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지난 여름이었다. - P8
난 무엇이든 해야 한다. 이 불안감이 그치질 않는다. 아마 내가 글을 쓴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 P8
나는 서른 살을 넘겼고, 내 삶에 이룬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이곳에서 어머니와 같이 산다.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지난여름이었다. - P9
나는 무엇이든 해야 했고, 그 불안은 너무나 거대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아주 갑작스레 떠올랐다. 그것은 그 불안감이 엄습해 온 이후였다. 나는 무언가를 해야만 했고, 그 불안을 떨쳐 내야만 했다. 사실 이전까지는 이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전까지는 내가 글을 쓰게 될 가능성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 불안감은 특히 해질 무렵이면 계속해서 엄습해 온다. 하루 중 가장 좋은 때였지만, 이제 해질 무렵은 아주 불안하다. 아주 끔찍하게 불안하다. - P10
어쩔 수 없이 무언가 할 일을 찾아야 했고,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글쓰기가 불안을 떨쳐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 떨쳐낼 수 없는 불안은 내가 글을 쓰면 줄어들지 모른다. 어쩌면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어쨌든, 글쓰기가 한두 시간이라도 불안감을 떨치게 해주지 않을까 모르겠다. 이 불안감을 견딜 수 없는 까닭에 나는 이 소설을 쓰고 있다. - P10
나는 내 삶에 이룬 것이 별로 없다. 어쩌면 그것이 어머니를 걱정스럽게 만드는지도,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녀를 걱정하게 만들지는 않는 것 같다. 일례로 그녀는 나에게 이제 너도 직장을 알아봐야지, 기타를 퉁기며 다락방에 앉아있을 순 없잖니, 라고 말하지만, 그런 말을 할 때에 그녀가 엷은 미소를 지으니, 난 그녀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 P11
나는 크누텐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게 내가 두려워해 왔던 거지, 하고 크누텐은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어날 일이었다는 걸, 옛 친구를 마주치는 건 당연히 일어날 일이었다는 걸 난 알고 있었어, 그리고 난 예전과 다름없는 것처럼 보여, 하고 크누텐은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 무슨 말을 꺼낼까를 생각하는데, 우리가 많은 걸 함께했던 건 아주 오래전 일이야. 무슨 말을 꺼낼까 우린 더 이상 공통점이 없을 텐데, 그렇지만 뭐든 말을 꺼내야 해, 이야기를 나누는 거 그게 바로 내가 두려워해 왔던 일이야, 하고 크누텐은 생각한다. - P11
무슨 말을 꺼낼까, 뭐든 말을 꺼내야 하는데, 이 순간을 두려워해 왔지, 일어날 일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 P14
나는 내가 생각한 것처럼은 일이 어렵진 않을거라고 느낀다. 잘 풀릴 거야, 아이들이 잘 풀리게 만들어 줄테지, - P15
그녀는 크누텐이 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으며, 내 이름이 보드가 아니냐고 말한다. - P15
그 보트하우스가 저쪽에 있어, 내가 말한다. 그래, 저기서 우린 많은 시간을 보냈지, 크루텐이 말한다. - P16
그나저나 레이테에 살던 스베이넨이 죽었다며, 크누텐이 말한다. 몇 년 되었지, 내가 말한다. 스베이넨도 참 별난 사람이었어, 크루텐이 말한다. - P16
그리고 크누텐은 물론, 늘 그런 식이지, 아내는 그 친구를 그런 식으로 바라봐야 했겠지. 그 친구를 다시 보는 눈빛이 이상했단 말이야, 하고 생각한다, - P18
그 친구를 다시 만나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걸 두려워해 왔지, 하고 크누텐은 생각한다, 하지만 우린 긴 여름휴가에 어딘가 가야 했으니, 쓸 돈은 얼마 없는데,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있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니까, 부득이하게 옛 친구들을 다시 마주쳐야만 했지, 그걸 두려워해 왔어, 아내는, 왜 그 친구를 그렇게, 그런 식으로 쳐다보아야 했을까, 하고 크누텐은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몸을 돌려 크누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 P19
그리고 나는 그가 날 만나서 반가워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고, 반가웠으리라고, 나는 짐작한다, - P19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것은 우리 둘 다 원한 바였다. - P20
끌낚시 : 배로 낚싯줄을 수평으로 끌면서 수면 가까이의 고기를 낚는 일 - P21
나는 끌낚시를 하며 크누텐과 내가 어릴적에 함께 놀곤 했던, 페인트칠이 되지 않은 낡은 보트하우스를 지나친다. 그러자 크누텐이 살던 언덕 위의 하얀 집이 눈에 들어온다. - P21
그 작은 섬 외곽에서 낚시한다면 내륙에선 누구도 목격할 수 없어서, 그것이 내가 그 작은 섬에서 낚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인 듯싶다, 난 사람들이 날 보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코 그랬던 적이 없다, - P22
지깅`을 하는데 입질이 없다. 아마 오늘 저녁엔 물고기를 낚지 못하지 싶다. 그렇지만 멋진 저녁이다. 나는 불안한 기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무언가가 날 덮쳐 오는데, 이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불안한 기미가 느껴진다. 멋진 저녁이다. 부드럽고, 따스하다. 불안감이 느껴진다. 불안이 날 엄습해 오고 있다.
`지깅(jigging) : 낚싯줄이나 미끼를 문 바늘을 낚아채고 가라앉히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 - P23
저기 멀리 두 대의 배가 있고, 둘은 서로 몇 미터 떨어져 있다. 그 보트들은 가만히 떠 있다. 나는 지깅을 한다. 배들 중 하나가 내 쪽으로 향한다.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배들 중 하나가 내게로 다가오고 있다. 나는 계속해서 지깅을 하고, 다른 쪽을 쳐다본다. 불안감이 강력해지고 있다. 나는 돌아보고 싶지 않다. 선외 모터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들린다. 나는 돌아보아야 한다. - P23
내가 몸을 돌리자, 그녀가 내게 손을 흔드는 것이 보인다, 크누텐의 아내가 내게 손을 흔드는 것이 보인다, 크누텐의 아내가 플라스틱 배의 선미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 P23
무언가 말을 꺼내야 한다,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뭔가 평범한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 P24
나는 그녀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을 순 없다, - P26
이건 역겨워 보여요, 그녀가 말한다 저는 익숙합니다, 내가 말한다 - P31
당신은 말이 별로 없군요. 그녀가 말한다. 그래요. 여기 출신 사람들은 다 그런가보네요. 그녀가 말한다. 뭐, 일종의 규칙인 모양이죠. 난 여름 내내 여기 머물 것 같아요, 그녀가 말한다. 당신은 여기 이제 막 온 겁니까?
그녀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당신들‘이 아닌 ‘당신‘이라고 말하고 그녀는 ‘우리‘가 아닌 ‘난‘이라고 말한 것을 알아차린다, 나는 그녀에게 크누텐이 저기 해안가에 서 있은 지 오래되었다고, 어쩌면 그가 우리에게 합류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고, 잘은 모르겠지만, 말해야 할 것만 같다. - P36
대구는 떼를 지어 다니지 않으니까, 내가 말한다. 자녀와 대구 둘 다 그렇지, 크루텐이 말한다. 당신 짓궂어, 크누텐의 아내가 말하고는 웃음을 터뜨린다. - P40
그녀의 눈이, 그녀의 눈이 이제는 어디에나 있다, 하늘 위에, 피오르 너머에, 이 불안감,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은 것을 결코 느껴본 적이 없다. 그녀의 눈. - P41
크누텐과 나는 늘 함께였다. 매일 그랬다. 크누텐은 떠났고, 내가 그를 쫓아가며 불렀지만 그는 떠나 버렸다. 나는 크누텐의 아내와 마주쳤다. 그것은 내가 크누텐과 다시 마주한 바로 그날이었다. - P42
청재킷에 노란 우비를 입은, 크누텐의 아내. 어머니가 아래층을 서성거리고 있다. 그녀는 텔레비전을 보고, 장을 본다. 어머니. 그녀는 장을 본다. 전에 장을 보던 것은 나였는데, 이제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 P43
대체 무슨 일이니, 라고 어머니는 말한다. 그렇게 틀어박혀 앉아 있을 수만은 없잖니, 라고 그녀가 말한다. - P43
기타. 내 기타가 보인다. 내가 장만한 첫번째 기타가 떠오른다. - P43
그렇지만 우선은 우리가 ‘우리 보트하우스‘라고 이르던 곳에서 연습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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