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지요. 그럴 때 우리는 상상 속에서 찾고 추측하고 조각을 맞춥니다.
난세의 전기적 이야기를 다룬 《원청》은 중국 청나라 말기에서 민국 초기까지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들은 봇짐을 멘 채 대문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말이 어찌나 빠른지 글자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양쯔강을 건넌 뒤에도 600여리를 더 가야하는 그곳은 강남 물의 고장이라고 했다.
샤오메이는 갑자기 쓰러졌던 것처럼 갑자기 건강을 되찾았다.
식탁 앞에 앉으면 두 사람은 주로 그 아창이라는 오빠를 화제로 삼았다.
밭에서 돌아온 린샹푸는 마당에 들어섰을 때 베틀 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방에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곧 샤오메이일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린샹푸는 어머니의 베틀 덕분에 샤오메이가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때 이후 그는 대문턱에 앉은 샤오메이를 보는 대신 끊임없이 울리는 베틀 소리를 듣게 되었다.
린샹푸가 더 이상 아창을 거론하지 않으면서 그 이름도 차츰 멀어져 갔다.
"가축은 농가 가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니까요."
관은 무겁고 커서 혼자 만들기 무척 힘들고, 혼자였다면 하루는 고사하고 사나흘을 일해도 완성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우박에 뚫린 지붕 구멍으로 달빛이 흘러들어와 물기둥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우박이 지나간 뒤 사람들은 쓰러진 초가를 세우고 문과 창문을 고쳤다.
그런 겨울인데도 린샹푸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차가운 낮이 지난 뒤 뜨거운 밤을 맞을 수 있어서였다. 잠자리를 같이할 때 샤오메이 몸에서 줄기차게 발산되는 열기에 린샹푸는 봄날의 꽃밭에서 잠드는 듯 했다.
린샹푸는 한숨을 내쉬며 사람이 죽을 때는 자손이 옆을 지켜야 하는 법이라고, 누구든 빠지면 달도 그만큼 조각나 망자는 눈을 감지 못한다고 했다.
그의 기억 속에서 샤오메이가 멀어지자 그녀에 대한 분노도 점점 옅어졌다.
"천만금의 재산을 가진 것보다 얄팍하더라도 기술을 가진 게 낫지." 재산을 잃은 뒤 린샹푸는 그 말을 자주 떠올렸다. 생각할수록 일리가 있는듯 했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탕진할 수 있다.
인생에서 화복을 예측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래도 기술이 있으면 재앙을 복으로 돌릴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든 기술은 탕진될 리 없었다. 린샹푸는 자신의 목공기술을 좀 더 발전시켜야 할 것 같아 계속 가르침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곳곳에서 스승을 모셨는데 하나같이 기술이 뛰어난 장인이었다.
원형 의자 목수는 신선한 버드나무의 촉촉하고 잘 휘는 특성을 이용해 팔걸이를 제작한다네.
"언뜻 간단해 보이는 톱장이와 멜대 목수도 전문성이 있어. 톱장이는 커다란 톱으로 나무판을 자르잖나. 그때 좋은 톱장이는 목재를 뭉그러뜨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톱질도 아주 가지런하게 하지. 멜대 목수도 마찬가지야. 장례 때 사용하는 멜대가 보기에는 나무 막대 몇 개에 불과하지만,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인부의 어깨가 견디지 못하니 이 분야도 전문가에게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네."
매파는 생월생시와 띠를 알아야만 상생인지, 상극인지 알 수 있고 길흉화복을 점칠 수 있다고 했다.
"말띠는 소띠와 어울릴 수 없고 양띠는 절대로 쥐띠와 사귀면 안 돼요. 백마는 푸른 소를 두려워하고 양과 쥐는 만나면 싸운다는 말이 있지요. 뱀과 호랑이의 결혼은 칼부림과 같고, 토끼가 용을 만나면 눈물을 흘리며, 닭과 개는 재난을 피하기 어렵고, 돼지와 원숭이는 끝까지 함께할 수 없답니다. 개 두마리는 한 구유를 쓸 수 없고, 용 두마리는 한 연못에 있을 수 없으며, 양은 호랑이 입에 떨어지고요... 도련님은 양띠니까 두 사람은 양과 쥐였거나 양과 호랑이였을 거예요."
"속담에 찢어진 부채도 부치면 바람이 일고 망가진 가마라도 타면 당당해진다고 했어요. 당당함은 일단 제쳐놓고 가마에 태워오지 않았으면 여자 발은 도련님 게 아니라 여자 것이지요. 언제든 갈 수 있다고요. 샤오메이는 틀림없이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는 그 모든 게 인연이고 운명이라고 결론지었다.
샤오메이가 떠났어도 계속 살아가야 하고, 매파와 맞선 자리에 나가 백년해로할 아가씨를 찾아 가문의 대를 이어야 했다.
이번에는 법도 있는 집안의 참한 아가씨를 찾을 작정이었다. 더는 내력이 불분명한 여자를 만날수 없었다.
그는 너무 놀라서 손에 들고 있던 낫을 떨어뜨렸다.
남포등 붋빛에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반은 밝고 반은 어두웠다.
"왜 돌아왔어요? 대대로 모아온 우리 집안의 금괴를 훔쳐 갔으면서 어떻게 감히 빈 손으로 돌아와요?"
"어서 나가요. 내가 발작하기 전에 빨리 가요." 샤오메이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 혈육을 가졌어요."
그는 당나귀를 토닥이며 슬픈 듯이 말했다. "항상 내 곁에 있는 건 너뿐이구나."
"당신은 나를 속이고 우리 집안의 금괴를 훔쳐갔어요. 원래는 당신을 받아주면 안되지만 이미 내 아이, 린씨 집안의 후손을 가졌으니....."
그러다 린샹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신은 우리 부모님 앞에서 맹세하지 않았어요.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않더군요."
"우리 집안 금괴를 절반이나 훔쳐 달아나서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지만, 내 아이를 벌판에서 낳지 않고 데려왔군요."
"금괴를 전부 훔쳐갈 정도로 독하지는 않았지요. 훔쳐 간 것보다 남겨둔 게 더 많으니."
"임산부 안색이 누렇고 초췌하면 아들이고, 선명하고 붉으면 딸이래요. 또 임산부가 걸을 때 왼발을 먼저 들면 아들, 오른발을 먼저 들면 딸이라고 하고요."
그는 예전에 있었던 일이 다시 벌어졌음을 알았다.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모두 잘 섞으라는 옛말이 있잖아요."
"시일이 길수록 사람 마음을 잘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지요. 하늘도 똑같습니다."
"목공에는 분야만 있을 뿐 귀천은 없습니다. 솜씨 좋은 톱장이는 매끈하게 톱질해 목재를 뭉그러뜨리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멜대목수는 인부의 어깨를 힘들지 않게 하지요."
오랫동안 쓸쓸하게 지냈기 때문에 온기를 더욱 절절히 느꼈다.
그는 엄동설한에 죽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 일부를 그에게 나눠준 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