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건강염려증에 관한 얘기로 시작한다. 어제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타이밍상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 책에서 우울과 불안에 대한 내용들이 나오는 부분을 읽게 되서 그 소설과 이 책을 콜라보로 이해하는 것이 뭔가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한 예로 망상과 관련된 내용에서 독자인 나는 어제 읽었던 ‘멜랑콜리아‘의 주인공 라스가 생각났다. 망상의 정의와 특징들을 보면서 라스가 망상에 빠져있었던 인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신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슬픔에 잠겨 살았던 라스의 모습을 그 소설 속에서 반복적으로 볼 수 있었다.

좀 더 읽으면서 망상의 여러 종류들 중에서 라스의 망상은 과대망상 쪽에 좀 더 가까워보였다. 독일로 미술 유학을 갔을 정도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던 인물이었기에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훨씬 더 높게 여겼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면 이러한 것들이 득보다는 독이 되어 라스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위에 언급한 망상 외에도 트라우마라든지 가스라이팅 등 최근에 비교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개념들에 대해서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이러한 것들과 관련된 뇌과학관련 내용들이나 특정 약물 성분에 대한 지식도 함께 얻어갈 수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되었던 것 같다.

건강염려증이란 사소한 신체적 증세 또는 감각을 심각하게 해석하여 스스로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고 확신하거나 두려워하고, 여기에 몰두해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건강염려증 Hypochondriasis

자신이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거나 걸릴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자신의 건강을 비정상적으로 염려하고 집착하는 상태

우울과 불안이 심하면 현실감이 떨어지고 불안, 초조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불안, 초조로 약해진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비과학적인 치료방법을 경계해야 합니다.

망상과 창의력은 남과 다른 독특한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망상은 있지도 않은 것을 마치 사실인 양 믿거나, 이치에 맞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반해 창의력은 주어진 문제상황을 새롭고 적절하고 가치있는 것으로 창출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망상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신념이나 웅변에 더 강합니다.

그 분야의 전문가나 직원들을 설득하고 함께할 수 있는 논리성과 유연성이 부족하다

망상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기 쉽습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머스크처럼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창의력을 곳곳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자신이 하는 생각이 망상적인지 창의적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에게 이러한 특성이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조직의 리더가 망상적인 생각에 빠져 있다면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위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망상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를 조절하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망상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성 안에서 갇혀 지내기 쉽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망상의 대표적인 예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조직적으로 괴롭힌다는 피해망상, 배우자가 부정을 한다는 부정망상, 자신이 과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과대망상 등이 있습니다. 자신이 이런 측면이 있다면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도 망상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동반된 정신건강의학적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환청이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여러 명이 서로 중얼거리거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양상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삐 소리가 나는 이명과는 다르고,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펜터민은 중추신경흥분제로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중추에 작용해서 뇌에서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고 포만감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뇌의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을 증가시키는데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작용은 피해망상, 관계사고, 환청 등 정신병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노르아드레날린을 증가시키면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각성이 되어 불면증, 긴장, 불안, 공황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팬터민계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주변에 나누어준다거나 판매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가수라는 직업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정 기복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하게 됩니다. 이런 분들이 소리에 대한 감각이 뛰어납니다.

감정 기복이 있는 사람이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면 기복이 더 심해지고 일반인들보다도 더 정신병적 증상과 공황 증상, 불면증이 더 쉽게 생길 수 있습니다. 10대, 20대 젊은 분들은 중장년층보다도 더 쉽게 생깁니다. 약물로 발생한 증상을 조절하려다 보니 수면제 등의 다른 약물까지 함께 복용하게 됩니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에서 탈모의 원인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이라는 물질로 바뀌는 것을 막게 됩니다. 이러한 호르몬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에게서 우울증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분리해서 자신만의 삶을 산다면 가족에게 위기가 닥칠 때 서로 돕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트라우마Trauma‘는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 물리적 통합에 위협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을 말합니다. 이는 스트레스와는 다르며 생존에 위협이 될 정도의 심각한 경험을 한 것을 의미합니다.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면 우리 뇌는 긴급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부터 멀리 도망가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다시 같은 경험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세 번째는 경험을 다시 하는 경우에 대해 미리 대비를 하게 됩니다.

우리 뇌는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변화가 일어나는데 특히 매우 예민한 경우에는 변화가 더 크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뇌의 변연계에 위치한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뇌섬엽과 배측전대상피질이 불안정하게 됩니다.

편도체는 공포, 불안, 두려움과 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고 기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영역입니다. 편도체의 중심핵을 전기로 자극하면 두려움을 느끼고, 반대로 편도체를 파괴하면 공포 반응이 사라져서 두려움이 없어지게 됩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의 경우에는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도 공포를 인식하는 편도체가 자극되어 두려움을 느낄수 있습니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긴급상황으로 인식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고 트라우마의 원인으로부터 도망가 다시 경험하지 않도록 대비하게 됩니다. 전두엽에 의해 뇌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편도체에 의해서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됩니다.

뇌섬엽은 우리 몸의 내부의 감각과 외부의 세계를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나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항상 멍하고 자신의 신체감각을 왜곡해서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사람들을 피하게 됩니다.

뇌섬엽 Insula

‘인슐라‘는 ‘섬‘을 뜻하는 라틴어다. 이는 측두엽과 두정엽 아래쪽의 피질이 나뉘는 외측고랑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마치 조개처럼 생겨, 바다 위의 섬처럼 다른 부분과 구별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온도, 촉감, 통증, 가려움, 근육과 내장의 감각, 호흡 곤란 등 신체 내부에 존재하는 감각기에서 생성되는 감각인 ‘내수용성 감각‘을 처리해 몸 전체 상태를 인식하게 한다. 또한 외부세계를 인식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어떤 일을 경험하기 전에 미리 예상하는 능력과도 관련된다. 내부적, 외부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뇌가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관여하며, 신체를 유지하는 단순한 감각작용부터 사회적인 감정처리까지 관여한다.

배측전대상피질은 감정이나 고통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타인에게 거절을 당하면 힘든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도 이 영역의 활성화와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배측전대상피질 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 dACC

편도체로부터 정보를 받아 필요한 반응을 지시하며, 감정이나 고통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신체적인 통증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거절을 당할 때도 이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트라우마에서 회복되면 뇌는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됩니다. 편도체가 만드는 공포의 자극이 감소하고 뇌섬엽과 배측전대상피질이 안정화됩니다. 트라우마를 감소시킬 수 있는 좋은 기억과 안전기지, 대인관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트라우마의 기억은 잊으려 해도 잘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좋은 기억들을 만들어서 트라우마의 기억이 줄어들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기억은 집 안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집 밖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고, 재미있는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안전기지는 트라우마를 경험했을 때 자신을 보호하는 쉼터의 역할을 해줍니다.

대인관계는 편안하고 안정적이라면 도움이 됩니다.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긍정적인 경험을 한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예민한 분들은 가스라이팅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가스라이팅 Gaslighting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해 심리적 지배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스등Gas light》(1938)이라는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가스라이팅은 가정, 학교, 연인 등 주로 밀접하거나 친밀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수평적이기보다 비대칭적 권력으로 누군가를 통제하고 억압하려 할 때 이뤄지게 된다. 예를 들어, ‘너는 아무것도 할 능력이 없으니 내 말을 듣지 않으면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라고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트라우마general trauma, 신체적 학대physical abuse, 성적 학대sexual abuse, 방임과 정서적 학대neglect and emotional abuse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그 사람의 예민성이나 공격성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는 우울증이나 불안증, 공황장애 등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학대의 경험은 ‘재경험‘과 ‘공포의 일반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재경험은 과거 혹은 어린 시절의 부정적 경험, 정서, 갈등상태의 감정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무의식중에 떠올리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공포의 일반화는 과거에 경험한 트라우마 때문에 현재의 일상적인 경험, 사건, 대인관계까지도 더 위험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위협 반응이 더 쉽게 일어납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자신이 현재 경험하는 것들이 과거와 연결된 기억을 불러오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부모와의 관계는 평생에 걸쳐 예민성을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그런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뇌는 현재의 좋은 기억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는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 그리고 편안하게 느끼는 일을 찾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자신의 직업이나 배우자, 이성친구, 좋아하는 책, 아니면 상담하는 의사가 이와 같은 편안함을 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을 긍정적인 태도로 넘기는 사람이 결국 더 행복했다

‘평온의 기도‘

신이시여,

저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이 둘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남편의 사망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주변 사람으로 채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을 때 트라우마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일상을 되찾게 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지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트라우마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진하게 되는 질환입니다. 흔히 우울증, 불면증, 깜짝 놀라는 반응, 멍한 느낌 등을 동반하게 됩니다.

자조모임은 같은 아픔을 지닌 유족들이 모여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의 과정을 함께하는 모임입니다. 모임의 참여자와 함께 애도 과정을 공유하며 공감, 이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참여자 간의 지지와 격려를 통해 변화를 체험하고 자기표현의 기회를 통해 절망감을 완화하고, 나아가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참여자 간 다양한 시각에서 조언해줄 수 있어, 참여를 통해 자신의 상황, 감정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음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같은 상황을 경험한 분들과 함께하는 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에서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자살 유족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위로가 되는 말‘은 ‘네 잘못이 아니야‘ ‘고인도 네가 잘 지내길 바랄거야‘ ‘많이 힘들었겠다‘ ‘무슨 말을 한들 네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힘들면 실컷 울어도 돼‘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처가 되는 말‘은 ‘이제 그만 잊어‘ ‘너는 뭐하고 있었어?‘ ‘왜 그랬대?‘ ‘이제 괜찮을 때도 됐잖아‘ ‘다시는 그 사람 이야기하지 말아라‘ 등이었습니다.

유족에게 ‘위로가 되는 말‘로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유족에 대한 작은 관심과 배려로도 2차적인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하기 위한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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