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서 마속이 제갈량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산위에 진을 쳤다가 조조군에게 몰살당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하지만 여기는 제갈량이 아니라 위속이 있기에 조금 다르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신중한 것도 좋지만 장수가 두려워하면 군의 사기가 함께 떨어지는 법일세."

쉬는 날 부하 직원들 데리고 등산하자는 인간들이나, 멀쩡하게 길목만 막으면 되는 거를 기어코 산 위로 올라가서  자기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르는 놈이나. 다 도움이 안 된다.

"막상 그 지시대로 하고 나면 왜 그런이야기가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겠지. 불 속으로 뛰어들라면 뛰어들 것이고, 맨몸으로 적들에게 나아가 투항하라면 그리하리다. 이야기만 해 주시오. 우리가 어찌하면 되겠소?"
진지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주유가 말했다.
말만 하지 않았을 뿐, 마량도 주유와 같은 마음이라는 듯 날 쳐다보고 있었다.

"위월아. 장료랑 고순한테 사람을 보내.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그래도 혹시모르니 너는 중앙에서 대기하고."
"주공께서 그리 말씀을 하셨는데도 의심하시는 겁니까?"
"에헤이, 이 사람아. 의심이라니? 그냥 만약을 대비하자는 거잖아. 전쟁에서는 최선이 아니라 최악에 대비하고 모든 계획을 짜야 한다는 거 안 배웠어?"
"장군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그리 하지요."

이제...... 정말로 끝이다.
통일이다.

"그저 여유로움이 좋을 뿐이외다. 강자아가 그랬듯, 총군사의 옆에서 세월이나 낚아볼까 하오."
"흐. 말동무가 있으면 좋죠. 낚시라는게 원래 물고기 잡는 게 반, 수다가 반이라."
"흐흐. 총군사와 함께라면 늘그막에 즐거울 것 같소이다. 이제는 늙어서 눈도 침침해진 것이 업무를 보는 게 질리오. 역시 늙으면 쉬는 게 최고인 게지."
"그렇죠, 그렇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금빛으로 수놓아진 용이 있어야 할 형님의 용포 등부분에 얼기설기 새긴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글자는 정확히, 백만지적(百萬之敵)이었다.
"흐흐흐. 짐이 백만지적이다!"

"진짜 형님은 못 말리겠다니까."
한평생 달라지는 거 없이, 일관적인 캐릭터다.
크.
남자다, 남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닌,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내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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