26자는 마치 화학에서의 원소기호처럼 최소한의 단위인 것이다. - P323

DNA는 생명체의 설계도가 A, G, C, T의 네 가지 염기로 만들어진 암호문으로 되어 있다는 개념이다. 마치 26개의 알파벳이 순서 배열로 다른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원리이다. DNA라는 개념이 동양이 아닌 서양 과학자에게서 먼저 발견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 P323

동양에서는 음과 양의 조화로 세상의 구성을 바라본다. 두 상반된 힘의 조화와 균형이 세상을 만든다고 보는 것이다. - P323

건축의 경우 서양은 기하학적인 형태의 공간을 추구했다. 피라미드는 정사각형과 삼각형으로 만들어졌고, 로마의 판테온의 평면과 단면은 모두 원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동양에는 기하학적 모양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상대적 관계성을 더 추구했다. 우리의 풍수지리 이론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생각의 근본은 상대성 속에서 가치를 찾는 이론이다. - P323

흥미롭게도 중국을 비롯한 극동아시아와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서양의 문화적 기틀을 잡은 사상가들은 비슷한 시기에 탄생했다. B.C. 400년을 전후로 해서 동양은 노자, 공자, 석가모니 같은 인물이 나왔고 서양에는 피타고라스, 플라톤, 유클리드 같은 사상가들이 출현했다. - P324

농경사회라는 것은 한 번 수확을 해서 다음번 파종할 때까지 먹거리 걱정 없이 빈둥거릴 시간이 많다. 그런 노는 시간에 지능적이고 철학적인 사고를 많이 하게 된 것이다. - P324

인류학적으로 1만~4만 5천년 전 시대인 크로마뇽인 시대에 갑작스럽게 인간의 지능이 발달하게 되는데 그것이 농경 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하면서였다고 한다. 그러한 비슷한 배경이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되어서 비슷한 수준으로 동양과 서양이 각자 성숙해졌을 때 이러한 사상가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 P324

동양은 노자를 비롯해서 상대적인 사고에 기반을 가지고 비어 있는 것에 가치를 두고 발전했고, 서양은 절대적이고 수학적인 논리적 기틀 위에 문화를 발전시켰다. - P324

동양은 비움에 긍정적인 가치를 둔다. 노자의 경우에는 그의 유명한 저서 『도덕경』 11장에서 "그릇이 쓰임을 가지는 것은 찰흙이 단단히 굳어 흙의 성질은 없어지고 그릇의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방이 방으로 쓰임이 있는 것은 창과 문이 있기 때문이다. 벽을 쌓고 창호를 뚫었기 때문에 방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 글의 내용을 살펴보면 물건의 유용한 기능은 비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P325

동양에서는 비워진 상태를 부정적인 상태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 100퍼센트의 긍정적인 상태로 바라보고 있다. - P325

서양의 사상가들은 절대 선을 추구한다. 우리가 고등학교 국민윤리 시간에 플라톤은 ‘이데아‘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배웠다. 이데아라는 것은 절대적인 선을 뜻하는 가치로서, 실존하지만 우리는 직접 볼 수 없는 것이다. - P327

샹그릴라[중국 윈난성 디칭장족 자치주에 있는 현(縣)이다.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턴의 소설에서 지상에 있는 ‘이상향‘으로 등장한다] - P327

무릉도원은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어서 어느곳에 갔더니 신선들이 죽지 않고 오래 살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는 마을이다. - P327

샹그릴라나 무릉도원은 모두 우리가 사는 세상과 동일한 세상 어딘가에 있다고 보는 것이지 우리가 죽어서 가는 곳으로 보지는 않는다. - P328

서양은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 세상이 있고, 그 신적인 선(善)을 수학적인 방식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다고 믿는다. - P328

수를 통해서 세상을 이해한다 - P328

이래저래 수학은 서양 문화의 근간을 이룬다.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기하학의 기본이 유클리드가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선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수학적인 과정을 통해서 도달하려고 한다. 그래서 서양의 많은 종교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기하학적인 공간의 형태를 띤다. 대표적인 것이 로마의 판테온이다. 이 건물은 평면과 단면에서 모두 원의 형태를 띠고 있다. - P328

이스탄불의 하기아 소피아 건물은 좀 더 복잡한 형태로 세 개의 원형 돔이 한 개의 큰 돔을 받치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기독교의 삼위일체설과 같이 3이라는 성스러운 숫자가 건축에 반영되었다고 본다.  - P328

이같이 수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건축물에도 반영되었다가 이슬람의 영향으로 더욱 더 증폭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숫자도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던가. 아마도 이슬람은 예로부터 오랜 유목 생활로 소나 양의 숫자를 세면서 숫자에 대한 개념이 발달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동양과 서양사이의 지리적인 위치에서 중계무역이 발달했을 것이고 당연히 수에 대한 개념이 다른 민족보다 앞섰을 것이다. - P330

어느 개미집이나 그 외부 형태는 중요하지 않고 내부에 네트워크로 구성된 연결망이 중요하다. 방끼리의 관계가 중요한 건축인 것이다. - P331

벌의 경우에는 벌집 모양이라고 불리는 육각형의 모듈러 구조를 띠고 있다. 육각형 모양의 방이 반복되면서 전체 벌집이 만들어진다. 반복되었을 때 구조적으로도 가장 안정적이면서 벌이 들어가서 살기에 공간의 손실이 적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 P331

개미는 동양처럼 관계 중심의 건축, 벌은 서양처럼 기하학 중심의 건축이다. - P331

극동아시아 문화는 유교가 지배적이었다. 사후 세계보다는 현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땅 위에서의 충(忠)이나 효(孝) 같은 관계를 중요시하였다. 그래서 극동아시아 건축은 땅과 연결된 개미처럼 관계성이 중요시되는 건축의 성격을 띤다. - P332

반면에 유럽은 이집트, 그리스, 기독교에서 사후 세계를 중시했고, 이데아의 세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로부터 오는 원칙을 중요시 하였다. 땅에 기초를 두지 않는 이러한 문화적인 특징 때문에 공중에 집을 짓는 벌처럼 기하학적인 건축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이 서양에서 피라미드, 황금비율, 판테온 같은 건축 문화가 나오게 된 문화적 배경일 것이다. - P332

공자, 노자, 석가모니의 영향으로 동양 문화의 가치 체계는 ‘관계‘와 ‘비움‘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특징지을 수 있다. - P333

동서양의 다른 가치 체계는 공간을 뜻하는 두 개의 단어만 살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서양에서의 공간을 뜻하는 단어는 ‘space‘로, 이 단어는 동시에 우주를 뜻하기도 한다. 우주라는 영어 단어는 universe, cosmos, space 이 세 단어가 혼용되어서 쓰인다. 따라서 ‘space = cosmos‘라는 결론이 나온다. - P333

cosmos라는 단어의 의미는 혼돈이라는 뜻의 chaos의 반대어로 수학적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space = 수학적 규칙‘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 P333

단어를 통해서 살펴보면 서양인의 의식 속에는 비어 있는 우주, 공간, 수학적인 규칙을 내재하고 있는 cosmos 등의 의미가 상호 연결되어져 있으며, 공간을 ‘수학적 규칙을 가진 비어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 P333

서양의 공간은 다분히 수학적인 분석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반면, 동양의 공간은 비어 있다는 뜻의 ‘공(空)‘과 사이라는 뜻의 ‘간(間)‘이 합성된 단어이다. 공간이라는 단어는 ‘비움‘과 ‘관계‘의 합성어로 만들어져 있다. 이렇듯 단어만 살펴보더라도 동양에서는 단순히 비어 있는 것 이상의 가능성을 보는 ‘비움‘과 상대적 가치인 ‘관계‘로서 공간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P333

문화의 차이는 게임, 문자, 건축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기본 요소인 먹는 것에서도 차이점이 보인다. - P334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상다리가 휘어지게 나오는 식, 즉 한 번에 모든 음식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쫙 깔려서 차려진다. 반면에 서양 음식은 전식부터 후식까지 순서대로 음식이 나온다. 마치 알파벳으로 단어를 만들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쓰인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것은 문화적인 차이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 음식 문화의 형식일 것이다. - P334

문화라는 것은 그 나라 고유의 민족적 패러다임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러한 패러다임은 경제적인 활동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 P334

구글은 흰색 페이지에 검색어만 찾을 수 있게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반면에 네이버는 첫 페이지에 현재 나오는 주요 뉴스가 한 페이지 가득 펼쳐져 있다. 구글이 한 번에 하나씩 나오는 서양 코스 요리 같다면 네이버는 한상 가득 차려 나오는 밥상 같은 구성이다. 한국인들이 네이버를 더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 P334

건축 디자인 역시 그 나라의 문화적 패러다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 P334

서양은 논리적인 사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사고방식이 선형적이다. 하나 다음에 둘 그 다음에 세 번째 것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수학의 발달과 기하학적 건축 공간으로 나타난다. - P335

반면에 동양은 상호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대적인 가치 체계를 가진다. 따라서 음식 하나하나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들과 다른 음식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죽하면 ‘음식의 궁합‘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이렇듯 먹는 사람의 입맛과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차려진 음식의 순서가 어찌 보면 뒤죽박죽 섞이게 되어 있다. - P335

한국적이라는 것은 이런 우리의 일상적인 밥상 같은 것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특징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 단순히 처마 곡선의 모양 같은 겉모습을 모방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할 것이다. - P335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복잡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승강기의 발명으로 초고밀도의 도시에 살고, 휴대 전화와 인터넷으로 우리의 삶은 실타래보다도 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복잡한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코스 요리를 먹는 사람보다는 밥상을 먹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과거보다는 미래가 밝은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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