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는 병가지상사라 하였습니다.
훌륭한 적장에게 패했다고 해서 장수를,
책사를 윽박지르기만 해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법입니다. 오히려 군주의 진노를 두려워하며 위축될 것이고,
전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지요."
정론이다.
틀린 말도 아니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없다.
그래서 더 화가 치민다.

"무릇 군주란 진노할 때에도 냉철한 이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순간의 분노로 대업을 그르친 선례가 수도 없이 많음을 주공께서는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 보니 진궁의 얼굴에 피로감이 가득하다. 뇌를 혹사하다 못해 아예 학대해버린 모양. 눈 밑이 퀭하니 지금껏 본적 없는 진한 다크서클이 생겨 있었다.
"누가 되었건 방법을 좀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소. 그게 너무나 절실하외다."

"이 사람이 못난 탓입니다. 사전에 주유의 계략을 간파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한 탓에......."
"지나간 일로 누굴 탓할 때가 아닙니다, 사군. 지금은 이 상황을 어찌 타개해야 할지, 그 방책을 만드는 게 급선무지요. 안 그렇습니까? 총군사."
"예, 그렇죠."

"적병이 오십만이든, 백만이든 상관없다. 모두 격파해버리면 그뿐. 그렇지 않으냐? 문숙."
"하, 하하. 그렇죠."

"관우, 장비가 바로 저 뒤에 있잖아.
자기네 큰형님이고 군주인 유비를 욕하는데 가만히 있겠어?"
내가 손을 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해보이자 감녕이 손사래를 친다.
"에헤이, 왜 그러십니까? 장군. 뒤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는데 저 사람들만 못 들으면 되는 거잖습니까."
"그러면 내가 못 듣는 곳에선 내 욕도하고?"
"예? 하, 하하...... 그게 그렇게 되는 겁니까?"
"너 성과급 하나 깐다?"
"아닙니다. 그러지 마십쇼. 주둥이를 바늘로 콱 꿰매 버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진짜로 꿰매기라도 하는 것처럼 바느질을 하는 시늉을 해 가며 입을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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