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선가에 경사가 있어 장사를 쉽니다."
시어머니는 바짓단에서 달걀을 받은 뒤 달걀 열두 개는 열두 달을 뜻하며 깨지지 않고 순조롭게 굴러 나왔다는 것은 어느 달에 아이를 낳든 암탉처럼 순조롭게 낳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샤오메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선가에서 길러진 습관으로, 6년 동안 시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든 샤오메이는 항상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과 땅에 절하고 부모님께 절한 뒤 부부끼리 맞절하고 나자 민며느리의 혼례가 마무리 되었다.
썰렁한 결혼식날 밤, 샤오메이는 땋은 머리를 말아 올림으로써 처녀 시절에 작별을 고했다. 그런 다음 아창과 함께 신방으로 들어갔다.
결혼하고 3년이 지난 어느 겨울날, 옷차림이 남루한 남자 하나가 선가의 수선집 앞에 나타났다.
8년 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다. 오로지 결혼식 날만 두 손을 소맷자락에 넣은 채 줄줄이 들어왔다가 또다시 두 손을 소맷자락에 넣은 채 줄줄이 떠난 게 전부였다.
샤오메이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그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런데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그것 역시 알 수 없었다.
샤오메이의 시어머니는 집에서 전권을 휘두르는 여인이자 독단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샤오메이가 허락도 없이 엽전을 꺼내 동생을 도와준 행위는 도둑질과 같았다.
8년 전 샤오메이가 선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몰래 꽃무늬 옷을 훔쳐 입었을 때는 아직 어리고 무지한 걸 감안해 친정으로 돌려보내려던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할 지 고민스러웠다.
이혼장이 그녀를 8년 전에 떠나온 완무당 시리촌으로 돌려 보내려 하고 있었다. 샤오메이는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끼고 눈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기 동생을 돕는 게 도둑질은 아니잖소?" 샤오메이의 시어머니는 당황했다. 20여년 동안 언제나 자기 뜻을 따랐던 남자가 처음으로 거스르고 있었다.
샤오메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살벌한 시어머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시어머니는 내내 집에서 누렸던 최고 권위가 도전을 받자 당황스러운 듯 오랫동안 반응하지 못했다.
시아버지는 붓을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도로 내려 놓은 뒤 조용히 말했다. "샤오메이는 8년 동안 신중하고 근검하며 효성스러웠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소?"
아창은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가 조금 뒤 고집스럽게 말했다. "제 사람이니 제가 결정해야지요." 샤오메이의 시어머니는 깜짝 놀라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완성된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남포등 옆에 던진 뒤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고 있는 남편과 얼굴이 파랗게 질린 아들을 바라보고 또 이미 눈물을 그치고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는 샤오메이를 보았다. 샤오메이가 조용히 애원했다. "이혼장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나갈게요."
"이건 이혼장이 아니라 징계서다. 너를 시리촌으로 두 달 동안 돌려 보내겠다는 징계서."
샤오메이는 시어머니의 벌이 자신을 완무당 시리촌에 두 달 동안 돌려보냈다가 다시 시진의 선가로 데려오는 것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까 그쳤던 눈물이 다시 흘러나왔다. 샤오메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샤오메이의 시아버지와 남편은 벌을 내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샤오메이가 자기 가족을 도와준 건 잘못이 아닌 데다 액수도 많지 않아서였다.
샤오메이의 시어머니는 자신의 남편과 아들을 서글픈 눈으로 쳐다보았다. 원래는 소리만 요란할 뿐 별로 심하지 않은 벌을 내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남편과 아들이 이런 벌조차 반대하자 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친 음성으로 아창과 샤오메이에게 말했다. "내일 새벽에 서문을 통해 큰길로 나가자. 시진 풍습대로 마무리 짓자꾸나."
샤오메이는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시진에서 8년을 사는 동안 시진의 풍습에 매우 익숙해져 시어머니가 말한 풍습이 뭔지 알고 있었다. 그건 세 사람이 큰 길로 나간 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각각 남북으로 갈라지고 아들이 누구를 따라갈지 선택하도록 하는 거였다.
그녀는 더 울지 않고 옷자락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눈물도 희망이 있을 때 흘리는 것이라, 절망적이 되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샤오메이는 자기 예상대로 아창이 시어머니를 따라 남쪽으로 갔음을 알았다. 고개를 들자 앞쪽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해 저 앞으로 보이는 먼 길이 어두운 밤길 같았다.
샤오메이는 8년이나 떠나 있던 시리촌으로 돌아가는 게 자신의 운명임을 알았다.
그들은 그녀가 시진 선가로 시집간 걸 무척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는데 이제 쫓겨나 완무당 시리촌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어떻게 반응할까? 그녀는 이어서 더 생각할 엄두가 안 났다.
차분해진 샤오메이는 자신의 미래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시댁에서 쫓겨나 마을로 돌아가면 부모와 형제는 남들 보기 창피하다 생각하고 이웃들은 그녀가 찾아 오는 걸 꺼릴 터였다. 이후에도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집안일과 밭일을 하겠지만 고개를 들 수 없을 테고, 부모와 형제는 물론 고향 사람들이 곁에 있어도 혼자처럼 쓸쓸할 게 뻔했다.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아버지의 탄식을 듣고 달빛 아래서 촉촉해진 눈가를 닦는 어머니를 보게 될 거였다.
"매형 나리가 누나를 데리러 오셨어요." 마을 사람들은 소박맞은 샤오메이가 다시 시진 선가의 사람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선가에서 후회해 엎질러진 물을 도로 담고 이미 내뱉은 말을 되돌리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인 어르신, 장모님, 샤오메이를 데려가려고 왔습니다."
그때 아창이 사공에게 말했다. "선뎬으로 가주세요." 사공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시진으로 안 돌아가고요?" 아창이 대꾸했다. "시진으로 안 돌아가니 선뎬으로 가주세요." 샤오메이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듯 의아한 눈으로 아창을 쳐다보았다.
사공이 말했다. "선뎬이 시진보다 가까워도 난 시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날이 지면 배를 몰기 힘들어요." "뱃삯을 두 배로 드릴게요." 샤오메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창이 득의양양하게 보따리를 풀고 제일 위에 있는 꽃무늬 옷을 보여주었다. 샤오메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아창이 자신을 시진 선가가 아니라 미지의 땅으로 데려가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창은 무척 의기양양했다. 그건 샤오메이가 처음 보는 모습으로, 아창은 넓은 수면을 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심지어 사공과 말하는 목소리까지 반짝거렸다. 그들은 시진 거리와 선뎬 가게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떠들어댔다. 그 들뜬 목소리에서 샤오메이는 늘 심드렁하던 예전의 아창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열 살에 처음 시리촌을 떠나 아버지의 옷자락을 잡고 시진 거리를 걸으면서 두리번거릴 때 샤오메이의 눈에서 반짝이던 금싸라기 같은 빛, 8년 전의 그 빛이 지금 아창을 따라 멀리 타향으로 떠나는 순간 그녀의 눈으로 되돌아왔다.
그들은 선뎬에서 아무런 구속도 없는 오후와 밤을 보냈다. 새장 속 새가 하늘로 날아오른 뒤 기쁨의 날갯짓을 쉬지 않는 것처럼,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도 선뎬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죽은 듯 고요하던 그들의 삶이 시리촌을 떠나 선뎬으로 가는 대나무 지붕 배에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상하이에서는 인력거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우린 시진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건 샤오메이가 마지막으로 들은 아창의 달콤한 말이었다. 어스름이 내릴 때 그 의기양양한 아창은 사라지고 심드렁한 아창이 돌아왔다.
샤오메이는 순간 아득해졌다. 아창의 표정이 갑작스럽게 바뀐 것을 보고 샤오메이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침대에 앉았다.
샤오메이의 눈에서 금싸라기 같은 빛이 점점 옅어졌다. 완무당 시리촌을 떠난 뒤 매일 반짝이던 그 빛이 이제 석양이 지고 밀려오는 어둠을 따라 샤오메이의 눈에서 꺼지고 있었다.
샤오메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그려졌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끼니를 걱정하고 노숙을 해야겠지만 아창과 떨어지지 않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거였다.
그날 밤 아창이 잠든 뒤 샤오메이는 생각에 빠졌다. 상하이에서 지내는 동안 견문이 많이 늘었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따져 볼 수 있게 되었다.
대문 앞에 선 뒤 아창은 부잣집이라 말하고 샤오메이는 교양 있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그때 대문이 열리더니 덩치가 큰 린샹푸가 나왔다.
린샹푸는 아창과 이야기를 할 때 아름다운 용모의 샤오메이를 몇 차례 쳐다보았다.
그날 밤 샤오메이는 아창과 린샹푸를 조용히 바라보며 그들 대화를 듣고 있었지만, 사실 속에서는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느닷없이 시리촌에 찾아와 그녀를 데리고 나온 뒤 아창은 깜짝 놀랄 만한 행동을 몇차례 보였는데 그날 밤도 그랬다.
두 줄 여섯칸 짜리 벽돌집에 린샹푸 혼자만 살고 있다는 걸 안 뒤 아창은 샤오메이가 자기 여동생이며 부모님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했다. 린샹푸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는 시진이라고 말하는 대신 샤오메이도 모르는 원청이라고 답했다.
린샹푸의 시선이 수시로 남포등 불빛을 지나 샤오메이의 얼굴에 닿았다. 샤오메이가 미소로 반응하면 그는 당황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는 샤오메이와 말을 좀 나눈 뒤에야 표정이 자연스러워졌다.
아창은 경성으로 계속 가는 것을 불안해했다. 공친왕 저택에서 일했다는 이모부가 실제로 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어머니는 그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만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시집갔다는 먼 친척 언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거기까지 말한 뒤 아창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샤오메이의 반응을 기다렸다.
아창은 이미 경성행을 포기했지만, 샤오메이는 여전히 가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샤오메이는 여전히 낙관적인 태도로 어떻게든 살길은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겠느냐며 동냥질을 해서라도 경성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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