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신과 주변 인물들과 맺는 관계는 그가 애정을 갖는 대상의 범위 안으로 (이를 넘어 ‘생명‘과의 보편적인 관계에까지) 제한된다는 것이다. - P278

《닥터 지바고》에서 되풀이되는 주제는 프롤레타리아의 반이데올로기적인 본질과 특유의 양면적인 성격이다. 프롤레타리아는 극도로 다양한 종류의 전통적인 도덕과 사고를, 그 안에서는 결코 이해될 수 없는 역사의 힘과 융합해 낸다는 점에서 양면적이다. - P278

나는 감정들, 질문들, 반대되는 의견을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이 작품을 읽어 내고자 노력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이러한 방식(책과 싸움을 벌이듯 읽는 방식)을 통해 이 책의 근본적인 주장, 즉 초월적인 인간성으로서의 역사라는 명제를 공유하지 않아도, 같은 문제를 고민하며 하나의 작품이 인간의 삶을 직접적으로 표상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것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말이다. - P287

예술적으로 구체화된 하나의 개념은 의미가 없이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풍부한 의미를 지니고 존재하는 것이 곧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예술적으로 구체화된 개념이란 결정적인 어떤 지점, 하나의 문제, 놀라움의 근원을 가리키는 것을 뜻한다. - P287

역사(자본주의 세계에서든 사회주의 세계에서든)는 아직 충분히 역사라 할 수 없다. 현재의 역사는 인간의 이성이 의식적으로 구축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생물적인 현상들과 야성적인 자연의 연속일 뿐이지, 결코 자유의 왕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 P288

세계의 실재는 우리의 눈에 다양하고 가시투성이이며, 빽빽하게 겹쳐진 여러 개의 층처럼 보인다. 마치 아티초크(엉겅퀴와 비슷한 국화과 식물)처럼 말이다. 문학작품을 대함에 있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한한 아티초크의 겹을 벗겨 내듯 그것을 읽으면서, 보다 더 새로운 차원들을 발견하고, 그러한 세계를 계속해서 벗겨 낼 수 있는가 하는 가능성이다. - P290

"모든 결과에 대해 오직 하나의 이유만을 찾고자 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것도 설명할 수 없다. 모든 결과는 다수의 원인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각의 원인들은 차례로 끝없이 수많은 다른 원인을 뒤에 숨기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건(예를 들어 하나의 살인 사건조차)에는 서로 다른 원천에서 나온 각각의 급류들이 모여 하나의 소용돌이처럼 흐르는데, 모두 진실을 찾는 데 있어 간과할 수 없는 것들이다." - P294

저자(카를로 에밀리오 가다)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들, 즉 스피노자, 라이프니츠와 간트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신만의 ‘방법서설‘을 구축해 낸다. 그 ‘방법서설‘이란 한 체계속의 모든 요소들은 차례로 각각 하나의 체계를 이루며, 모든 체계는 체계의 계보학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 한 요소 안의 모든 변화는 전체 체계의 변화를 함축한다는 것이다. - P295

가다가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삶이라는 들끓는 가마솥이자, 무한히 겹쳐져 있는 현실의 층들이었으며, 풀 수 없는 앎의 매듭이었다. - P295

"모든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역학과 가능성들의 체계, 즉 보통 운명이라 불리는 것" 말이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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