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에서 자객을 보내왔을 때, 그 자객을 죽이는 건 하책입니다. 일개 자객을 죽여봐야 새 자객을 보내올 게 뻔하거든요. 덤으로 자객을 보낸 쪽의 경계심도 커질 테고요."
"자객을 회유하는 것 역시 상책은 못됩니다. 나중에 배신당하면 어쩌시려고요?"
"배신은 상대를 믿고, 무슨 일을 같이할 때나 당하는 겁니다."
"그저 확인시켜 준 것뿐입니다. 나를 찌르면 너도 죽을 것이다, 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가 위축되는 걸 노리셨다는 뜻입니까?"
"아니죠."
나는 책상 위에 놓인, 꾸깃꾸깃 구겨진 서류를 집어 들며 말을 이었다.
"이제 유정렬은 제 주인에게 가서 제대로 된 보고를 할 수 없을 겁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저를 찌르지 않아야 할 수십 가지의 변명을 늘어놓기도 바쁠 테니까요." 신화 가의 하이에나들은 내가 경쟁자라고 판단되면, 그 즉시 물어뜯으려 들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그들의 눈을 가릴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