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방송출연으로 인연이 되어 지속적인 비지니스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한의사. 이전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조금씩 느끼고는 있었으나 그에 대한 직접적인 얘기는 없이 쭉 지내고 있었다. 주인공이 사업차 미국으로 1개월에서 3개월 가량 떠나야 한다는 말에 여자 한의사가 순간 속에 있던 감정을 미처 감추지 못하는데, 이에 남자 주인공도 순간적인 판단으로 과감한 선택을 한다.
건강상담, 비지니스 얘기가 쭉 이어지다가 갑작스럽게 로맨스가 전개된다. 물론 주인공의 독백으로 예전부터 조짐이 조금씩은 있긴 했지만...

결코 밀가루가 백미보다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고, 백미는 현미 및 여러 잡곡보다 좋을 수 없다.
"이익은 조금 줄어도 됩니다. 저희 쪽으로 남는 영업 이익은 25%만 맞추면 돼요. 경우에 따라서, 특정 메뉴나 제품에 따라 더 낮아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남는 돈은 전부 식품과 제품에 쏟을겁니다. 물론, 거기서도 남는 돈이 있긴 하겠죠. 그 부분은 직원들 복지 같은 거에 부을 거고요."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마진을 그렇게 낮춘다고?" "네. 지금 먹고사는 데 지장없잖아요. 한 달 만에 벌 거 한 1개월 반.... 길면 2개월에 걸쳐서 벌면 되죠. 결국 그게 기회를 만들고 더 많이 벌게 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돈 이전에 저희 음식을 먹고 사람들이 건강한 게 중요하고요."
"그래, 그러자고 시작한 거니까. 언제 지금 같은 삶을 꿈이나 꿨냐. 그냥 빚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렇게만 되면 뭐든 하겠다고, 더 착하게 살겠다고 생각했었지. 그리고 넌 모르겠지만, 네 할아버지가 그런 분이셨어."
"그치, 그렇지. 그 정신을 이어가야지. 그렇게 살아야지." 권호순은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셋이서 의기투합을 하는 게 좋았다. 통장에 늘어나는 잔고보다 더 힘이 됐다.
이미 충분한 돈을 벌고 있어서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긴 했지만.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더니, 나만 봐도 정말 그랬다.
"네, 솔직히 칼국수 면을 매번 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거든요? 거기다 밀가루면도 아니라서 식감의 차이도 있을거예요. 잡곡이 들어가니 거칠고 쫄깃한 맛도 떨어지겠죠. 차라리 중면 정도로 뽑아서 후루룩 넘기는 게 낫다고 봐요."
예전에는 쉴 때가 가장 좋았는데, 언젠가부터 일을 할때가 가장 좋았다. 나도 사람인지라 쉬고 싶고, 뒹굴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활기가 넘치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일을 할 때였다.
어차피 해야 될 일이라면 가능한 즐겁게 하는 것이 좋겠지.
내가 15,000원의 무거움을 아니까. 돈 1만 원이 아쉬워서, 그걸 아끼느라고 고생해 본 적이 있다.
길을 가다가 풍기는 음식 냄새에 걸음을 잠시 멈췄다가 돈 때문에 다시 걸음을 옮기는 설움. 비싼 음식이면 그렇게 서럽지 않았겠지. 돈 몇 푼에 아끼고 또 아끼던 게 어쩔 때는 구질구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허투루 쓰지는 않는다.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팁을 주고 느낀 것은 생각보다 아깝지 않다는 점이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비해 큰 액수가 아니었고,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하는 표정이 생생하기 때문이겠지. 나중에 대리기사가 다른 데서는 ‘강건희 보기보다 짜더라‘, ‘겨우 15,000원이 뭐냐‘ 등의 말을 할지도 모르는 거긴 하지만. 아마 그런 사람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꼬아서 생각하려면 끝이 없으니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이것도 새로운 버릇이다. 언제나 부정적인 생각부터 떠올렸던 나였다. 이제는 무슨 상황이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가 있다. 분명히 내 일인데도 신기하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병원이라고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현대의학의 힘으로도 안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내게 나도혜는 완벽한 사람처럼 보였다. 말 그대로 무결점. 금수저에 빼어난 외모 그리고 자신의 일에 있어서도 성공. 겉으로만 봤을 때 누구나 부러워할 그런 여자였다. 그런데도 속에서는 나름대로 압박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누구나 고민은 있다더니. 하긴, 재벌 중에서도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나도 이건 안다. 돈을 벌어보니 확실히 알수 있다. 돈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전부는 아니다. 엄청 중요하다는 건 맞지만.
대회에 나가는 게 아닌데도 몸매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결실이었다.
"또......." 그 한 글자에서 오만 감정이 다 전해졌다. 나도혜는 그 자리에서 한숨을 내쉬고는 가게 문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뭔가 크게 울리면서 머리가 핑 돌았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뒤로 다가서서 팔을 잡아당겼다. "놓으-" 나도혜가 미간을 찡그리며 목소리를 내는 순간이었다. 나는 입술로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나도혜는 잠시 당황한 듯 굳었다가 내 가슴팍에 손을 가져다 댔다. 밀어내려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곧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그리고 이동해서는 내 뒷목을 감쌌다. 길지 않은 키스였다. 천천히 입을 떼고 나도혜와 눈을 마주쳤다. 이번에는 그녀가 나의 뒷목을 확 당겨서 키스했다. 우리는 사춘기 커플처럼 그자리에서 키스만 한참 동안 이어나갔다.
"그게 싫었어요. 원장님이라고 하는게 꼭..... 그냥 계속 그런 호칭이 선을 긋는 거 같아서."
이제야 마음에 확신이 들었다. 손을 꼭 잡고 있는 게 이렇게나 좋을 줄이야. 왜 진작 이러지 않았는지. 좋게 생각했다.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밥도 뜸을 충분히 들여야 더 맛있다. 우리 관계는 기초공사를 튼튼히 했고, 이제 쌓아 올려갈때라고 생각했다.
연애 세포가 다 죽었다느니 그런 소리는 거짓말인 듯하다. 연애 세포라는 건 내 안에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상대방과 나 사이에서 생기는 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가지고 있던 연애 세포가 다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연애 세포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 사업인 미라클 헬스케어만 대박이 나는 게 아니었다. 청춘사업도 대박이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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