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주인공 린샹푸는 자신의 어린 딸과 함께 각처를 떠돌며 이런저런 고생들을 한다. 그러던 와중에 천융량과 리메이롄이라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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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린샹푸와 구이민의 자녀들 간에 혼례를 올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갑자기 ‘토비‘라고 하는 납치범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린샹푸의 딸인 린바이자를 납치해서 끌고가는데,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천융량의 아내인 리메이롄이 서둘러 자신의 아들인 천야오우에게 네가 대신 가볼 것을 얘기한다. 천야오우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미친듯이 토비 일행을 쫓아가서 그들과 만나게 되는데, 린바이자 대신 자신의 몸값이 더 높을 것이니 자신을 인질로 삼고 린바이자를 풀어달라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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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등장인물들이 사는 ‘시진‘이라는 곳에 악랄한 패잔병들이 들이닥친다는 소문이 돌자, 그 지역의 주민들은 피난을 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데 천융량의 아내인 리메이롄은 토비들에게 납치된 아들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면서 피난가기를 거부한다. 이에 일행은 난감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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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토비와 인질들간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토비들의 잔학무도함이 마치 우리나라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고문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한편으로는 좀 잔인하기도 하고 끔찍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었다. 근데 결국에는 이들도 인질값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 목적은 돈이었던 것 같다. 돈이란게 참 무섭긴 무섭다. 소설 속에서도 어떤 인질이 자신은 돈이 없는 가난뱅이라고 끝까지 말하자 성질 안좋은 토비 하나가 가차없이 그 인질을 총살하는 장면은 참 뭔가 싶었다. 자신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해서 굳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인위적으로 죽이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지금과 시대적인 배경은 다르지만 돈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가혹함을 어느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에게 행한다는 측면에서는 약간의 교집합적인 부분도 있는 듯 하고..

아무튼 돈이라는게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인 것은 이 중국소설 속 배경이나 지금이나 어느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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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토비들의 잔학무도함이 행해지던 와중에 토비 중 한 명인 ‘스님‘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이 인질로 잡아온 천융량의 아들인 천야오우를 별도로 관리하게 되는데 이 ‘스님‘은 천야오우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 인질인 천야오우를 보살펴준다. 극악무도함을 보이던 토비가 갑자기 인정있는 행동을 하는게 독자인 나의 입장에선 약간 생뚱맞게 느껴졌는데 왜 인질인 천야오우에게 그들은 잘 대해줬을까...

뒤이어 좀 더 읽어봤는데 딱히 명확한 이유가 나오진 않았다. 한참 뒤에 가서 어떤 이유가 나올지 아니면 그냥 흘러가는 이야기로 끝날지 지금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천융량과 리메이롄이 만류한 것은 운명의 암시와도 같았다.

그날 밤 천융량과 리메이롄은 하나뿐인 침대를 린샹푸와 딸에게 내주었다. 천융량은 자기 고향의 풍습이라며 손님이 오면 침대를 내주고 자신들은 바닥에서 잔다고 했다.

리메이롄은 어느 아이나 아프고 화를 겪기 마련이고, 한 번 아플 때마다 고비를 한 차례 넘기는 것이고 화를 한 번 겪을 때마다 산을 하나 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위로했다.

린샹푸는 집주인이 돌아오지 않은 빈집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어느 빈집에 샤오메이의 흔적이 남아있을 것만 같아 들어가보고 싶었다.

천융량이 보니 린샹푸는 더 이상 자물쇠가 걸렸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빈집의 위치를 기억하려는 듯 전후좌우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집주인이 돌아오면 창호를 고쳐주려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딸을 잃어버리면 은표를 또 어디다 쓰겠습니까?"

해가 뜰 때 공터로 나가 해가 질 때까지 일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도와주러 오다니, 제대로 살았나 보네요."

"본인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엄마를 찾아야지요."

그 긴 잠은 오랜 시간 축적된 린샹푸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주었다.

"지금은 모르겠네. 하지만 언젠가는 돌아가야지."

"도련님. 빨리 돌아오셔야 합니다."

소리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10년이 흘렀다.

훗날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시진의 관례에 따르면 여자 측에서는 최소 두 사람 이상이, 사람이 많고 적은 건 상관없지만 반드시 짝수로 약혼식에 참석해야 했다.

"가만 앉아서 움직일 수 없다니, 구씨 사람이 되는 건 하나도 안 좋네."

"나무는 가지와 잎을 보고 사람은 용모를 보라고 했지."

"넌 토비지 스님이 아니야. 보살같은 마음은 필요없다고."

토비가 인질들에게 어서 걸으라고 소리칠 때 린바이자가 천야오우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오빠, 장총을 맨 사람은 좀 착해 보이니까 저 사람 가까이에서 걸어."

"‘밭갈이‘ 대회가 이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부적절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불안한 민심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난세에 처했으니 시진 주민들은 한층 더 단결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빨리 갔다가 빨리 오시게."

"당신들은 북쪽 말씨를 쓰니 틀림없이 북양군이고, 저쪽은 남쪽 말씨를 쓰니 틀림없이 국민혁명군이겠지요."

"니는 못 가요. 아들이 돌아왔을 때 우리가 없으면 어떡해요?"

"지금은 아이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린샹푸가 문 앞에서 말했다.
"내가 천야오우를 기다릴 테니 두 사람은 린바이자와 천야오원을 데리고 가게."

천융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갈 수 없어요."

"린바이자를 두 사람에게 맡기면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네."

"천야오원을 형님한테 맡기면 우리도 안심이지요."

"제 생각에는 모두 남아서 북양군을 친절히 대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패해서 달아나고 있지만 어쨌든 북양군은 군인이지 토비가 아니니까요."

"솔직히 우리 부대는 이곳을 강탈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장님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서 어떻게 강탈할 수 있었겠습니까."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하나뿐입니다. 몸값을 잘못 가져갔어도 틀렸다고 말하지 말고 어느 집 인질이든 데려오라는 겁니다. 인질이 무사히 돌아오면 몸값을 잘못 보냈다고 해도 결국은 잘못 보낸게 아니니까요."

그들도 손을 흔들어준 뒤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어떤 놈이든 또 지껄이면 죽을 줄 알아."

인질들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옆방 토비들이 배불리 먹고 마신 뒤 담배를 피우고 골패를 달그락거리며 주사위 던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인질 중에 부자도 있고 가난뱅이도 있는 거지. 가난뱅이를 납치한 건 재수없지만, 그렇다고 목숨까지 빼앗을 필요도 없잖아."

"거의 끝났어. 오늘 몸값이 오면 내일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야."

그들은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신선한 공기를 먹는 것처럼 게걸스럽게 입을 벌렸다.

"우리를 공격하는 게 아니야. 북양군과 국민혁명군이 싸우는 거지."

"발바닥에 기름칠 한 놈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노부인은 밥을 지을 때는 불길을 약하게 하고 음식을 볶을 때는 강하게 해야 한다고 불 조절법을 가르쳐주었다.

"생매장하는 게 아니라 집으로 돌려보내는 거야."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어줬으니 가다가 먹어."

린바이자가 옆에 앉아 그의 팔을 붙들고 울면서 물었다.
"오빤 왜 안 울어?"
천야오우가 대답했다.
"눈물이 안 나."

시진으로 돌아온 인질들은 한동안 자기도 모르게 몸이 기우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천야오우는 집으로 돌아온 뒤 말수가 줄고 늘 구석에, 소리없이 아주 오랫동안 앉아만 있었다.

토비를 막기 위해 구이민은 시진 민병단을 조직했다.

북양군이 패한 뒤 총기가 민간으로 대거 흘러들어오자 구이민은 상인회의 이름으로 유출된 총기와 탄약을 구매했다. 그런데 각지의 토비들도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사방에서 총기를 빼앗거나 구매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총기 거간꾼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총기 매매가 성행하면서 큰길은 물론 골목까지 총기가 주요 화제로 떠올라 시진이 마치 무기고라도 된 듯했다. 다들 누가 어떻게 총을 구해서 얼마를 벌었는지 떠들어댔다.

거간꾼이 점점 많아질 수록 총기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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