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값어치는 그 물건이 얼마나 효용이 있느냐로 결정되는 게 아니야."

역시 사내 분위기가 아무리 자유로워도 경영진과의 대담은 꺼려지나 보다.

나는 그의 관심을 끌고자 대화 도중에 도발적인 단어를 툭 던진다.
"프레젠테이션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개된 기기 역시 멋졌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치명적인 결함이 하나 있더군요."
치명적인 결함.
이런 단어를 들으면 잡스가 아니라 잡스 할애비가 와도 어그로가 끌릴 수밖에 없었다.
"결함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요?"
잡스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저는 그런 두루뭉술한 말보다 경영진의 사인이 올라간 확실한 계약서를 원합니다."

상대가 먼저 지저분한 방식으로 싸움을 걸어온다면 답은  딱 하나다. 이쪽 역시 지저분하게 응수해서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갈 수밖에.

"먼저 굽힌 놈이 나중에도 굽히게 돼 있어.  이건 비즈니스에 국한된 게 아니라 자연의 섭리 그 자체야."

"사람들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게 마련입니다."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지적재산권)

오타쿠가 돈이 된다는 것은 게임 업계에서 깨지지 않는 법칙 중 하나였다.

엄밀히 따지면 사표의 사직辭職은 퇴사한다는 뜻만  있는 게 아니다. 단어를 직역하면 직무를 내려놓고 물러난다는 뜻이었으니까.

게임은 개발자가 얼마나 애정을 쏟아부었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달라진다.
특히 캐릭터 성을 중시하는 게임이라면 더더욱 그러했고.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주가 때문에 일희일비해서는 회사를 제대로 경영할 수 없습니다."

"어쩌긴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할 것 아닙니까."

어차피 좋은 소릴 듣긴 틀렸으니, 일단 들이대고 생각해 보는 게 답이다.

"이해합니다. 말뿐인 믿음은 누구나할 수 있는 법이죠."

"그래서 저는 물질적인 믿음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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