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 완독 후 몇일이 지나서 독후감을 적어보고자 읽으면서 밑줄 쳤던 부분들만 다시 읽어보았다. 대략적인 내용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들 위주로 끄적여보겠다. 요즘 학폭이나 성폭력과 관련된 이슈들이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고위직 아들의 학폭, 운동선수의 학폭, 일제의 종군 위안부 문제, 종교단체 교주의 성폭행 등 아주 다양하다. 학폭이든 성폭력이든 공통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읽었던 테스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가 나온다. 알렉 더버빌이라는 사람이 테스에게 몹쓸짓을 하는데 이 일로 인해 테스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만다. 이 사건이후 테스는 일반사람들은 그다지 생각하지도 않는것들로 혼자 고민하게 되고 향후의 삶에서도 이러한 생각들로 인해 괴로워 한다. 테스는 자신의 과거를 잊고자 원래 있던 곳에서 멀리 떠나서 지내다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엔젤 클레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도 그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씻을수 없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자신의 마음과는 반대로 그의 구애를 계속해서 거절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혼자서 짝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마음도 잘 맞고해서 너무 좋은데 다른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과거가 자기 발목을 잡고 있다고 느껴질때의 그 아픔은 몇마디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마음이 찢어지는듯한 아픔일 것이다. 사랑하는데 사랑할 수 없어요라는 말이 얼마나 가슴 아픈 말인가. 혹자는 테스가 왜 저렇게 순진할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테스 본인만 말 안하고 입다물고 있으면 되는거 아닌가? 실제로 소설속에 나온 테스의 엄마도 엔젤 클레어에게 절대로 과거얘기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테스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테스의 양심이 그것을 견딜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테스의 엄마는 이 사실을 말한 테스를 나무라지만 테스의 양심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겠지만 결과적으로만 놓고보면 테스의 고백은 안하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든다. 테스본인만 말 안하고 그냥 결혼해서 잘 살았으면 그냥 엔젤 클레어와 둘이서 행복하게 잘 살았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양심이라는게 있어서 진실은 이러이러한데 그 진실을 죽을때까지 말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것또한 굉장히 답답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요즘 시대에 양심같은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소설 속 테스에게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제 3자 입장에서 보는 것과 직접 그 사람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을테니까 이해 못할것도 없다고 본다. 과연 내가 테스였다면 아픈 과거를 가슴에 평생 묻어두고 살았을지 아니면 테스처럼 했을지 솔직히 고민이 된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을 좀 덧붙이자면 사람이 마음이 편해야지 편한거지 다른거 다 편해도 마음이 편치 않으면 그 마음때문에 일이든 뭐든 손에 잡히지 않는거 같다. 소설 속 테스도 나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테스가 엔젤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장면 이후에도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것은 직접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다만 결코 순탄치만은 않은 스토리가 이어진다는 점만 말씀드릴 수 있을듯 하다. 여기서 다 말하면 스포가 될테니 말이다. 초반부에도 잠깐 썼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가 존재하는 이슈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이 피해자가 겪게되는 쓰라린 경험들에 비해 지나치게 가해자에게 관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테스의 모습을 통해 피해자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적나라하게 보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지금보다는 좀 더 강화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폭이나 성폭력같은 폭력이 피해자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피해자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하루속히 바람직한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